국적 없는 나라 제10부 삼세(三世)
43화제76장 자본(資本)
「해외 동포 자본의 본토 진출 현황」
대한민국 망명정부 경제부 조사 제3호. 단기 4341년(2008) 6월. 호놀룰루.
— 이 조사는 본토에 들어간 자본의 계통을 묻는다. 액수는 묻지 아니한다. 물을 방법이 없다.
— 조사 방법은 면담이다. 면담에 응한 사람은 서른한 사람이다.
그 서른한 사람 가운데 이 정부에 등록한 사람은 넷이다.

돈은 들어갔다. 돈을 낸 사람이 들어가지 못했다.
하나 — 계통
재일 사회에서 사람을 가르는 선은 두 개다. 하나는 어느 정부에 등록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어느 학교에 아이를 보냈느냐다.
두 선은 대개 겹치지만 늘 겹치지는 않는다. 조사에 응한 서른한 사람 가운데 여덟이 두 선이 어긋난 자리에 있었다.
어긋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 조사에 가장 잘 응했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으면 말해도 잃을 것이 적기 때문이라고 조사관이 적었다.
그 여덟 가운데 셋은 아이를 본토 쪽 학교에 보내면서 이 정부에 부담금을 내고 있었다.
본토에 먼저 들어간 것은 본토 쪽으로 기운 계통의 돈이다. 처음에는 물건이었고 그다음이 사람이었고 마지막이 지분이다.
들어간 업종은 셋으로 모인다. 하역 대행과 수산 가공과 숙박이다. 셋 다 항구에 붙는 업종이고 셋 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큰돈이 드는 것은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려면 오십 년짜리 리용권이 있어야 하고 그 세칙이 아직 없다.
이 계통 사람들은 본토를 자기 나라라고 부른다. 부르는 데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
— 언제 처음 들어갔는가.
— 1974년이다. 그때는 물건만 들어갔다.
—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 나는 1979년에 처음 들어갔다.
— 무엇을 가지고 들어갔는가.
— 재입국 허가와 초청장이다.
— 그 둘로 되는가.
— 그 둘이면 된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묻지 않는다.
— 이 정부의 국민증으로 들어간 사람을 아는가.
— 없다.
— 왜 없는가.
— 그 증을 내면 접수를 하지 않는다.
— 거절이라고 적어 주는가.
— 적어 주지 않는다. 서류를 도로 민다.
—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는 처분은 다투는 절차도 없다.
둘 — 사증
그해 지대에 들어가려면 사증이 필요했다. 지대 사증은 지대 안에서만 쓴다.
들고 간 문서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 지닌 문서 | 지대 사증 |
|---|---|
| 일본 여권 | 나온다 |
| 무국적자 여행증명서 | 나온다 |
| 이 정부의 국민증 | 접수하지 아니한다 |
이 표에서 손에 든 것이 무거울수록 결과가 나빠진다. 아무 나라도 자기 국민이라고 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잘 들어간다.
가운데 줄이 이 표의 요점이다. 여행증명서는 어느 나라도 그 사람을 자기 국민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문서다. 그 문서로는 들어간다.
국민증은 어느 정부가 그 사람을 자기 국민이라고 적은 문서다. 그 문서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본토가 이 정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낸 종이는 서류가 아니라 종이다.
받지 않는 것은 처분이 아니다. 처분이라야 다툴 자리가 생긴다. 이 정부의 국민이 스물일곱 해 전에 자기 정부의 창구에서 만난 것과 같은 성질이다. 그때는 반납이었고 이번에는 입국이다.
창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사관이 한 사람에게 자세히 물었다. 그 사람은 1996년에 한 번 내 본 적이 있다.
— 무엇을 냈는가.
— 신청서와 국민증 사본을 냈다.
— 창구가 무어라 했는가.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서류를 보기는 했는가.
— 보았다. 위에서부터 넘겼다.
— 국민증 사본에서 멈추던가.
— 멈추었다. 그리고 묶음째 도로 밀었다.
— 그다음에 무엇을 했는가.
— 그 사본만 빼고 다시 냈다.
— 그러니까 어떻게 되던가.
— 신분을 증명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정부의 국민이 되는 일과 이 정부의 국민으로 본토에 가는 일은 서로를 막는다.
셋 — 사유란의 한 줄
그해 외무부에 들어온 국민증 반납 신청은 백열아홉 건이다.
반납은 여전히 수리되지 않는다. 반납을 받는 서식이 없고, 없는 사유는 1955년에 정해졌다. 국적은 권리이지 부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달라진 것은 사유란이다. 보관하는 자리도 그대로다. 외무부 이민과의 캐비닛 셋째 칸이고, 캐비닛은 1955년부터 같은 것이다.
— 사유란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가.
— 대개 한 줄이다.
— 읽어 보라.
— 「본토에 가려 함.」
— 앞의 스무 해에는 무엇이라고 적혀 있었는가.

— 「부담금을 낼 수 없음.」
— 두 줄의 차이가 무엇인가.
— 앞엣것은 못 내겠다는 것이고 뒤엣것은 안 가지겠다는 것이다.
— 처리는 어떻게 다른가.
— 다르지 않다. 둘 다 보관한다.
나가려는 신청과 들어가려는 신청이 같은 서랍에 들어간다.
넷 — 네 사람
면담에 응한 서른한 사람 가운데 이 정부에 등록한 사람은 넷이다.
넷 다 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런데 넷 가운데 셋에게 지대 안의 지분이 있다.
— 당신은 등록 국민인가.
— 그렇다.
— 지대에 들어간 적이 있는가.
— 없다.
— 그런데 지분이 있는가.
— 있다.
— 누구의 이름으로 있는가.
— 사촌의 이름으로 있다.
— 그 사촌은 어느 쪽인가.
— 어느 쪽도 아니다. 등록한 데가 없다.
— 그러면 그 지분은 누구의 것인가.
— 서류로는 사촌의 것이다.
— 서류 말고는 무엇이 있는가.
— 없다.
조사보고서는 이 대목에 주를 하나 달았다. 「본 항의 지분은 본 정부의 재산등록부와 무관하다.」
무관하다고 적은 사유는 등록부가 1953년의 장부이고 지대의 지분은 2008년의 것이기 때문이다. 두 장부는 같은 땅을 두고 만들어졌으나 서로를 모른다.
조사보고서의 마지막 쪽은 면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의 수다. 스물넷이다.
응하지 않은 사유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은 사유가 한 줄 적혀 있다. 「묻는 것이 위험할 수 있음.」
그 한 줄을 적은 조사관은 이 정부의 국민이고 오사카에 산다. 그도 본토에 가 본 적이 없다.
보고서를 호놀룰루로 부치면서 그는 사본 한 부를 자기 서랍에 두었다. 사본을 두는 것은 규정에 없다. 규정에 없는 일을 한 사유를 그는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오사카 지방재판소 2008년 행정 제○호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사건 판결
2008년 12월 선고. 원고 승소 부분 없음.
—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 원고. 오사카시에 사는 사람. 외국인등록의 국적 등 란은 「조선」. 일흔일곱 살.
— 처분. 법무대신은 원고의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을 허가하지 아니하였다. 이유는 붙이지 아니하였다.
이유 중. 원고에게 돌아갈 국가가 없다는 사정은 이 처분의 위법 사유가 되지 아니한다.
이 증명서는 나가는 서류가 아니라 돌아오는 서류다.
하나 — 신청의 이유
여권이 없는 사람이 나라 밖으로 나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나가는 것을 적은 종이와 돌아오는 것을 적은 종이다.
이 나라에서는 그 둘이 한 장이다. 그 한 장이 없으면 나갈 수는 있어도 돌아오지 못한다.
강말선이 그 한 장을 신청한 것은 2008년 3월이다. 일흔일곱 살이었다.
신청서의 사유란은 두 줄짜리 칸이다. 그는 그 칸에 넉 줄을 적었다. 칸 밖으로 나간 두 줄은 창구가 다시 쓰라고 했다.
다시 쓴 것도 넉 줄이었다.
— 이 칸에 이렇게 길게 적는 사람은 없다.
— 짧게 적으면 무엇이라고 적는가.
— 친족 방문이라고 적는다.
— 친족인지 아닌지는 무엇으로 아는가.
— 서류로 안다.
— 어느 나라 서류인가.
— 가는 나라의 서류다.
— 그 나라가 내 형을 내 형이라고 적어 주는가.
— 그것은 우리가 모른다.
그가 적은 넉 줄은 이렇다. 형을 찾으려 함. 1959년 12월에 니가타에서 배를 탔음. 마지막 편지는 1963년. 청진으로 갔다고 들었음.
넉 줄 가운데 셋은 반세기 전 일이고 하나는 들은 말이다.
그가 이 신청을 한 사유는 그해에 생긴 것이다. 지대가 열리고 사람이 들어간다는 말이 어시장에도 돌았다. 들어간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돌았다.
손녀가 신청서를 대신 써 주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썼다.
쓰면서 그가 한 일은 형의 이름을 일본 관청의 서식에 적은 것이다. 오십육 해 동안 그가 하지 않은 일이 그것이다.
명부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이유였다. 그 이유는 그해에도 그대로였다. 다만 그가 일흔일곱이었다.
신청서에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적는 칸이 따로 없다.
둘 — 재량
불허가 통지는 그해 5월에 왔다. 한 쪽이다. 처분의 근거 조문이 있고 이유는 없다.
이유를 붙이지 않는 것은 이 처분의 성질이다. 재입국을 허가할지는 대신의 재량이고, 재량에는 이유를 붙일 의무가 없다.
소는 8월에 냈다. 변론은 두 번이다.
대리인은 오사카의 변호사 한 사람이다. 같은 종류의 사건을 그해에 셋 맡았고 셋 다 졌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진다. 그 액수는 판결문에 적히지 않고 뒤에 따로 정한다. 그가 실제로 낸 것은 인지대와 송달료다.
형의 이름을 일본 관청 서식에 적었다. 오십육 해 동안 하지 않은 일이었다. 답은 한 쪽짜리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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