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8부 이세(二世)
32화제55장 농장(農場)
셋 — 두 회신
한 가지가 이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브라질에서 난 아이는 태어난 날부터 브라질 사람이다. 이 나라는 땅에서 국적이 나온다. 1957년 뒤에 상파울루에서 난 동생은 신청할 일이 없다. 오사카에서 나서 여섯 살에 내린 형은 신청해야 한다.
한 상에 앉은 형제가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다.
땅이 있는 나라는 태어난 자리를 보고, 땅이 없는 나라는 아버지를 본다. 이 집은 그 두 법 사이에 앉아 있다.
넷 — 맨 아래 칸
1980년 가을에 봉헤치로에서 열넷이 모였다. 모여서 한 일은 하나다. 국민증을 봉투에 넣어 호놀룰루로 부쳤다.
국민증이 없으면 우리 국민이 아니라고 브라질 창구가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구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국민증은 등록의 표지이지 등록 그 자체가 아니다. 등록부는 하와이에 있고, 봉투가 떠난 뒤에도 그 이름들은 그대로 있었다.
외무부 이민과의 회신은 여섯 줄이었다.
— 반납 절차는 없다.
— 반납으로 국적이 없어지지 아니한다.
— 보내온 증은 되돌려 보내지 아니한다.
— 되돌려 보내는 서식도 없다.
— 보관한다.
— 보관에 관한 규정도 없다.
열넷의 국민증은 이민과 서류함 맨 아래 칸의 상자에 들어갔다. 상자에는 이름표가 없다.
이름표를 붙이려면 그 상자가 무엇을 담는 상자인지 정해야 하고, 정하려면 반납이라는 것이 제도 안에 먼저 있어야 한다.
상자를 아래 칸에 넣은 것은 이민과 서기다. 그가 남긴 것은 서류함 목록의 한 줄뿐이다. 하단, 미분류.
그 줄은 1980년 12월에 적혔고 그 뒤로 고쳐지지 않았다.
봉헤치로의 작업장은 대개 재봉틀이 두 대다. 한 대는 낮에 돌고 한 대는 밤에 돈다.
밤에 도는 쪽에 앉는 사람들이 이듬해 봄에 다른 서류를 쓰기 시작했다. 그 서류의 이름은 신청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법원 단기 4314년(1981) 확인(確認) 제1호
국적 부존재 확인 청구 사건 판결
1981년 9월 선고. 『망명정부 판례집』 제3권, 사법부, 1986, 호놀룰루 간행.
— 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 원고. 브라질연방공화국 상파울루주에 사는 등록 국민 열네 사람.
— 청구취지. 원고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님을 확인한다.
— 이유 중. 국적의 부존재를 확인하는 절차가 이 법에는 없다.
이유 중. 절차가 없다는 것은 청구가 이유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룰 수 없다는 뜻이다.
원고 열넷이 법원에 청구한 것은 자기들이 없다는 확인이다.
국적을 두고 이 법원에 올라온 사건은 그 앞에 하나뿐이다. 스물여섯 해 전의 반납 사건이다. 그때 원고는 한 사람이었고 지금은 열네 사람이다. 늘어난 것은 사람이지 절차가 아니다.
하나 — 청구취지
원고들이 고른 것은 확인의 소다. 고른 것이 아니라 남은 것이다.
스물여섯 해 전의 사건은 취소의 소였다. 창구가 반납 신고를 반려했고, 반려는 처분이므로 그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구했다. 처분이 있었기 때문에 다툴 자리가 있었다.
1980년 가을 봉헤치로의 열넷에게는 그 자리가 없다. 그들은 국민증을 봉투에 넣어 부쳤을 뿐이고, 외무부 이민과는 반려하지도 수리하지도 않았다. 보관한다고만 회신했다.
보관은 처분이 아니다. 취소할 것이 없다.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 가장 다투기 어려운 결정이다.
대리인은 호놀룰루의 변호사 한 사람이다. 원고들은 상파울루에 있고 법정에 오지 않았다.
위임장 열넷이 우편으로 왔다. 공증과 송달에 넉 달이 걸렸다. 위임장의 국적란에는 열넷 모두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다. 그 칸을 그렇게 적지 않으면 위임장이 공증되지 않는다.
소송을 걸기 위해 먼저 국민이라고 적어야 했다.
준비절차는 두 번 열렸다. 두 번째 조서에 이런 문답이 있다.
재판장이 물었다. — 원고들이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대리인이 답했다. — 국민이 아니라는 확인이다.
— 원고들은 등록 국민이다. 등록부에 이름이 있다.
— 있다. 지워 달라는 것이 아니다.
— 그러면 무엇을 구하는가.
— 등록과 국적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정해 달라는 것이다.
— 그것을 정하면 원고들에게 무엇이 생기는가.
— 브라질 창구에 낼 종이 한 장이 생긴다.
— 이 법원의 판결이 그 창구를 구속하는가.
— 구속하지 아니한다.
— 구속하지 않는 판결을 받아서 무엇에 쓰는가.
— 그 창구는 구속되는 문서를 요구하지 아니한다. 적혀 있기만 하면 된다.
—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는가.
— 아니라는 말이다.
둘 — 각하(却下)
선고는 그해 9월이다. 이유는 세 마디다.
첫째, 이 법에 부존재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제3조는 확인하지 아니한다고 적었을 뿐이고, 확인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확인의 절차를 끌어낼 수 없다.
둘째, 확인의 소는 확정할 법률관계가 있어야 성립한다. 원고들이 다투는 것은 법률관계가 아니라 다른 나라 창구의 서류 요건이다.
셋째, 스물여섯 해 전의 판결이 인용되었다. 인용된 것은 그 판결의 마지막 줄이다.

— 국적은 권리이지 부담이 아니다.
그 줄은 1955년에 반납을 막기 위해 쓰였다. 1981년에는 부존재 확인을 막기 위해 쓰였다.
권리는 버릴 수 없다는 뜻으로 쓰였고, 이번에는 권리는 없다고 확인해 줄 것도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 같은 문장이 스물여섯 해 사이에 두 방향으로 일했다.
한 번 좋은 말로 적어 둔 문장은 나중에 어느 쪽으로도 선다.
선고 뒤에 대리인이 서기과에 물은 것이 조서 여백에 남았다.
대리인이 물었다. — 각하와 기각이 어떻게 다른가.
서기가 답했다. — 기각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 각하는.
—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다.
— 그러면 다시 낼 수 있는가.
— 절차가 생기면 낼 수 있다.
— 절차는 누가 만드는가.
— 국회가 만든다.
판결 등본은 이듬해 1월에 상파울루에 닿았다. 정본 한 통과 포르투갈어 번역문 한 통이다.
창구는 그 두 통을 받아 접수인을 찍고 한 줄로 회신했다. 이 문서에는 신청인이 국민이 아니라는 문장이 없다.
등본에는 그 문장이 없다. 없다는 것이 판결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번역문의 마지막 쪽에 번역사가 각주를 하나 달았다. 각하라는 낱말에 대응하는 포르투갈어 용어를 고르면서,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정확하지 않다고 적었다.
열넷은 그해 봄에 다시 창구에 갔다. 이번에는 소장이 아니라 신청서를 들고 갔다.
국적 부존재 확인 신청 반려 통지서
내무부 등록국 서식 제31호. 단기 4314년(1981) 12월 제정. 갱지 사절판. 초판 삼천 부.
— 수신인 성명 ( )
— 등록번호 ( )
— 신청 접수일 ( )
— 귀하가 제출한 위 신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통지한다.
— 처리 결과. 반려
— 반려 사유. 해당 절차 없음.
이 통지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의 절차는 따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이 서식에서 손으로 채우는 난은 셋뿐이다.
이름과 등록번호와 접수일이다. 나머지는 전부 인쇄되어 있다.
사유란이 인쇄되어 있다는 것이 이 서식의 전부다.
행정 서식의 사유란은 사안마다 다르게 적는 자리다. 이 서식에는 다르게 적을 것이 없다.
사유가 하나뿐인 일에는 사유란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만들어 두었다.
제정 결재는 그해 12월에 났다. 기안 용지 여백에 오간 말이 두 줄씩 적혀 있다.
국장이 물었다. — 사유를 왜 박아 넣는가.
서기관이 답했다. — 매번 같은 말을 쓴다.
— 다른 사유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 없다. 신청이 무엇이든 절차가 없다.
— 그러면 신청서 서식은 만들었는가.
— 만들지 아니하였다.
— 신청 서식이 없는데 반려 서식이 있는가.
— 신청은 아무 종이에나 적어서 온다.
— 반려는 아무 종이에나 적으면 안 되는가.
— 안 된다. 반려는 우리가 하는 일이다.
마지막 줄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 절차는 따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적혀 있다.
따로 정한 것은 없다.
이 나라에서 없는 것을 적는 자리는 언제나 문장의 끝이다.
서식 제31호는 1981년 12월부터 1998년까지 쓰였다. 십칠 년 동안 이천삼백 통이 나갔다. 한 해에 백삼십 통쯤이다.
재판을 찍은 기록은 없다.
1998년에 법이 고쳐지면서 사유가 하나 줄었다. 줄어든 것은 이 서식의 사유가 아니다.
칠백 부가 창고에 남았다. 폐기 결재는 나지 않았다.
망명 국회 제102회 본회의 의안 처리 결과
단기 4316년(1983) 5월 19일. 호놀룰루. 등사 40부.
— 의안 제4호. 대한민국 국적법 중 개정 법률안. 부결
— 의결정족수. 재적 의원 삼분의 이. 근거 제9조.
— 반대 토론 요지(속기 그대로). 「1948년의 법과 달라지면 우리가 계승자가 아니게 됩니다.」
— 찬성 토론 요지(속기 그대로). 「지금 우리가 계승하고 있는 것은 법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에 다시 발의하지 못한다.
1983년 5월 19일, 제2조를 고치자는 안이 처음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앞의 세 안은 모두 가결되었다. 셋 다 사람을 줄이는 안이었다. 넷째 안이 처음으로 사람을 늘리자고 했고, 처음으로 부결되었다.
셋 다 사람을 줄이는 안이었고 모두 가결되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늘리자고 한 넷째 안이 처음으로 부결되었다. 반대 요지는 한 줄—계승자가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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