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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제98장 유고(遺稿)

· 58화 중 57화 · 3,451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둘 — 열여덟 해 뒤

— 나는 삼십오 년 동안 사람을 세었다.

국적 없는 나라 57화 제98장 유고(遺稿) — 헤더컷

— 나는 나라를 명부로 만들었다.

— 열여덟 해 전에 나는 명부가 나라보다 오래간다고 적었다.

— 나는 그 문장을 고치지 않겠다. 고치면 그때 내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없어진다.

— 다만 아래에 한 줄을 덧붙인다.

— 명부가 나라보다 오래간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소감문은 회보의 뒤쪽 잡보란에 실렸다. 그 호의 앞자리는 등록소 개편 기사가 차지했다.

회보를 받아 보는 곳은 부서마다 한 부씩이었다. 이 소감문이 그해에 몇 사람에게 읽혔는지는 아무도 세지 않았다.


회보는 인쇄물이고 여백은 그의 것이다. 그는 같은 줄을 두 군데에 적었다.

인쇄물에 적은 것은 남에게 읽히려고 적은 것이다. 여백에 적은 것은 자기가 열여덟 해 전에 적은 줄 아래에 적으려고 적은 것이다.

그해에 그는 등록부를 직접 셌다. 죽었을 것이 확실한 사람이 삼만 이천이었고 그는 지우지 않았다.

지우지 않은 이유는 유고의 다른 장에 적혀 있다. 지우면 우리가 작아지고, 작아지면 우리를 세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그 삼만 이천은 오십육 해 뒤의 실사에서 다시 나온다. 실사는 그들을 확인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했다. 분류만 하고 지우지는 않았다.

지우지 않는 방침은 한 번도 문서로 정해진 적이 없다. 정해진 적이 없으므로 고칠 문서도 없다.

그는 자기 문장을 고치지 않고 그 아래에 반대를 적었다. 그리고 명부는 고치지 않았다.


상자 안의 사진은 신원 증명용으로 찍은 것이다. 반신이고 배경이 없다. 뒷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1991년의 접수 목록에는 「유족 확인 불가」라고 적혀 있다. 유족이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국민증에 붙일 사진은 두 장을 찍어 한 장을 냈다. 남은 한 장이 서랍에 쌓였다. 이 사진이 그 가운데 하나인지는 알 수 없다.

자료집에는 도판으로 실린다. 설명 칸에는 촬영지와 연대를 미상으로 적었다.


정리관은 두 필적 사이의 거리를 재어 조판 지시서에 적었다. 손가락 두 마디쯤이다.

지시서에는 그 사이를 붙여 조판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붙이면 두 줄이 한 사람의 한 생각처럼 읽힌다.

원본에서 두 줄은 붙어 있지 않다. 열여덟 해가 그 사이에 있고 그 열여덟 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셋 — 앞에 놓은 장

제1권의 편차는 1월 하순 회의에서 정해졌다. 첫 문서를 이 초안으로 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견은 다른 데서 나왔다.


— 그 앞에 놓을 것이 하나 있다.

— 무엇인가.

— 1950년 8월 19일 04시 부두 통제소 보고다.

— 그것은 국적법과 관계가 없다.

— 관계가 있다. 이 명부의 첫 줄이 그 배에서 시작한다.

— 그 보고에는 사람 수가 없다.

— 없다. 그래서 앞에 놓는다.

— 수가 없는 문서를 수를 다루는 자료집의 맨 앞에 놓는가.

— 이 자료집이 세지 못한 것부터 적고 시작하자는 것이다.

— 그것은 편찬 방침이 아니라 주장이다.

— 주장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문서 번호를 매기지 않으면 된다.

— 번호가 없으면 인용되지 않는다.

— 인용되지 않아도 놓여 있다.


결정은 그렇게 났다. 초안은 제1권 제1호 문서가 되고, 부두 통제소 보고는 번호 없이 그 앞 쪽에 놓인다.

목차에는 오르지 않는다. 쪽수만 있다.

그 보고의 문면은 두 줄이다. 하나는 시각이고 하나는 사유다.

「부두에 남은 인원을 헤아리지 못하였음. 헤아릴 인력이 승선하였음.」


그 두 줄은 자료집 전체에서 사람 수가 적히지 않은 유일한 문서다. 나머지 열두 권은 전부 수로 되어 있다.

편찬 회의는 그 뒤에 판권장과 표지의 이름을 다루었고, 그 안건은 결론이 나지 않아 다음 회의로 넘어갔다.


조판이 끝난 뒤 원본은 상자로 돌아갔다. 상자를 닫기 전에 정리관은 첫 장을 한 번 더 폈다.

위의 글씨와 아래의 글씨가 있고 그 사이가 비어 있다.

비어 있는 자리에는 지운 자국도 없다.


망명 국회 제79회기 제3차 본회의 표결 기록

단기 4360년(2027) 2월 17일. 한 쪽. 등사 열두 부.

— 안건. 「대한민국 국적법」 제12차 개정 법률안(폐지 및 해산). 재상정.

— 재적 91. 재석 91.

— 찬성 54. 반대 35. 기권 2.

의결에 필요한 수 61. 부결.

이 표결에는 이긴 쪽이 없다.

하나 — 아흔하나

재적은 아흔하나이고 재석도 아흔하나다.

이 의사당에서 전원이 출석한 표결은 드물다. 의원의 거주지가 일곱 나라에 흩어져 있고 여비는 각자 낸다. 본회의 출석률이 여덟 할을 넘는 해가 많지 않았다.

이날은 결석계가 한 장도 들어오지 않았다.

1971년 제1차 개정 때 이 의사당의 재적은 삼백셋이었다. 그해 표결에서 찬성이 이백열아홉이고 반대가 여든넷이었으므로 그렇게 된다.

국적 없는 나라 57화 제98장 유고(遺稿) — 전환컷

오십육 해 동안 의석이 삼분의 일 아래로 줄었다. 줄어든 까닭은 제6조다. 의원은 등록하고 부담금을 낸 국민에서 나온다. 그 국민이 줄면 의석이 준다.

의석 수는 선거인 명부의 크기로 정한다. 정하는 규칙은 1952년에 만들어졌고 그 뒤로 고쳐지지 않았다. 규칙을 고치려면 그것도 제9조가 든다.

의석이 주는 것은 이 정부에서 나쁜 일이 아니었다.

구분
재적91
찬성54
반대35
기권2
의결에 필요한 수61

정족수의 분모가 재적이기 때문이다. 재적이 작아지면 삼분의 이를 채우는 데 드는 절대 수가 작아진다.

1971년에 삼분의 이는 이백두 표였다. 2027년에 삼분의 이는 예순한 표다.

제9조가 일흔네 해 동안 열한 번 채워진 이유의 절반이 그것이다. 설득이 절반이고 감소가 절반이다.

1971년의 제1차 개정은 부담금을 다섯 해 내지 않은 사람의 등록을 말소하는 안이었다. 그때 이백열아홉 표가 모였다.

1983년의 제4차 개정안은 제2조를 부모 어느 쪽이든으로 고치자는 안이었다. 그때는 스물여섯 표가 모자랐다.

앞의 안은 명부를 줄였고 뒤의 안은 명부를 늘렸을 것이다. 이 의사당에서 삼분의 이는 줄이는 안에서 더 자주 채워졌다.

이 법은 국민이 줄어든 덕에 열한 번 고쳐졌다.

둘 — 일곱

찬성은 쉰넷이고 필요한 수는 예순하나다. 일곱이 모자란다.

반대 서른다섯의 사유는 하나가 아니다. 토론 기록에 갈래가 셋 남아 있다.


— 나는 이 안에 반대한다.

— 이 정부가 남아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 다만 없어진 뒤에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은 안다.

— 명부의 등본을 떼는 일이다.

— 등본이 없으면 저쪽 재판소가 서류를 받지 않는다.

— 나는 이 정부를 지키자는 것이 아니다. 창구를 지키자는 것이다.


둘째 갈래는 다른 자리에서 나왔다.


— 나는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

— 1983년에 이 회의는 제2조를 고치자는 안을 부결했다.

— 그때 반대의 이유는 계승이었다.

— 계승을 지키느라 마흔여섯 해 동안 이십사만 육천이 이 나라 국민이 되지 못했다.

— 그 값을 치르게 한 정부가 스스로 없어지는 것으로 그 값을 갚을 수는 없다.

— 없어지려면 먼저 그 사람들을 명부에 올려야 한다.

— 올릴 방법이 있는가.

— 없다. 1998년 개정은 소급하지 않는다.


셋째 갈래는 두 줄이다. 발언자는 이 안이 확정된 수 위에서 표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사가 낸 것은 두 개의 수와 하나의 빈칸이었다.

이 발언에 대하여 찬성 쪽에서 답변이 나왔다.


— 확정된 수를 기다리자는 말은 지난해에도 나왔다.

— 그래서 일곱 달을 기다렸다.

— 일곱 달 뒤에 나온 것은 확정할 수 없다는 문서다.

— 한 번 더 기다리면 확정되는가.

— 확정되지 않는다. 확정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 그 문서의 결론이다.

—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표결하지 못한다.

— 그것이 이 안을 지금 표결해야 하는 이유다.


표결은 기명이다. 이 의사당에서 무기명 표결은 인사 안건에만 쓴다. 법률안은 처음부터 기명이었고, 그 규칙을 만든 사람들은 명부에 이름이 남는 것을 이 정부의 근본으로 여겼다.

그래서 이날 아흔한 사람이 무엇에 표를 던졌는지가 한 쪽에 남았다.

기권은 둘이다. 기권한 두 사람의 이름도 그 쪽에 있다. 사유는 없다. 이 회의의 규칙에 기권의 사유란이 없다.

찬성과 반대에는 토론이 붙고 기권에는 아무것도 붙지 않는다. 일흔네 해 동안 이 의사당에서 기권한 사람이 왜 기권했는지 적힌 문서는 한 장도 없다.

일흔네 해 동안 이 명부에서 사람을 빼 온 조문이 마지막에 이 정부를 명부에서 빼지 못하게 했다.


부결 뒤의 절차는 짧다. 의장이 결과를 읽고 산회를 선포했다. 걸린 시간은 사 분이다.

기록은 한 쪽이고 등사 열두 부를 떴다. 열두 부 가운데 한 부가 재산등록부 정리단으로 갔다.

정리단은 자료집 제12권의 마지막 쪽을 그 회기의 결과로 채우기로 하고 인쇄를 미루어 두었다. 온 것은 부결이다.

부결도 한 줄이면 적힌다. 다만 그 아래에 다음 회기가 붙는다.


— 부결되었다. 다음은 무엇인가.

— 재상정이다.

— 같은 안을 다시 올리는가.

— 같은 안이다. 고칠 데가 없다.

— 고칠 데가 없는 안이 왜 부결되었는가.

— 표가 모자랐다.

— 다음에는 모자라지 않는가.

— 재적이 줄면 모자라지 않는다.

— 재적은 어떻게 주는가.

— 국민이 줄면 준다.

부결된 안은 고칠 데가 없어 같은 안으로 다시 올라온다. 재적이 줄면, 국민이 줄면 표는 모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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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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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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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부담(負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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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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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이세(二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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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부 잔고(殘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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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