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4부 이산(離散)
15화제25장 반납(返納)
둘 — 없는 조문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한 문장을 덧붙였다. 그 문장은 이후 마흔 해 동안 관보와 판례집과 국회 회의록에 되풀이해 인용된다.

국적은 권리이지 부담이 아니다.
인용될 때마다 뜻이 조금씩 달라진다. 1955년에 이 문장은 반납을 막았다. 1992년에 이 문장은 신청을 받게 한다.
원고는 이듬해 봄에 다시 창구에 왔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민증만 놓고 갔고, 등록계는 그것을 분실물로 처리했다.
분실물은 세 해를 보관하고 폐기하게 되어 있다. 그 국민증은 폐기되지 않았다. 등록번호가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번호가 찍힌 물건은 명부에 붙는다. 명부에 붙은 것을 지우지 않는 것이 그 무렵 등록국의 방침이었다.
망명정부 내무부 「추정 동포 인구」
단기 4289년(1956) 10월. 등사 40부. 배포처 내무·외무·재무·국회 예산위원회.
— 본 추계는 국민 명부에 의한 것이 아니다. 명부는 등록한 자만을 싣는다.
— 본 추계는 각지의 체류 서류 실적에서 역산한 것이다. 서류가 없는 자는 잡히지 아니한다.
— 장래 추계에는 자연증가율 연 2.5분(分)과 순유출 누계를 적용하였다.
이 표의 수는 결산의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
삼백만이라는 수가 처음 인쇄된 종이는 등사물 한 장이다.
마지막 줄이 그 종이의 성격을 미리 정해 두었다. 결산의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 넉 해 뒤부터 이 수는 예산의 근거가 된다. 결산과 예산은 다른 서류다.
하나 — 역산
추계를 하게 된 계기는 학술이 아니다. 예산이다.
국회 예산위원회가 그해 봄에 질의를 하나 냈다. 이 정부는 몇 사람의 정부인가. 답을 하려면 세어야 하고, 셀 명부는 등록부밖에 없고, 등록부에는 육십일만이 있다.
육십일만이라고 답하면 다음 질의가 온다. 그러면 나머지는 무엇인가.
내무부는 여름 내내 역산을 했다. 각지의 체류 서류에서 거꾸로 사람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 지역 | 1956년 추정 | 무엇에서 역산했는가 |
|---|---|---|
| 일본 | 900,000 | 외국인등록 국적란 기재자 |
| 본토 이탈 잔여 | 320,000 | 1950년 8월 승선 인원에서 사망·재이주 공제 |
| 미국·중남미·대만 | 110,000 | 각국 체류 허가 발급 실적 |
계 백삼십삼만이다.
미국 칸이 얇은 것은 사람이 가지 않아서가 아니다. 갈 수 없어서다. 그 나라의 이민 할당은 국가별로 정해져 있고, 이 사람들에게는 할당을 붙일 국가가 없다.
일본 칸이 두꺼운 것은 반대의 이유다. 그 나라는 사람을 등록시킨다. 등록 국적란에 「조선」이라 적힌 사람을 세면 구십만이 나온다.
그 낱말은 국적이 아니다. 1947년 등록령이 출신 지역을 적게 한 자리다. 그 자리에 적힌 낱말을 우리 쪽에서 인구로 읽었다.
읽은 것이 틀렸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그 사람들에게 다른 국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류에서 역산하는 방법은 서류가 없는 사람을 구조적으로 놓친다. 그리고 이 편이 다루는 사람들은 대개 서류가 없다.
둘 — 분모
백삼십삼만은 그해의 수다. 등사물의 뒷장에 장래 추계가 있다.
방법은 두 항이다. 자연증가 연 2.5분과 순유출 누계.
앞의 항은 계산된다. 백삼십삼만에 연 2.5분을 열아홉 해 곱하면 배수가 약 일 점 육이고, 1975년에 이백십만 남짓이 된다.
뒤의 항이 나머지를 채운다. 순유출은 본토에서 계속 빠져나오는 사람이다.
본토는 1953년에 닫혔다.
예산위원회 속기에 이 항을 두고 오간 열 줄이 남았다. 묻는 쪽이 위원이고 답하는 쪽이 내무부다.
— 순유출 항의 근거는 무엇인가.
— 1950년부터 1953년까지의 실적을 연 단위로 평균하였다.
— 그 세 해는 전쟁 중이다.
— 그렇다.
— 지금도 그만큼 나오는가.
— 해상 검거 통계로는 줄고 있다.
— 그러면 추계를 고치는가.
— 고치면 삼백만이 나오지 않는다.
— 삼백만이 나와야 하는가.
— 나와야 한다고 정한 문서는 없다.
그 자리에서 더 묻지 않았다. 문서는 그대로 통과되었다.
삼백만은 목표가 아니었다. 다만 그 수가 나오지 않으면 이 정부는 도쿄의 한 구(區)만 한 정부가 된다.
분모가 정해지면 그 뒤의 서류가 전부 그 수로 나뉜다. 대표부 유지비도, 학교 보조 계획도, 부담금 요율 검토도 삼백만으로 나뉜다.
나뉜 값은 언제나 작다. 작은 값은 언제나 모자란 값으로 읽힌다.
이 정부가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적기 시작한 것이 이 등사물부터다.
셋 — 낱말
분모가 삼백만이면 분자가 문제가 된다.
등록한 국민은 육십일만이다. 예산은 국민에게 쓰인다. 부담금은 국민이 낸다. 의원은 국민이 뽑는다.
나머지 이백삼십구만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가 1956년 겨울 내무부의 실무 과제였다.
— 국민이라 부를 수 없다. 제3조가 막는다.
— 그러면 외국인인가.
— 어느 나라의 국민도 아니다.
— 무국적자라 부르면 되는가.
— 그렇게 부르면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 인정은 하되 국민은 아닌 사람을 부르는 낱말이 필요하다.
— 그런 낱말이 우리 법에 있는가.
— 없다. 만들어야 한다.

— 무엇으로 하는가.
— 동포로 한다.
— 근거는.
— 근거가 필요 없는 낱말이라서 고른 것이다.
이 낱말은 법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홉 조는 그대로다. 대신 예산서와 관보와 훈령에 들어갔다.
들어간 자리마다 뜻이 같다. 우리 사람이지만 명부에는 없는 사람.
낱말이 생기자 두 가지가 함께 생겼다. 동포를 위한 사업과, 동포를 국민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다.
앞의 것에는 예산이 필요했다. 뒤의 것에는 필요하지 않았다.
한 정부가 자기 국민이 아닌 사람을 위해 낱말을 만들면, 그 낱말은 반드시 예산의 분모가 된다. 분모는 늘 분자보다 크다.
등사물 마흔 부 가운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넉 부다.
넷 다 마지막 줄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은 사람은 각각 다르다.
이 표의 수는 결산의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
이주 알선에 관한 각서
대한민국 외무부와 상파울루주 정부 사이. 단기 4290년(1957) 3월. 등본 3부.
— 제1항. 을은 갑이 알선하는 농업 이주자를 받는다.
— 제2항. 이주자는 도착한 뒤 을이 지정하는 농장에서 농업에 종사한다.
— 제3항. 이주자의 여행 서류는 을이 발급하는 입국 사증으로 갈음한다.
— 제4항. 이주자의 신분은 「전(前) 대한민국 국민」으로 기재한다.
본 각서에는 국적을 적는 난을 두지 아니한다.
이 각서는 사람을 받는 문서가 아니다. 노동을 받는 문서다.
그 구별을 이주과는 알고 있었다. 알고도 서명했다. 다른 각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 조건
넉 해 동안 외무부가 문의한 나라는 스물이 넘는다. 회신의 형태는 셋이었다.
회신하지 않은 나라가 가장 많다. 회신한 나라 대부분은 국적국의 재입국 보증을 요구했다. 보증할 국적국이 있으면 애초에 문의하지 않는다.
조건을 제시한 나라는 남미의 셋이다. 조건은 셋 다 같았다.
농사를 지을 것.
인도적 조건이 아니다. 그 나라들에는 개간할 땅이 있었고 그 땅에 들어갈 사람이 모자랐다.
조건을 붙이는 쪽에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조건이 붙은 사람은 도시로 흘러들지 않는다.
주정부 이민국 문답. — 이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 우리 국민이다.
— 그 나라의 영토는 어디인가.
— 지금은 없다.
— 그러면 우리가 이 사람들을 돌려보낼 곳이 없다.
— 없다.
— 돌려보낼 수 없는 사람은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안다.
— 예외를 두는 조건은 하나다. 사 년 동안 농장을 떠나지 않을 것.
— 사 년 뒤에는.
— 사 년 뒤에는 이 주의 일이 된다.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고, 해결책은 돌아올 이유를 없애는 것이었다.
둘 — 넉 자
각서 초안이 외무부 안에서 두 달 묶였다. 묶은 사람은 조약과의 백 사무관이다.
걸린 것은 제4항의 넉 자다. 전 대한민국 국민.
백 사무관이 말했다. — 이 넉 자에 서명하면 우리가 우리 손으로 적는 것이 된다.
이주과장이 말했다. — 무엇을 적는가.
— 이 사람들이 우리 국민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 각서는 저쪽 서식이다.
— 서식이라도 서명은 우리가 한다. 서명한 문서는 나중에 인용된다.
— 인용되면 무엇이 되는가.
— 우리가 우리 국민을 스스로 놓았다는 증거가 된다.
— 그러면 이 백세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 그것은 내가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니다.
— 나는 그것만 답하면 되는 자리에 있다.
각서는 3월에 서명되었다. 백 사무관의 서명은 없다. 그는 조약과 검토 의견에만 이름을 남겼다.
의견은 한 줄이다. 제4항의 표기에 동의하지 아니한다.
이 한 줄은 뒷날 두 번 인용된다. 한 번은 그를 유엔 대표부장으로 올리는 인사 서류에서, 한 번은 그가 막은 협상을 비판하는 국회 질의에서.
같은 줄이 승진의 근거였다가 책임의 근거가 된다. 그 사이의 시간은 열여섯 해다.
제1차 이주단은 그해 가을에 떠났다. 열일곱 가구 백세 사람이다.
승선 전 심사는 하루였다. 항목은 둘이었다. 가족 수와 농사 경험이다.
승선 전 심사는 하루, 항목은 가족 수와 농사 경험 둘이다. 열일곱 가구 백세 사람이 그해 가을 배에 오른다.
남은 43화 · 약 152,732자 · 약 3시간 38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