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2부 상륙(上陸)
5화제8장 상륙(上陸)
셋 — 발행지
발행지 칸에는 「부산」이 적혔다. 밀어낸 곳은 센자키다. 1953년에 호놀룰루에서 낸 재판(再版)도 부산으로 적었고, 그 뒤 일흔네 해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윤계원이 지키려던 것은 지명이 아니다. 계승이다. 영토를 잃은 정부가 자기가 앞의 정부와 같은 정부라고 말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가 댈 수 있는 근거는 종이뿐이었다. 종이에 적힌 곳이 일본이면 앞의 정부와 이어지지 않는다.
그 판단은 뒤에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뒤집을 만한 자리에서도 뒤집히지 않았다. 그가 그 뒤 삼십일 년 동안 이 정부의 문서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세 문서고가 이 정부의 시작을 서로 다르게 적었다.
| 문서고 | 시작으로 적은 날 | 근거로 삼은 것 |
|---|---|---|
| 야마구치현 문서고 | 1950.09.03 | 센자키 접수 완료 보고 |
|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 1950.08.19 | 부산 출항 통보 전문 |
| 망명정부 관보 | 1950.08.19 | 관보 제1호 발행지 「부산」 |
뒤의 두 칸은 날짜가 같고 장소가 다르다. 앞 칸은 날짜도 장소도 다르다. 어느 칸도 틀리지 않았다. 세 문서고가 각각 자기가 가진 종이만 보았을 뿐이다.
이 나라의 시작은 세 문서고에 세 가지로 적혀 있다.
센자키 소학교의 등사기는 현이 빌려준 것이었다. 대여 기간은 두 달이었고, 반납은 1951년 4월에 이루어졌다. 여덟 달이 늦었다.
반납 문서의 품목란에는 「등사기 1대」라고만 적혀 있다. 무엇을 밀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국제연합 총회 결의 195(III) 「한국의 독립 문제」 제2항 · 1948년 12월 12일, 파리
제3회기 제187차 본회의. 찬성 48, 반대 6, 기권 1.
— 총회는 …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의 그 지역에 대하여 유효한 지배와 관할권을 가지는 합법정부이며 …
한국에서 이러한 정부는 이것이 유일하다는 것을 선언한다.
이 정부의 재산 목록 첫 줄은 종이 한 장이다.
목록은 1950년 10월 1일에 외무부가 만들었다. 둘째 줄부터는 금과 은과 인쇄기와 등사기와 타자기다. 무게와 대수가 적혀 있다.
첫 줄에는 무게가 없다.
하나 — 한 항
제2항은 한 문장이다. 쉼표로 끊긴 마디가 넷이다. 그 가운데 셋은 사실을 적은 마디다.
문제가 되는 마디는 「한국의 그 지역에 대하여 유효한 지배와 관할권을 가지는」이다. 1950년 10월에 이 정부에는 그 지역이 없다.
대표부는 그 마디를 열흘 동안 붙들었다.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한 살 사이의 직원 넷이 있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백영주다.
백영주가 읽었다. — 한국의 그 지역에 대하여 유효한 지배와 관할권을 가지는 합법정부이며.
— 그 지역이 지금 우리에게 없다.
— 없다.
— 그러면 이 문장은 틀린 문장이 되는가.
— 틀린 문장이 된다.
— 틀린 문장은 어떻게 되는가.
—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 틀린 문장은 총회가 고쳐야 고쳐진다.
이 마디는 조건절이 아니다. 서술절이다. 「지배를 가지는 동안에만」이라고 적혀 있지 않고 「지배를 가지는」이라고 적혀 있다.
두 문장의 차이는 1948년 12월에 아무 값도 없었다. 그때 그 정부는 그 지역에 있었다.
제1위원회 심의 기록에도 그 낱말이 나오지 않는다. 영토를 조건으로 달자는 수정안이 제출된 적이 없다. 반대한 여섯 나라가 문제 삼은 것은 선거의 범위였지 영토의 지속이 아니었다.
「그 지역」이라는 말도 그렇다. 그 말은 한반도 전체를 가리키지 않는다. 위원단이 선거를 볼 수 있었던 지역을 가리킨다. 1948년의 기초자들은 이 정부가 반쪽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적었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은 반쪽이 아니라 영(零)이다. 반쪽을 적어 둔 문장은 영을 배제하지 않는다. 배제하려면 배제한다고 적어야 하는데, 적을 이유가 없었다.
조건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어야 붙는다.
둘 — 철회
1950년 10월에 대표부가 사무국 정무국에 조회를 냈다. 조회의 항목은 하나다. 철회의 절차를 묻는 것이다.
자기에게 불리한 절차를 자기가 먼저 묻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대표부가 그렇게 한 이유는 뒤에 백영주의 일지에 적힌다. 절차를 모르면 절차가 진행되는 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회신은 여드레 뒤에 왔다. 구두였고, 대표부 쪽이 받아 적었다.
대표부가 물었다. — 195호를 철회하는 절차가 있는가.
— 총회가 새 결의를 채택하면 된다.
— 새 결의는 무엇을 적어야 하는가.
— 한국에서 유일한 그러한 정부가 무엇인지를 적어야 한다.
— 적지 않고 철회만 할 수는 없는가.
— 할 수는 있다. 한 적이 없다.

— 왜 한 적이 없는가.
— 철회만 하면 그 자리가 빈다.
— 빈자리는 무엇이 문제인가.
— 총회는 빈자리를 오래 두지 못한다. 누가 그 자리에 무엇을 넣자고 반드시 낸다.
— 그 안을 정하는 곳은 어디인가.
— 안전보장이사회다.
안전보장이사회가 그것을 정하려면 다섯 나라의 뜻이 한곳으로 모여야 한다. 그해 여름의 결의 셋은 한 나라가 회의장에 없었기 때문에 통과되었다. 그 나라는 8월 1일에 돌아왔다.
선례가 하나 있었다. 다섯 해 전의 폴란드다. 런던에 있던 폴란드 정부는 1945년 7월 5일에 승인을 잃었다. 잃은 이유는 그 정부가 약해져서가 아니다. 바르샤바에 승인할 다른 정부가 생겼기 때문이다.
승인은 옮겨 붙는 것이지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옮겨 붙을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승인은 있던 자리에 남는다. 폴란드 정부는 그 뒤로도 마흔다섯 해를 더 존속한다. 승인 없이 존속한 것이다.
대표부는 그 사례를 그해 겨울에 조사해 문서로 정리했다. 표제는 「선례 조사」다. 표제 아래 첫 줄은 우리 쪽이 폴란드보다 나은 점은 없다는 것이고, 둘째 줄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바르샤바에는 정부가 있었고, 이쪽에는 그 자리에 무엇을 놓을지를 두고 다섯 나라가 갈려 있다.
옮겨 붙을 곳이 정해지지 않은 승인은 그 자리에 남는다. 남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므로 195(III) 제2항은 남는다. 남는 이유는 이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없애는 쪽이 그다음 칸에 무엇을 적을지 합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지켜진 것이 아니라 밀려나지 않은 것이다.
값은 그 자리에서 이미 붙어 있었다. 유일한 정부라고 적힌 문장을 지키는 일이 첫 번째 업무가 되면, 두 번째 업무는 그 문장과 어긋나는 모든 접촉을 막는 일이 된다. 백영주는 스물세 해 동안 그 두 번째 업무를 한다.
막아야 할 접촉의 목록은 1950년에는 비어 있었다. 목록이 채워지는 것은 열다섯 해 뒤다. 그때 같은 낱말이 반대편에 붙는다.
그해 10월의 목록으로 돌아간다.
첫 줄의 품명은 「국제연합 총회 결의 195(III) 등본 1부」다. 영문 등사본이고 두 쪽이다. 수량 칸에는 1이 적혀 있고, 평가액 칸은 비어 있다.
보관 장소 칸에 적힌 것은 창고 이름이 아니다. 「휴대」라고 적혀 있다.
금과 은은 그해 겨울에 은행 금고로 들어갔다. 두 쪽짜리 등사본은 들어가지 않았다. 목록을 만든 사람이 그것을 재산으로 적어 두고도 둘 곳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 사무국 법률국 내부 각서 「영토를 상실한 승인 정부의 대표권에 관하여」 · 1950년 11월
배포 제한. 수신 — 사무차장, 정무국, 총회 사무처.
— 본 각서는 특정 대표부의 지위에 관한 판단이 아니다. 총회 사무처가 회람 문서 수령인 명부를 갱신하기 위하여 요청한 법률 의견이다.
제기된 물음은 하나다. 대표할 영토가 없는 대표부를 명부에서 지울 근거가 있는가.
대표부는 명부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지울 조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서는 열한 쪽이다. 결론은 마지막 두 줄이다. 그 두 줄이 이 정부를 일흔일곱 해 살린다. 살린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나 — 각서
이 각서가 만들어진 계기는 정책이 아니다. 사무 처리다.
총회 사무처는 회기마다 회람 문서 수령인 명부를 갱신한다. 갱신하는 사람은 주소를 확인하고 직명을 확인하고 수령 여부를 확인한다. 1950년 가을에 그 사람이 한 칸에서 멈췄다. 주소가 뉴욕이고 직명이 남아 있는데, 그 직명이 가리키는 나라의 주소가 없었다.
그는 상급자에게 물었고, 상급자는 법률국에 물었다. 물음이 올라가는 동안 물음의 크기가 커졌다.
법률국이 검토한 것은 세 가지 자리다. 회원국 대표와 초청받은 대표와 상임 옵서버 대표부다.
앞의 둘은 헌장과 총회 의사규칙에 규정이 있다. 규정이 있으면 요건이 있고, 요건이 있으면 요건을 잃을 수도 있다.
셋째에는 규정이 없다.
각서는 이렇게 적었다. — 상임 옵서버 대표부는 헌장에 규정이 없다.
— 규정이 없는 것은 사무처의 관행으로 유지된다.
— 관행은 명부로 유지된다.
— 명부에서 지우는 절차 또한 관행이다.
— 그러므로 지우려면 지운 전례가 있어야 한다.
— 전례를 조사하였다.
— 없다.
없다는 것이 이 각서의 발견이다. 법률국은 그 뒤에 한 문단을 더 붙였다. 없다는 것이 지울 수 없다는 뜻은 아니고, 지우는 쪽이 새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새 전례를 만드는 일은 사무처가 하지 않는다. 사무처는 명부를 관리하지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정책을 만들려면 총회가 나서야 하고, 총회가 나서면 그것은 더 이상 명부 문제가 아니다.
각서는 인접한 사례를 하나만 들었다. 열 해 전에 어떤 세 나라의 공관이 본국의 병합 뒤에도 워싱턴에 남은 일이다. 병합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먼저 있었고, 선언이 있는 동안 공관 명부의 그 줄이 지워지지 않았다.
법률국은 그 사례가 이 사안과 같지 않다고 적었다. 그쪽은 양자 관계이고 이쪽은 다자 기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례를 뺀 뒤의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다.
없앨 수 없어서 남은 것이 아니라, 없애는 일이 누구의 일도 아니어서 남았다.
지울 조문이 없어 명부에 남은 대표부. 열한 쪽 각서의 마지막 두 줄이 이 정부를 일흔일곱 해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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