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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제94장 반환(返還)

· 58화 중 53화 · 3,542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병합(倂合)

병합을 적은 것은 여섯 해 전이다. 그동안 개별 사건은 계속 접수되었고 하나도 종결되지 않았다.

국적 없는 나라 53화 제94장 반환(返還) — 헤더컷

여섯 해가 걸린 것은 별지 목록 때문이다. 목록에 오를 필지를 정리단이 대조하고 저쪽이 검수하는 데 그만큼이 들었다.

목록에 오른 것은 지번이 살아 있는 이십이만 육천이다. 지번이 없어진 십팔만 육천은 처음부터 목록 밖이다.

목록 밖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대상이 아니므로 기각도 되지 않는다. 그 필지들은 이 판정문에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기각과 무판단은 다르다. 기각은 졌다는 것이고 무판단은 다툰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십팔만 육천에 관하여는 다툰 일이 없는 것으로 되었다.

그 십팔만 육천에도 사람이 산다. 다만 그 사람들의 땅을 옛 이름으로 부르는 장부가 어느 쪽에도 남아 있지 않을 뿐이다.


신청인은 개인이 아니라 대표 신청인 열둘로 묶였다. 묶는 기준은 필지의 소재 구역이다.

정리단은 당사자가 아니다. 참고인도 아니다. 조서에 적힌 자격은 「자료를 소지한 자」다.

부서 이름을 적는 난이 그 재판소 서식에 없다. 저쪽은 이 정부를 부서로 부르지 않기로 되어 있고, 그 원칙을 서식 수준까지 지킨다.


— 소지자의 성명을 적으라.

— 적었다.

— 소속을 적는 난은 비워 두라.

— 비웠다.

— 이 자료를 어디에서 가져왔는가.

— 우리 부서의 장부에서 가져왔다.

— 부서라는 말은 조서에 적지 아니한다.

— 그러면 무엇이라고 적는가.

— 소지자가 보관하던 장부라고 적는다.

— 그렇게 적어도 장부는 같다.

— 같다.


이 나라는 저쪽 법정에서 부서가 아니라 사람 하나였다. 장부는 그 사람이 들고 온 것이 되었다.

둘 — 개량(改良)

판단의 기준은 저쪽 토지리용법 제18조 하나다.

그 조문은 종전 권리자의 신청에 대하여 두 가지를 본다. 점유 기간과 개량 투자다.

심리는 사흘이다. 사흘에 이십이만 육천을 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필지를 보지 않고 표를 본다.

별지 목록에는 필지마다 두 칸이 붙어 있다. 점유 개시 연도와 개량 유무다. 저쪽 검수반이 여섯 해 동안 채운 칸이다.

대판정에서 다투어진 것은 그 두 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지 어느 필지가 누구 것인가가 아니었다.


점유 기간은 세기 쉽다. 저쪽 장부에 언제부터 살았는지가 적혀 있다. 대개 1954년이거나 1955년이다.

개량 투자가 실질이다. 집을 지었거나 고쳤거나, 논을 밭으로 돌렸거나, 물길을 넣었거나, 담을 쌓았거나 한 것이 개량이다.


— 개량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 점유자의 이익이 크다고 본다.

— 크면 신청이 기각되는가.

— 기각된다.

— 개량의 크기는 재는가.

— 재지 아니한다. 있는지 없는지만 본다.

— 담 하나를 쌓은 것과 집을 새로 지은 것이 같은가.

— 이 조문에서는 같다.

— 그러면 담을 쌓은 사람이 이기는가.

— 이긴다.


이 기준에서 한 필지의 결론을 정하는 것은 대개 종이 한 장이다. 개축 허가서이거나 수리 조합의 부담금 영수증이거나 담을 쌓을 때 받은 승인이다.

그 종이가 있으면 기각이고 없으면 인용이다.

여섯 해 전의 사건에서 상대방이 낸 서류 석 장 가운데 셋째가 2004년 개축 허가서였다. 그때는 아무도 그 한 장이 무엇을 정하는지 몰랐다.

이 판정에서 이긴 쪽은 오래 산 쪽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지은 쪽이다.

셋 — 쓰지 않은 땅

인용된 것은 삼만 천사백열두 필지다.

구분필지
별지 목록226,000
인용31,412
기각194,588

인용된 필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개량이 없다.

개량이 없다는 것은 예순 몇 해 동안 아무도 그 땅에 무엇을 넣지 않았다는 뜻이다. 집이 없고 물길이 없고 담이 없다.

산기슭의 비탈이거나 하천에 붙은 자투리이거나 도시계획선 밖으로 밀려난 땅이거나 구역 경계에 반쯤 걸친 필지다.


— 인용된 땅에 지금 사는 사람이 있는가.

— 없다.

— 왜 없는가.

— 쓸 수 없는 땅이어서 없다.

— 그러면 다투는 사람도 없었는가.

— 없었다.

— 다투는 사람이 없어서 인용된 것인가.

— 조문대로 하면 개량이 없어서 인용된 것이다.

— 두 말이 같은 말인가.

— 같다.


국적 없는 나라 53화 제94장 반환(返還) — 전환컷

정리단은 인용 목록을 받고 하루 만에 한 가지를 알았다.

등록부 여덟 권에서 가장 값이 나갈 것으로 보아 온 필지들이 목록에 하나도 없다. 그것들은 도시의 대지였고 도시의 대지에는 예외 없이 개량이 있었다.

남은 것은 1952년에 신고할 때에도 값이 되지 않던 땅이다. 그때 신고서에 그 필지를 적은 사람은 대개 다른 필지를 적으면서 곁들여 적었다.

곁들여 적은 까닭은 서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신고서에는 필지를 적는 줄이 다섯이었고, 다섯을 다 채우는 것이 관례였다.

채우려고 적은 줄이 칠십이 해 뒤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정성 들여 적은 앞의 줄들은 전부 기각되었다.

칠십사 년을 걸어 돌아온 것은 그때에도 아무도 탐내지 않던 땅이다.

넷 — 기각된 쪽

기각은 십구만 사천오백여든여덟이다.

기각된 필지 위에는 사람이 산다. 그들은 이 사건의 상대방이었고, 여섯 해 동안 자기 집이 사건 목록에 올라 있는 채로 살았다.

판정 뒤에 저쪽이 그들에게 통지를 보냈다. 한 쪽짜리다.


— 귀하의 점유는 이 판정으로 다투어지지 아니한다.

— 귀하는 이 판정에 관하여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 귀하의 리용권은 종전과 같다.

— 이 통지는 회신을 요하지 아니한다.


통지에 이 정부의 이름은 없다. 신청인의 이름도 없다. 여섯 해 동안 그들의 집을 걸고 다툰 상대가 누구였는지가 그 종이에 적혀 있지 않다.

여섯 해 전 제2법정에서 이 집을 헐어야 하느냐고 물었던 사람도 그 통지를 받았다. 그가 받은 종이에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들어 있지 않다.

들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장 하나다.

이 판정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인용된 쪽이 아니라 기각된 쪽의 여섯 해다. 그 여섯 해를 셈하는 난은 어느 서식에도 없다.

다섯 — 임차의 순서

판정문의 마지막 문단은 여섯 줄이다. 그 가운데 마지막 한 줄이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

「본 판정은 소유를 정한 것이 아니라 임차의 순서를 정한 것이다.」

저쪽 법은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것은 오십 년 임차뿐이고, 인용된 신청인이 얻는 것은 그 임차를 남보다 먼저 신청할 자격이다.

자격은 필지마다 하나씩이다. 한 필지에 신청인이 여럿이면 순서를 매겨야 한다.


순서의 기준을 저쪽은 정하지 않았다. 정하지 않고 한 줄을 붙였다. 「종전 권리자 사이의 순서는 그 기록을 보관한 자가 정한다.」

기록을 보관한 자는 정리단이다.


— 순서를 우리가 정하는가.

— 그렇게 적혀 있다.

— 무엇으로 정하는가.

— 등록부의 등재 순으로 정한다.

— 등재 순은 무엇으로 정해졌는가.

— 1952년 재산 신고의 접수 순이다.

— 신고는 누가 하였는가.

— 등록한 국민이 하였다.

— 등록은 언제 하였는가.

— 등록소가 문을 연 순서대로 하였다.

— 등록소에 먼저 간 사람은 누구인가.

— 그 도시에 이미 있던 사람이다.

— 그 도시에 어떻게 있었는가.

— 배를 탔다.

— 배는 무슨 순서로 탔는가.

— 각서 제1호의 다섯 항이다.


이 문답은 정리단 회의록에 그대로 남았다. 남긴 사람은 윤소진이다.

회의록에는 그다음이 없다. 다른 기준을 쓰자는 안이 그날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해 전 검토에서 후보 셋이 다 막혔고, 막힌 사유는 그 사이에 하나도 치워지지 않았다. 저쪽이 열람을 열지 않았고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배분 권한을 내놓지 않았다.

등록부대로 순서를 매기는 일은 고르는 일이 아니다. 남은 것 하나를 쓰는 일이다.


순서를 매긴 문서는 그해 12월에 나갔다. 필지마다 신청인이 한 줄씩 적히고 그 위에 번호가 붙는다.

번호를 붙이는 데 쓴 것은 등록부 여덟 권과 등록번호 함 백서른한 개다. 둘 다 1952년과 1953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필지에 신청인이 여럿인 자리는 삼만 천사백열두 가운데 일부다. 대개 형제의 자손들이고, 등재는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되어 있다.

그런 자리에서 번호는 등재자와 가장 가까운 계통에게 간다. 가까움을 재는 자는 제2조다. 아버지를 따라 내려온 쪽이 먼저 선다.

만든 사람은 그 순서가 칠십 년 뒤에 무엇을 정할지 몰랐다. 그는 명부가 정확해야 한다고 믿었고 명부를 정확하게 만들었다.

정확한 명부는 정확하게 남았다. 남은 그대로 쓰였다.


판정문 사본은 정리단 대조 자료철 제1권의 맨 뒤에 편철되었다.

제1권의 첫 쪽은 1950년 8월 17일 09시의 각서다. 다섯 항이 적힌 한 쪽이다.

한 권의 처음과 끝에 놓인 두 문서가 같은 순서를 적고 있다. 앞의 것은 배에 오르는 순서이고 뒤의 것은 땅을 빌리는 순서다.

그 사이에 칠십사 년이 있다. 그 칠십사 년의 문서가 이 자료철에 이천사백 쪽으로 들어 있다.


「대한민국 국적법」 제8조의 준용에 관한 결정

망명정부 국무회의 의결 제4호. 단기 4358년(2025) 5월 26일. 두 쪽.

— 제1항. 본토 특별경제구역 토지리용권의 취득 신청은 이 법 제8조의 귀환에 준하여 처리한다.

— 제2항. 신청은 등록한 국민에 한한다.

— 제3항. 이 의결은 제8조를 개정하지 아니한다.

붙임 「귀환 신청 접수 현황」 한 쪽. 접수 개시 2025년 6월 2일. 접수처 세 곳.

제8조는 일흔세 해 만에 쓰였다. 귀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귀환을 적은 제8조가 일흔세 해 만에 처음 쓰인다. 정작 귀환은 일어나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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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14제23장 수용(收容)15제25장 반납(返納)16제27장 농지(農地)17제30장 품

제5부 부담(負擔)

18제31장 요율(料率)19제33장 가난20제34장 유택(幽宅)21제36장 국교(國交)22제37장 지위(地位)

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26제46장 선례(先例)27제47장 미결(未決)28제48장 스물세 해

제8부 이세(二世)

29제50장 이세(二世)30제51장 학교31제54장 세대(世代)32제55장 농장(農場)33제58장 개정(改正)34제60장 천이백네 호35제61장 계산(計算)

제9부 잔고(殘高)

36제63장 금(金)37제65장 두 자리38제68장 조건(條件)

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