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2부 상륙(上陸)
6화제10장 방청(傍聽)
둘 — 신청
한 해 전에는 반대로 움직였다. 1949년에 대한민국은 회원국이 되려고 했다. 신청은 처리되지 않았다. 한 나라가 반대했다.

그때 그것은 실패로 기록되었다. 외무부 1949년 연차보고의 해당 항목은 두 줄이다.
1949년 보고는 이렇게 적었다. — 가입 신청은 처리되지 않았다.
— 다음 회기에 다시 낸다.
1950년 11월에 같은 쪽을 다시 편 사람이 여백에 넉 줄을 적었다. 연필이고, 지우개로 지운 자국이 두 군데 있다.
— 다시 내지 않는다.
— 회원국이 되면 회원국의 자격 심사가 생긴다.
— 자격 심사에는 헌장 제4조가 걸린다. 우리는 통과하지 못한다.
— 신청하지 않으면 심사도 없다.
헌장 제4조는 회원국의 자격을 정한다.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일 것과 헌장의 의무를 수락할 것과 그 의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항목이 문제다.
의무를 이행할 능력은 영토와 인구와 세입으로 확인된다. 1950년 11월에 이 정부에는 세 가지가 다 없다.
여백에 넉 줄을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필의 자국이 백영주의 다른 문서와 같은 필압이라는 것이 유일한 단서다. 그는 그 뒤로 그 넉 줄에 관하여 아무 데도 쓰지 않았다.
다시 내지 않는다는 판단은 그해에 문서로 결재되지 않았다. 결재되지 않은 채로 마흔한 해 동안 유지된다. 이 정부가 다시 가입을 신청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잃을 의석이 없다는 것이 이 정부의 첫 번째 자산이 된다.
자산의 값은 그해에 이미 계산할 수 있었다. 회원국이 아니면 총회에서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으면 자기 국민에 관한 안건을 자기가 올릴 수 없다.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은 예순만 안팎이다. 그들의 지위를 다루는 논의가 앞으로 열릴 때, 이 정부는 그 논의를 방청 구역에서 듣는다.
들을 수는 있다. 그것이 이 회차의 제목이다.
셋 — 자리
11월 하순에 총회 사무처가 대표부에 통보를 보냈다. 갱신된 명부에 따른 좌석 배정이다.
사무처가 통보했다. — 귀 대표부에 지정된 좌석은 셋이다.
— 좌석은 어디인가.
— 본회의장 서편 방청 구역 제3열이다.
— 발언은 어떻게 신청하는가.
— 신청할 수 없다.
— 문서는 어떻게 배부하는가.
— 배부할 수 없다. 수령한다.
— 수령한 문서에 대한 의견은 어디에 내는가.
— 내는 곳이 없다.
— 그러면 이 대표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명부에 남아 있는 일이다.
명부에 적힌 이름은 「대한민국 상임 옵서버 대표부」다. 그 이름에는 국호가 들어 있다.
1950년 11월에 이 정부의 국호가 인쇄되어 여러 나라에 배포되는 문서는 그 명부 하나다. 관보는 등사본이고, 여권은 아직 없고, 조약은 하나도 없다.
명부는 회기마다 다시 인쇄된다. 인쇄될 때마다 국호가 한 번씩 더 찍힌다. 찍히는 것과 대표되는 것은 다르지만, 이 정부가 앞으로 일흔일곱 해 동안 붙들 것은 앞쪽이다.
대표부가 그해 겨울에 실제로 한 일은 문서를 받는 일이다. 회람 문서는 회기 중에 날마다 왔고, 넷이서 나누어 읽었다. 읽고 나서 요약을 만들어 야마구치로 보냈다. 야마구치에서 오는 회신은 대개 한 줄이었고, 그 한 줄은 잘 받았다는 뜻이었다.
읽은 것을 어디에도 낼 수 없는 부서가 무엇을 하는지에 관하여 백영주는 뒤에 한 문장을 남긴다. 우리는 세계가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 것을 날마다 확인하는 부서였다는 것이다.
좌석 셋 가운데 하나는 회기 내내 비어 있었다. 대표부 인원이 넷인데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은 둘이고, 하나는 사무실에서 전신을 지키고, 하나는 그날 받은 문서를 정리했기 때문이다.
빈 좌석은 좌석표에 그대로 남았다. 좌석표는 회기마다 다시 인쇄되고, 인쇄될 때마다 그 칸에 같은 이름이 찍혔다.
이 나라는 명부에 적혀 있는 동안 있다.
넷 — 선례
각서의 배포 명부에 대한민국 대표부는 없다. 배포 제한 문서이고, 옵서버 대표부는 수령인이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 두 줄만 대표부에 전해졌다. 전한 사람은 사무국 정무국의 하급 직원이었고 이름은 남아 있지 않다. 백영주가 뒤에 그 사람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일지에 적었다.
그가 전한 말은 두 줄이었다. — 이 사안에 선례가 없다고 적혀 있다.
— 그리고 선례가 생길 것이라고 적혀 있다.
백영주는 그날 저녁 일지에 그 두 줄을 옮겨 적었다. 서른한 살이었다.
그가 그때 그 두 줄을 어떻게 읽었는지는 그 아래 석 줄에 남아 있다. 선례가 생긴다면 그것은 우리 사건으로 생길 것이고, 우리 사건으로 생기는 선례는 우리를 지키는 선례일 것이라는 뜻이었다.
절반만 맞았다.
선례는 스물한 해 뒤에 생긴다. 1971년 가을이다. 그해 총회는 대표권에 관한 결의를 하나 채택하고, 어떤 대표를 자리에서 내보낸다. 내보내진 쪽은 회원국의 의석에 앉아 있던 대표다.
의석이 있으면 그 의석에 누가 앉는지를 총회가 표결로 정할 수 있다. 표결로 정할 수 있는 것은 표결로 바꿀 수도 있다.

이 정부의 대표부는 그날 방청 구역 제3열에 있었다. 그 자리는 결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상이 되려면 먼저 자리가 있어야 하고, 방청 구역은 자리가 아니다.
선례는 생겼다. 방향이 반대였다.
같은 날 백영주는 그 각서의 전문을 처음 읽는다. 이십 년이 지나 열람이 열렸기 때문이다. 스물한 해 전에 두 줄만 전해 들은 문서를 그날 열한 쪽으로 읽었다.
그가 그날 처음 본 것은 가운데 여덟 쪽이다. 결론보다 앞선 부분에 이 사안의 모양이 적혀 있었다.
각서 제7절은 이렇다. — 이 사안의 대표부는 대표할 정부가 있고 대표받을 영토가 없다.
— 통상의 사안은 그 반대다.
— 영토가 있고 그 위의 정부가 다투어지는 사안이다.
— 이 기구의 절차는 전부 뒤쪽 사안을 위하여 만들어져 있다.
— 그러므로 앞쪽 사안에는 적용할 절차가 없다.
— 절차가 없는 동안 현상은 유지된다.
현상이 유지된다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물한 해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동안 이 정부의 국민 수는 늘었다가 줄기 시작했다. 줄기 시작한 것은 총회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 아니다.
일지의 1971년 10월 25일 칸에는 그날 덧붙인 줄이 있다. 지워져 있다.
지운 것은 백영주 자신이다. 잉크를 긁어냈고, 긁어낸 자리에 종이가 얇아져 있다.
1994년에 유고를 정리한 사람이 그 자리에 각주를 달았다. 각주는 한 줄이다.
「판독 불능. 한 줄.」
미합중국 국무부 각서 「대일강화조약 서명국 자격에 관하여」 · 1951년 5월
『미국 대외관계 문서집』 1951년 제6권 제1부, 문서 585.
— 대한민국을 서명국에 포함시킬 근거로 제시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1년 이후 일본에 대하여 교전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 연합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어떤 지위로도 승인한 바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연합국이 아니며, 서명국이 될 자격이 없다.
승인하지 않은 것도 결정이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열 해 뒤에 결정이 하나 있었던 자리로 읽힌다.
읽는 쪽이 그렇게 읽어서가 아니다.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 자체가 증거로 쓰이기 때문이다.
하나 — 불승인
대표부는 각서의 요지를 6월에 알았다. 조회를 냈고, 회신은 실무자를 거쳐 구두로 왔다. 대표부 쪽이 받아 적은 것이 남아 있다.
대표부가 물었다. — 우리 정부는 1948년에 총회의 승인을 받았다.
— 그것은 1948년의 정부다.
— 1941년의 정부와 1948년의 정부가 다른가.
— 다르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 그러면 되지 않는가.
— 그 주장을 받아 준 나라가 그때 없었다.
— 받아 주지 않은 것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는가.
— 기록되어 있지 않다. 승인하지 않는 것은 문서를 남기지 않는다.
— 남기지 않은 것을 무엇으로 확인하는가.
— 없다는 것으로 확인한다.
대표부가 조회에 붙인 것은 문서 하나다. 1941년 12월에 임시정부가 낸 대일 선전 성명서다. 열 해 동안 어느 서고에서도 나오지 않다가 그해 봄에 상하이 시절의 등사본이 하나 확인되었다.
붙여 낸 뒤에 온 물음이 이랬다.
국무부 실무자가 물었다. — 이 성명서를 접수한 나라가 있는가.
— 접수 기록을 찾지 못했다.
— 그러면 이것은 무엇인가.
— 발표된 문서다.
— 발표는 통고가 아니다.
— 통고할 상대가 그때 우리에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
— 그것이 승인이 없었다는 말이다.
없는 문서는 반박할 수 없다.
이 문장이 이 편에서 세 번 더 쓰인다. 쓰일 때마다 상대가 바뀌고, 바뀐 상대는 언제나 이 정부보다 큰 쪽이다.
승인하지 않는 데에는 회의가 필요 없다. 표결도 필요 없고 통지도 필요 없다. 그래서 승인하지 않은 쪽은 나중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아도 된다. 설명을 요구하려면 요구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바로 승인이다.
둘 — 스물한째 조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약이 서명되었다. 서명한 나라는 마흔여덟이고 일본이 마흔아홉째다.
한국은 그 안에 없다. 그러나 조약문에는 한국이 나온다. 두 군데다.
| 조 | 한국에 미치는가 | 근거 |
|---|---|---|
| 제2조a — 일본의 한국 독립 승인 | 미친다 | 제21조 |
| 제4조 — 재산과 청구권의 처리 | 미친다 | 제21조 |
| 제14조 — 배상 | 미치지 않는다 | 서명국이 아니다 |
제21조는 서명국이 아닌 한국에 몇 개 조의 이익이 미치게 하는 조항이다. 이익은 받는다. 이익을 정하는 자리에는 앉지 않는다.
두 군데 다 한국은 주어가 아니다. 앞쪽에서 한국은 일본이 승인하는 대상이고, 뒤쪽에서 한국은 이익이 미치는 대상이다.
제14조가 빠진 것이 뒤에 가장 크게 남는다. 배상은 서명국 사이의 문제이고, 서명국이 아닌 쪽은 조약이 아니라 개별 교섭으로 간다. 개별 교섭에는 협상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이 정부에는 그 주체의 자격이 있다. 총회 결의가 유일한 정부라고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다만 교섭할 것이 있는 사람들은 일본에 있고, 이 정부의 관할은 그 사람들 위에 없다.
자격은 이쪽에 있고 사람은 저쪽에 있다.
배상 조항에서 빠진 나라. 교섭할 자격은 이쪽에 있고, 교섭할 것이 있는 예순만 명은 저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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