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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제11장 빈자리

· 58화 중 7화 · 3,42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둘 — 스물한째 조

조약이 다루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일본에 있는 사람들의 국적이다.

국적 없는 나라 7화 제11장 빈자리 — 헤더컷

조약 본문에 그 낱말이 없다. 없는 이유는 그것이 조약의 사항이 아니라 일본 국내법의 사항이라고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그 정리를 문서로 요구한 나라는 없다. 요구할 자격이 있는 나라가 서명국 가운데 없었다.

그래서 예순만 명의 국적은 조약이 아니라 통달로 정해진다.

날짜는 1952년 4월 28일이다. 조약이 발효하는 날이고, 이 정부가 자기 국적법을 공포하는 날이다. 두 문서는 같은 날 서로 다른 곳에서 시행된다.


대표부는 그날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서명식장의 좌석표에 대한민국이라는 칸은 없다. 좌석표는 서명국 순으로 짜였고, 서명국이 아닌 쪽을 넣을 줄이 애초에 없었다.

식장은 오페라하우스였다. 무대에 조약문 두 부가 놓였고, 서명은 반나절에 끝났다.

대표부가 받은 것은 방청권 두 장이다. 인쇄된 것은 좌석 번호와 날짜뿐이고 국호는 없다. 방청권은 나라에 발급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발급된 것이다.

두 장은 대표부 문서철에 반쪽만 남아 있다. 나머지 반쪽은 입장할 때 뜯겼다.

남은 반쪽에 적힌 것은 숫자 넷이다.


요코하마 지방재판소 소화 26년(1951) 퇴거강제 처분 취소 청구 사건 판결문

1951년 12월 선고. 『재일한인 관계 재판 자료』 제1집, 재일한인역사자료관, 1998 수록.

—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 이유 중. 원고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급하였다는 여권을 소지한다. 피고는 그 정부가 관할하는 영역이 없으므로 그 문서는 여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원고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이 재판소는 확정할 수 없다.

1951년 12월, 한 재판소가 사람 하나의 국적을 확정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적고 나서 청구를 기각했다. 확정할 수 없는 것과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회차는 그 두 문장 사이의 거리에 관한 것이다.

하나 — 아홉

망명정부 외무부는 1951년 3월부터 여권을 발급했다. 국적법은 아직 없다. 근거로 든 것은 결의 195(III)와 관보 제1호다.

만드는 법은 단순했다. 청색 표지에 등사로 밀고, 번호는 손으로 매기고, 사진은 없는 사람이 더 많았다. 사진이 없는 것에는 인상 기재란이 있었다.

신청서 서식에 「소속」 칸이 있다. 넣은 사람이 새로 만든 칸이 아니다. 전해 여름 부산항 승선자 명부의 서식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옮긴 이유는 다른 서식이 없어서다.

그래서 배에 오를 때 소속이 없던 사람은 여권 신청서에서도 그 칸을 비운다. 비운 칸은 반려 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심사가 길어진다.

받아 주는 나라는 그해 말에 아홉이다. 아홉을 셈한 방식은 대표부 문서에 적혀 있다. 결의 195(III)를 근거로 이 정부를 승인한 나라 가운데, 자기 나라 입국 서류에 이 여권 번호를 적어 준 나라를 셌다.

두 해 뒤에 둘이 된다.

구분1951년 말1953년 말
유엔군 파병국31
중남미41
그 밖20

그만두는 이유는 대개 하나다. 본토와 무역을 트는 나라가 먼저 그만둔다. 통상 사절이 오가기 시작하면 상대가 그 여권을 문제 삼고, 문제 삼으면 접수를 멈추는 쪽이 값이 싸다.

멈추는 방식이 특이하다.


그 나라 외무부가 구두로 통보했다. — 접수를 중지한다.

— 사유를 문서로 받을 수 있는가.

— 문서로 하지 않는다.

— 왜 하지 않는가.

— 문서로 하면 승인을 철회한 것이 된다.

— 그러면 우리는 승인된 채로 접수되지 않는가.

— 그렇다.


승인은 남기고 접수는 그만둔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정부는 여기서 배운다.

배운 것을 이 정부는 뒤에 자기 국민에게 그대로 쓴다. 명부에는 남겨 두고 자격은 정지하는 방식이다. 배운 자리와 쓰는 자리 사이가 스무 해다.

둘 — 두 장

원고의 이름은 판결문에 없다. 그 시기 이런 사건의 판결문은 원고를 성만 적거나 원고라고만 적었다.

원고가 가진 종이는 두 장이다.

하나는 1947년에 받은 외국인등록증명서다. 국적란에 「조선」이라고 적혀 있다. 그 두 글자는 나라 이름이 아니다. 어느 반도에서 왔다는 기호다.

하나는 1951년 여름에 받은 망명정부 여권이다. 국적란에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다. 이쪽 두 글자는 나라 이름이다. 다만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

두 장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사람이 두 가지로 적혀 있다. 두 장 다 관청이 낸 것이다. 한쪽은 이 사람이 서 있는 땅을 다스리는 관청이 냈고, 다른 한쪽은 이 사람이 자기 나라라고 부르는 정부가 냈다.

앞쪽 관청은 뒤쪽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뒤쪽 정부는 앞쪽 관청의 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두 종이가 서로를 지우지 않고 한 사람의 주머니에 같이 들어 있다.


재판장이 물었다. — 원고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 대한민국 사람이다.

— 무엇으로 그러한가.

— 여권이 있다.

국적 없는 나라 7화 제11장 빈자리 — 전환컷

— 이 여권을 발급한 관청은 어디에 있는가.

— 야마구치에 있다.

— 야마구치는 일본이다.

— 관청이 일본에 있는 것과 관청이 일본 것인 것은 다르다.

—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을 이 재판소는 가지고 있지 않다.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은 그 자리에서 원고에게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쓰이지 않았다. 재판소는 그 물음을 판단하지 않고 옆으로 치웠다.

판단하지 않는 것이 판단을 지는 것보다 안전하다.

셋 — 기각

판결 이유의 마지막 문단은 넉 줄이다.


— 원고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이 재판소는 확정할 수 없다.

— 다만 퇴거강제의 적법성은 원고의 국적이 아니라 재류 자격의 유무로 판단한다.

— 원고에게 재류 자격이 없다.

— 그러므로 청구를 기각한다.


처분은 확정되었다. 집행은 되지 않았다.

집행하려면 보낼 곳을 정해야 하고, 보낼 곳을 정하는 것이 곧 국적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소가 옆으로 치운 물음이 집행 단계에서 그대로 돌아왔다.

원고는 그 뒤로 그 나라에서 계속 살았다. 처분을 지고 살았다. 해마다 등록을 갱신했고, 갱신할 때마다 국적란에는 「조선」이 적혔다.

여권은 서랍에 들어갔다. 그 여권으로 갈 수 있는 나라는 그해에 아홉이다. 두 해 뒤에 남는 둘은 배로 한 달이 걸리는 곳이다.

뒤에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더 쓸모 있는 종이가 생긴다. 국적이 없다고 적힌 종이다. 나라가 없다고 적으면 지나갈 수 있고, 나라가 있다고 적으면 그 나라를 대라고 한다.

국적을 정하지 않고도 사람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이 판결의 발견이다.


이 판결의 기사는 이듬해 봄 어느 신문 안쪽 면에 두 단으로 났다. 스물한 살 난 사람 하나가 시모노세키의 하숙에서 그것을 읽었다.

강말선이다. 두 해 전에 남의 서류로 배에 올랐고, 내릴 때 그 서류를 바다에 버린 사람이다.

기사에서 그가 본 것은 원고의 여권이 아니다. 여권을 낸 사람이 그것 때문에 재판소 앞에 섰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날 이후로 자기 이름이 적힌 종이를 늘리지 않기로 한다.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육십사 년 뒤에 계산된다.

그가 쉰아홉 해 뒤에 남긴 구술에서 이 대목은 두 줄이다.


— 나는 그 기사를 오려 두었다.

— 오려 둔 것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윤계원 유고』 제2장

1991년 유족 공개. 사가(私家) 인쇄, 비매품. 원고는 1979년에서 1985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제2장의 표제는 「창고」다.

— 나는 법을 만든 사람으로 불린다.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 나는 명부를 만들었다. 법은 명부를 만들기 위한 절차였다.

그 순서를 나는 서른다섯 해 동안 한 번도 뒤집어 보지 않았다.

이 나라의 첫 법은 차 상자 위에서 쓰였다.

하나 — 차 상자

야마구치의 임시 청사는 목재 창고였다. 현이 빌려준 것이 아니라 현이 쓰지 않던 것이다. 두 문서고가 이 정부의 발생지를 서로 다르게 적었지만, 창고가 창고였다는 것은 양쪽이 같다.

바닥은 쓸어 낸 콘크리트다. 다듬지 않은 소나무 널을 가대에 얹어 탁자로 썼다. 서류받침은 차 상자다. 상자를 세워 놓으면 높이가 알맞았다. 벽 높은 곳에 창이 하나 있고 빛은 하루에 두 번 든다.

윤계원은 그때 마흔넷이었다. 법제처 사무관이었고, 1950년 8월 부산항에서 셋째 항으로 배에 올랐다. 부두 각서의 셋째 항은 관공서 직원과 그 가족이다.

그의 이웃 두 집은 다섯째 항이었다. 다섯째 항에는 인원 상한이 적혀 있지 않았고, 명부 넉 권 어디에도 그 두 집의 이름은 없다.

지시가 내려온 것은 1951년 12월이다. 요코하마의 재판소가 사람 하나의 국적을 확정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은 달이다. 지시문은 두 줄이었다.


— 국민의 자격에 관한 법률안을 기초한다.

— 기한은 정하지 아니한다.


그는 회신에 한 줄을 붙여 올렸다.


— 자격을 정하기 전에 확인하는 방법을 먼저 정하여야 한다.


회신에 대한 회신은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은 것을 그는 승낙으로 읽었다. 유고에 그렇게 적혀 있다.

그 두 줄이 왜 그달에 내려왔는지는 지시문에 없다. 유고에는 있다. 요코하마의 판결문 사본이 그달 셋째 주에 청사에 닿았고, 내무부장이 그 가운데 한 줄에 밑줄을 그었다.

요코하마 판결문 사본이 청사에 닿고 내무부장이 한 줄에 밑줄을 긋는다. 차 상자 위에서 첫 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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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8제13장 창고9제14장 혈통(血統)10제16장 아홉 조11제18장 두려움12제19장 국민증(國民證)13제21장 잔류(殘留)

제4부 이산(離散)

14제23장 수용(收容)15제25장 반납(返納)16제27장 농지(農地)17제30장 품

제5부 부담(負擔)

18제31장 요율(料率)19제33장 가난20제34장 유택(幽宅)21제36장 국교(國交)22제37장 지위(地位)

제6부 명부(名簿)

23제39장 정리(整理)24제42장 열한 줄25제44장 말소(抹消)

제7부 의석(議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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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이세(二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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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부 잔고(殘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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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