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0부 삼세(三世)
41화제72장 소급(遡及)
다섯 — 두 통
선고는 2000년 10월 어느 날 오전에 있었다. 법정에 온 사람은 대리인 한 사람과 서기 둘이다.

원고는 그해 겨울에 판결 등본 두 통을 신청해서 받았다. 등본에는 그의 이름이 두 번 적혀 있다. 본명과 통명이다.
이 정부가 그의 이름을 적은 문서는 그 등본과 반려서 두 장이 전부다.
그는 등본 한 통을 어머니의 국민증과 같은 봉투에 넣었다. 다른 한 통은 대리인에게 두었다.
대리인이 그 한 통을 둔 자리는 사건 기록철이다. 기록철의 표지에는 사건번호와 당사자 표시가 있다. 당사자 표시에 적힌 것은 본명 하나다. 그 사무소의 표지 서식에 이름 칸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의 이름이 한쪽 서류에서는 둘이고 다른 쪽에서는 하나다.
봉투에 이름을 적는 칸은 없다.
「등록 국민 자녀 진학 실태」
대한민국 망명정부 문교부 조사 제7호. 단기 4337년(2004) 11월. 호놀룰루·오사카.
— 조사 대상. 1985년 이후에 태어난 등록 국민의 자녀로서 그해 상급학교에 지원한 자.
— 표본 천이백여섯. 회수 팔백열아홉. 회수율 여섯 할 여덟 푼.
부표를 하나 둔다. 등록하지 아니한 세대의 자녀는 표본이 아니다. 참고로만 싣는다.
원서 봉투에 넣을 것이 한 장 모자랐다.
하나 — 요건
강수영은 198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강말선의 손녀다.
그가 나온 학교는 각종학교다. 열두 해를 다녔고 수료증을 받았다. 그 수료증은 일본의 고교 졸업 자격이 아니다.
이 정부의 학력도 아니다. 이 정부에는 학력을 인정하는 조문이 없다. 있는 것은 강습소를 열 수 있다는 규칙뿐이다.
그해 그가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을 학교 교무실에서 한 장에 적었다.
| 가진 것 | 갖지 못한 것 |
|---|---|
| 열두 해의 수료증 | 어느 나라의 고교 졸업 자격 |
| 무국적자 여행증명서 | 재입국 허가의 보장 |
| 개별 심사를 받는 대학 두 곳 | 낼 수 있는 장학금 |
앞 칸이 셋이고 뒤 칸이 셋이다. 셋씩인 것은 우연이다.
가운데 줄의 여행증명서가 이 표에 든 사유는 따로 있다. 원서에는 신분을 적는 칸이 있고, 그가 붙일 수 있는 서류가 그것뿐이었다.
그 증명서는 나라가 발급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없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것이다. 받는 대학이 있고 받지 않는 대학이 있다.
— 이 칸에 무엇을 적는가.
— 여권 번호를 적는 칸이다.
— 나는 여권이 없다.
— 증명서 번호를 적어라.
— 그것을 여권 번호 칸에 적어도 되는가.
— 되는 학교가 있고 안 되는 학교가 있다.
— 어느 쪽인지 미리 알 수 있는가.
— 물어보면 알려 준다. 물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수험 자격을 얻는 길은 그해 셋이었다.
첫째는 대학이 스스로 자격을 심사하는 것이다. 2003년부터 그렇게 하는 대학이 늘었다. 심사에 드는 서류는 학교마다 다르다.
둘째는 검정시험을 따로 치는 것이다. 한 해가 더 든다.
셋째는 없다. 셋째 길이 있다고 적힌 안내가 여럿 있었으나 읽어 보면 앞의 둘 가운데 하나였다.
응시할 자격은 대학이 주고 그 자격은 그 대학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검정시험 쪽을 고르지 않은 사유는 한 해다. 그 한 해 동안 그는 어느 학교에도 적을 두지 못한다. 적을 두지 못하면 재류 자격의 갱신에서 사유란이 비고, 비면 창구가 묻는다.
묻는 것 자체가 이 집안이 오십 년 동안 피해 온 일이다.
장학금은 셋이다. 이 정부의 것 하나와 일본 쪽 것 둘이다.
이 정부의 것은 등록 국민의 자녀에게만 준다. 부담금 납부란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의 집에는 국민증이 없다.
일본 쪽 둘 가운데 하나는 국적을 묻고 하나는 고교 졸업 자격을 묻는다.
세 곳에서 묻는 것이 다르고, 그가 걸리는 자리는 세 곳 다 있다.
둘 — 부표
문교부 조사관이 그 학교에 온 것은 그해 9월이다. 조사표를 나누어 주고 회수하는 일로 이틀이 걸렸다.
셋째 날에 교무 담당과 문답이 있었다. 조사보고서 부표의 머리에 그 문답이 열두 줄로 실렸다.
— 이 학교 졸업생 가운데 등록 국민의 자녀는 몇인가.
— 열에 셋이다.
— 나머지 일곱은.
— 이 조사의 대상이 아니다.
— 그 일곱은 어디에 적히는가.
— 우리 학교 명부에 적힌다.
— 그 명부를 받을 수 있는가.
— 무엇에 쓰는가.
— 부표를 만든다.
— 부표는 표본이 아니라고 앞에 적혀 있다.
— 적혀 있다.
— 그러면 드리지 않겠다. 이 아이들의 조부가 등록하지 아니한 사유가 명부다.
조사관은 그 자리에서 더 묻지 않았다. 보고서 부표에는 학교 이름 없이 「어느 학교」라고만 적혔다.
세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세어 달라고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셋 — 오십이 년
부표의 뒤쪽에 면담 기록이 셋 실렸다. 이름은 지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그해 지원한 학생의 것이다.

— 무엇이 가장 어려웠는가.
— 원서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그러면 무엇이 어려웠는가.
— 자격을 묻는 칸마다 적을 것이 달랐다.
— 어떻게 적었는가.
—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적었다. 학교마다 달랐다.
— 할아버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 있다.
— 무어라 하시던가.
—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으셨다.
— 그러면 무어라 하시던가.
— 그때는 그것이 옳았다고 하셨다.
그의 조부가 등록소 앞에서 돌아선 것은 1952년 여름이다. 그해 그는 스물한 살이었고 어시장에서 얼음을 깨는 일을 하고 있었다.
돌아선 사유를 그는 그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한 것은 오십삼 해 뒤다.
그 판단이 오십이 년 뒤 이 교무실의 종이 한 장에서 셈이 되었다. 셈의 결과는 두 자리다. 지원할 수 있는 곳 둘, 낼 수 있는 장학금 영이다.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적지 않기로 한 값을 그의 손녀가 자기 이름을 적는 자리에서 치른다.
조사보고서의 본문은 스물두 쪽이고 부표는 넉 쪽이다.
본문의 결론은 두 줄이다. 등록 국민 자녀의 진학률이 앞 조사보다 떨어졌다는 것과 그 사유를 밝히려면 다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조사는 그 뒤 이십 년 동안 하지 않았다. 문교부의 조사 예산이 조사 제7호를 끝으로 다른 항목으로 옮겨 갔다.
부표 넉 쪽에는 결론이 없다. 부표에 결론을 달지 않는 것이 조사 규칙이다. 표본이 아닌 것으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규칙이다.
그해 11월에 두 곳 가운데 한 곳에서 회신이 왔다. 제목은 「수험 자격 개별 심사 결과 통지」다.
통지서의 마지막 줄은 이렇다. 「본 결과는 본교에 한한다.」
다른 학교에 내려면 처음부터 다시 낸다. 그 줄은 통지서 서식에 미리 인쇄되어 있는 줄이다.
『강말선 구술』 제18회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채록. 2011년 3월, 오사카. 채록자 두 사람. 녹음 백일곱 분.
— 제18회는 2005년 봄의 일을 다룬다. 구술자는 그때 일흔넷이었다.
— 구술자의 요청으로 사람 이름 둘을 지웠다. 지운 자리는 ○로 둔다.
이 회에는 날짜가 없다. 구술자가 날짜를 대지 않았다.
이 회에서 그는 한 번도 나라라는 낱말을 쓰지 않는다.
하나 — 보증인 칸
2005년 봄에 손녀가 그의 방에 왔다. 대학에 붙었다는 말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장학금 서류의 보증인 칸을 채우러 온 것이다.
보증인 칸에는 국적과 재류 자격과 근무처를 적는다. 세 칸 다 적을 수 있었다. 다만 국적 칸에 적을 것이 나라 이름이 아니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오십삼 해 전 이야기를 했다.
— 나는 그 애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 설명할 것이 하나인 줄 알았다.
— 등록소 앞에서 돌아선 이야기다. 스물한 살 때 일이다.
— 그 이야기를 하려니 형 이야기부터 해야 했다.
강말선의 형은 1950년 여름에 본토에 있었다. 배를 탄 것은 동생 하나다.
두 사람이 다시 소식을 주고받은 것은 1957년이다. 편지는 세 나라를 돌아서 왔다.
— 형은 1959년 겨울에 배를 탔다.
— 니가타에서 탔다. 나는 가지 않았다.
— 가지 않은 사유를 그때는 대지 못했다.
— 편지가 두 번 왔다. 1961년과 1963년이다.
— 두 번째 편지에 우리 어머니 이름이 없었다.
— 첫 번째 편지에는 있었다.
— 나는 그 뒤로 편지를 쓰지 않았다.
— 쓰면 그쪽에서 답을 해야 한다.
1952년 여름 등록소의 서식에는 칸이 다섯이었다. 성명, 생년, 본적, 아버지 이름, 그리고 소속이다.
그가 돌아선 것은 다섯째 칸 앞이다. 그때 그가 생각한 것은 소속이 아니라 본적이었다고 이 회에서 말한다. 본적을 적으면 그 자리에 형이 산다.
편지 두 통은 지금도 있다. 구술 채록 때 그는 그것을 가져오지 않았다.
가져오지 않은 사유를 묻자 두 문장으로 답했다. 그 두 문장이 이 회에서 가장 짧은 대목이다.
— 그것은 형의 글씨다.
— 그 글씨를 남의 서류함에 넣고 싶지 않다.
이 사람이 오십오 해 동안 지킨 것은 명부에 오르지 않는 것 하나다.
둘 — 방 한 칸
손녀를 강습소에 보낸 것은 1992년이다. 여섯 살이었다.
강습소는 이 정부의 문교부가 연 것이다. 오사카에 하나, 시모노세키에 하나였다. 여는 데 든 것은 방 한 칸과 강사 둘이다.
강습소는 등록을 묻지 않았다. 국민증을 보자고 한 적도 없다. 묻지 않은 사유가 규칙에 적혀 있지는 않다. 물으면 아이가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사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형의 글씨다.」 오십오 해 동안 그가 지킨 것은 명부에 오르지 않는 것 하나였다.
남은 17화 · 약 61,454자 · 약 88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