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5부 부담(負擔)
19화제33장 가난
「등록 국민 소득분위별 부담금 납부율」
망명정부 내무부 통계과. 단기 4296년(1963) 4월. 등사 60부. 각 등록소 및 재무부 배포.
— 집계 기준일 단기 4295년 12월 31일.
— 모집단은 그해 소득 신고서를 제출한 등록 국민으로 한다.
각주 제3항. 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는 소득을 알 수 없으므로 분위를 정할 수 없다. 이 표에 포함하지 아니한다.

이 표는 정확하다. 정확한 것이 이 표의 문제다.
표는 한 장이고 다섯 줄이다.
| 분위 | 납부율 | 미납 총계에서 차지하는 몫 |
|---|---|---|
| 1(최저) | 8% | 33 |
| 2 | 22% | 28 |
| 3 | 41% | 21 |
| 4 | 66% | 13 |
| 5(최고) | 85% | 5 |
첫 줄과 마지막 줄의 차이가 열 배가 넘는다. 여기까지는 놀랄 것이 없다. 정률로 매긴 부담을 소득이 적은 쪽이 덜 내는 것은 어느 나라 장부에서나 같다.
다섯 값을 분위 균등으로 평균하면 이 나라의 그해 납부율은 백에 마흔넷 언저리다.
오른쪽 칸을 세로로 읽으면 다른 것이 보인다. 내지 못한 사람의 열에 여섯이 아래 두 분위에 있다.
이 나라의 부담금은 소득에 따라 매겨졌다. 걷히지 않은 것도 소득에 따라 걷히지 않았다.
분위의 경계는 이 정부가 정한 것이 아니다. 신고서에 적혀 온 액을 다섯 무더기로 똑같이 나눈 것이다.
똑같이 나누면 경계가 해마다 움직인다. 그래서 이 표의 1분위는 가난의 기준이 아니라 그해 신고한 사람 가운데 아래 다섯째다.
기준이 없는 자리에서 통계를 만들면 순서만 남는다. 이 표에 있는 것도 순서다.
각주 제3항이 이 표의 실제 크기를 정한다.
모집단은 신고서를 낸 사람이다. 신고서를 내지 않은 사람은 소득을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므로 분위가 없고, 분위가 없으므로 표에 자리가 없다.
내지 못한 사람과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 앞의 사람은 이 표의 첫 줄에 있고, 뒤의 사람은 이 표 밖에 있다.
바깥이 얼마나 큰지는 이 표가 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는 자료가 통계과에 없다.
통계과 직원이 물었다. — 각주 제3항을 표 안으로 들일 수 없는가.
— 무슨 칸에 들이는가.
— 여섯째 줄을 만들어 미상이라고 적는다.
— 미상은 분위가 아니다.
— 분위가 아닌 것을 적으면 안 되는가.
— 이 표의 제목이 소득분위별이다.
— 그러면 제목을 고치는가.
— 제목을 고치면 위에서 다른 표를 요구한다.
— 어떤 표를 요구하는가.
— 신고하지 아니한 사람이 몇인지를 적은 표다.
— 그 표를 만들 수 있는가.
— 만들 수 없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가 모른다.
— 각주로 두면 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 국민 명부에 있다.
— 국민 명부에는 있고 이 표에는 없는가.
— 그렇다.
— 그러면 각주로 두는가.
— 각주로 둔다.
세지 못하는 것을 각주로 옮기면 표는 완성된다. 완성된 표는 자기가 무엇을 빠뜨렸는지 말하지 않는다.
이 표가 만들어진 진짜 용도는 통계가 아니었다.
제6조는 등록하고 부담금을 낸 국민이 의원을 선출한다고 적었다. 그해에 내지 않은 사람은 이듬해 선거인 명부에서 빠진다.
선거인 명부는 해마다 새로 짠다. 짜는 자료가 납부 기록이다.
그래서 이 표의 첫 줄에 있는 사람들은 이듬해 명부의 어느 줄에도 없다. 국민 명부에는 있고 선거인 명부에는 없다.
그리고 소득 자료는 선거인 명부를 따라 움직인다. 이듬해 통계과가 집계하는 소득은 그해에 낸 사람의 소득이다.
해마다 아래쪽이 조금씩 빠진 자료로 평균을 내면 평균은 반드시 오른다.
1963년 표의 여백에 연필로 적힌 셈이 하나 있다. 두 해치 평균을 견준 것이다.
견준 사람은 그 옆에 넉 자를 적었다. 「분모 주의」.
그 넉 자가 무엇을 주의하라는 것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적은 사람은 통계과 직원이었고 그해 가을에 부서를 옮겼다.
옮긴 뒤로 그 여백에 무엇을 덧붙인 사람은 없다.
이 나라의 국민은 해마다 조금씩 부유해진다.
부유해진 것이 아니다. 가난한 쪽이 표에서 나갔을 뿐이다.
나간 사람은 나갔다는 통지를 받지 않는다. 명부에서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여덟 해 뒤 이 표는 다시 꺼내진다. 꺼낸 부서는 통계과가 아니고, 찾은 것은 첫 줄이다.
『백영주 외무 일지』 1965년 7월분
1994년 유족 공개. 양장 수첩 열한 권 가운데 제6권. 호놀룰루·뉴욕 재임 기간분.
— 7월 19일. 오전에 연락을 받았다. 오후에 대표부에 알렸다.
— 7월 20일. 첫 안건은 장례가 아니었다. 통지였다.
— 7월 21일. 세 가지 안이 올라왔다. 셋 다 땅에 관한 것이다.
— 7월 26일. 오늘 결정된 것을 적어 둔다. 이 정부는 땅을 한 필지 갖는다.
같은 날 아래. 열세 해 동안 우리가 문서로만 가지고 있던 것을 오늘 처음 등기로 가졌다. 그런데 그 등기에 우리 이름은 없다.
1965년 7월 19일, 호놀룰루에서 대통령이 죽었다.
하나 — 이레
일지의 그 여드레는 다른 달보다 글씨가 작다. 칸을 늘리지 않고 줄을 늘렸기 때문이다.
첫날 적힌 것은 두 줄이고, 둘째 날부터 쪽이 넘어간다.

둘째 날의 첫 안건은 장례가 아니었다. 통지였다.
부고를 어디로 보내는가. 보내는 곳이 정부이면 그 정부가 조문의 격을 정한다. 격이 정해지면 그 격이 이 정부의 격이 된다.
승인하지 않은 나라는 조문을 보내지 않는다. 보내면 승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해 7월 하순에 대표부로 들어온 조전은 대부분 개인 명의였다. 대학과 교회와 옛 동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정부 명의로 온 것은 없다.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대표부는 알고 있었다.
그해 6월에 일본과 본토 사이에 조약이 하나 맺어졌다. 그 조약이 있고 한 달 뒤다.
부고를 어디로 보낼지를 정하는 자리에서 그 조약을 입에 올린 사람은 없다. 올릴 필요가 없었다. 보낼 곳의 목록이 이미 짧아져 있었다.
대표부 직원이 물었다. — 유해를 어디로 모시는가.
— 본디 가야 할 곳이 있다.
— 그곳에는 우리가 갈 수 없다.
— 그러면 여기 모신다.
— 여기 어디에 모시는가.
— 땅이 있어야 한다.
— 우리에게 땅이 있는가.
— 없다.
— 빌리는 것은 어떠한가.
— 묘지는 빌리는 것이 아니다.
— 그러면 사는가.
— 살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본다.
이 마지막 물음이 이레를 잡아먹었다.
장례의 격을 정하는 데 하루가 들었고, 땅을 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엿새가 들었다.
둘 — 세 가지 안
7월 21일에 올라온 안은 셋이다.
첫째, 하와이의 한 묘원에 임시로 모시고 본토 회복일에 옮긴다. 둘째, 화장하여 정부가 보관한다. 셋째, 필지를 사서 묘지로 쓴다.
첫째 안의 걸림돌은 낱말이었다. 이 정부는 열세 해 동안 임시였고, 임시라는 낱말이 붙는 것을 스스로 피해 왔다. 임시 안장은 임시가 하나 더 붙는 일이다.
제8조는 본토에 통치가 회복되는 날 등록한 국민이 돌아갈 권리를 가진다고 적었다. 임시 안장은 그 조문을 장례에 적용하는 일이 된다.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자리에서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그 조문이 정한 날이 언제인지를 정한 문서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안의 걸림돌은 청사였다. 이 정부의 사무소는 전부 임차이고 임차는 계약이 끝나면 옮긴다. 옮길 때마다 함께 옮기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아무도 적고 싶어 하지 않았다.
셋째 안의 걸림돌은 서류였다.
미국은 이 정부를 승인하지 않는다. 승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정부의 이름으로 등기소에 갈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아니고 회사도 아니고 승인된 정부도 아닌 것은 등기부의 소유자란에 적힐 수 없다.
땅을 빌리는 데도 나라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정부는 학교를 세우려다 알았다. 땅을 사는 데는 그것보다 하나가 더 필요했다.
법무 담당이 물었다. — 정부 이름으로 등기할 수 있는가.
— 없다.
— 개인 이름으로 하면 어떠한가.
— 그 개인이 죽으면 상속이 일어난다.
—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 여기 법으로 법인을 하나 세운다.
— 무엇을 하는 법인인가.
— 목적란에 한 줄만 적는다.
— 무엇이라 적는가.
— 묘지의 관리라고 적는다.
— 그 밖의 목적은 적지 아니하는가.
— 적으면 그 목적으로 이 법인이 쓰인다.
— 이사는 누구로 하는가.
— 셋을 둔다. 셋 다 우리 사람이다.
— 그러면 그 법인은 우리 것인가.
— 서류로는 아니다.
법인은 그해 8월에 호놀룰루에 등기되었다. 비영리이고, 자산은 필지 하나이며, 정관은 두 쪽이다.
정관 제2조가 목적란이다. 한 줄이고, 그 한 줄 밖의 일을 이 법인은 할 수 없다.
이사 셋은 정부 직원이다. 직원의 신분으로 이사가 된 것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이사가 되었다. 서류에 직함은 적히지 않았다.
셋 — 값
값은 그해 부담금 세입에서 냈다.
세출 항목의 이름이 문제였다. 국유재산 취득이라고 적을 수 없다. 이 정부의 예산서에 국유재산이라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없는 까닭은 단순하다. 열세 해 동안 살 것이 없었다.
회계과가 올린 안은 세 가지였고, 결재된 것은 셋째다. 「위탁 관리비」.
관리비로 적으면 매년 나가는 돈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해 이후 그 항목에는 해마다 잔디와 담장 값이 들어간다. 필지 값은 첫해에 한 번 들어갔고, 그 한 번이 항목의 이름과 어긋난 채로 남았다.
값이 얼마였는지는 그해 결산서에 있다. 결산서는 세출을 항목별로만 적고 건별로 적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나라가 자기 땅에 얼마를 썼는지는 그 항목 전체를 다른 해와 견주어야 짐작할 수 있다. 짐작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이 나라의 첫 부동산은 세출 항목에 자기 이름으로 적히지 못했다. 적을 난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난을 만들면 이 정부가 무엇을 가질 수 있는 정부인지를 먼저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열세 해 동안 문서로만 가지고 있던 것을 오늘 처음 등기로 가졌다. 그런데 그 등기에 우리 이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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