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1부 환류(還流)
46화제81장 준하는 기록
본토 특별경제구역 재판소 2013년 리(利)제7호 · 토지 리용권 확인 청구 사건
판정문 전 아홉 쪽. 주문과 이유의 첫머리만 옮긴다.
— 주문. 신청인의 청구를 인용한다.
— 이유. 신청인이 낸 「대한민국 재산등록부」 제3권 사본은 「토지리용법」 제18조 一호의 「이에 준하는 기록」에 해당한다.
이 재판소는 위 등록부를 작성한 주체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이 나라를 나라로 치지 않는 재판소가 이 나라의 장부를 증거로 받았다.
신청인은 오사카에 산다. 조부가 1955년에 도쿄 등록소에서 신고했고, 그 신고가 등록부 제3권에 있다. 필지는 밭 둘이다.
신청인은 특구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리인이 갔다. 대리인은 신청인의 사촌이고 일본 국적이다.
사촌은 1970년대에 국적을 바꾸었다. 바꾸기 전에 국민증을 반납하겠다고 냈다가 반려되었고, 반려 서식이 아직 그의 집에 있다.
등록한 쪽이 서류를 가졌고 국적을 바꾼 쪽이 다리를 가졌다. 이 사건은 그 둘을 합쳐야 성립했다.
심리는 두 번 열렸다. 두 번째 심리의 문답이 판정문 넷째 쪽에 실려 있다.
— 이 장부를 만든 곳이 어디인가.
— 하와이에 있는 사무소다.
— 그 사무소를 우리 공화국이 인정하는가.
— 인정하지 않는다.
— 그러면 이 장부는 무엇인가.
— 종이다.
— 종이에 적힌 것이 사실인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 알 수 없다.
— 알 수 없는 것을 왜 받는가.
— 이 구역에서 1950년 이전 토지대장으로 덮이는 필지가 열에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
— 나머지는 무엇으로 정하는가.
— 정할 것이 없다.
— 정할 것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 이 구역의 땅에 담보를 잡을 수 없다.
— 담보를 잡을 수 없으면.
—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三호의 의견서는 첫 심리 전에 들어왔다. 그 밭을 예순 해 넘게 부쳐 온 집안이 썼다. 넉 줄이다.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이 밭을 부쳤다. 종전 권리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들은 바 없다. 리용권이 다른 사람에게 가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 그것을 적을 칸이 이 서식에 없다.」
재판소는 이 의견서를 참고하였다고 적었다. 어떻게 참고하였는지는 적지 않았다.
— 三호의 의견서를 어떻게 참고하는가.
— 조문에 정한 바가 없다.
— 정한 바가 없으면 무엇을 보는가.
— 앞의 사건을 본다.
— 앞의 사건이 몇 건인가.
— 이것이 일곱째다.
— 앞의 여섯은 어떻게 하였는가.
— 여섯 다 참고하였다고 적었다.
판정문의 이유는 다섯 쪽이지만 실질은 마지막 두 줄이다.
「달리 이 필지의 종전 권리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제출될 가망도 없다.」
받은 까닭은 믿어서가 아니라 없어서다.
이 판정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다. 그 장부를 만든 정부가 무엇인가에 관한 판단이다.
빠뜨린 것이 아니라 빼기로 한 것이다. 판단하면 둘 중 하나를 적어야 한다. 인정한다고 적으면 예순세 해 동안의 문서가 뒤집히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적으면 이 사건의 증거가 없어진다.
그래서 적지 않았다. 적지 않는 것으로 두 가지가 동시에 유지된다.
정부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장부는 인정한다.
호놀룰루는 이 판정문을 관보에 싣지 않았다. 실으면 이쪽에서도 판단이 된다.
법무부는 내부 회람으로만 돌렸다. 회람 표지에 한 줄이 붙어 있다.
「본건은 판례가 아니다. 사례다.」
판례와 사례를 가르는 기준을 그 문서는 적지 않았다. 이 정부에는 그 기준을 정할 재판소가 없다. 대법원이 있지만 다루는 것은 국적 사건뿐이고, 땅을 다툴 땅이 없다.
이 사건 뒤로 신청서마다 등록부 사본이 붙었다. 붙지 않은 신청은 심리에 가지 못했다.
사본을 붙일 수 있는 사람과 붙일 수 없는 사람이 그날로 갈렸다. 가른 것은 재판소가 아니라 1952년의 등록 창구다.
신청인은 밭 둘의 리용권을 받았다. 오십 년이다.
그가 그 밭을 본 적은 없다. 조부도 1950년 여름 뒤로는 본 적이 없다.
리용권은 오십 년이고 그는 예순여덟이다. 기간의 끝을 볼 사람은 그 밭을 부치는 쪽 집안의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이름은 이 사건의 어느 서류에도 없다. 의견서에도 없다. 의견서는 세대주가 쓴다.

「특별경제구역 재판소 토지 리용권 확인 사건 처리 현황」 2013년분
본토 특별경제구역 관리위원회 사법지도과, 2014년 1월. 등사. 한 쪽.
표 아래에 한 줄이 있다.
「신청인의 국적별 분류는 하지 아니하였다.」
2013년 한 해에 이천사백열두 건이 접수되었다.
| 구분 | 건수 |
|---|---|
| 접수 | 2,412 |
| 인용 | 319 |
| 기각 | 1,904 |
| 취하 | 189 |
기각 사유의 최다는 종전 권리를 소명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소명은 서류로 한다. 서류는 세 가지이고 첫째가 一호다.
취하 백여든아홉 건은 대개 심리 전에 물러났다. 물러난 사유를 적는 칸은 서식에 없다.
접수 이천사백열두 건은 특구 세 곳에서 나왔다. 원산과 남포와 부산이다. 부산 몫이 절반을 넘는다.
부산은 1950년 8월에 배가 떠난 항구다. 그 배를 탄 사람의 손자가 예순세 해 뒤에 그 항구의 땅을 신청했다.
— 인용된 삼백열아홉 건의 一호 서류가 무엇인가.
— 전부 같다.
— 무엇인가.
— 대한민국 재산등록부 사본이다.
— 그 사본은 누가 떼는가.
— 등록한 국민과 그 상속인이 뗀다.
—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무엇으로 신청하는가.
— 신청한 기록이 없다.
국적별로 나누지 않았는데 국적별로 나뉘었다.
나눈 것은 이 표가 아니라 창구다. 창구는 1952년에 열렸고 열린 곳이 열한 곳이었다.
열한 곳에 닿을 수 있었던 사람의 후손이 이 표의 삼백열아홉이다. 닿지 못한 사람은 이 표의 어느 칸에도 없다. 기각에도 없고 취하에도 없다.
이 표를 받아 든 곳은 본토 관리위원회와 호놀룰루 법무부 둘이다. 한쪽은 처리 실적으로 읽었고 다른 한쪽은 다르게 읽었다.
관리위원회 쪽 회보에는 이 표가 「사업 첫해 정상 진행」이라는 제목 아래 실렸다.
법무부 회람의 표지에 셈이 하나 적혀 있다. 사십일만 이천 필지에 첫해 인용이 삼백열아홉이다.
이 속도라면 등록부를 다 대조하는 데 천 년이 넘게 걸린다는 셈이다. 리용권의 기간은 오십 년이다.
셈을 적은 사람은 그 밑에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재산등록부 상속 관계 조사 중간보고」
망명정부 법무부 법무국, 2014년 9월. 배포 열두 부. 전 마흔여섯 쪽.
조사 대상은 재산등록부 여덟 권의 등재자 전원이다.
— 등재자 가운데 생존이 확인된 사람은 백에 셋이 되지 아니한다.
— 나머지 필지의 권리는 상속인에게 있다.
상속인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이 이 정부의 법령에 없다.
제7조에는 상속에 관한 말이 한 마디도 없다.
하나 — 등재자
등재는 1952년에 시작해서 1974년에 끝났다. 신고한 사람은 대개 그때 어른이었다.
어른이었다는 것은 1950년에 자기 땅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알고 있으려면 그 땅에서 산 해가 얼마쯤 있어야 했다.
그래서 등재자의 나이는 처음부터 위로 몰려 있었다. 2014년에 조사를 하면 결과는 뻔했다. 뻔한 것을 확인하려고 조사를 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여러 필지를 신고한 경우가 많다. 등재자의 수는 필지의 수보다 훨씬 적다. 한 사람이 죽으면 여러 필지가 한꺼번에 임자를 잃는다.
조사를 시킨 것은 2013년의 사건 하나다. 같은 필지에 신청이 둘 들어왔다. 신청인 둘은 사촌이었다.
— 두 신청의 등록부 사본이 같은가.
— 같다. 제4권 같은 쪽이다.
— 등재자가 누구인가.
— 두 사람의 조부다.
— 조부는 언제 죽었는가.
— 1981년이다.
— 그 뒤에 이 필지의 권리가 누구에게 갔는가.
— 우리 법에 그것을 정한 조문이 없다.
— 그러면 지금까지 누구 것이었는가.
— 등록부에는 조부의 이름이 있다.
— 조부는 서른세 해 전에 죽었다.
— 등록부는 죽은 사람을 지우지 않는다.
사촌 둘의 사건은 그해에 처리되지 않았다. 재판소가 심리를 미루었다. 미룬 사유는 신청인 적격을 정할 기준이 신청인 쪽에 없다는 것이었다.
본토 재판소가 이 정부에 기준을 요구한 첫 문서다. 요구라고 적지는 않았다. 「보정을 명한다」고 적었다.
명령을 받을 자격이 없는 정부가 명령을 받았다. 법무부는 그 문서를 접수했다. 접수하지 않으면 필지가 넘어간다.
지우지 않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방침이다. 선거인 명부에서 시작해서 다른 명부로 옮겨 간 방침이다.
방침을 세운 사람의 이유는 명부가 작아지면 나라가 작아진다는 것이었다. 등록부는 그 이유가 통하지 않는 명부다. 등록부는 나라의 크기가 아니라 땅의 임자를 적는다.
죽은 사람을 지우지 않은 명부가 마흔 해 뒤에 땅의 임자를 정하지 못하는 명부가 되었다.
둘 — 준용할 것
이 정부에는 민법전이 없다.
만들지 않은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만들 까닭이 없었다. 이 정부가 다스리는 땅이 없고, 땅이 없으면 물건이 없고, 물건이 없으면 물건을 두고 다툴 일이 없다.
대법원이 있기는 하다. 예순두 해 동안 다룬 사건은 전부 국적이다. 국민인가 아닌가를 정하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오지 않았다.
판결의 수는 많지 않다.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건의 주문이 같다. 각하다. 각하는 판단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이다.
2014년에 처음으로 다른 일이 왔다. 법무부는 준용할 법을 정해야 했고, 안이 셋 올라왔다.
죽은 사람을 지우지 않은 명부가 땅의 임자를 정하지 못한다. 법무부 앞에 안이 셋 올라왔다.
남은 12화 · 약 44,008자 · 약 63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