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3부 국적(國籍)
56화제97장 확정(確定)
하나 — 일곱 달
— 살아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하는가.

— 다섯 해 안에 우리와 서류를 주고받았으면 확인으로 친다.
— 서류를 주고받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 확인되지 않는다.
— 확인되지 않는 것과 죽은 것은 다르다.
— 다르다. 그래서 따로 적는다.
— 따로 적으면 국회가 무엇을 표결하는가.
— 그것은 국회가 정할 일이다.
— 우리가 정해 주기를 바라고 넘긴 것이 아닌가.
— 바란 것과 물은 것은 다르다. 물은 것에만 답한다.
일곱 달 가운데 넉 달이 넷째 서류에 들어갔다. 유족의 신고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편지로 온 것이 있고 다른 신청서의 여백에 적혀 온 것이 있다.
정리단이 이 일을 맡은 것은 정리단이 사람을 세는 부서여서가 아니다. 국회의 연기 사유가 한 줄이었고, 그 한 줄을 받은 부서가 정리단이었기 때문이다.
땅을 대조하는 부서에 사람을 세라는 지시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리관 스물아홉 가운데 열넷이 이 일에 붙었다.
세 나라의 사망 기록을 대조하는 데 두 달이 더 들었다. 그 가운데 두 나라가 국적별로 통계를 내지 않는다. 이 나라 사람은 그 나라 통계에서 그 나라 사람이거나 외국인이거나 둘 중 하나로만 잡힌다.
남은 한 달은 표를 만드는 데 썼다. 표는 석 줄이다.
| 구분 | 사람 | 확인 근거 |
|---|---|---|
| 명부 등재 | 214,000 | 선거인 명부 |
| 생존 확인 | 96,000 | 부담금·국민증·신청 서류 |
| 확인되지 않음 | 118,000 | 없음 |
셋째 줄의 근거 칸에 적을 것이 없어서 없음이라고 적었다. 이 표에서 가장 오래 다투어진 것이 그 두 글자다.
일곱 달 동안 정리단이 확정한 것은 확정할 수 없다는 것 하나다.
둘 — 십일만 팔천
십일만 팔천은 셋 가운데 하나다. 죽었거나, 다른 나라 사람이 되었거나,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고서는 셋을 나누지 못했다. 나누지 못한 사유를 하나씩 적었다.
첫째. 죽은 사람을 이 정부에 알릴 창구가 없다.
창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알릴 이유가 없다. 사망을 신고하면 부담금이 끊기고, 부담금이 끊기면 다섯 해 뒤에 명부에서 말소되고, 말소되면 제7조의 권리가 상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죽음을 알리지 않는 것이 남은 사람에게 이득이다. 이 이득은 2010년에 생겼다. 그전까지는 알리든 알리지 않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둘째. 다른 나라 사람이 된 것을 이 정부가 아는 방법이 없다.
국민증의 반납은 서른다섯 해 동안 접수되지 않았다. 접수하지 않았으므로 반납한 사람의 명부가 없다. 반납하지 않고 다른 나라 여권을 쓰는 것은 아무 절차도 아니다.
이 나라에는 국적을 잃는 절차가 없다. 제3조는 확인하지 아니한다고만 적었고 확인하지 않는 것과 잃는 것은 다르다.
셋째. 주소가 마지막으로 갱신된 해가 1970년대인 등재자가 명부의 한 귀퉁이에 뭉쳐 있다.
그 귀퉁이가 삼만 이천이다.
삼만 이천은 새로 나온 수가 아니다. 1970년에 내무부가 등록부를 직접 세면서 죽었을 것이 확실하다고 분류한 사람의 수다.
분류는 했고 지우지는 않았다. 지우라는 근거 조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십육 해가 지났다. 그들은 지금도 명부에 있다.
— 1970년에 지우지 않은 삼만 이천은 이번에 어떻게 처리하는가.
— 처리하지 않았다.
— 그때보다 오십육 해가 지났다.
— 지났다.
— 그러면 죽은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 확실한 것과 근거가 있는 것은 다르다.
— 근거가 없으면 그들은 지금도 국민인가.
— 명부에 있다.
— 명부에 있으면 국민인가.
— 제3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 제3조는 등록한 사람의 국적을 확인한다는 조문이다.
— 등록을 취소하는 조문은 제4조 하나이고, 그 조문은 부담금만 본다.
이 나라에서 사람을 국민에서 빼는 방법은 죽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지 않는 것이다.
십일만 팔천을 셋으로 나누면 표가 예뻐진다. 나눌 자료가 없으므로 나누지 않았다.
보고서 제4절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게 되어 있다. 「본 단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사망으로 추정하지 아니한다. 추정할 권한을 정한 조문이 없다.」
실사 도중에 정리단으로 온 서류가 하나 있다. 2022년에 접수되었다가 종결된 신청의 재개 요청이다.
신청인의 조부는 등록하지 않았고 2016년에 죽었다. 그의 죽음은 일본에서 외국인등록 말소로 처리되었고 이 정부의 어느 명부에도 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 실사의 어느 칸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십일만 사천에도 없고 구만 육천에도 없고 십일만 팔천에도 없다.
보고서는 그 서류를 각주에 적었다. 각주는 두 줄이고 본문의 수를 고치지 않는다.

— 이 각주를 왜 다는가.
— 이 표가 무엇을 세지 않았는지 적어야 한다.
— 세지 않은 것을 적으면 표가 틀린 것이 된다.
— 표는 틀리지 않았다. 표가 세는 범위가 좁을 뿐이다.
— 국회는 그 구별을 읽는가.
— 읽지 않을 것이다.
— 그러면 왜 적는가.
— 뒤에 읽는 사람이 있다.
의뢰인은 국회다. 국회가 원한 것은 하나의 수였다. 받은 것은 두 개의 수와 하나의 빈칸이다.
붙임은 넉 장이다. 앞의 석 장은 대조 방법과 세 나라 통계의 출처와 유족 신고의 서식 견본이다.
넷째 장에는 표제만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명부.」
그 아래는 백지다. 만들 자료가 없어서 붙임 번호만 매겼다.
『윤계원 유고』 — 1952년 「국적법」 초안 제1장 여백 · 1970년 퇴임 소감문
1991년 유족 공개본. 『대한민국 국적법 개정사 자료집』 제1권 수록 예정 조판, 단기 4360년(2027) 1월.
초안은 갱지 열두 장이다. 첫 장 여백에 연필 글씨가 두 군데 있다.
위의 글씨는 1952년의 것이고 아래의 글씨는 1970년의 것이다.
두 글씨 사이에 열여덟 해가 있다. 종이는 한 장이다.
한 장의 종이에 적힌 두 줄이 활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 — 연필
조판은 1월에 시작되었다. 원본과 대조하는 일은 정리관 하나가 맡았다.
원본은 상자 안에 있다. 상자는 1991년에 유족이 낸 것이고 그 뒤로 여섯 번 열렸다. 이번이 일곱 번째다.
상자에 든 것은 넷이다. 초안 갱지 열두 장, 회보 한 권, 사진 한 장, 그리고 봉투 하나다. 봉투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고 겉면에 연도만 적혀 있다.
초안을 쓴 사람은 1952년 겨울에 마흔넷이었다. 그는 법제처 사무관이었고 그 관청은 그때 이미 없었다. 창고에서 썼다는 것은 유고에 적혀 있다.
대조를 맡은 정리관은 윤소진이다. 정리단 스물아홉 가운데 하나이고 초안을 쓴 사람의 증손녀다. 배정은 순번으로 났다. 유고 대조는 이번 조판에서 가장 지루한 일로 분류되어 있었다.
첫 장의 위쪽 여백에 글씨가 있다. 연필이고 진하다. 세 줄이다.
— 나라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은 땅과 사람과 정부라고 배웠다.
— 우리에게는 사람이 있고 정부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정확히 세면 된다.
— 명부는 나라보다 오래간다.
이 세 줄은 조문이 아니다. 조문을 쓰기 전에 적은 것이다. 아래에 이어지는 초안 본문의 첫 조는 목적이고 그다음이 국민이다.
셋째 조의 자리에 문장 하나가 지워져 있다. 연필로 그은 줄이 두 번 겹쳐 있다. 지워진 문장은 읽힌다.
「국민은 등록할 수 있다.」
그 아래에 고쳐 쓴 문장이 있다.
「국민은 등록한다.」
두 문장의 차이는 네 자다.
앞의 문장은 1949년 11월 24일 법률 제70호를 옮긴 것이다. 그 법에서 등록은 편의였다. 하면 좋고 하지 않아도 국민이었다.
뒤의 문장에서 등록은 요건이 된다. 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는다.
이 나라의 국민이 무엇으로 정해지는가는 그 네 자에서 갈렸다.
지운 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같은 연필이고 같은 종이다. 며칠 뒤일 수도 있고 같은 날일 수도 있다.
유고에는 그 문장을 고친 사유가 적혀 있지 않다. 적힌 것은 그 무렵의 다른 걱정이다. 명부가 틀리면 이 정부가 무엇으로 자기를 증명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틀리지 않은 명부를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명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을 국민에서 빼는 것이다.
그러면 명부는 틀리지 않는다. 대신 그 명부가 나라의 크기가 된다.
— 지운 자국도 실을 것인가.
— 실으면 조문이 두 개가 된다.
— 지운 것은 조문이 아니다.
— 지우기 전에는 조문이었다.
— 자료집에 실리는 것은 공포된 조문뿐이다.
— 그러면 이 종이는 왜 첫 문서로 넣는가.
— 공포되기 전의 종이이기 때문이다.
— 공포되기 전의 종이를 넣으면서 공포되기 전의 문장을 빼는가.
— 뺀다고 하지 않았다. 활자로 옮기지 않는다고 했다.
결정은 도판이다. 지운 자국이 있는 쪽은 사진으로 싣고 활자로는 옮기지 않는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읽고 옮겨 적는 사람은 옮기지 못한다. 자료집의 색인에도 오르지 않는다.
자료집은 지운 문장을 보이게 두고 찾을 수는 없게 했다.
둘 — 열여덟 해 뒤
같은 쪽의 아래쪽 여백에 글씨가 또 있다. 연필이고 흐리다. 한 줄이다.
그 한 줄은 1970년 퇴임 소감문의 마지막 줄과 같다. 소감문은 내무부 회보에 실렸고 열한 줄이다.
같은 여백에 열여덟 해 뒤의 흐린 연필 한 줄이 더 있다. 1970년 퇴임 소감문의 마지막 줄과 같은 문장이다.
남은 2화 · 약 9,152자 · 약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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