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부 승선(乘船)
3화제4장 승선(乘船)
하나 — 다섯 항
넷째 항의 「등록된 재외국민」은 지어낸 말이 아니다. 그 전해 겨울에 나온 재외국민등록법의 낱말이다. 그 법은 밖에 있는 사람을 등록으로 파악하도록 정해 두었다.

그 법이 내다본 밖은 일본과 만주와 미국이었다. 부산 부두는 밖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해 여름 부두에는 넷째 항이 실제로 있었다. 해방 뒤 다섯 해 동안 일본에서 공식 절차로 돌아온 사람이 구십사만 명을 넘는다. 그중에는 저쪽 등록을 지우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었다.
돌아온 사람이 다시 나가는 줄에서 넷째가 된다. 이것을 이상하다고 적은 기록은 통제소 일지에 없다.
순서를 정하는 일과 사람을 세는 일은 다른 일이다. 이 각서는 앞의 것만 했다.
둘 — 빈 상한
게시는 17일 아침에 끝났다. 그날 오후부터 통제소에 같은 질문이 왔다.
— 다섯째 항은 몇 명까지인가.
— 적혀 있지 않다.
— 적히지 않은 것은 제한이 없다는 뜻인가.
— 그런 뜻이 아니다.
— 그러면 무슨 뜻인가.
— 배가 남으면 태운다는 뜻이다.
— 배가 남는가.
— 남지 않는다.
상한을 적지 않은 것은 너그러움이 아니다. 적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한은 나눌 것이 있을 때 쓰는 낱말이다.
통제소는 같은 문답을 그날 오후 내내 되풀이했다고 일지에 적었다. 되풀이했다는 것은 적혀 있고 물은 사람의 수는 적혀 있지 않다.
셋째 항에도 적히지 않은 것이 있었다. 가족의 범위다.
— 가족은 어디까지인가.
— 호적에 같이 오른 사람.
— 호적을 가지고 왔는가.
— 가지고 온 사람만 해당한다.
호적은 관청에 있다. 그 관청은 대개 북쪽이나 서쪽에 있었고, 그해 여름에 그것을 챙겨 나온 집은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셋째 항의 실제 기준은 직장이 아니라 서류였다. 관공서 직원이라도 증명할 종이가 없으면 셋째가 되지 못했다. 직원이 아니어도 종이를 구하면 셋째가 되었다.
각서를 게시한 사람들은 그것을 알았다. 알면서 고치지 않았다. 고치려면 무엇으로 고칠지 정해야 하는데, 종이 말고 다른 기준을 그 부두에서 만들 방법이 없었다.
셋째 항의 자격은 사람에게 붙은 것이 아니라 종이에 붙은 것이었다.
이 각서는 나흘 동안 쓰였다. 폐지한 문서는 없다. 효력을 끝내는 문서가 없으므로 이 각서는 형식상 끝나지 않았다.
칠십칠 년 뒤 이 다섯 항은 다시 꺼내진다. 그때 그것은 승선의 순서로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이 회차의 소관이 아니다.
부두 통제소 근무 일지 8월 17일 항의 마지막 줄은 두 자다. 「게시함.」
무엇을 게시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그날 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적어 둘 필요가 없었다.
『승선자 명부』 제1권 · 권두 기재사항
부산항만사령부 편. 1950년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등사 갱지 좌철 넉 권.
제1권은 삼만 이천사백열두 명. 제2권부터 제4권까지는 권두에 인원이 적혀 있지 않다.
넉 권을 합한 수를 적은 종이는 이 명부에 딸려 있지 않다.
서식은 일련·성명·소속·항의 네 칸이다. 나이와 본적을 적는 칸은 없다.
명부는 정확하다. 정확한 것이 문제다.
하나 — 칸
네 칸 가운데 셋은 기계적이다. 일련은 순서고 성명은 이름이고 항은 각서의 번호다.
일을 하는 칸은 하나다. 소속이다.
소속이 정해지면 항이 정해진다. 항이 정해지면 줄이 정해진다. 줄이 정해지면 배가 정해진다. 소속 칸 하나가 나머지 셋을 다 정한다.
제1권 어느 쪽의 다섯 줄을 옮긴다.
| 일련 | 성명 | 소속 | 항 |
|---|---|---|---|
| 1140 | 윤계원 | 법제처 | 三 |
| 1141 | 윤계원 처 | 법제처 | 三 |
| 1142 | 윤계원 자 | 법제처 | 三 |
| 1143 | 판독 불가 | 공란 | 줄이 그어짐 |
| 1144 | 배동술 | 경상남도 | 三 |
두 줄은 이름이 아니다. 관계다. 셋째 항으로 배에 오른 사람 가운데 이름이 명부에 없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 사람들의 소속은 자기 것이 아니었다. 앞줄의 것을 물려받았다.
명부는 배마다 적히지 않고 부두마다 적혔다. 배가 정해지기 전에 줄이 먼저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1권에는 서로 다른 배에 탄 사람이 섞여 있고, 같은 배에 탄 사람이 두 권에 나뉘어 있다.
이 뒤섞임은 뒤에 문제가 된다. 배가 어디에 닿았는지로는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명부를 적던 서기의 말이 1953년 대조 각서에 붙어 있다.
— 소속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적었는가.
— 적지 않았다.
— 왜 적지 않았는가.
— 소속이 비면 항을 정할 수 없다. 항이 없으면 줄에 세울 수 없다.
— 줄에 서지 못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 부두에 있었다.
— 부두에 있는 사람은 명부에 없는가.
— 이 명부는 배에 오른 사람을 적는 것이다.

소속은 사람의 성질이 아니다. 사람과 국가 사이에 놓인 종이의 이름이다.
둘 — 두 집
나흘 동안 부산에서 배에 오른 사람이 몇인지는 그때 세어지지 않았다.
뒤에 만들어진 추계가 하나 있다. 나흘 동안 부두를 떠난 배의 적재 정원을 더하고, 정원을 넘겨 실은 비율을 얹어 되짚은 것이다. 군 십이만, 민간 이십만, 합해 삼십이만이 된다.
이 수는 배에 오른 사람의 수다. 명부에 오른 사람의 수가 아니다. 두 수가 같았던 적은 없다.
차이는 두 자리에서 생긴다. 하나는 명부를 적을 겨를이 없었던 배다. 다른 하나는 명부에 적을 칸이 없었던 사람이다.
앞의 것은 사고고 뒤의 것은 설계다. 이 편이 다루는 것은 뒤의 것이다.
윤계원 유고 제1장.
— 나는 8월 18일 오후에 배에 올랐다.
— 나는 셋째 항이었다. 내 소속은 법제처였다.
— 내 이웃 두 집은 다섯째 항이었다.
— 그들은 나보다 먼저 부두에 나와 있었다.
— 나는 그날 그것을 알았고 적지 않았다.
— 적을 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오래 생각했다.
— 칸은 있었다. 소속 칸이다. 나는 거기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몰랐을 뿐이다.
윤계원은 이때 마흔둘이었고 법제처 사무관이었다. 이 사람이 두 해 뒤에 이 정부의 국적법을 기초한다.
그가 그 법에 넣은 것은 이 명부의 구조다. 이름과 소속과 순서. 그는 소속 칸을 등록이라는 낱말로 바꾸어 넣었고, 등록하지 아니한 자의 국적은 확인하지 아니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 명부를 나쁜 물건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나흘 동안 삼만 명이 넘는 이름을 틀리지 않고 적은 문서다. 틀리지 않은 문서를 만드는 것이 행정이라고 그는 배웠다.
같은 구조가 나흘짜리 명부일 때는 행정이고 칠십사 년짜리 법일 때는 국적이 된다.
제1권 1143번 줄에는 붉은 줄이 하나 그어져 있다. 줄은 성명 칸에서 시작해 항 칸에서 끝난다.
줄을 그은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그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자를 대고 그은 줄이다.
부산항 제1부두 통제소 최종 보고
1950년 8월 19일 04시. 발신 제1부두 통제소. 수신 부산항만사령부.
갱지 한 장. 상단에 접수 시각을 적는 칸이 있고 비어 있다.
뒷면은 백지다.
이 보고는 종이 한 장이다.
서식지가 아니다. 서식지가 떨어져 백지에 적었다고 보고 안에 적혀 있다.
전문은 넉 줄이다.
— 제1부두 통제소 최종 보고.
— 8월 19일 04시 현재 본 통제소의 통제 업무를 종료함.
— 부두에 남은 인원을 헤아리지 못하였음. 헤아릴 인력이 승선하였음.
— 끝.
통제 업무를 종료한다는 말은 부두를 닫는다는 뜻이 아니다. 부두는 그대로 있었다. 닫힌 것은 부두에 있는 사람을 적는 일이다.
셋째 줄이 이 편의 첫 번째 청구서 항목이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변명이 아니다. 변명이라면 사정을 적었을 것이다. 이 문장은 방법을 적었다. 셀 방법이 없어졌다는 것을 적었다.
세지 못한 것과 세지 않은 것은 다르다. 이 보고는 앞의 것을 적었고, 그 뒤 칠십칠 년 동안 뒤의 것으로 읽혔다.
사령부 접수계의 처리 기재.
— 본 보고를 무엇으로 분류할지 조회함.
— 회신. 인원 보고로 분류할 것.
— 인원 수가 적혀 있지 않음.
— 그러면 미기재로 분류할 것.
— 미기재는 뒤에 채우는 분류임.
— 채울 사람이 정해지면 그때 채우라.
채울 사람은 정해지지 않았다.
세 해 뒤 제1차 등록을 준비하면서 이 종이가 한 번 더 꺼내진다.
— 이 줄의 수는 얼마로 두는가.
— 영으로 둘 수는 없다.
— 그러면 무엇으로 두는가.
— 미상으로 둔다.
미상은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 뒤에 알게 된다는 뜻이다.
접수 도장은 이 보고에 찍혀 있지 않다. 상단의 접수 시각 칸도 비어 있다.
이 종이가 어떤 경로로 문서철에 들어갔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 문서철 안에 있다.
『강말선 구술』 제1회 · 채록 각서
재일한인역사자료관, 2011년 6월. 구술자 강말선(姜末先), 1931년생. 채록 세 회 가운데 첫 회.
구술자는 채록에 앞서 이름을 적지 말 것을 요청했다.
자료관은 이름 없는 구술은 자료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구술자는 그러면 하겠다고 답했다.
이 각서는 녹취 앞장에 붙어 있다. 구술 본문에 이 대목은 없다.
강말선은 그날의 일을 예순여섯 해 동안 같은 순서로 이야기했다.
이름을 적지 말아 달라던 구술자. 강말선이 예순여섯 해 동안 같은 순서로 말해 온 그날 부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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