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3부 등록(登錄)
12화제19장 국민증(國民證)
둘 — 제1호와 제2호
이 나라에서 적지 아니한다고 정한 것은 지금까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증을 여권으로 받아 주는 나라는 그해에 둘이다. 두 해 전에는 아홉이었다.
제5조가 국민증은 여권에 갈음한다고 적었을 때 그 문장의 상대는 아홉 나라였다. 수첩은 그대로인데 수첩이 통하는 곳이 줄었다. 줄어드는 데 이 정부가 한 일은 없다.
제1호를 받은 사람은 열두 해 뒤에 호놀룰루에서 죽는다.
그 수첩의 납부란에는 열두 칸이 채워져 있었다. 채운 것은 본인이 아니다. 대통령의 부담금은 세출에서 나갔다. 걷은 돈으로 걷을 사람의 몫을 냈다는 뜻이다.
그 처리를 두고 감사가 붙은 적은 없다. 감사할 부서가 그때 없었다.
대장 제1권의 둘째 줄은 지금도 비어 있다. 그 줄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 관보(망명정부) 제112호 「임시 청사 이전에 관한 건」
단기 4286년(1953) 8월. 야마구치 임시 청사 발행. 등사 300부.
이 청사에서 나온 마지막 관보다.
— 임시 청사를 호놀룰루로 옮긴다.
— 이전 완료 예정일은 단기 4286년 10월 31일로 한다.
이전의 사유는 적지 아니한다.
주권을 되찾은 나라의 땅 위에 다른 나라의 청사는 서 있을 수 없다.
하나 — 조약
조약 제1조로 일본은 주권을 회복했다. 발효는 1952년 4월 28일이다. 그로부터 열여섯 달이 지났다.
열여섯 달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은 아무도 문서를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열여섯 달 동안 이 정부가 한 일은 등록이다. 등록소 열한 곳을 열고 아홉 달 만에 육십일만을 적었다. 적는 동안 청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묻지 않은 까닭은 물을 자리가 없어서다. 이 정부가 그 자리에 있는 근거는 문서가 아니라 관습이었다. 1950년 가을에 현이 창고를 내주었고, 내준 뒤로 아무도 다시 말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나가라고 적지 않았다. 적으면 그 문서에 이 정부의 이름을 써야 하고, 이름을 쓰면 이름을 가진 무엇이 거기 있다고 적는 것이 된다.
대신 시설이 처리되었다.
외무성 사람이 구두로 말했다. — 시설의 사용 기간이 이 가을에 끝난다.
— 갱신할 수 있는가.
— 갱신 신청은 소유자가 한다.
— 소유자가 누구인가.
— 현이다.
— 현이 신청하는가.
— 하지 아니한다.
— 사유를 문서로 받을 수 있는가.
— 문서로 하지 아니한다.
— 왜 하지 아니하는가.
— 문서로 하면 이 자리에 있는 것을 적어야 한다.
이 문답은 회의록에 없다. 다녀온 사람이 그날 저녁에 적어 둔 쪽지에 있고, 쪽지는 관보 제112호의 결재 서류에 끼어 있었다.
두 해 전에 어느 나라 외무부가 여권 접수를 그만둘 때 쓴 방식이 그대로 다시 나왔다. 그때도 문서는 오지 않았다.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고 나가게 하는 방법을 이 정부는 이번이 두 번째로 겪는다. 겪는 쪽이 배우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 값이다.
둘 — 세 곳
갈 곳은 셋이 검토되었다. 도쿄와 뉴욕과 호놀룰루다.
도쿄는 같은 나라 안이다. 조약이 같으므로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 검토는 이레 만에 끝났다.
뉴욕에는 옵서버 대표부가 있다. 총회 결의 한 항이 이 정부의 유일한 재산이고 그 재산이 놓인 자리가 거기다. 그러나 국민이 없고 셋집값이 야마구치의 열한 배다.
호놀룰루는 미국 영토다. 1903년에 첫 이민선이 닿은 곳이고, 그때부터 한인 사회가 있고, 교회와 회관과 신문이 있다. 일본까지 배로 열흘이다.
셋집값은 뉴욕이 야마구치의 열한 배이고 호놀룰루가 네 배다. 우편은 호놀룰루가 왕복 스무 날이고 뉴욕이 왕복 서른 날이다.
이 셋을 견주어 고른 것이 아니다. 셋 다 뉴욕이 나빴을 뿐이다.
호놀룰루에는 하나가 더 있다. 그 섬에는 이 정부를 승인한 나라의 법이 미친다. 승인한 나라의 땅에 있으면 나가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 계산은 맞았다. 그 뒤로 이 정부는 그 말을 다시 듣지 않는다.
한 사람이 물었다. — 국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아니한가.
— 국민이 있는 곳은 일본이다.
— 그러면 갈 곳이 없다.
— 갈 수 있는 곳은 국민이 없는 곳뿐이다.
— 그 말을 관보에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갈 수 있는 곳과 가야 하는 곳이 이해에 처음으로 갈렸다. 그 뒤로 다시 붙지 않는다.

호놀룰루로 정해진 실질 사유는 셋집값과 배편이다. 1903년은 그다음에 붙었다.
관보에는 셋 다 적히지 않았다. 적을 수 있는 사유가 조약뿐이었고, 조약을 적으면 쫓겨난다고 적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유란이 통째로 없어졌다. 없앤 것은 문장이 아니라 난이다.
셋 — 짐
옮길 것을 세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명부 넉 권이 있다. 1950년 8월에 부산항에서 배에 실은 것이고, 야마구치의 창고에서 한 번 옮겨 적힌 것이다.
등록 원부가 열한 상자다. 등록소 열한 곳에서 올라온 것이고 상자마다 등록소 이름이 붙어 있다.
재산 신고서 묶음이 있다. 제7조에 따라 본토의 땅을 적어 낸 것이다. 이때는 아무도 쓸모를 묻지 않았다.
관보 원본과 등사기 두 대가 있다. 그리고 1950년에 배에 실은 궤짝이 있다. 궤짝의 내용은 이 관보에 적히지 않는다.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다.
서무가 물었다. — 명부를 어떻게 옮기는가.
— 원본은 사람이 들고 간다.
— 사본은 어떻게 하는가.
— 사본은 없다.
— 사본을 만드는가.
— 등사할 시간이 없다.
— 원본이 바다에서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 그러면 이 나라에 국민이 없다.
— 사본을 만들겠다.
— 만들라.
사본은 만들어졌다. 넉 권을 등사하는 데 스물이레가 걸렸고, 옮겨 적은 사람은 여섯이다.
사본을 만든 것은 명부 넉 권뿐이다. 등록 원부 열한 상자에는 사본이 없다. 등사할 시간이 없다는 답은 그쪽에서 뒤집히지 않았다.
사본 넉 권은 배에 싣지 않았다. 도쿄의 어느 사무소에 남겨졌다. 원본과 사본을 같은 배에 실으면 사본을 만든 뜻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남겨진 넉 권이 뒤에 두 번 쓰인다. 한 번은 원본이 젖었을 때이고, 한 번은 원본과 사본이 서로 다르게 적혀 있을 때다.
청사 직원은 그때 서른한 사람이다. 배에 오른 사람은 열아홉이다.
남은 열둘 가운데 여섯은 등록소로 갔고 넷은 그 나라에서 일을 얻었고 둘은 어디로 갔는지 기록이 없다.
남는 쪽에게 사유서를 받지 않았다. 받으면 그 사유가 서류에 남고, 서류에 남은 사유는 뒤에 읽히기 때문이다.
짐은 요코하마에서 실었다. 스무 상자와 궤짝 하나와 사람 열아홉이다.
배는 10월 21일에 떠났다. 그 항해에서 젖은 것은 등록 원부 두 상자다. 상자에 붙은 등록소 이름은 히로시마와 고베였다.
젖은 서류를 말리는 데 호놀룰루에서 두 달이 걸렸다. 말린 뒤에 글씨가 남지 않은 쪽이 몇 장 있었다. 몇 장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청사는 10월 마지막 주에 비었다.
야마구치의 창고는 그해 겨울 내내 비어 있었다. 현이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봄이다.
무엇에 썼는지는 현의 문서에 적혀 있다. 목재를 쌓았다.
망명정부 내무부 「국민 소재지별 분포」
단기 4286년(1953) 9월 조사. 등사 25부.
제1차 국민등록부를 분모로 한다. 등록하지 아니한 사람은 이 표에 없다.
— 총수 612,484명.
마지막 줄의 표제는 「소재 불명」이다.
이사한 것은 정부뿐이다.
하나 — 아홉 할
표는 일곱 줄이다.
| 소재지 | 사람 | 백분율 |
|---|---|---|
| 일본 | 550,984 | 89.9 |
| 미국 본토·하와이 | 9,400 | 1.5 |
| 대만·홍콩 | 3,600 | 0.6 |
| 중남미 | 1,200 | 0.2 |
| 그 밖 | 1,300 | 0.2 |
| 소재 불명 | 46,000 | 7.5 |
| 계 | 612,484 | 100.0 |
일본에 있는 사람이 아홉 할이다. 청사가 가는 곳에 있는 사람은 백에 둘이 되지 않는다.
소재지를 어떻게 알았는가. 등록할 때 적어 낸 주소를 그대로 옮겼다. 옮긴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확인하려면 사람을 보내야 하고 보낼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이 표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를 적은 표가 아니다.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적었는지를 적은 표다.
두 가지가 다르다는 것을 만든 쪽도 알고 있었다. 표제 아래에 그 말이 한 줄로 붙어 있다. 「신고에 의함.」
이 분포는 배가 정한 것이다. 1950년 8월에 부산에서 나흘 안에 닿을 수 있는 곳은 규슈와 혼슈 서단뿐이었다. 그다음 경로는 각 나라의 이민 제도가 정하고, 그 제도는 그때 거의 닫혀 있었다.
국민이 흩어진 모양은 이 정부가 정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한 것은 자기가 어디에 앉을지뿐이다.
표의 분모를 다시 적는다. 등록한 사람이다.
등록하지 않은 육십팔만 칠천오백열여섯은 이 표 어디에도 없다. 일본 칸에도 없고 소재 불명 칸에도 없다.
소재 불명은 명부에 있는 사람에게만 붙는 말이다.
이 표를 받아 든 부서가 셋이다. 재무와 외무와 국회 사무처다. 셋 다 일본 칸을 먼저 보았다. 소재 불명 칸을 먼저 본 부서는 없다.
둘 — 태평양
거리가 얼마인지는 두 가지로 잰다. 배로 열흘이고 우편으로 왕복 스무 날이다.
이 스무 날이 행정의 단위가 된다.
배로 열흘, 우편으로 왕복 스무 날. 그 스무 날이 이 나라 행정의 단위가 된다. 분포표 마지막 줄의 표제는 「소재 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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