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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제86장 정리관(整理官)

· 58화 중 49화 · 3,42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둘 — 갈라진 번호

인수인계는 카드실에서 반나절 만에 끝났다. 넘겨받을 것이 문서가 아니라 함의 위치였기 때문이다.

국적 없는 나라 49화 제86장 정리관(整理官) — 헤더컷

— 이 함의 카드가 모두 몇 장인가.

— 세어 본 지 오래되었다.

— 대조를 하려면 세어야 한다.

— 세면 수가 나온다.

— 수가 나오면 무엇이 곤란한가.

— 곤란할 것은 없다.

— 그러면 왜 세지 않았는가.

— 지금까지 아무도 세라고 하지 아니하였다.

— 오늘부터는 세라고 한 것으로 하겠다.

— 그 지시는 문서로 받아야 한다.


문서는 그달 안에 오지 않았다. 설치령에 세라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설치령이 시킨 것은 대조 하나다.

대조는 두 장부를 견주는 일이고, 견주려면 이쪽 장부의 수부터 알아야 한다. 설치령을 쓴 사람은 그 순서를 몰랐다.


개설 첫날 오후에 설치령 사본이 대조실 벽에 붙었다. 압정 넷으로 눌렀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제2조에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임무를 적은 줄이다.

그은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날 그 방에 든 사람이 여럿이고, 밑줄을 그은 것을 적어 두는 난은 어디에도 없다.


「제1차 대조 결과 보고」

재산등록부 정리단, 단기 4350년(2017) 11월. 본문 열네 쪽, 부표 여섯 쪽.

— 보고의 범위는 재산등록부 전 여덟 권이다.

— 대조의 방법은 지번 대조 하나로 하였다. 면적과 지목은 대조하지 아니하였다.

사유별 분류는 하지 아니하였다. 분류에 필요한 변동 이력을 받지 못하였다.

대조는 끝났다. 끝나고 나서 할 일이 늘었다.

하나 — 맞은 것

구분필지
등록부에 오른 것412,000
지번이 그대로 있는 것226,000
그 밖186,000

가운뎃줄이 대조가 맞은 것이다. 절반을 조금 넘는다.

맞았다는 말의 뜻은 좁다. 등록부에 적힌 도·군·면·리와 번지가 본토 지적 자료에 그대로 있다는 것뿐이다. 그 지번 위에 무엇이 있는지, 지금 누가 쓰는지는 이 대조가 보지 않는다.

면적을 견주지 않은 것은 단위가 달라서다. 등록부는 평과 정보로 적혔고 저쪽은 제곱미터다. 환산은 되지만 환산한 수가 맞는지는 실측으로만 알 수 있고, 실측은 정리단의 임무가 아니다.

지목도 견주지 않았다. 예순여섯 해 동안 논이 논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대조는 스물아홉 사람이 열한 달 동안 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백 필지쯤 본다. 눈으로 보는 일이라 오후가 되면 수가 준다.

한 번에 판정이 서지 않는 것만 표를 붙여 둘째 사람에게 넘긴다. 넘어가는 것은 열에 하나가 못 된다. 지번이 있느냐 없느냐만 보기 때문이다.

대조가 확인한 것은 땅이 아니라 이름이다.

둘 — 없어진 지번

그 밖의 십팔만 육천이 틀린 등재는 아니다. 1952년에 신고한 사람이 거짓을 적은 것도 아니다.

땅은 그대로 있다. 땅을 부르는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유는 넷으로 나뉜다. 둘을 합쳐 하나로 만든 것, 하나를 갈라 여럿으로 만든 것, 물에 잠긴 것, 그리고 지번 체계 자체가 갈아엎인 것이다.

보고서는 이 넷을 세지 않았다. 세려면 저쪽의 변동 이력이 있어야 하고, 반출 승인이 난 자료에 이력은 붙어 있지 않다.


— 사유를 모르면 무엇이 남는가.

— 지번이 없다는 사실만 남는다.

— 없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가.

— 우리 장부에 있고 저쪽 장부에 없다는 것까지는 확인된다.

— 그것이 없어졌다는 뜻인가.

— 아니다. 저쪽 장부에서 이름이 바뀌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 둘을 어떻게 가르는가.

— 가르지 못한다.


넷째 사유가 가장 많다. 지번 체계가 갈아엎인 자리다.

그런 자리는 대개 도시다. 도시는 지난 예순여섯 해 동안 다시 지어졌고, 다시 지으면서 구획을 다시 그었다.

구획을 다시 그으면 옛 지번은 대응하는 새 지번을 갖지 못한다. 하나가 열여섯이 되기도 하고 서른둘이 한 필지로 묶이기도 한다.

1952년에 재산을 신고한 사람 가운데 도시에 집이나 대지를 가졌던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관공서 직원이었거나 그 가족이었고, 그래서 배를 탔고, 그래서 등록소에 갔다.


— 도시 것이 왜 이렇게 많은가.

— 신고한 사람이 도시 사람이었다.

— 농지는 적은가.

— 적다. 농지를 가진 사람은 대개 배를 타지 아니하였다.

— 그러면 이 장부는 처음부터 도시 장부인가.

— 그렇게 읽을 수 있다.

— 보고서에 그렇게 적는가.

— 적지 아니한다. 대조 결과에 그 난이 없다.


대조가 맞은 절반과 맞지 않은 절반은 서로 다른 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땅이다.


보고서 마지막 쪽에 다음 해 계획이 두 줄로 붙었다.

「제2차 대조에서는 이십이만 육천 필지의 현황을 조회한다. 조회 방법은 정하지 아니하였다.」

정하지 않은 것을 계획에 적는 일은 이 정부에서 드물지 않다. 적어 두어야 다음 해 예산에 항목이 선다.

조회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사유는 한 가지다. 현황을 조회하려면 그 땅에 지금 누가 사는지를 물어야 하고, 물으면 저쪽이 그 물음에 답할 근거를 먼저 정해야 한다.

저쪽은 그 근거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 정하지 않은 채로 리용권 신청은 받고 있다.

항목이 서면 사람이 붙고, 사람이 붙으면 그 일이 있는 일이 된다.


국적 없는 나라 49화 제86장 정리관(整理官) — 전환컷

리용권 대 점유권 사건 심리조서

본토 특별경제구역 재판소 제2법정. 주체 107년(2018) 5월. 조서 아홉 쪽.

— 신청인은 재산등록부 등재자의 상속인이라고 주장한다.

— 상대방은 해당 필지에 주택을 두고 거주한다. 거주 개시는 1954년이다.

이 재판소는 신청인의 국적을 심리하지 아니한다. 심리의 대상이 아니다.

이 사건에는 거짓말을 한 사람이 없다.

하나 — 사는 사람

필지는 하나다. 대지 이백 평 남짓이고 지금 그 위에 집이 있다.

신청인이 낸 서류는 셋이다. 등록부 사본 한 장, 등재자의 등록번호를 적은 카드 사본 한 장, 그리고 상속을 소명하는 가계 서류다.

상대방이 낸 서류도 셋이다. 1954년 분여증 한 장, 1993년 사용권 이전 서류 한 장, 2004년 개축 허가서 한 장이다.

여섯 장이 전부 진짜다. 이 사건에서 위조가 다투어진 자리는 없다.

1954년 분여증은 등사한 한 장짜리다. 받는 사람의 이름과 지번과 면적이 손으로 적혔고 아래에 인민위원회 도장이 있다. 종이가 얇아 뒷면 글씨가 비친다.

1993년 서류는 사용권을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넘긴 기록이다. 그해에 저쪽이 사용권의 이전을 서면으로 받기 시작했다.

2004년 허가서는 집을 헐고 다시 지은 것에 관한 것이다. 이 한 장이 뒤에 이 사건의 결론을 정한다. 그때는 아무도 그것을 몰랐다.

등록부 사본은 여덟 권 가운데 제3권에서 떴다. 그 쪽에는 같은 집안의 필지가 넷 적혀 있고 이 사건에 나온 것은 그중 하나다. 나머지 셋은 지번이 남아 있지 않다.


재판장이 물었다. — 상대방은 이 땅에 언제부터 사는가.

— 나는 1971년에 태어났다.

— 그 전에는 누가 살았는가.

— 내 아버지가 살았다.

— 아버지는 이 땅을 어떻게 얻었는가.

— 받았다고 들었다.

— 받은 서류가 있는가.

— 있다. 냈다.

— 이 서류에 적힌 날에 아버지는 몇 살이었는가.

— 스물이었다.


신청인 쪽에도 같은 물음이 갔다.


— 신청인은 이 땅을 본 일이 있는가.

— 없다.

— 등재자는 이 땅을 본 일이 있는가.

— 있다. 거기서 났다.

— 등재자가 마지막으로 이 땅에 있었던 것이 언제인가.

— 1950년 여름이다.

— 그 뒤로 이 땅에 관하여 무엇을 하였는가.

— 1952년에 신고하였다.

— 신고를 어디에 하였는가.

— 우리 정부에 하였다.

— 이 재판소는 그 정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다.

— 알고 있다.


여섯 장 가운데 다투어지는 것은 한 장도 없고, 다투어지는 것은 여섯 장이 같은 땅을 가리킨다는 사실뿐이다.

둘 — 같은 종류

넷째 기일에 신청인 대리인이 안을 하나 냈다.

두 권리를 각각 값으로 매기고 그 값을 견주어 차액만 정산하자는 안이다. 대리인은 그것을 상계라고 불렀다.


— 무엇과 무엇을 상계하는가.

— 신청인의 종전 권리와 상대방의 점유를 상계한다.

— 상계는 같은 종류의 채권이 마주 설 때 한다.

— 둘 다 이 땅에 관한 권리다.

— 같은 땅에 관한 것과 같은 종류인 것은 다른 말이다.

— 값으로 바꾸면 같은 종류가 된다.

— 그렇다.

— 그러면 바꾸면 되지 않는가.

— 바꾸면 이 땅에 관한 권리가 둘 다 없어지고 채권이 둘 남는다.

— 채권이 남으면 무엇이 나쁜가.

— 나쁘지 아니하다. 다만 그것은 이 재판소가 정할 일이 아니다.


상대방 쪽에도 물음이 갔다. 값으로 받겠느냐는 물음이다.


— 값으로 받겠는가.

— 무엇의 값인가.

— 이 땅에 살아온 것의 값이다.

— 그러면 이 집은 누구 것이 되는가.

— 값을 받으면 이 집은 신청인 쪽으로 간다.

— 나는 값을 받지 아니하겠다.

— 사유를 적어야 한다.

— 여기서 나가면 갈 데가 없다고 적어라.


재판장이 그날 조서에 적게 한 문장은 한 줄이다.

「상계의 신청은 이유 없다.」

이유는 붙지 않았다. 붙이면 다음 사건에서 그 이유가 인용된다.

「상계의 신청은 이유 없다.」 이유는 붙지 않았다. 붙이면 다음 사건에서 그 이유가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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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없는 나라전 58화

제1부 승선(乘船)

1서장2제2장 돌출부(突出部)3제4장 승선(乘船)4제7장 항적(航跡)

제2부 상륙(上陸)

5제8장 상륙(上陸)6제10장 방청(傍聽)7제11장 빈자리

제3부 등록(登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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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이산(離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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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부담(負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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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부 잔고(殘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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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부 삼세(三世)

39제70장 전문(全文)40제71장 두 조41제72장 소급(遡及)42제74장 강습소43제76장 자본(資本)44제77장 돌아갈 곳

제11부 환류(還流)

45제78장 등록부(登錄簿)46제81장 준하는 기록47제83장 상속(相續)48제85장 늘어난 해

제12부 대조(對照)

49제86장 정리관(整理官)50제88장 상계(相計)51제90장 다섯 항52제92장 이름53제94장 반환(返還)

제13부 국적(國籍)

54제95장 귀환(歸還)55제96장 열두 번째56제97장 확정(確定)57제98장 유고(遺稿)58제99장 일곱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