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나라 제10부 삼세(三世)
40화제71장 두 조
그 선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라고 만든 서식이 있다. 부칙 제3조의 신청 서식은 그해 6월에 만들어졌다. 서식 제31호다. 신청을 받는 창구는 열한 곳이고, 1953년 제1차 등록 때 열었던 자리 가운데 남아 있는 곳이다.

삼 년 동안 이 서식으로 들어온 신청은 이천삼백열아홉이다. 수리된 것이 이천이백일곱이고 반려된 것이 백열둘이다.
반려 사유는 백열둘이 다 같은 한 줄이다. 「모의 등록이 확인되지 아니함.」 어머니가 1971년에 오 년 미납으로 말소된 경우다. 어머니가 국민이었다는 것은 창구도 알고 신청인도 아는데, 등록부에 없으면 확인할 수 없다.
삼 년이 지나고 서식 제31호는 폐지되지 않았다. 폐지하는 절차를 밟은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지금도 창구 서랍 아래 칸에 한 묶음이 남아 있다. 뒷면이 백지여서 다른 서식의 이면지로 쓴다.
그 선 바깥에 남은 사람 하나가 소를 냈다.
대한민국 대법원 단기 4333년(2000) 확인(確認) 제3호
국적 확인 청구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
2000년 10월 선고. 『망명정부 판례집』 제5권, 사법부, 2003, 호놀룰루 간행.
—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 원고. 1963년 일본국 오사카부에서 태어난 사람. 모는 등록 국민, 부는 등록하지 아니한 사람.
— 청구취지. 원고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확인한다.
— 다수의견 셋. 부칙 제2조에 따라 원고의 국적에는 종전의 규정이 적용된다.
반대의견 둘. 확인은 창설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 다툰 것은 조문이 아니라 날짜다.
하나 — 두 번째 반려
원고의 이름은 판결문에 두 번 적혀 있다. 하영순과 가와모토 에이준이다. 앞엣것이 본명이고 뒤엣것이 통명이다.
어느 쪽도 이 정부가 준 이름이 아니다.
그의 어머니는 1953년 제1차 등록 때 등록했다. 국민증 번호가 있다. 아버지는 1948년부터 오사카에 있던 사람이고 끝내 등록하지 않았다. 1979년에 죽었다.
어머니가 1997년 겨울에 죽었다. 유족이 국민증을 반납하러 창구에 갔다. 창구는 받지 않았다. 반납 서식이 없기 때문이다. 마흔두 해 전에 정해진 그대로다.
그날 창구에서 유족이 들은 말이 이 사건의 시작이다.
— 이 증을 어떻게 하는가.
— 유족이 가지고 있으면 된다.
— 어머니 쪽으로 우리에게 되는 것이 있는가.
— 없다.
— 어머니가 국민이었다.
— 어머니가 국민인 것과 자녀가 국민인 것은 다른 조문이다.
— 어느 조문인가.
— 제2조다.
원고가 일심에 낸 진술서는 한 쪽이다. 대리인이 받아 적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쓴 것이다.
— 나는 서른다섯 살까지 이 정부를 생각한 적이 없다.
— 내 서류는 일본 것이었다. 국적 등 란에는 조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 그 두 글자가 나라 이름이 아니라는 것은 스무 살 무렵에 알았다.
— 어머니가 국민증을 서랍에 두고 있었다.
— 나는 그것이 어머니의 것이라고만 알았다.
— 어머니가 죽고 그 증을 들고 창구에 갔다.
— 어머니 쪽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 그 이듬해에 법이 바뀌었다고 신문에서 읽었다.
— 신문은 그 법이 누구에게 미치는지는 적지 않았다.
이듬해 봄에 그 조문이 고쳐졌다. 원고가 1998년 6월에 등록을 신청했고, 반려되었다. 반려서의 사유란은 한 줄이다. 「부칙 제2조.」
첫 번째 신청은 서식 제31호로 냈다. 부칙 제3조의 특례 서식이다. 창구가 나이를 보고 돌려주었다. 서른다섯 살은 스무 살이 아니다. 두 번째는 일반 등록 신청서로 냈다. 1999년 2월이다. 다시 반려되었다. 서식은 달랐고 사유란의 한 줄은 같았다.
서식 두 장에 붙은 접수인의 날짜는 여덟 달 차이다. 그 여덟 달 동안 그가 한 일은 어느 서식으로 내야 하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알려 주는 자리가 없어서 창구에 두 번 물었고, 창구는 두 번 다 서식을 골라 주지 않았다.
두 번째 반려서를 받은 날 그는 대리인을 구했다. 대리인은 오사카의 변호사이고 이 정부의 국민이 아니다.
그가 이 정부와 주고받은 문서는 반려서 두 장이 전부였다.
둘 — 변론
그 두 장을 들고 낸 소가 일심에 걸렸다. 일심은 호놀룰루 재판부다. 청구를 기각했다. 이유는 부칙 제2조 한 줄이다. 상고심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은 그해 여름이고, 회부 사유는 이 조문의 해석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변론은 두 번 열렸다. 원고는 오지 않았다. 오려면 여행증명서와 재입국 허가가 필요하고, 그 둘을 얻는 데 드는 시간이 변론기일보다 길었다.
첫 변론에서 재판장이 대리인에게 물은 것은 시점이다.
재판장이 물었다. — 원고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 원고가 국민이라는 확인이다.
— 언제부터 국민인가.
— 태어난 때부터다.
— 태어난 때에 제2조는 아버지만 보았다.
— 그 조문은 1998년에 고쳐졌다.
— 고친 법은 그날부터 미친다.
— 국적은 그날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날 확인되는 것이다.
정부 쪽이 든 것은 사람의 수다.
정부 지정대리인이 답했다. — 소급하면 등록부를 다시 짜야 한다.
— 원고는 한 사람이다.
— 한 사람에게 되는 것은 같은 처지의 사람 전부에게 된다.
— 몇 사람인가.
— 세지 않았다. 감사원의 수는 1987년까지의 추정이다.
— 세지 않은 수 때문에 한 사람을 기각하는가.
— 세지 않은 수 때문이 아니다. 세는 일이 이 재판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장은 다시 원고 쪽으로 돌아왔다.
재판장이 물었다. — 이 재판소가 원고를 국민으로 하면 무엇이 생기는가.
—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이 드러난다.
— 있던 것을 무엇으로 아는가.
— 어머니의 국민증 번호다.
— 그 번호는 어머니의 것이다.
— 그 번호 말고 이 정부가 이 사람에 대하여 가진 기록이 있는가.
— 없다.
두 번째 변론에서 재판장이 다른 것을 물었다. 그 문답이 이 사건에서 가장 길다.
— 원고가 국민이 되면 이 정부에 무엇이 늘어나는가.
— 국민 한 사람이 는다.
— 한 사람이 늘면 무엇이 따라오는가.
— 부담금과 선거권이 따라온다. 그리고 재산등록부의 순위가 따라온다.
— 재산등록부에 원고의 어머니 이름이 있는가.
— 있다. 경상남도에 두 필지다.
— 그 필지는 지금 누구의 것으로 적혀 있는가.
— 어머니의 이름으로 적혀 있다. 어머니는 죽었다.
— 상속 조문이 이 법에 있는가.
— 없다.
— 없으면 무엇으로 정하는가.
— 정한 것이 없다. 정하게 되면 제2조를 준용할 것이다.
— 그러면 이 사건은 국적 사건인가 재산 사건인가.
— 오늘은 국적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낼 수 있는 증거는 어머니의 국민증 한 장뿐이었다.
셋 — 다수
다수의견은 셋이다. 논지는 세 마디로 되어 있다. 첫째, 국적의 득실은 법이 정한 때에 정한 방식으로만 생긴다. 둘째, 부칙 제2조는 명문이고 해석의 여지가 없다. 셋째, 소급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입법의 일이다.
판결문에서 이 셋을 잇는 문장이 넉 줄이다.
— 원고의 처지가 딱하다는 것은 이 재판소도 안다.
— 그러나 딱함은 조문이 아니다.
— 국회가 부칙 제2조를 두었을 때 국회는 이 사건과 같은 경우를 알고 있었다.
— 알고도 둔 것을 이 재판소가 지울 수는 없다.
— 이 재판소는 법을 적용할 뿐 사람을 만들지 아니한다.
국회가 알고 있었다는 근거로 다수의견이 든 것은 1983년의 부결 기록이다. 열다섯 해 전 그 회기에서 반대 토론 서른한 건 가운데 여덟 건이 어머니만 국민인 아이를 들었다. 들면서 반대했다. 그 기록이 남아 있다.
다수의견은 그 기록을 이렇게 읽었다. 국회는 이 문제를 알았고, 알고도 조문을 두었다.
구하려다 실패한 기록이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되었다.
그 넉 줄 가운데 마지막 한 줄이 뒤에 이십칠 년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 된다. 인용하는 쪽은 대개 정부다. 인용되는 자리는 재판이 아니라 창구다. 반려서의 사유란이 좁아서 그 한 줄만 옮겨 적기에 알맞다.
만들지 아니한다는 말은 겸손한 말이다. 그 겸손이 한 사람의 국적을 정했다.
넷 — 소수
반대의견은 둘이다. 판례집에서 다수의견 뒤 여섯 쪽에 실렸다. 이 재판소에서 반대의견이 판례집에 실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의 두 번은 부담금 사건이었고 둘 다 액수를 다투었다.
사람의 요건을 두고 갈린 것은 처음이다.
첫째 반대의견은 제3조를 다시 읽는 데서 시작한다.
— 다수의견은 이 재판소가 사람을 만들지 아니한다고 한다.
— 그 말이 옳다면 이 법도 사람을 만들지 아니한다.
— 이 법이 하는 것은 확인이다. 제3조가 그렇게 적고 있다.
— 제3조는 등록하지 아니한 자의 국적을 확인하지 아니한다고 적었다. 없다고 적지 않았다.
— 확인하지 아니한 것을 뒤에 확인하는 것은 소급이 아니다.
— 소급이 아니라면 부칙 제2조는 이 사건에 미치지 아니한다.
둘째 반대의견은 다섯 줄이다.
— 다수의견에 하나를 덧붙인다.
— 이 법은 마흔여덟 해 동안 사람을 만들어 왔다.
— 등록한 사람을 국민으로 만들고 등록하지 못한 사람을 국민이 아니게 만들었다.
—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 판결문에 적힌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 만들지 않기로 한 날에만 만들지 않는다고 적힌다.
반대의견의 마지막 문장에 판례집 편집자가 각주를 하나 달았다. 각주는 한 줄이다. 「이 의견은 소수의견이다.」 각주를 단 사유는 편집 범례에 적혀 있다. 창구에서 판례집을 펴 보는 사람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인용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은 실렸다. 실린 것은 판례집이고 창구에 오는 것은 다수의견이다.
「이 재판소는 법을 적용할 뿐 사람을 만들지 아니한다.」 그 겸손한 한 줄이 이후 이십칠 년 동안 창구의 반려서에 가장 많이 옮겨 적힌다.
남은 18화 · 약 69,069자 · 약 1시간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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