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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제14장 조사국(調査局)

· 57화 중 9화 · 3,61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이력 카드

일곱째 칸의 「국경 관계 법령 담당」은 그날 처음 쓰인 직명이다.

국경 9화 제14장 조사국(調査局) — 헤더컷

한 달 전 국무회의록에 「국경」이라는 말이 들어갔고, 말이 들어가자 예산 항목이 생겼고, 항목이 생기자 담당이 생겼다. 순서는 대개 그렇다.

담당은 한 사람이다. 조사국은 이 일을 겸무로 처리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겸무로 처리할 수 없다고 본 까닭은 어느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다.


의주는 압록강 남안이다. 강에서 걸어 반나절이 걸리지 않는다.

이 사실은 이력 카드 첫 줄에 적혀 있고 그 뒤 어느 문서에서도 다시 언급되지 않는다.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 1951년 4월에는 국경지대라는 말이 아직 법률에 없었다.

둘 — 낱말

『서정협 유고』 제1장

— 나는 총독부에서 제령의 자구를 고치는 일을 하였다.

— 삼 년 동안 내가 고친 것은 낱말이지 뜻이 아니다. 그렇게 하라고 배웠다.

— 그런데 낱말을 고치면 뜻이 고쳐진다. 나는 그것을 삼 년 동안 알면서 모르는 척하였다.

— 미군정에서는 반대였다. 뜻을 옮기라고 하고 낱말은 아무래도 좋다고 하였다.

— 사 년 동안 나는 낱말이 아무래도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 증명하지 못하였다. 다만 나는 그 뒤로 낱말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 한 예를 적는다. 군정법령의 어느 조문을 우리는 「할 수 있다」로 옮겼다.

— 그 자리에 「하여야 한다」를 넣자는 사람이 있었다. 원문의 뜻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 나는 반대하였고 반대가 받아들여졌다. 나는 그날 이겼다고 생각하였다.

— 그 조문은 그 뒤 십 년 동안 한 번도 쓰이지 아니하였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아니한다.


그가 아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급하게 만든 법은 오래간다는 것이다.

이유는 절차에 있다. 급할 때는 절차를 건너뛰고 만들 수 있지만 없앨 때는 건너뛸 수 없다. 들어올 때는 뒷문이 있고 나갈 때는 정문밖에 없다.

그는 총독부에서 그것을 보았고 사법부에서 다시 보았다. 두 정부가 급하게 만든 법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정부가 바뀐 뒤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숫자로 확인한 것은 그다음 달이다. 1951년 4월에 그가 가진 것은 직감뿐이었다.

셋 — 항구(恒久)

지시서는 한 줄이다.

「국경 방위에 필요한 법률을 기초할 것.」

시한은 적혀 있지 않다. 초안의 성격도 적혀 있지 않다. 임시법으로 하라는 말도 항구법으로 하라는 말도 없다.

그는 사흘에 일곱 조를 썼다. 제1조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국경의 항구적 방위와 그에 필요한 국가 역량의 배분을 정한다.」

「항구적」은 지시서에 없던 낱말이다. 그가 넣었다.

조사국 안에서 이 낱말에 이의를 단 사람이 하나 있었다. 이의는 한 줄이고 초안 여백에 연필로 적혀 있다.

「항구적이라 적으면 국회가 겁을 낸다.」

그는 그 줄 옆에 두 자로 답했다. 「그럴 것.」


『서정협 유고』 제1장

— 나는 「항구적」이라고 적었다. 끝나지 아니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 임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임시가 아닌 것은 해마다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 나는 앞에서 낱말을 무서워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낱말은 무서워하지 아니하였다.

— 까닭은 하나다. 그것이 내 낱말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낱말은 무섭고 자기 낱말은 무섭지 않다. 그는 총독부에서 삼 년, 사법부에서 사 년 동안 배운 것을 자기가 쓴 첫 줄에서 쓰지 않았다.


초안은 사흘 만에 나왔고 그 뒤 열한 달 동안 고쳐졌다.

고친 것은 낱말이다. 뜻은 고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뜻을 고치지 않았다고 유고에 두 번 적었다.

두 번 적은 문장은 대개 한 번도 확인되지 않은 문장이다.


초안 표지의 제목란은 열한 달 동안 비어 있었다.

다섯 자가 그 칸에 들어간 것은 1952년 2월이다. 제목이 정해진 뒤에 조문이 고쳐진 것이 아니라 조문이 다 고쳐진 뒤에 제목이 붙었다.

붙은 다섯 자는 「국경수호법」이다.


법제조사국 내부 자료

「임시조치법의 존속 기간에 관한 조사」

단기 4284년(1951) 5월 · 등사 12부 · 배포 국내(局內)

— 본 조사는 법률안 기초의 참고로 한 것이며 정책 건의를 포함하지 아니한다.

— 조사 대상은 제목 또는 본칙에 「임시」·「응급」·「당분간」이 명시된 법령에 한한다.

폐지되지 아니한 것은 조사 기준일까지를 존속 기간으로 계산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건의가 없다.


건의가 없는 까닭은 앞머리에 적혀 있다. 참고 자료이기 때문이다.

건의가 없는 진짜 까닭은 뒤에 있다. 조사한 사람이 시작할 때 예상한 답과 조사가 준 답이 반대였기 때문이다.

국경 9화 제14장 조사국(調査局) — 전환컷

하나 — 마흔한 건

대상은 마흔한 건이다.

출처건수폐지된 것남아 있는 것평균 존속최장
조선총독부 제령·부령2314917년26년
미군정 법령12394년6년
정부 수립 후6062년3년
41172411년26년

평균은 건수로 가중한 것이다. 스물셋에 열일곱, 열둘에 넷, 여섯에 둘을 곱해 더하면 사백오십일이 되고 그것을 마흔하나로 나누면 열하나가 된다.

가장 오래된 것은 1925년에 나온 제령이다. 조사 기준일에 스물여섯 해째다. 이 제령은 정부가 두 번 바뀌는 동안 한 번도 심의된 적이 없다.

마흔한 건 가운데 열일곱이 폐지되었고 스물넷이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쪽이 더 많다는 것이 이 조사의 첫째 결과다.


셋째 줄의 여섯 건은 전부 남아 있다. 아직 삼 년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당연한 줄을 표에 넣은 것은 비교를 위해서다. 정부 수립 후에 만든 임시법도 앞의 두 줄과 같은 서식으로 적혀 있다. 종료 조항의 문면이 같다.

같은 서식으로 적힌 것은 같은 길을 간다. 조사는 그 문장을 결론에 넣지 않고 표 아래 각주에 넣었다.

둘 — 비워 둔 자리

남아 있는 스물네 건이 왜 남았는지를 조사는 조문에서 찾았다.

존속 사유건수
폐지 절차가 조문에 없다11
종료 조건이 「사정이 변경될 때까지」로만 적혀 있다8
대신할 법령이 없다4
소관 관청이 없어졌다1
24

첫째 줄과 둘째 줄을 합하면 열아홉이다. 스물넷의 대부분이다.

두 줄은 같은 것을 말한다. 끝내는 방법이 조문 안에 없다는 것이다.


넷째 줄의 한 건은 소관 관청이 없어진 총독부 부령이다.

폐지는 소관이 발의한다. 관청이 없어지면 그 법령을 폐지하자고 말할 자리도 함께 없어진다.

이 한 건은 조사 기준일에 스물두 해째다.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아무도 없애자고 말할 수 없었을 뿐이다.


「사정이 변경될 때까지」라고 적은 여덟 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사정이 변경되었는지를 누가 판정하는지가 어느 조문에도 없다.

판정하는 자가 없으면 판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는 판정은 기한이 없는 것과 같다.


조사 담당자 부기, 보고서 제19쪽

— 나는 이 조사를 시작할 때 반대의 답을 예상하였다.

— 임시라고 적힌 법은 임시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표는 그 반대를 보인다. 임시라고 적힌 법이 더 오래 남아 있다.

— 까닭은 조문에 있지 아니하고 조문이 비워 둔 자리에 있다.

— 임시라고 적으면 기한을 적은 것처럼 보인다. 적은 것처럼 보이면 아무도 다시 묻지 아니한다.

— 다시 묻지 아니하는 것이 가장 긴 기한이다.


「임시」는 기간을 정하는 낱말이 아니라 기간을 묻지 않아도 되게 하는 낱말이었다.


여기서 결론이 뒤집힌다.

임시라고 적으면 오래간다. 그러므로 오래가지 않게 하려면 임시라고 적지 않아야 한다.

항구적이라고 적고, 판정하는 자를 조문에 적고, 판정하는 날짜를 조문에 적는다. 그러면 그 날짜마다 반드시 다시 묻게 된다.

이것이 아홉 달 뒤 초안 제7조가 되는 문장이다.


보고서는 열아홉 쪽이고 등사 열두 부가 나갔다.

열두 부 가운데 열한 부는 남아 있지 않다. 남은 한 부의 마지막 쪽 여백에 연필로 한 줄이 적혀 있다.

「그러면 판정하는 자를 정하면 된다.」

연필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울 까닭이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답이었다.


국방부 회신 「국경지대 범위에 관한 건」

단기 4284년(1951) 8월 · 작전국 → 법제처 법제조사국

— 귀 조회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회신한다.

— 본 회신은 군사상 소요를 적은 것이며 법령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범위의 확정은 귀 처의 소관이다.

1951년 8월, 사십이라는 숫자가 처음 종이에 적혔다.

하나 — 조회(照會)

법제조사국이 물은 것은 한 줄이었다.

「국경지대를 폭으로 정하려 한다. 몇 킬로미터로 하는 것이 적당한가.」

폭으로 정하기로 한 것은 그 앞의 결정이다. 제2조를 적는 방식은 셋이었다.

방식문면걸리는 것
열거해당 군(郡)의 이름을 조문에 적는다행정구역이 바뀔 때마다 법률을 고쳐야 한다
위임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범위가 조문 밖으로 나간다
국경선 이남 몇 킬로미터로 적는다숫자를 하나 정해야 한다

서정협은 셋째를 골랐다. 첫째로 적으면 조문이 지도가 되고, 둘째로 적으면 조문이 백지가 된다.

셋째의 값은 숫자 하나를 정하는 일이다. 그 하나를 정해 달라는 것이 조회의 전부였다.

국방부는 두 달을 끌었다. 끌린 까닭은 회신 초안 여백에 남아 있다. 폭을 정하면 그 바깥이 지대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지대가 아닌 곳에는 지대의 규정이 걸리지 않는다. 군은 선을 긋는 문서에 서명하기를 꺼렸다.

그래도 회신했다. 회신하지 않으면 법제처가 정할 것이었고, 법제처가 정한 숫자는 군의 숫자가 아니게 된다.

군이 두려워한 것은 좁게 잡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잡지 않는 것이었다.

두 달을 끈 국방부가 회신을 보낸다. 회신은 자를 둘 댔다—화력 22, 기동 16. 조문에 적힌 사십까지, 남은 2km는 지도에서 온다.

남은 48화 · 약 169,940자 · 약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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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 57화

제1부 부재(不在)

1서장2제2장 별장(別莊)3제4장 중지(中止)4제6장 오지 않았다

제2부 도하(渡河)

5제8장 수풍(水豐)6제9장 이천구백만7제10장 천사백(千四百)8제12장 저편

제3부 초안(草案)

9제14장 조사국(調査局)10제16장 제이조(第二條)11제17장 삼분의 일12제19장 배치(配置)13제21장 통과(通過)

제4부 표(票)

14제23장 명부(名簿)15제25장 백사십칠 석16제26장 개표(開票)17제27장 해석(解釋)18제29장 회의록(會議錄)

제5부 배치(配置)

19제31장 원조(援助)20제33장 육조(六條)21제35장 남(南)22제37장 항구(港口)

제6부 역전(逆轉)

23제39장 격차(隔差)24제40장 이주(移住)25제42장 신의주(新義州)26제44장 명부(名簿) 둘27제46장 서울28제48장 특수(特需)29제50장 역전(逆轉)

제7부 상비(常備)

30제51장 세는 사람31제53장 판결문(判決文)32제56장 훈련(訓鍊)33제58장 감축안(減縮案)34제60장 허가증(許可證)

제8부 문(門)

35제62장 문(門)36제64장 남은 것37제66장 팔차(八次)38제68장 닫혔다

제9부 재사정(再査定)

39제70장 구차(九次)40제72장 십차(十次)41제74장 아무도 세지 않았다

제10부 세대(世代)

42제76장 열여덟43제77장 북(北)44제79장 이름45제81장 흥남의 손자46제83장 열두 번째47제84장 지도(地圖)

제11부 격리(隔離)

48제86장 격리(隔離)49제88장 범위(範圍)

제12부 계산(計算)

50제90장 육조의 값51제92장 한 번도52제94장 스물여섯 달53제95장 세다

제13부 국경(國境)

54제96장 유고(遺稿)55제97장 열다섯 번56제98장 이름이 없는 사람57제99장 저편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