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3부 초안(草案)
11화제17장 삼분의 일
넷 — 병실
서정협은 그날 회의장에 없었다.

그는 9월 말부터 열이 있었고 10월 초에 입원했다. 병명은 유고에 적혀 있지 않다. 입원 기간만 적혀 있고 삼십일 일이다.
수정된 조문이 그에게 도착한 것은 11월이다.
입원한 삼십일 일 동안 조사국에서 그에게 간 문서는 넉 장이다. 셋은 결재를 구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통보였다.
통보 한 장이 제4조의 수정이다. 통보에는 회신란이 없다. 회신란이 없는 서식은 답을 받을 생각이 없는 서식이다.
『서정협 유고』 제3장
— 나는 두 글자를 지우자고 말할 수 있었다.
— 말하면 조문 전체가 다시 심의된다. 다시 심의되면 제7조가 살아남지 못한다.
— 제7조는 이미 한 번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뒤였다.
— 나는 제7조를 지키려고 제4조를 놓았다.
— 나는 지금도 그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아니한다.
— 다만 나는 그때 무엇과 무엇을 바꾸었는지 적어 두지 아니하였다. 적어 두었으면 뒤에 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하나를 지키려고 하나를 내주었다. 내준 것은 해마다 나라 세출의 삼분의 일이다.
그는 그 통보 한 장을 버리지 않았다.
유고 제3권에 끼워져 있고, 끼워 둔 자리는 제7조를 적은 의견서 사본 바로 앞이다. 두 장이 나란히 있다.
한 장은 그가 지킨 것이고 한 장은 그가 내준 것이다. 순서를 그렇게 놓은 사람은 그다.
공포된 조문에서 「이상」 두 자만 자간이 다르다.
활자를 새로 짠 것이 아니라 이미 조판된 판에 두 자를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앞뒤 글자가 그만큼 밀렸다.
관보 인쇄본을 보면 그 줄만 글자 사이가 좁다. 읽는 데는 지장이 없다.
국경지대 이동허가 위반 사건 제1호 판결문
신의주지방법원, 단기 4286년(1953) 6월
— 주문. 피고인을 벌금형에 처한다.
— 이유. 피고인은 국경지대 안에서 거주지를 옮겼고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 피고인이 국경지대를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아니한 사실에는 다툼이 없다.
그럼에도 본법 제5조가 적용되는 까닭을 아래에 적는다.
판결문은 두 쪽이고 그 가운데 한 쪽 반이 낱말 두 개에 관한 것이다.
하나 — 출입
초안 제5조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국경지대의 출입은 허가를 받는다.」
기초한 사람이 생각한 것은 보호였다. 위험한 곳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들어간 사람은 세어 두자는 것이다.
「출입」은 행위를 규제한다. 경계를 지나는 순간에만 걸린다. 지나고 나면 조문은 더 관여하지 않는다.
허가의 대상은 걸음이다. 사람이 아니다.
둘 — 거주와 이전
1951년 11월 심의에서 두 낱말이 바뀐다.
바꾸자고 한 것은 내무부다. 이유는 실무였다.
국경지대에는 이미 사람이 산다. 그 사람들은 출입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 사는 것이다. 「출입」으로는 그들이 어디 있는지 셀 수 없다.
그래서 「거주와 이전」이 들어간다.
내무부 의견 「국경지대 주민 파악에 관하여」, 1951년 11월
— 초안의 「출입」으로는 지대 안 주민을 파악하지 못한다.
— 지대 안 주민은 출입하지 아니한다.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아니하고 그대로 산다.
— 그대로 사는 사람을 세려면 사는 일 자체를 규정에 넣어야 한다.
— 헌법에 있는 낱말을 쓰면 다툼이 적다. 「거주와 이전」으로 고칠 것을 건의한다.
두 낱말은 새로 만든 말이 아니다. 헌법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제헌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거주와 이전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고 적었다.
헌법이 자유를 적어 둔 자리의 낱말을, 그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같은 낱말로 받았다.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의 그 법률이 이 법이 된다.
낱말이 같았기 때문에 손이 들어가는 데 마찰이 없었다. 헌법을 고칠 필요도, 헌법과 다투는 문장을 쓸 필요도 없었다.
두 낱말이 무엇을 나누는지는 표로 놓으면 분명하다.
| 구분 | 「출입」 | 「거주와 이전」 |
|---|---|---|
| 규제하는 것 | 행위 | 상태 |
| 걸리는 때 | 경계를 지날 때 | 지대 안에 있는 동안 계속 |
| 지대 안에서의 이동 | 해당 없음 | 해당 |
| 지대 밖 사람 | 들어올 때만 | 들어와 사는 순간부터 |
| 지대 안 사람 | 나갈 때만 | 나갈 때·옮길 때·머무를 때 |
| 남는 기록 | 통과의 기록 | 거주의 기록 |
| 만들어지는 것 | 없음 | 거주의 자격 |
마지막 줄이 이 조문의 값이다.
기초자는 이 교체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가 본 것은 셋째 줄까지다. 지대 안에서 사람이 옮겨 다니는 것도 허가를 받게 되니 관리가 편해진다는 것이다.
일곱째 줄은 그때 아무도 표로 놓지 않았다. 표로 놓으면 보이지만 문장으로 읽으면 보이지 않는다.
「거주와 이전은 허가를 받는다」는 문장에서 허가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은 읽히지 않는다. 읽히는 것은 거주와 이전이라는 두 낱말뿐이다.
셋 — 첫 사건

첫 사건은 이 년 뒤에 온다.
피고인은 지대 안 마을 사람이다. 여름에 강이 넘쳐 집이 무너졌고, 팔 킬로미터 떨어진 처가 마을로 옮겼다. 지대를 나가지 않았다. 허가는 받지 않았다.
검사의 주장은 한 줄이다. 이전이다.
변호인의 주장은 두 줄이다. 지대 안에서의 이동은 출입이 아니고, 이 조문의 목적은 지대의 보호이지 지대 안 사람의 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판결문 이유 말미
— 본원은 본법의 목적을 살폈다.
— 제1조는 국경의 방위와 그에 필요한 국가 역량의 배분을 목적으로 적었다. 지대 주민의 보호는 적지 아니하였다.
— 목적에 적히지 아니한 것은 목적이 아니다.
— 그러므로 제5조는 주민을 보호하는 조문이 아니라 주민의 소재를 정하는 조문이다.
— 조문은 「출입」이라 적지 아니하고 「거주와 이전」이라 적었다. 낱말이 다르면 뜻이 다르다.
— 본원은 이 해석이 무겁다는 것을 안다. 조문이 이렇게 적혀 있다.
벌금은 가벼웠다. 액수가 판결문에 적혀 있으나 그해의 돈은 이듬해의 돈과 값이 달라 여기 옮기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벌금 뒤에 붙었다.
판결이 확정된 뒤 그 사람의 이동은 매번 허가의 대상이 되었다. 집을 옮길 때가 아니라 마을을 벗어날 때마다다. 한 번 대상이 된 사람은 서식상 계속 대상으로 남는다.
명부에서 이름을 빼는 절차가 서식에 없기 때문이다.
허가 서식은 그해 겨울에 인쇄되었다. 한 장에 칸이 열둘이고 그 가운데 아홉이 사람에 관한 것이다.
옮기려는 곳과 옮기려는 날짜를 적는 칸은 둘이다. 남은 하나가 사유란이다.
사유란에 무엇을 적는지는 서식 뒷면에 예시가 있다. 예시는 넷이고 넷 다 직업과 가족에 관한 것이다. 집이 무너졌다는 사유는 예시에 없다.
서식은 예상된 것만 담는다. 예상되지 않은 사유를 적을 칸은 있어도 그 칸에 적힌 것을 받아 줄 규정이 없다.
제5조는 사람의 걸음을 규제하려고 쓰였고, 사람이 어디에 있어도 되는가를 정하는 조문이 되었다.
판결문의 마지막 문단은 한 줄이다.
「본법 제5조의 적용에 관하여는 입법의 보완을 요한다.」
이 한 줄은 법원이 국회에 보내는 문장이다. 보완은 요청되었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판결문 제2쪽 아래 여백에 서기가 연필로 사건 번호를 적어 두었다.
「국경 제1호」.
제1호라고 적는 서식은 뒤에 제2호가 있을 것을 전제한다. 서기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서식을 골랐을 것이다. 서식은 대개 그렇게 골라진다.
상공부 의견서 「국방 관련 산업 입지에 관하여」
단기 4285년(1952) 1월 · 상공부 공업국 → 법제처 법제조사국
— 초안 제6조에 대하여 이의 없음.
— 다만 「가깝게」의 기준이 조문에 없으므로 실무 기준을 아래에 붙인다.
— 본 기준은 참고이며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한다.
부표 한 장을 첨부한다.
이 법에서 가장 오래 남는 조문은 가장 짧게 논의된 조문이다.
하나 — 십일 분
1952년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축조 심의.
일곱 조를 심의하는 데 아홉 시간 이십 분이 들었다.
| 조 | 표제 | 심의 시간 |
|---|---|---|
| 제1조 | 목적 | 41분 |
| 제2조 | 국경지대 | 2시간 12분 |
| 제3조 | 상비 | 55분 |
| 제4조 | 배분 | 3시간 8분 |
| 제5조 | 이동 | 1시간 47분 |
| 제6조 | 산업 | 11분 |
| 제7조 | 재사정 | 26분 |
| 계 | — | 9시간 20분 |
제4조가 가장 길다. 돈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2조가 그다음이다. 땅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6조는 십일 분이다. 전체의 오십분의 일에 못 미친다.
논쟁의 길이는 그 조문이 무엇을 걸고 있는가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때 사람들이 무엇을 볼 줄 아는가에 비례한다.
법제사법위원회 축조 심의 요록, 1952년 1월
— 제6조. 국경 방위에 필요한 산업은 국경지대에 가깝게 배치한다.
— 이의 있소.
— (없음)
— 그러면 다음 조로 넘어가겠소.
— 잠깐. 「가깝게」가 어디까지요.
— 상공부 의견서에 기준이 붙어 있소.
— 그러면 되었소.
십일 분 동안 나온 발언은 여섯 마디다.
여섯 마디 가운데 넷은 절차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조문 낭독이다. 내용을 물은 것은 한 마디다.
그 한 마디에 대한 답은 조문 밖을 가리켰다.
이의가 없었던 것은 조문이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방위 산업은 전선 가까이 두는 편이 낫다. 보급선이 짧을수록 좋고, 짧은 보급선은 겨울에 더 좋다. 지난겨울에 그것을 배운 참이었다.
상식은 심의를 짧게 만든다. 상식에 반대하려면 상식이 아닌 것을 말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상식이 아닌 것을 말할 사람은 대개 없다.
상식은 심의를 짧게 만든다. 11분 만에 통과된 두 줄이 이 법에서 가장 오래 남는 조문이 된다 — 기준은 구속력 없는 부표 한 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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