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12부 계산(計算)
50화제90장 육조의 값
셋 — 소관(所管)
재사정 보고서 서식 제1호는 열넷 줄이다. 열넷 줄 가운데 지나간 것을 적는 줄은 없다.

서식에 없는 것을 조사하면 그 조사는 어느 서식에도 편철되지 않는다. 편철되지 않는 문서에는 문서번호가 붙지 않는다.
아무도 이 계산을 하지 않은 까닭은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다. 답을 적어 넣을 칸이 없어서다.
보고서는 등사 세 부를 냈다.
한 부는 위원회 지원과에 두었고 한 부는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로 보냈다. 나머지 한 부는 그가 가지고 있다.
지원과에 둔 것은 그해 말에 참고 자료 상자로 갔다. 입법조사처로 보낸 것에는 접수인이 찍혔다.
접수인 옆에 분류 기호를 적는 칸이 있고, 그 칸에는 사선이 하나 그어져 있다.
『서정협 유고』 제1장 「낱말」
1991년 유족 사가본 · 등사 30부 · 비매(非賣)
— 이 유고는 저자가 1974년부터 1988년까지 원고지에 적은 것이다.
— 제1장은 「국경수호법」 제1조에 관한 것이며 스물두 장이다.
— 사가본에는 인쇄된 문서를 넣지 아니하였다. 손으로 쓴 것만 골랐다.
표지 안쪽에 유족이 적은 줄이 하나 있다.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이 장에는 법 이야기가 없다.
하나 — 다섯 후보
제1조 첫 줄은 1951년 4월에 잡혔다.
국경의 항구적 방위와 그에 필요한 국가 역량의 배분을 정한다.
이 줄에서 그가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것은 하나다. 「방위」 앞에 무엇을 붙일 것인가였다.
유고 제1장은 그때 놓고 본 낱말 다섯을 적어 두었다.
| 낱말 | 그때 법령에서 앉아 있던 자리 | 고르지 아니한 까닭 |
|---|---|---|
| 임시(臨時) | 부칙과 한시법 | 이것을 피하려고 시작하였다 |
| 상시(常時) | 기관의 근무 형태 | 사람이 하는 일에 붙는 말이다 |
| 영구(永久) | 등기와 문서 보존 기간 | 물건에 붙는 말이다 |
| 계속(繼續) | 사업의 연차 | 끝이 정하여진 것에 붙는다 |
| 항구(恒久) | 조약문 | — |
넷은 까닭이 적혀 있고 하나는 비어 있다.
그가 고른 것은 조약문의 낱말이다.
조약은 한쪽이 그만두고 싶다고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가 있고, 상대는 이쪽 사정을 따라 사라지지 않는다.
국경도 그렇다고 그는 보았다. 강은 이쪽 형편에 따라 물러가지 않는다.
『서정협 유고』 제1장, 1979년 4월
— 나는 이 법이 오래가기를 바라서 그 낱말을 쓴 것이 아니다.
— 나는 이 법이 임시법으로 읽히는 것을 막으려고 그 낱말을 썼다.
— 항구적이라는 말은 오래간다는 뜻이 아니고 기한을 걸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 그때 두 뜻은 같은 말이었다.
같은 말이었던 것은 그 옆에 제7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한을 걸지 않는 대신 오 년마다 묻게 했다. 묻는 조문이 있으므로 기한이 없어도 무한하지 않다. 그것이 그가 잡은 균형이다.
그는 오래가게 하려고 그 낱말을 쓴 것이 아니다. 오래가지 못하게 하는 조문을 같은 법에 넣었기 때문에 그 낱말을 쓸 수 있었다.
둘 — 유권해석(有權解釋)
낱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옮겨 간 것은 그 낱말을 읽는 자리다.
| 해 | 어디에서 | 무엇을 가리켰는가 |
|---|---|---|
| 1952 | 제1조 조문 | 임시가 아닌 방위 |
| 1963 | 법제처 유권해석 | 기한의 정함이 없음 |
| 1979 | 판결 방론 | 본법의 존속을 전제로 함 |
| 2003 | 위원회 답변 | 존속 필요성이 조문 자체에 있음 |
1963년은 제2조의 사십 킬로미터가 백 킬로미터가 된 해다. 그 해석은 근거를 제2조에서 찾지 않고 제1조에서 찾았다.
법제처 유권해석 회신, 1963년 5월
— 문. 제1조의 항구적은 기한을 정하지 아니한다는 뜻인가.
— 답. 그렇다.
— 문. 그 뜻이 제2조의 범위에도 미치는가.
— 답. 미친다. 방위에 기한이 없으면 그 범위도 그때그때 정한다.
한 번 이렇게 읽히자 제2조는 숫자를 지키는 조문이 아니게 되었다.
1979년의 방론은 이동 허가 사건의 판결문에 있다. 다투어진 것은 갱신 요건이었고 제1조는 쟁점이 아니었다.
판결은 요건을 심사하면서 본법이 항구적 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이상 이 요건의 엄격함은 그 목적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고 적었다. 결론에 필요하지 않은 대목이다.
필요하지 않은 그 대목이 이십사 년 동안 열한 번 인용되었다. 인용한 열한 건 가운데 아홉 건은 판결이 아니라 행정 문서다.
2003년 위원회 답변에서 그것이 어디에 닿았는지가 나온다.
국경수호법 재사정 특별위원회 회의록, 2003년 3월
— 문. 존속 필요성은 무엇으로 판정하오.
— 답. 제1조가 항구적 방위를 규정하고 있소.
— 문. 그것은 조문이오. 판정의 기준을 묻고 있소.
— 답. 조문이 기준이오.

제7조는 오 년마다 물었다. 제1조는 처음부터 답을 적어 두고 있었다.
두 조문을 같은 법에 넣은 것은 같은 사람이다. 뒤엣것이 앞엣것의 답이 되는 데 오십일 년이 걸렸다.
셋 — 그해 삼월
서희원은 이 사가본을 서른한 해 동안 가지고 있었다.
집 책장 셋째 칸에 있었다. 아버지가 물려주었고 표지 안쪽 줄까지 알고 있었다.
조사관이 되고서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까닭을 그는 수첩에 적어 두었다. 조사관이 자기 집안의 회고록을 자료로 쓰면 그 보고서가 자료로 읽히지 않는다.
그 판단은 열여덟 해 동안 옳았다.
2022년 3월, 제14차 재사정 보고서가 나갔다. 결론 앞에 한 문장이 있다.
「제1조가 국경의 항구적 방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법의 존속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 문장은 열세 권에 이미 있던 문장이다. 열네 번째 보고서에서 그 줄은 손대지 않고 옮기는 줄이다.
옮겨 적은 사람이 서희원이다.
그해 가을에 그는 셋째 칸에서 사가본을 꺼냈다.
꺼낸 날은 보고서가 나간 지 여섯 달 뒤다. 그 사이에 그가 한 일은 제6조를 세는 일이었다.
세고 나서 그는 자기가 옮겨 적은 줄을 다시 보았다. 그 줄에는 셀 것이 없다.
『서정협 유고』 제1장 끝, 1988년 8월
— 나는 낱말 하나를 골랐고 그 낱말은 지금도 그대로다.
— 낱말은 지켜지면 뜻이 바뀐다. 지키는 사람이 저마다 자기 뜻으로 지키기 때문이다.
— 고치려면 글자를 고쳐야 하는데 고칠 글자가 없다.
낱말은 일흔 해 동안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그 낱말이 가리키는 것은 세 번 바뀌었다.
그가 그해 봄에 옮겨 적은 문장에 그 낱말이 있었다. 그 낱말이 무슨 뜻으로 쓰인 것이었는지는 그해 가을에 알았다.
사가본 제1장은 스물두 장이다. 그는 거기에 종이쪽을 끼우지 않았다.
끼우면 어디를 인용할지 정한 것이 된다.
국회 의안정보 「병력 규모 감축 관련 의안 처리 현황」
국회 사무처 의안과 · 대상 기간 1952~2023 · 갱신일 2023년 12월 31일
— 검색 조건은 셋이다. 「국경수호법」 제3조를 개정 대상으로 할 것, 상비 병력 정수의 감축을 내용으로 할 것, 위원회에 회부되었을 것.
— 세 조건을 다 채운 의안은 23건이다.
— 처리 결과란에 「가결」이 적힌 줄은 하나다.
그 한 줄의 비고란에 두 자가 있다.
감축안은 한 번도 통과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병력은 줄었다.
하나 — 일흔한 줄
제3조는 두 문장이다.
국경지대에 상비 병력을 둔다. 병력 규모는 매년 국회가 정한다.
뒤 문장을 넣은 것은 통제 장치였다. 해마다 정하게 하면 해마다 줄일 수도 있다.
1952년부터 2023년까지 일흔두 해다. 그 가운데 정한 해는 일흔한 번이다.
| 어떻게 정하였는가 | 해 수 |
|---|---|
| 예산안에 붙은 부대 의결 | 64 |
| 별도 안건 의결 | 7 |
| 정하지 아니하고 앞 해 값을 이어 쓴 해 | 1 |
정하지 않은 한 해는 1965년이다. 그해 예산안이 회계연도 개시일까지 의결되지 않아 준예산이 집행되었다.
정수는 그해에도 있었다. 앞 해 것이 그대로 있었다.
별도 안건으로 올라온 일곱 해는 1957년, 1962년, 1971년, 1979년, 1988년, 2001년, 2016년이다.
일곱 해 다 그해에 감축안이 함께 제출되어 있다. 별도 안건이 되는 것은 다툴 것이 생겼을 때뿐이다.
나머지 예순네 해에는 다툴 것이 없었다. 다툴 것이 없는 해에 정수는 예산안 뒤에 붙어 함께 의결되었다.
국회 사무처 의안과 회신, 2023년 12월
— 문. 부대 의결만 따로 부결한 전례가 있소.
— 답. 없소.
— 문. 절차가 없어서 없는 것이오, 하지 아니하여 없는 것이오.
— 답. 절차가 없소.
— 문. 그러면 정수는 예산안과 함께 통과되는 것이오.
— 답. 그렇소.
부대 의결은 본안에 딸린 것이다. 본안을 부결하지 아니하고 딸린 것만 부결하는 절차는 국회법에 없다.
정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값이 아니다. 정하지 않으면 앞 해 것이 남는 값이다.
둘 — 스물셋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은 일흔두 해 동안 23건이다.
| 처리 결과 | 건수 | 찬반의 수 |
|---|---|---|
| 본회의 부결 | 4 | 남는다 |
| 위원회 부결 | 3 | 위원의 표만 남는다 |
| 임기 만료 폐기 | 12 | 남지 않는다 |
| 철회 | 3 | 남지 않는다 |
| 수정 가결 | 1 | 남는다 |
부결된 안은 찬반의 수가 남고 폐기된 안은 아무 수도 남지 않는다. 이것은 1970년에 한 번 적혀 있던 문장이다.
스물세 건 가운데 반대한 사람의 이름이 남은 것은 넷이다. 열두 건은 반대한 사람 없이 없어졌다.
일흔두 해 동안 낸 감축안 스물셋, 가결된 한 줄의 비고란에 두 자가 있다. 열두 건은 반대한 사람 없이 없어졌다.
남은 7화 · 약 26,716자 · 약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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