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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제23장 명부(名簿)

· 57화 중 14화 · 3,630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셋 — 열넉 달

이남에서 선거인명부를 만드는 데 걸린 기간은 두 달이다. 옮겨 적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국경 14화 제23장 명부(名簿) — 헤더컷

같은 나라에서 같은 선거를 준비하는데 한쪽은 두 달이고 한쪽은 열넉 달이다.

그 차이가 무엇에서 왔는지는 명부에 적히지 않는다. 명부에는 이름과 나이와 주소만 적힌다.

열람은 부·군 청사 벽에 명부를 붙여 두는 것이다. 이남에서는 그것으로 족했다.

이북에서는 열람장 앞에 줄이 섰다. 붙은 종이를 손가락으로 짚어 내려가며 자기 이름을 찾는 줄이다.

찾지 못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다시 댔다. 그것이 두 번째다.

넷 — 보류

요령 제5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본인 진술과 두 문서가 전부 다른 경우다. 흔치 않았지만 없지도 않았다.

실무는 서식에 없는 칸을 만들어 썼다. 명부 용지의 오른쪽 끝, 원래 도장을 찍는 자리다. 거기에 두 글자를 적었다.

「보류」다.


보류가 적힌 사람은 그 회 선거에서 명부에 오르지 않았다. 오르지 않으면 투표하지 않는다.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의신청은 명부에 오른 사람이 자기 기재를 고쳐 달라고 하는 절차다. 명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 쓰는 절차는 따로 있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몇인지는 이 회차에서 세지 않는다.

세는 것은 뒤의 일이고, 세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명부 용지는 도별로 묶여 중앙선거위원회 서고로 갔다. 끈으로 묶었고 겉장에 도명과 부·군명과 매수를 적었다.

겉장에는 보류 매수를 적는 칸이 없다.

서식에 칸이 없는 것은 세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작성원 하나가 복명서 끝에 한 줄을 덧붙였다. 서식의 소견란이고, 대개는 비워 두는 자리다.

거기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사람들은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국정 역사교과서』 1958년판, 중등 과정 제6장 「국토의 회복」

문교부 편, 1958년 3월

— 우리 국토는 단기 4283년 겨울에 회복되었다.

— 이북 동포는 그 앞의 다섯 해를 압제 아래에서 지냈다.

— 우리는 그 다섯 해를 「잃었던 다섯 해」라 부른다.

— 제6장에서 여러분이 배울 것은 그 다섯 해가 얼마나 어두웠는가이다.

제6장의 분량은 네 쪽이다. 같은 책에서 신라의 삼국 통일은 열아홉 쪽이다.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제2권 편찬자 주.

이 다섯 해는 통일 뒤 어느 부처도 계산해 두지 않은 기간이다.

하나 — 네 쪽

교과서 제6장은 네 쪽이고 절이 셋이다.

표제
1삼팔선의 비극1
2압제 아래의 동포1
3국토의 회복2

셋째 절이 절반이다. 회복은 1950년 겨울 석 달의 일이고 나머지 두 절은 다섯 해의 일이다.

다섯 해에 두 쪽, 석 달에 두 쪽이다.


둘째 절에 나오는 낱말을 뽑으면 열 개가 되지 않는다.

압제. 수탈. 신음. 강제. 억압. 해방.

여섯 개다. 여섯 개 모두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고, 무엇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가리키는 말은 하나도 없다.

1958년판은 초판이 아니다. 그 앞에 1952년판과 1955년판이 있었고 제6장의 쪽수는 세 판이 같다.

세 판 사이에 고쳐진 것은 낱말 둘이다. 1952년판의 「괴뢰」가 1955년판에서 「공산 치하」가 되었고, 1958년판에서 「압제」가 되었다.

말이 순해지는 동안 쪽수는 늘지 않았다.

제6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낱말이 있다.

토지. 배급. 학교. 공장. 조합.

교과서는 그 다섯 해에 사람들이 무엇을 겪었는지 적었다. 무엇을 가졌는지는 적지 않았다.

둘 — 그 다섯 해

교과서가 적지 않은 것을 적는다. 판단은 붙이지 않는다.

연도이북에서 있었던 일
1946삼월에 토지개혁. 무상으로 걷어 무상으로 나눈다
1946성인 문맹퇴치 사업이 도 단위로 시작된다
1947배급이 도시 노동자에서 전 세대로 넓어진다
1948정권 기관이 서고 헌법이 나온다
1949흥남과 청진의 공장이 다시 돌기 시작한다
1950그 정권이 전쟁을 일으킨다
1950~53폭격은 대개 그 사람들이 사는 쪽에 떨어졌다

마지막 두 줄은 같은 사람들의 일이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정권이고 폭격을 맞은 것은 사람이다. 둘을 한 줄에 적으면 셈이 틀린다. 두 줄로 적는 이유가 그것이다.


다섯 해 동안 이북 사람들이 겪은 것 가운데 표에 이름이 붙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모이는 일이다.

토지를 나누려면 마을마다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문맹을 없애려면 야학이 있어야 한다. 배급을 하려면 세대를 묶어 반을 짜야 한다.

다섯 해 동안 그 사람들은 이름을 적고 수를 세고 손을 들어 정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무엇을 위한 회의였는가와 별개로 회의라는 절차 자체가 몸에 붙었다.

이남에서 같은 다섯 해 동안 그런 자리에 앉아 본 사람은 그보다 적었다.

이 차이가 얼마인지는 이 회차에서 계산하지 않는다. 계산은 이듬해 오월의 개표가 한다.


국경 14화 제23장 명부(名簿) — 전환컷

토지개혁은 종이로 남았다. 분여 증서다.

1953년 여름에 그 증서가 유효한지 아닌지를 물은 사람이 있었다. 답한 부처가 없었다.

땅을 걷긴 걷었는데 걷은 주체가 없어졌다. 나누긴 나누었는데 나눈 근거가 없어졌다. 되돌리려면 되돌릴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원래 주인의 절반은 이남에 있고 절반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정하지 않았다. 정하지 않은 채로 선거를 치른다.

분여 증서를 가진 사람은 그 종이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투표소에 간다.

셋 — 조사 항목

1953년 7월, 각 부처가 이북 관계 조사 계획을 냈다. 항목을 모으면 스물여덟이다.

조사한 것조사하지 않은 것
인구와 세대 수다섯 해 동안 무엇을 배웠는가
토지 대장과 지목무엇에 익숙해졌는가
광공업 시설과 가동 상태무엇을 잃었다고 여기는가
철도 연장과 궤도 상태무엇을 얻었다고 여기는가
발전 용량과 송전 계통누구를 신뢰하는가
항만 하역 능력

왼쪽 여섯 줄은 계획서에서 옮겼다. 전부 물건이다.

오른쪽 다섯 줄은 계획서에 없다. 그 계획서를 읽은 사람이 뒤에 여백에 연필로 적어 둔 것이고, 자료집 제2권은 그 여백까지 함께 영인했다.

여백에 적힌 다섯 줄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지 않다. 물음이 아니라 목록으로 적혔다.


이북관계 조사 연락회의 기록, 1953년 7월

— 항목이 스물여덟인데 사람에 관한 것은 인구 하나다.

— 사람은 세면 된다. 나머지는 세는 방법이 없다.

— 방법이 없는 것과 셀 것이 없는 것은 다르다.

— 다르다. 다만 예산 항목은 방법이 있는 쪽에만 붙는다.

— 그러면 방법을 만들자는 의견으로 적어 두겠다.

— 적어 두는 것은 좋다. 이번 회차 계획에는 넣지 않는다.


그 의견은 회의 기록에 적혔고 계획서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듬해 봄에 선거가 있다. 선거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묻는 절차다.

묻기 전에 알아 두려 한 부처가 없었다는 것이 이 회차의 값이다.

물건은 스물일곱 항목으로 세었고 사람은 한 항목으로 세었다.


1958년판 교과서에서 제6장 다음 쪽에 1954년 오월이 나온다.

두 문단이다. 첫 문단은 투표율이 높았다고 적었고, 둘째 문단은 이북 동포가 자유를 처음 행사했다고 적었다.

그 선거에서 무엇이 나왔는지는 적지 않았다.

1958년에 그 대목을 비워 두기로 정한 사람들은, 그 결과를 이미 사 년째 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교과서는 다음 단원으로 넘어간다. 단원 표제는 「부흥」이다.


중앙선거위원회 고시 「제3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관한 건」

1954년 3월 · 전 12조 및 별표 2

— 제1조. 의원 정수는 삼백 인으로 한다.

— 제2조. 선거구는 부(府)와 군(郡)을 단위로 한다. 인구 십오만을 넘는 부·군은 나눈다.

— 제3조. 국경수호법 제2조의 국경지대에 속하는 부·군은 전조의 인구 기준을 절반으로 한다.

— 제4조. 본 획정은 인구비에 의한다.

제3조와 제4조는 같은 고시의 같은 쪽에 나란히 실려 있다.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제2권 편찬자 주.

1954년 3월, 삼백 석 가운데 백사십칠 석이 이북 아홉 개 도에 배정되었다.

하나 — 고시

고시는 열두 조다. 앞의 넷이 기준이고 뒤의 여덟은 절차다.

기준 넷 가운데 셋은 이남에서 세 번 치른 선거에 이미 쓰인 것이다. 부·군을 단위로 한다는 것, 인구가 많으면 나눈다는 것, 인구비에 의한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온 것은 제3조 하나다.


제3조는 고시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전해 선거법 개정에 이미 들어가 있었고, 고시는 그것을 옮겨 적었다.

개정 심의에서 이 조문에 붙은 토론은 기록에 없다. 제안 이유서 한 장이 남았다.

제안 이유서에 적힌 것
1국경지대는 국경수호법 제5조로 거주와 이전이 제한된다
2제한을 받는 주민은 한자리에 모여 살지 못하고 흩어진다
3흩어진 선거인을 한 대표가 맡으려면 다녀야 할 거리가 길다
4그러므로 인구 기준을 낮춘다

넉 줄이 서로 이어져 있다. 앞의 세 줄은 사실이고 넷째 줄이 그 사실의 처방이다.

처방이 옳은지 그른지를 다툰 사람이 없었다. 국경지대 주민이 불편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 조문은 대표를 늘리는 조문으로 읽히지 않았다. 불편한 곳을 봐 주는 조문으로 읽혔다.

두 읽기의 차이는 국경지대가 어디까지인가에 달려 있다. 1953년에 그 답을 알려면 국경수호법 제2조를 펴 보아야 했다.

선거법을 심의한 위원회의 회의록에는 「국경수호법」이라는 낱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조문 하나가 다른 법의 조문 하나를 끌어다 쓰면 끌려온 쪽은 심의되지 않는다.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이유로 들어온 조문이 가장 오래 남는다.

인구 기준을 절반으로 낮춘 특례 한 줄. 그 한 줄이 만든 스물한 석이 어디에서 빠져 어디로 갔는지, 별표 두 장에 셈이 그대로 실려 있다.

남은 43화 · 약 152,183자 · 약 3시간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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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 57화

제1부 부재(不在)

1서장2제2장 별장(別莊)3제4장 중지(中止)4제6장 오지 않았다

제2부 도하(渡河)

5제8장 수풍(水豐)6제9장 이천구백만7제10장 천사백(千四百)8제12장 저편

제3부 초안(草案)

9제14장 조사국(調査局)10제16장 제이조(第二條)11제17장 삼분의 일12제19장 배치(配置)13제21장 통과(通過)

제4부 표(票)

14제23장 명부(名簿)15제25장 백사십칠 석16제26장 개표(開票)17제27장 해석(解釋)18제29장 회의록(會議錄)

제5부 배치(配置)

19제31장 원조(援助)20제33장 육조(六條)21제35장 남(南)22제37장 항구(港口)

제6부 역전(逆轉)

23제39장 격차(隔差)24제40장 이주(移住)25제42장 신의주(新義州)26제44장 명부(名簿) 둘27제46장 서울28제48장 특수(特需)29제50장 역전(逆轉)

제7부 상비(常備)

30제51장 세는 사람31제53장 판결문(判決文)32제56장 훈련(訓鍊)33제58장 감축안(減縮案)34제60장 허가증(許可證)

제8부 문(門)

35제62장 문(門)36제64장 남은 것37제66장 팔차(八次)38제68장 닫혔다

제9부 재사정(再査定)

39제70장 구차(九次)40제72장 십차(十次)41제74장 아무도 세지 않았다

제10부 세대(世代)

42제76장 열여덟43제77장 북(北)44제79장 이름45제81장 흥남의 손자46제83장 열두 번째47제84장 지도(地圖)

제11부 격리(隔離)

48제86장 격리(隔離)49제88장 범위(範圍)

제12부 계산(計算)

50제90장 육조의 값51제92장 한 번도52제94장 스물여섯 달53제95장 세다

제13부 국경(國境)

54제96장 유고(遺稿)55제97장 열다섯 번56제98장 이름이 없는 사람57제99장 저편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