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TOON

24화제40장 이주(移住)

· 57화 중 24화 · 3,55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둘 — 신청권

판결은 그해 9월에 났다. 상고는 없었다. 상고 비용을 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자료집 제4권 해제에 적혀 있다.

국경 24화 제40장 이주(移住) — 헤더컷

이 판결은 그 뒤 이 종류의 사건에서 스물두 번 인용된다. 인용된 것은 이유 제4항이다.

이유 제5항을 인용한 문서는 없다.


같은 해 국경지대 여섯 개 도의 공장은 사람을 더 뽑았다. 뽑는 쪽과 들어가려는 쪽 사이에 창구가 하나 있고, 창구의 정원은 공장의 채용 계획과 따로 정해진다.

한쪽은 산업 계획이 정하고 한쪽은 방위 계획이 정한다. 두 계획을 한 책상에 올리는 절차는 이때까지 없다.

창구 뒤 나무 칸에는 번호가 붙어 있다. 그해에 그 칸을 여섯 번 비웠다.


『대한민국 국정 역사교과서』 중학교 과정 제7장 제3절 신구 대조표

문교부 편수국, 1967년 11월 · 개정 심의 자료 2장

— 왼쪽은 1958년판, 오른쪽은 1968년판 원고다.

— 대조한 절의 표제는 「국토의 통일」이다. 표제는 고치지 아니한다.

— 고친 곳은 열네 군데다. 그 가운데 아홉이 서술어다.

— 이 자료는 심의가 끝나면 폐기하기로 되어 있었다. 폐기되지 아니한 이유는 기록에 없다.

두 칸을 가르는 세로선은 인쇄가 아니라 자를 대고 그은 것이다.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제4권 편찬자 주.

두 판본이 한 책상에 놓인 것은 이 심의 자리가 처음이다.

하나 — 열네 군데

고친 곳 열네 가운데 다섯을 옮긴다.

#1958년판1968년판
1우리는 잃었던 국토를 되찾았다우리는 국토 전부를 지키게 되었다
2통일은 1950년 겨울에 이루어졌다통일은 1950년 겨울에 이루어졌고 오늘도 지켜지고 있다
3국경은 우리 손으로 그은 선이다국경은 우리가 맡은 선이다
4이 과업은 완수되었다이 과업은 계속되고 있다
5국경지대에는 우리 군이 있다국경지대에는 우리 군과 우리 공장이 있다

다섯째 줄만 사실이 늘었다. 나머지 넷은 사실이 그대로고 말끝이 바뀌었다.

늘어난 사실 하나는 굴뚝이다. 열네 군데 가운데 새 사실이 들어간 곳은 그 한 곳뿐이다.

옮기지 않은 아홉 군데도 성질은 같다. 여섯은 말끝이고 둘은 낱말 하나를 바꾼 것이고 하나는 문장 순서를 뒤집은 것이다.

문장 순서를 뒤집은 자리가 이 절의 첫 문단이다. 1958년판은 국경의 길이를 먼저 적고 그것을 얻은 경위를 뒤에 적었다. 1968년판은 순서가 반대다.

먼저 오는 것이 무엇인가로 아이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배운다. 편수 지침에 그렇게 적혀 있다.


절 전체의 서술어는 열한 개다. 그 열한 개를 형태로 갈라 세면 이렇다.

형태1958년판1968년판
완료 (-았다·-되었다)91
지속 (-고 있다·-게 되었다)210
1111

열한 개 가운데 아홉이 자리를 옮겼다. 남은 둘은 연도가 붙은 문장이다. 연도가 붙은 문장은 고칠 수 없다.

열 해 사이에 바뀐 것은 사실이 아니라 시제다.

둘 — 서술어

되찾았다는 말에는 앞이 있다. 잃은 때가 있고 되찾은 때가 있고 그 뒤가 있다.

지킨다는 말에는 앞이 없다. 시작한 때는 있으나 끝나는 때가 없다.

되찾은 것에는 끝이 있고 지키는 것에는 끝이 없다.


교과서는 아이에게 다음 물음을 준비시킨다. 되찾았다고 배운 아이는 그러면 이제 끝났느냐를 묻고, 지키고 있다고 배운 아이는 언제까지 지키느냐를 묻는다.

앞의 물음에는 답이 있다. 끝났다 또는 아직이다.

뒤의 물음에는 답이 하나뿐이다. 계속이다.

계속은 답의 모양을 하고 있으나 답이 아니다. 물음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말이다.


1958년판으로 배운 아이는 1967년에 스물을 넘겼다. 그 가운데 국경지대 여섯 개 도의 공장에 들어간 사람이 있고 창구에 줄을 선 사람이 있고 국경수비대에 간 사람이 있다.

셋 다 되찾았다고 배웠다.

1968년판으로 배울 아이는 지키게 되었다고 배운다. 그 아이가 스물을 넘기는 해는 1980년쯤이고, 그때 국경은 서른 해째다.

교과서는 그 서른 해를 미리 설명해 두는 문서다. 설명은 문장이 아니라 말끝으로 한다.


문교부 국정교과서 편수 심의 회의록, 1967년 11월

— 되찾았다를 고치자는 것이오.

—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 맞추자는 것이오.

— 무엇에 맞추오.

— 아이들이 사는 곳에 맞추오. 되찾았다고 하면 다음 물음이 그러면 끝났느냐가 되오.

— 끝나지 않았소.

— 그러니 끝났다고 읽히는 말을 두지 말자는 것이오.

국경 24화 제40장 이주(移住) — 전환컷

— 지키게 되었다고 하면 언제까지 지키느냐를 묻지 않겠소.

— 그 물음에는 답이 있소. 계속이오.

— 계속은 답이 아니오.

— (그 뒤 두 줄은 기재하지 아니함)

셋 — 열한 명

이 개정에 이름을 올린 편수관은 열한 명이다.

출신
이북 여섯 개 도6
이남 아홉 개 도5
11

1958년판을 만든 편수관은 아홉이었고 그 가운데 이북 출신은 하나였다.

열 해 사이에 편수국의 절반이 넘어갔다. 넘어간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넘어간 이유는 사범학교와 대학이 그동안 어디에서 늘었는가에 있다.

굴뚝이 선 곳에 학교가 서고 학교가 선 곳에서 교사가 나오고 그 교사 가운데 몇이 편수국으로 온다. 열 해면 그 줄이 한 번 돈다.


이북 출신 여섯이 무엇을 주장했는지는 회의록에 나뉘어 적히지 않았다. 회의록은 발언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다만 다섯째 줄은 그들이 사는 곳의 문장이다. 국경지대에는 우리 군과 우리 공장이 있다.

1958년판에는 공장이 없었다. 1958년에는 굴뚝이 아직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늦게 따라온 것이 아니다. 열 해 걸려 따라온 것이다.


심의는 그해 11월에 끝났고 새 판본은 이듬해 3월에 배부된다.

폐기 대상이던 대조표 두 장은 편수국 서고 맨 아래 칸에 남았다. 자료집 제4권이 그것을 영인했다.

영인본에서도 세로선은 삐뚤다. 자를 대고 그었으나 손으로 그은 선이다.


한경모, 『흥남에서 흥남까지』, 1997, 제9장 첫머리

— 1968년 4월에 신의주로 가라는 통지를 받았다.

— 나는 그것을 승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이 장을 쓰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쓸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적을 이유가 없어서다.

— 나는 스물일곱 해 동안 세 체제에서 같은 일을 했다. 세 번 다 나를 부른 쪽은 기계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 책의 제목을 흥남에서 흥남까지로 한 것은 내가 흥남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신의주는 그 사이에 있다.

1968년 4월, 한경모는 신의주로 갔다.

하나 — 강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그해 국경지대 산업 배정은 스물여덟 곳으로 나뉜다. 위의 여섯이 이렇다.

도시배정 구성비
신의주21.4
흥남17.8
청진13.2
강계9.6
혜산7.1
나진6.3
그 밖 스물두 곳24.6
100.0

첫 줄이 둘째 줄보다 삼 점 육 크고, 첫 줄 하나가 아래 스물두 곳을 합친 것과 거의 같다.

제6조는 국경에 가깝게 배치하라고 적었다. 그러면 이 표는 거리 순서여야 한다.

도시국경선까지배정 순위
신의주강가1
흥남약 190km2
청진약 80km3
강계약 30km4
혜산강가5
나진약 45km6

거리 순서가 아니다. 강가에 있는 혜산이 다섯째고 백구십 킬로 떨어진 흥남이 둘째다. 여섯 줄 가운데 거리와 순위가 맞는 것은 첫 줄 하나다.

「가깝게」는 순위를 정하지 않는다. 순위를 정한 것은 항구와 전력과 이미 서 있던 공장이다.


그러면 항구와 전력과 이미 서 있던 공장은 왜 거기 있는가.

1957년의 첫 배분표가 거기에 넣었고, 그 배분표의 근거가 제6조였다. 1959년의 입지 계획이 그 위에 얹혔고, 1963년에 국경지대가 백 킬로로 늘면서 흥남까지 그 안에 들어왔다.

열한 해 동안 조문 하나가 자기가 만든 결과를 자기 근거로 삼았다.

신의주가 첫 줄인 이유는 셋이 한 곳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강이 있고 하구가 있고 상류에 발전소가 있다. 셋이 만나는 곳은 이 나라에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하나는 국경선이 시작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압록강 칠백구십오 킬로의 첫 킬로가 그 도시 앞을 지난다.

둘 — 통지

통지는 넉 장이다. 발령과 직급과 부임 기일과 여비 규정이다.

직급은 부지배인이다. 지배인은 서울에서 온다.

넉 장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가족을 데려가는 절차다.

신의주는 국경지대다. 국경지대에 사람이 들어가려면 제5조의 허가를 받는다. 발령을 받은 본인은 직무 배치로 갈음되고 배우자와 자녀는 따로 신청한다.

따로 신청한다는 말은 따로 기각될 수 있다는 말이다. 통지 넉 장은 그 말을 적지 않는다. 통지는 발령을 적는 문서이지 그 뒤를 적는 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경모는 그때 마흔아홉이다. 흥남에서 스물일곱 해를 보냈고 그 사이 자리를 옮긴 것은 두 번이다. 두 번 다 같은 공장 안이었다.

그가 있던 곳그를 부른 쪽
1941흥남 질소비료공장 기술직공장
1945같은 공장 같은 자리새 관리위원회
1950같은 공장 같은 자리새 정부
1958같은 공장 관리직남쪽 자본
1968신의주 화학공업단지 부지배인본사

가운데 세 줄이 같은 자리다. 부른 쪽만 세 번 바뀌었다.

그는 스물일곱 해 동안 한 번도 자리를 지원한 적이 없다. 다섯 번 다 부르는 쪽이 있었다.

가운데 세 줄이 같은 자리, 부른 쪽만 세 번 바뀌었다. 다섯 번째 부름이 그를 국경이 시작되는 도시로 데려간다.

남은 33화 · 약 117,125자 · 약 2시간 47분

내 서재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

국경전 57화

제1부 부재(不在)

1서장2제2장 별장(別莊)3제4장 중지(中止)4제6장 오지 않았다

제2부 도하(渡河)

5제8장 수풍(水豐)6제9장 이천구백만7제10장 천사백(千四百)8제12장 저편

제3부 초안(草案)

9제14장 조사국(調査局)10제16장 제이조(第二條)11제17장 삼분의 일12제19장 배치(配置)13제21장 통과(通過)

제4부 표(票)

14제23장 명부(名簿)15제25장 백사십칠 석16제26장 개표(開票)17제27장 해석(解釋)18제29장 회의록(會議錄)

제5부 배치(配置)

19제31장 원조(援助)20제33장 육조(六條)21제35장 남(南)22제37장 항구(港口)

제6부 역전(逆轉)

23제39장 격차(隔差)24제40장 이주(移住)25제42장 신의주(新義州)26제44장 명부(名簿) 둘27제46장 서울28제48장 특수(特需)29제50장 역전(逆轉)

제7부 상비(常備)

30제51장 세는 사람31제53장 판결문(判決文)32제56장 훈련(訓鍊)33제58장 감축안(減縮案)34제60장 허가증(許可證)

제8부 문(門)

35제62장 문(門)36제64장 남은 것37제66장 팔차(八次)38제68장 닫혔다

제9부 재사정(再査定)

39제70장 구차(九次)40제72장 십차(十次)41제74장 아무도 세지 않았다

제10부 세대(世代)

42제76장 열여덟43제77장 북(北)44제79장 이름45제81장 흥남의 손자46제83장 열두 번째47제84장 지도(地圖)

제11부 격리(隔離)

48제86장 격리(隔離)49제88장 범위(範圍)

제12부 계산(計算)

50제90장 육조의 값51제92장 한 번도52제94장 스물여섯 달53제95장 세다

제13부 국경(國境)

54제96장 유고(遺稿)55제97장 열다섯 번56제98장 이름이 없는 사람57제99장 저편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