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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제62장 문(門)

· 57화 중 35화 · 3,435자 · 약 5분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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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 축소(縮小)

축소는 해체가 아니다.

국경 35화 제62장 문(門) — 헤더컷

이 문장은 그해 가을 국회에서 아홉 번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1989년 9월

— 문. 그 보도는 사실인가.

— 답. 확인하여 줄 수 없다.

— 문. 사실이라면 우리 병력을 줄일 수 있는가.

— 답. 축소는 해체가 아니다.

— 문. 무엇이 다른가.

— 답. 줄어든 것은 되돌릴 수 있다.

— 문. 우리 것도 되돌릴 수 있다.

— 답. 우리 것은 먼저 줄이지 아니한다.


「축소는 해체가 아니다」는 그해 국방위에서 아홉 번 나온다.

여덟 번은 답변하는 쪽이 말했다. 한 번은 질의하는 쪽이 말했다.

질의하는 쪽이 말한 것이 아홉 번째다. 그 뒤로 이 문장은 회의록에 다시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툴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제3조는 상비 병력의 규모를 해마다 국회가 정하게 되어 있다.

1989년 국회는 그 규모를 정했다. 전년과 같았다.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쓸 수 있다. 이 나라는 그 말을 저쪽에만 썼다.


그해 십일월, 베를린의 소식이 이 나라 신문 1면에 실렸다.

강 건너 부대에 관한 기사는 석 달 전 3면이었다.

1면과 3면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그해에 적은 사람은 없다.


이 나라에서 1989년은 다른 나라들이 달라진 해로 기록되었다.

달라진 나라의 목록은 길고 정확하다. 이름과 날짜가 다 적혀 있다.

그 목록에 이 나라가 없는 이유를 적은 줄은 어느 문서에도 없다. 없는 것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정 역사교과서』 2001년판 제10장은 그해를 열두 쪽으로 적는다.

앞의 열한 쪽이 세계다. 나머지 한 쪽이 이 나라다.

그 한 쪽에 이 기사는 없다.


외무부 「소련 정세 변화와 국경 정책에 관한 검토」

조약국·아주국 합동 · 1991년 12월 · 전 20쪽 · 대외비

— 본 검토는 소련의 소멸이 우리 국경선과 「국경수호법」의 운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 검토 대상 구간은 두만강 하구 약 17킬로미터다.

결어. 영향 경미.

국경의 한쪽 상대가 없어졌다. 국경은 그대로였다.

하나 — 십칠

이 나라의 국경선은 천삼백삼십삼 킬로미터다.

이 수는 1951년 봄에 처음 계산되었고 그 뒤로 고쳐진 적이 없다.

셋으로 나뉜다.

구간길이1991년 12월 이전의 상대이후의 상대
압록강795강 건너 나라강 건너 나라
두만강521강 건너 나라강 건너 나라
두만강 하구17소련러시아
1,333

세 줄 가운데 한 줄만 오른쪽이 다르다.


십칠 킬로미터는 이 나라 국경선에서 가장 짧은 구간이다.

초소는 넷이고, 그중 둘은 겨울에 접근로가 끊긴다.

1950년 겨울 이래 이 구간에서 상황보고가 올라온 횟수는 나머지 두 구간의 백분의 일에 못 미친다. 짧고 조용했다.

가장 짧고 가장 조용한 구간에서 상대의 이름이 바뀌었다.


하구 구간의 이쪽은 행정 구역으로 한 개 면이다.

이 면의 주민이 강 건너로 건너갈 수 있는가를 묻는 물음의 답은 제5조에 있다. 제5조는 국경지대의 거주와 이전에 허가를 받게 한다.

제5조에는 상대가 누구인지 적혀 있지 않다. 상대가 바뀌어도 조문은 고칠 데가 없다.

둘 — 승계(承繼)

1991년 12월, 소련이라는 이름의 국가가 없어졌다.

이 나라가 그 나라와 맺은 문서는 열아홉 건이다. 그중 국경에 관한 것은 둘이다.

둘 다 러시아연방이 승계한다는 통보가 그달에 왔다.


승계 통보는 이쪽의 요청으로 온 것이 아니다.

새 나라가 먼저 보냈다. 자기가 이어받는 것의 목록을 적어 보내는 일은 새로 생긴 나라가 맨 처음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목록에 이 나라와의 국경 조약 둘이 들어 있었다. 순번은 앞쪽이 아니었다.


국경 조약은 승계된다. 이것은 국제법의 오래된 원칙이다.

나라가 없어져도 선은 남는다. 선을 다시 그으면 세계의 모든 국경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원칙은 이 나라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십칠 킬로미터를 다시 그을 일이 없어졌다.


외무부 조약국 검토 회의 요지, 1991년 12월 스무이렛날

— 문. 상대가 없어진 국경이 있다.

— 답.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뀐 것이다.

— 문. 바뀌었으면 다시 그어야 하지 아니한가.

— 답. 승계하면 다시 긋지 아니한다.

— 문.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 답. 서식의 이름을 고쳐 적는 일이다.


국경 35화 제62장 문(門) — 전환컷

그해 겨울에 이 나라가 그 구간에 대하여 한 일은 그것이 전부다.

초소 넷의 관측 일지 서식에서 상대국 이름을 적는 칸의 인쇄를 고쳤다.

새 서식은 이듬해 2월에 내려갔다. 그때까지 초소는 옛 서식의 그 칸을 두 줄로 지우고 옆에 손으로 적었다.


소련의 소멸은 이 나라 신문 1면에 여러 날 실렸다.

여러 날 실린 뒤에 물음 하나가 지면에 나왔다. 이제 우리 국경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이 물음에 답하는 문서를 외무부는 만들지 않았다. 답할 서식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외무통일위원회 회의록, 1992년 1월

— 문. 소련이 없어졌다. 우리 국경 정책에 변화가 있는가.

— 답. 검토를 마쳤다. 영향 경미로 판단하였다.

— 문. 무엇이 경미한가.

— 답. 십칠 킬로미터다.

— 문. 내가 물은 것은 킬로미터가 아니다.

— 답. 우리가 잰 것은 킬로미터다.


이 문답은 회의록 열두째 쪽에 있다.

질의한 의원은 더 묻지 않았다. 다음 질의자는 다른 안건으로 넘어갔다.

물음은 킬로미터로 오지 않았다. 답은 킬로미터로만 갔다.

셋 — 경미(輕微)

검토서 스무 쪽 가운데 열여덟 쪽이 소련의 변화를 적는다.

「국경수호법」에 관한 부분은 마지막 두 쪽이다.

그 두 쪽에 조문별 판정표가 있다.

검토 대상판정
하나국경선 획정변동 없음 — 조약 승계
제2조 국경지대의 범위변동 없음
제3조 상비 병력변동 없음
제4조 세출 배분변동 없음
다섯제5조 거주와 이전의 허가변동 없음
여섯제7조 재사정차기 재사정에서 다룰 사항

여섯 항 가운데 다섯이 같은 넉 자다.

여섯째 항은 판정을 미룬다. 미룬 곳이 석 달 뒤의 제8차 재사정이다.


검토서는 열아홉 사람이 썼다. 조약국이 열하나, 아주국이 여덟이다.

앞의 열여덟 쪽에 열아홉 사람의 손이 갔다. 뒤의 두 쪽은 한 사람이 썼다.

두 쪽을 쓰는 데 걸린 날은 하루다. 판정표의 항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문이 여섯이면 항도 여섯이다.


검토서는 십칠을 천삼백삼십삼으로 나눈다.

몫은 1.3퍼센트다. 검토서는 이것을 「약 1퍼센트」로 적었다.

나머지는 98.7퍼센트다. 검토서는 이것을 「약 99퍼센트」로 적었다.


두 번의 반올림이 서로 반대 방향이다.

작은 쪽은 내렸고 큰 쪽은 올렸다.

두 번 다 변화가 작아 보이는 쪽이다.

같은 서식 안에서 반올림의 방향이 두 번 다 한쪽으로 기울면, 그것은 계산이 아니라 결론이다.


「영향 경미」는 외무부 검토서의 결어에 쓰는 네 등급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셋은 「영향 중대」 「영향 상당」 「영향 없음」이다.

검토서는 「영향 없음」을 쓰지 않았다. 십칠 킬로미터가 있기 때문이다.

「영향 상당」도 쓰지 않았다. 천삼백십육 킬로미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외무부가 1950년 이래 국경에 관하여 낸 검토서는 편철로 남아 있다.

결어가 「영향 중대」인 것은 하나도 없다.

「영향 상당」이 둘이다. 1958년과 1969년이다. 둘 다 강 건너 나라의 내부 사정에 관한 것이었고, 둘 다 그해 안에 「영향 경미」로 정정되었다.

이 나라의 국경 문서에서 등급이 올라간 적은 없다. 올라갔다가 내려온 적이 두 번 있을 뿐이다.


외무부 「소련 정세 변화와 국경 정책에 관한 검토」 · 결어 앞의 한 줄

— 본 검토는 우리 국경 정책의 변경 필요성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변경 필요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한 것이다.

—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그해 겨울에 국경을 새로 그었다.

새로 그은 국경은 그해에만 수천 킬로미터다. 지도 회사들이 판을 다시 짰다.

이 나라의 지도는 다시 짜지 않았다. 고친 것은 한 칸의 이름이다.


천삼백삼십삼 가운데 열일곱이 바뀌었고, 그 열일곱도 이름만 바뀌었다.


검토서 마지막 두 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낱말은 「변동 없음」이고 여섯 번이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낱말은 「승계」이고 다섯 번이다.

「국경」은 네 번 나온다.


국방연구원 「탈냉전과 국경 위협 평가」

연례 위협 평가 제41호 · 1991년 12월 · 전 146쪽 · 3급 비밀

— 본 평가는 1991년 세계 안보 환경의 변화가 우리 국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 제1편은 세계를 다룬다. 제2편은 국경을 다룬다.

제2편의 결론 문장은 종전 평가의 것을 그대로 쓴다.

이 나라의 국경은 냉전이 아니라 미승인 위에 서 있다.

하나 — 미승인(未承認)

1950년 10월 열이튿날에 강 건너 나라는 파병하지 않았다.

그 뒤로 그 나라가 이 국경을 승인한 적은 없다.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했다는 뜻이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강 건너 나라는 이 국경을 승인한 적이 없다.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했다는 뜻이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남은 22화 · 약 78,911자 · 약 1시간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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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 57화

제1부 부재(不在)

1서장2제2장 별장(別莊)3제4장 중지(中止)4제6장 오지 않았다

제2부 도하(渡河)

5제8장 수풍(水豐)6제9장 이천구백만7제10장 천사백(千四百)8제12장 저편

제3부 초안(草案)

9제14장 조사국(調査局)10제16장 제이조(第二條)11제17장 삼분의 일12제19장 배치(配置)13제21장 통과(通過)

제4부 표(票)

14제23장 명부(名簿)15제25장 백사십칠 석16제26장 개표(開票)17제27장 해석(解釋)18제29장 회의록(會議錄)

제5부 배치(配置)

19제31장 원조(援助)20제33장 육조(六條)21제35장 남(南)22제37장 항구(港口)

제6부 역전(逆轉)

23제39장 격차(隔差)24제40장 이주(移住)25제42장 신의주(新義州)26제44장 명부(名簿) 둘27제46장 서울28제48장 특수(特需)29제50장 역전(逆轉)

제7부 상비(常備)

30제51장 세는 사람31제53장 판결문(判決文)32제56장 훈련(訓鍊)33제58장 감축안(減縮案)34제60장 허가증(許可證)

제8부 문(門)

35제62장 문(門)36제64장 남은 것37제66장 팔차(八次)38제68장 닫혔다

제9부 재사정(再査定)

39제70장 구차(九次)40제72장 십차(十次)41제74장 아무도 세지 않았다

제10부 세대(世代)

42제76장 열여덟43제77장 북(北)44제79장 이름45제81장 흥남의 손자46제83장 열두 번째47제84장 지도(地圖)

제11부 격리(隔離)

48제86장 격리(隔離)49제88장 범위(範圍)

제12부 계산(計算)

50제90장 육조의 값51제92장 한 번도52제94장 스물여섯 달53제95장 세다

제13부 국경(國境)

54제96장 유고(遺稿)55제97장 열다섯 번56제98장 이름이 없는 사람57제99장 저편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