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1부 부재(不在)
1화서장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편찬 서문
전 5권 · 부록 명부 8종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편, 2027년 3월
제15차 재사정을 넉 달 앞두고 간행한다

1952년 3월, 이 나라는 끝나는 날짜를 적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자료집은 왜 이 법이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을 붙이려고 세 번 시도했고 세 번 다 지웠다. 지운 이유는 매번 같았다. 이유를 적어 놓으면 그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 것처럼 읽힌다. 유효한지 아닌지는 내가 판정할 일이 아니라 넉 달 뒤 국회가 표결할 일이다.
편찬자가 미리 답을 적어 두는 자료집은 자료집이 아니다.
그래서 다섯 권에는 문서만 실었다. 1951년의 초안 여섯 판본, 1952년 3월의 공포문, 그리고 그 뒤 일흔다섯 해 동안 이 법을 고치거나 고치지 못한 기록 전부다.
편찬이 결정된 것은 재작년 가을이다. 제15차 재사정을 앞두고 국회 사무처가 자료 요구를 냈는데, 요구서에 적힌 문서 목록의 절반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찾는 데 열넉 달이 걸렸다. 다섯 권 중 두 권은 찾은 것이 아니라 못 찾았다는 기록이다.
제7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오 년마다 국회는 본법의 존속 필요성을 재사정한다.
일흔다섯을 다섯으로 나누면 열다섯이다.
제1차 재사정은 1957년 3월에 있었다. 제14차는 2022년 3월이었다. 두 회의의 요록을 나란히 옮긴다.
국경수호법 재사정 특별위원회 요록, 1957년 3월
— 문. 본법은 언제 종료하는가.
— 답. 국경의 상황이 달라지면 종료한다.
— 문.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 답. 변화 없음.
국경수호법 재사정 특별위원회 요록, 2022년 3월
— 문. 본법은 언제 종료하는가.
— 답. 국경의 상황이 달라지면 종료한다.
— 문.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 답. 변화 없음.
옮겨 적으면서 두 번 대조했다. 예순다섯 해 사이에 다른 것은 낱말 하나다. 1957년 요록은 「본법」을 「본 법률」로 적었다.
이 자료집이 증명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부록으로 명부 여덟 종을 붙였다. 표제는 다음과 같다.
| # | 명부 표제 | 세는 단위 |
|---|---|---|
| 1 | 국경지대에서 죽은 병사 | 명 |
| 2 | 국경 충돌로 죽은 민간인 | 명 |
| 3 | 이동 허가를 받지 못해 갈라진 가구 | 가구 |
| 4 | 제5조 위반으로 처벌된 사람 | 명 |
| 5 | 한 세대가 군복으로 산 기간 | 개월 |
| 6 | 남에서 북으로 옮겨 간 사람 | 명 |
| 7 | 재사정 표결 열다섯 번의 찬반 | 표 |
| 8 |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 | 명 |
여덟 종 모두 표제와 단위만 인쇄되어 나왔다. 값이 들어갈 칸은 비어 있다.
여덟 번째 표제는 처음에 「미확인」이었다. 인쇄소에 넘기기 전날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고쳤다. 미확인은 언젠가 확인된다는 뜻이고, 이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비워 둔 것이 아니라 아직 세지 않았다. 세는 일은 제15차 재사정 보고서의 몫이고, 그 보고서를 쓰는 것은 나다.
칸은 인쇄되었다. 값은 아직 없다.
한 가지만 미리 적어 둔다.
국경선은 천삼백삼십삼 킬로미터다. 압록강 쪽이 칠백구십오, 두만강 쪽이 오백이십일, 하구에서 국경 밖으로 나가는 나머지가 열일곱이다. 우리는 1950년 겨울에 이 선까지 갔고, 그 뒤로 이 선을 떠난 적이 없다.
이 선을 지키는 데 무엇이 드는지는 1951년 1월에 이미 계산되어 있었다. 계산한 사람들은 그 끝에 유지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 이듬해에 이 법이 나왔다.
제2조는 그 선 이남 사십 킬로미터를 국경지대로 정했다. 1952년의 사십 킬로미터가 지금 얼마가 되어 있는지는 제4권에 있다. 그 숫자는 서문에 옮기지 않기로 했다. 옮기면 놀라게 되고, 놀라면 세지 않게 된다.
자료집 제1권의 첫 문서는 1951년 겨울에 쓰인 법제조사국 의견서 한 장이다. 기초자가 제7조를 넣으면서 붙인 것이고, 세 줄이다.
그 세 줄도 옮기지 않는다. 옮기면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기초자의 이름은 서정협이다. 나와 성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27년 3월
국회 국경수호법 재사정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서희원(徐熙媛) 적음
중앙군사위원회 → 펑더화이·가오강, 발신 전보
1950년 10월 12일
— 십월 구일 명령을 받은 부대는 원 위치에서 훈련한다. 출동하지 아니한다.
— 가오·펑 두 동지는 내일이나 모레 베이징으로 와서 의논한다.
두 항이 전부다. 중앙당안관 소장, 발신 초안철 제3책
이 명령을 해제하는 문서는 같은 초안철에 없다
이 전보에는 기한이 적혀 있지 않다.
하나 — 두 항
전보는 짧다.
짧은 것이 급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흘 전에 나간 편성 명령은 길었다. 부대 번호와 집결지와 지휘 계통이 다 적혀 있었다. 사령원과 정치위원을 한 사람에게 겸하게 한다는 것까지 적혀 있었다. 길게 적을 수 있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12일의 전보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 그래서 두 항이다.

두 항 가운데 뒤엣것이 앞엣것보다 무겁다.
앞의 항은 부대를 세운다. 뒤의 항은 사람을 부른다. 부대를 세우는 것은 이레 뒤에도 되돌릴 수 있다. 사령원을 전선에서 떼어 베이징으로 불러올리면 그동안 부대에는 명령을 낼 사람이 없다.
즉 이 전보는 정지 명령이면서 동시에 지휘 공백 명령이었다.
문서를 낸 쪽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 냈다는 것은, 공백이 짧으리라고 보았다는 뜻이다.
받는 쪽에서 이 문서를 읽는 방법은 둘이었다.
명령으로 읽으면 간단하다. 움직이지 않는다. 기간으로 읽으면 간단하지 않다. 언제까지 움직이지 않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
전보에 쓰인 낱말 넷을 그대로 옮기고, 두 가지로 읽어 본다.
| 낱말 | 명령으로 읽으면 | 기간으로 읽으면 |
|---|---|---|
| 원 위치 | 집결지를 떠나지 않는다 | 집결지가 주둔지가 된다 |
| 훈련한다 | 대기가 아니라 준비다 | 준비에는 끝이 없다 |
| 출동하지 아니한다 | 이번에는 가지 않는다 | 이번이 언제까지인지는 없다 |
| 의논한다 | 결정은 아직 남아 있다 | 의논은 결정이 아니다 |
두 항짜리 문서에서 읽어 낼 수 없는 것은 기간이다.
기간을 적지 않은 것이 이 문서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지 명령에 기한을 적으면 그 기한이 곧 예고가 된다. 어느 날짜에 다시 움직인다는 것을 문서로 남기는 셈이다. 전보는 도청되고 암호는 언젠가 풀린다.
기한을 적지 않는 편이 옳았다. 옳은 판단이었고, 그래서 아무도 고치자고 하지 않았다.
둘 — 대기(待機)
압록강 북쪽 기슭의 부대는 그날 밤에 이 전보를 받았다.
받고 나서 한 일은 훈련이었다. 명령에 그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도하 자재는 풀지 않고 강가에 그대로 두었다. 곧 다시 쓸 것이므로 푸는 편이 손해였다.
그들은 그것이 며칠짜리인 줄 알았다.
며칠짜리로 읽을 근거는 충분했다. 강 건너에서는 전선이 하루에 한 번씩 북쪽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닷새 전에 유엔 총회는 이 반도를 통일된 하나로 만든다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그런 때에 나온 정지 명령을 길게 읽는 사람은 없다.
부대는 강기슭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물러나면 다시 오는 데 사흘이 걸리기 때문이다.
동북변방군 제13병단 예하 부대 정치공작 기록 발췌, 1950년 10월
— 부대는 십이일 밤 명령을 받고 도강 준비를 중지했다.
— 전사들이 물었다. 언제까지요.
— 답할 것이 없었다. 명령에 없는 것을 답하면 그 답이 명령이 된다.
— 나는 훈련한다고만 말했다.
며칠이 열흘이 되고 열흘이 한 달이 되는 과정에는 문서가 없다. 해제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해제를 적을 일이 없었다.
문서고에서 이 대목을 뒤지는 사람은 대개 같은 실수를 한다. 없는 문서를 찾는 것이다.
초안철 제3책은 12일 이후로도 계속 채워진다. 보급과 방한과 동상 처리에 관한 것들이다. 그 문서들은 부대가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는 기록은, 가지 않았다는 기록이 아니다.
가지 않은 것에는 문서 번호가 붙지 않는다.
없어서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 그 문서다.
강가에 쌓아 둔 도하 자재는 그해 겨울을 났다.
이듬해 봄에 목재는 막사 바닥으로 갔고 밧줄은 잘려 나갔다. 자재 대장에 용도 변경 사유가 한 줄 적혀 있다.
「소요 소멸.」
그 넉 자를 적은 사람은 처분을 기록한 것이지 판단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자재계 주사에게는 강 건너를 판단할 자격이 없다.
대장의 그 줄 아래는 비어 있다. 같은 자재를 다시 청구한 기록은 이 대장에도, 그 뒤의 어느 대장에도 없다.
스저(師哲), 『역사의 거인 곁에서』, 베이징, 1991, 제4장
— 나는 그 방에서 여섯 시간 동안 통역했다.
— 뒤에 사람들은 그날 무엇이 결정되었느냐고 물어 왔다.
— 나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해 왔다.
— 그 답은 사십 년 동안 나를 편하게 했다.
편한 답이 정확한 답인 경우는 드물다.
그 방에서 중국은 요구한 것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대신 문장 하나를 얻어 돌아왔다.
하나 — 여섯 시간
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10월 10일에 모스크바에 닿았고, 다음 날 다시 남쪽으로 갔다. 흑해 연안의 별장이었다. 가는 데 하루가 더 들었다.
장소가 수도가 아니라는 것은 회담 전에 이미 절반의 답이었다. 국가 간 합의는 수도에서 서명된다. 별장에서는 의논만 한다.
회담은 수도가 아니라 흑해의 별장에서 열렸다. 국가 간 합의는 수도에서 서명되고, 별장에서는 의논만 한다. 그 방에서 여섯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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