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2부 도하(渡河)
7화제10장 천사백(千四百)
둘 — 곱하기
작전국 편성과 검토 회의 요록, 1951년 1월

— 계절 배치안은 강이 정해진 날짜에 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 강은 날짜를 지키지 않는다.
— 그러면 여유를 두면 되지 않는가.
— 여유를 두면 여유만큼 상시가 된다. 여유를 충분히 두면 그것이 상시 배치다.
— 결국 같은 표가 나온다. 다만 이름이 달라진다.
셋 — 마지막 장
판단서는 스물여덟 쪽이다. 스물일곱 쪽까지가 계산이다.
마지막 쪽에는 문장이 셋 있다.
첫째 문장은 전제를 다시 적은 것이다. 국경선 전 연장을 상시 방위한다는 전제다.
둘째 문장은 이렇다. 전제를 완화하는 안이 셋 있으며 각 안의 소요는 부록에 있다.
셋째 문장이 이렇다.
「이 병력을 유지할 재정은 현재 존재하지 아니함.」
셋째 문장은 편성과장이 쓴 것이 아니다. 결재 과정에서 붙었다.
붙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결재란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결재란은 세 칸이고 두 칸이 비어 있다.
비어 있는 칸은 결재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결재한 사람이 이름을 지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자료집은 두 가지를 다 적어 두었다.
전제를 완화하는 세 안은 그해에 한 번도 검토되지 않았다.
검토하려면 국경선의 어느 구간을 덜 지킬 것인지를 골라야 한다. 고르면 그 구간의 이름이 문서에 남는다.
이름이 남은 구간에 사는 사람들이 그 문서를 읽게 된다.
아무도 그 문서를 쓰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완화안은 부록에 들어간 채로 끝났다.
판단서는 1951년 1월 하순 국무회의에 보고되었다.
회의록에 남은 것은 두 줄이다. 첫 줄은 보고를 접수했다는 것이고, 둘째 줄은 소관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어느 부처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그때 이 일을 맡을 부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없는 부처에 지시된 검토는 그해 봄까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제2차 판단서는 그해 하반기에 나왔다.
내용은 제1차와 거의 같다. 계수도 같고 1,400도 같고 5.6도 같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마지막 쪽의 셋째 문장이 없다.
제1차 판단서의 결재란은 세 칸 중 두 칸이 비어 있었다. 제2차 판단서의 결재란은 다섯 칸이고, 다섯 칸이 다 차 있다.
국경수비 제3연대 보급 편철
청구서 제1호~제12호 · 수령증 제1호~제9호
단기 4284년(1951) 1월 · 연대 보급계
— 편철 순서는 청구 순서를 따랐다.
— 청구서와 수령증은 번호를 맞추어 겹쳐 철하였다.
짝이 없는 청구서는 뒤에 몰아 철하였다.
한 해의 첫 달에 이 연대가 남긴 종이는 스물한 장이다.
이 편철에는 서술이 없다. 청구한 것과 받은 것이 있을 뿐이다.
수량은 숫자로 적혀 있지 않다. 그때 보급 청구서는 수량 대신 말을 썼다.
| 청구 | 품목 | 청구량 기재 | 수령증 | 수령량 기재 |
|---|---|---|---|---|
| 제1호 | 소총탄 | 정수분 | 제1호 | 전량 |
| 제2호 | 박격포탄 | 정수분 | 제2호 | 반량 |
| 제3호 | 주식 | 일개월분 | 제3호 | 전량 |
| 제4호 | 부식 | 일개월분 | 제4호 | 반량 |
| 제5호 | 취사 유류 | 일개월분 | 제5호 | 전량 |
| 제6호 | 난방 유류 | 일개월분 | 제6호 | 반량 |
| 제7호 | 의약품 | 소요분 | 제7호 | 반량 |
| 제8호 | 축전지 | 소요분 | 제8호 | 전량 |
| 제9호 | 전화선 | 소요분 | 제9호 | 전량 |
| 제10호 | 방한외피 | 정원분 | — | — |
| 제11호 | 방한화 | 정원분 | — | — |
| 제12호 | 방한모·방한장갑 | 정원분 | — | — |
아래 세 줄이 짝이 없는 세 장이다.
세 장은 전부 방한피복이다.
「반량」이 넷이다. 박격포탄과 부식과 난방 유류와 의약품이다.
반량은 청구의 절반이라는 뜻이 아니다. 상급이 그날 나눌 수 있었던 몫을 그렇게 적었을 뿐이고, 무엇을 기준으로 절반인지는 어느 서식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다.
이 편철에서 값이 정해진 말은 「전량」 하나뿐이다.
제10호부터 제12호까지에는 수령증 대신 회신 한 장이 붙어 있다.
회신은 상급 보급부대가 보낸 것이고 한 줄이다.
「해당 품목 후방 재고 없음. 추후 통보.」
추후 통보는 오지 않았다. 2월 편철에도, 3월 편철에도 없다.
연대 보급계 하사관, 편철 여백 기재
— 나는 열두 장을 썼고 아홉 장을 받았다.
— 받지 못한 세 장은 내가 잘못 쓴 것이 아니다. 서식대로 썼고 기한도 지켰다.
— 상급에서 없다고 했으면 없는 것이다. 없는 것을 청구서로 만들 수는 없다.
— 다만 이 편철을 뒤에 보는 사람이 아홉만 세지 않기를 바란다.
— 열둘에서 아홉을 빼면 셋이다. 그 셋이 이 겨울의 전부다.

청구서는 받은 것을 세는 문서가 아니다. 청구한 것과 받은 것의 차이를 세는 문서다.
1월 하순 후송 기록의 사유란에 적힌 말은 한 가지다.
그 말은 제10호부터 제12호까지의 품목란과 짝이 맞는다. 이 편철에서 두 문서가 만나는 자리는 거기뿐이다.
제13호 청구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편철 맨 뒤에 백지 한 장이 끼워져 있다. 서식이 인쇄되지 않은 그냥 종이다.
접힌 자국이 넷이다. 여러 번 폈다 접은 자국이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국경수비대 초대 참모장 유고(遺稿)
1988년 유족 공개분 · 표지 없음 · 원고지 묶음
— 이 글은 발표를 전제하지 않는다.
— 나는 1951년 겨울의 일을 적는다.
그 겨울에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다.
강 건너의 부대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이 그들이 한 일의 전부다.
하나 — 관측
1951년 1월과 2월의 관측 기록은 같다.
같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관측이었다. 무엇이 있는지가 아니라 어제와 같은지를 본다.
| 항목 | 1951년 1월 | 1951년 2월 |
|---|---|---|
| 진지 | 유지 | 유지 |
| 취사 연기 | 정시 | 정시 |
| 차량 이동 | 후방 방향만 | 후방 방향만 |
| 도하 기재 | 확인되지 않음 | 확인되지 않음 |
| 무선 발신 | 있음 | 있음 |
| 편성 해제 징후 | 없음 | 없음 |
마지막 줄이 이 표의 전부다.
편성을 풀지 않았다는 것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은 올 생각도 없다는 뜻이다.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이다.
관측소는 강을 따라 세웠다. 세우고 보니 강 전체가 보이지 않았다.
굽이가 진 곳과 섬이 있는 곳은 어느 관측소에서도 가려진다. 가려진 구간을 없애려면 관측소를 더 세워야 하고, 더 세우려면 사람이 더 있어야 한다.
참모장은 가려진 구간의 목록을 만들게 했다. 목록은 만들어졌고 채우는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목록은 해마다 갱신되었다. 갱신된다는 것은 그 목록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경수비대 초대 참모장 유고
— 나는 그해 겨울에 저쪽을 매일 보았다.
— 저쪽도 우리를 매일 보았을 것이다. 우리 진지가 늘어나는 것을 보았을 것이고, 늘어나는 속도까지 세었을 것이다.
— 서로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처음에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봄이 되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저들이 오지 않는 한 우리는 이길 수 없다.
— 이기지 못하는 전선에는 끝나는 날이 없다.
넘어오지 않는 부대를 상대로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다. 이 문장을 나는 그해에 세 번 고쳐 썼고 세 번 다 같은 문장이 되었다.
관측이 어려운 것은 볼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볼 것이 없는 날의 보고서를 매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백 번 쓰면 백한 번째에 손이 먼저 쓴다. 손이 먼저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보지 않고 쓴다.
참모장은 이것을 막으려고 관측 항목을 계절마다 바꾸게 했다. 항목이 바뀌면 눈이 다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그가 떠난 뒤에 없어졌다. 항목을 바꾸면 연도별 대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둘 — 이름
이 상태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전투가 아니다. 사격이 없다. 평화도 아니다. 부대가 마주 서 있다.
부를 말이 없으면 문서를 쓸 수 없고, 문서를 쓸 수 없으면 예산도 인사도 정할 수 없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문서마다 다른 말이 쓰였다.
| 문서 | 연도 | 쓴 말 |
|---|---|---|
| 국경수비대 상황 보고 | 1951 | 접적 없음 |
| 국방부 정세 판단 | 1951 | 무접적 대치 |
| 국무회의록 | 1952 | 경계 상태 |
| 예산 설명 자료 | 1952 | 국경 상시 경계 |
| 국방부 용어 정리 | 1953 | 상시 대치 |
마지막 줄에서 정해졌다. 정해지는 데 이 년이 걸렸다.
「상시 대치」는 그전에 없던 말이다.
용어 정리 회의에서 후보가 넷 올라왔고, 「상시」가 들어간 안이 둘, 들어가지 않은 안이 둘이었다.
들어가지 않은 안은 「잠정」이거나 「당면」이었다. 둘 다 끝이 있다는 뜻을 품는다.
회의는 상시 쪽을 골랐다. 이유는 기록에 한 줄로 남았다. 「잠정이라 적으면 잠정 기간을 물을 것임.」
이름이 붙자 세 가지가 따라왔다.
첫째, 예산 항목이 생겼다. 「상시 대치 유지비」다.
둘째, 근무 구분이 생겼다. 상시 대치 지역 근무는 다른 근무와 계산이 달라진다.
셋째, 보고 서식이 생겼다. 서식에는 「접적 없음」 말고 다른 칸이 생겼다.
참모장은 이 셋을 다 반겼다. 이름이 있어야 관리할 수 있다고 그는 믿었다.
이름이 있어야 관리할 수 있다고 참모장은 믿었다. 삼십 년 뒤 유고에 그는 적는다—관리되는 것은 견딜 만해지고, 견딜 만한 것은 끝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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