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3부 초안(草案)
12화제19장 배치(配置)
둘 — 가깝게
조문에는 기준이 없다. 상공부가 기준을 붙였다.

기준은 하나다. 국경지대까지 철도 편으로 하루 안에 닿는 곳을 가깝다고 본다.
부표는 아홉 줄이다.
| 지역 | 국경선까지 철도 개략 거리 | 소요 | 기존 설비 |
|---|---|---|---|
| 신의주 | 접경 | — | 수운·제지 |
| 수풍 | 접경 | — | 발전 |
| 강계 | 약 80km | 반일 | — |
| 청진 | 약 90km | 반일 | 제철·제강 |
| 성진 | 약 190km | 하루 | 제강 |
| 평양·진남포 | 약 230km | 하루 | 제련·기계 |
| 함흥·흥남 | 약 330km | 하루 | 질소·화학 |
| 서울 | 약 500km | 이틀 | 방직·경공업 |
| 부산 | 약 940km | 사흘 | 항만 |
앞의 일곱 줄이 「가까움」이고 뒤의 두 줄이 「가깝지 아니함」이다.
의견서는 이 분류에 아무 설명도 붙이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거리를 재고 시간으로 환산한 것뿐이다.
기준을 거리가 아니라 시간으로 잡은 것은 상공부의 판단이다.
직선 거리로 잡으면 산이 계산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나라의 북쪽은 산이 많고, 산이 있는 곳에서 직선 거리는 아무것도 재지 않는다.
시간으로 잡으면 철도가 놓인 곳만 가까워진다. 철도가 없는 곳은 국경에 붙어 있어도 멀다.
부표 셋째 줄의 강계에 기존 설비가 없는 것이 그 때문이다.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축에 드는데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셋 — 이미 거기 있는 것
부표의 넷째 열을 세로로 읽으면 다른 것이 보인다.
제철과 제강과 제련과 질소와 화학과 발전이 앞의 일곱 줄에 있다. 방직과 경공업과 항만이 뒤의 두 줄에 있다.
이것은 조문이 만든 배치가 아니다. 조문이 쓰이기 전부터 있던 배치다.
전력이 북에 있었고 지하자원이 북에 있었고, 이십 년 동안 그 둘을 따라 중화학 설비가 북에 세워졌다. 1952년 1월의 부표는 그 사실을 옮겨 적은 것뿐이다.
제6조는 산업을 국경으로 옮기라는 조문이 아니었다. 이미 국경 쪽에 있는 것에 재건 자본을 붙이라는 조문이 되었다.
기초자는 이 조문을 두 줄로 썼고 두 번 고쳤다.
두 번 다 낱말을 고쳤다. 「가깝게」를 「인접하여」로 고쳤다가 다시 「가깝게」로 돌렸다.
돌린 까닭은 유고에 있다. 「인접」에는 기준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가깝게」에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둘 다 기준이 없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적으면 안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기준이 없다는 것을 정직하게 적어 두면 누군가 기준을 물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은 사람은 있었다. 십일 분 안에 한 사람이 물었고, 답은 구속력이 없는 종이 한 장을 가리켰다.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옮기라는 조문이었다면 값이 든다. 값이 들면 반대가 생기고, 반대가 생기면 심의가 길어진다.
붙이라는 조문에는 값이 들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에 붙이는 것은 가장 싼 방법이고, 가장 싼 방법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십일 분이 걸린 까닭이 그것이다.
이 조문이 정한 것은 공장의 자리가 아니다.
재건 자본이 어디로 가는가를 정했고, 자본이 가는 곳에 사람이 가고, 사람이 가는 곳에 학교와 병원과 철도가 간다.
이십 년이 쌓이면 그것을 중심이라고 부른다.
이 나라의 중심이 어디가 되는가는 1952년 1월의 십일 분 안에서 정해졌다.
이긴 쪽이 어디였는지를 여기서 한 번 적어 둔다.
1950년 겨울에 국경까지 간 것은 남쪽 정부다. 국경을 지키는 법을 만든 것도 남쪽 국회다. 그 법의 제6조가 자본을 보낸 곳은 북쪽이다.
이 세 문장 사이에 모순은 없다. 국경이 북에 있기 때문이다.
국경을 지키자면 국경 가까이에 힘을 두어야 하고, 힘을 두면 그곳이 중심이 된다. 조문은 그 말만 했다.
의견서를 받은 법제조사국은 부표를 조문에 옮기지 않았다. 참고이고 구속력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구속력이 없는 이 한 장이 그 뒤로 제6조의 유일한 기준이 되었다. 조문에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표 아래에는 여백이 몇 줄 남아 있다. 그 여백에 아무도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단기 4285년도 세출예산
국방 관계 항목 발췌 · 재무부 예산국 · 1952년 2월
— 총 세출을 100.0으로 한 구성비로 적는다.
— 금액은 옮기지 아니한다. 이 표는 항목의 자리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
국경 항목은 4284년도 제1차 추가경정에서 신설되었다.
이 회차의 문서는 두 장이다.
첫 장은 세출 총괄이다.
| 항목 | 구성비 |
|---|---|
| 국방 관계 | 34.2 |
| 채무·기타 | 16.2 |
| 재건·산업 | 14.5 |
| 사회·구호 | 11.3 |
| 내무·치안 | 9.6 |
| 일반 행정 | 7.4 |
| 문교 | 6.8 |
| 계 | 100.0 |
삼분의 일은 삼십삼 점 삼이다. 첫 줄이 그보다 크다.
제4조가 공포된 달에 이 나라는 처음으로 그 조문을 지켰다.
둘째 장은 첫 줄을 쪼갠 것이다. 구성비는 국방 관계 안이 아니라 총 세출에 대한 것이다.
| 항목 | 구성비 |
|---|---|
| 상비 병력 인건·급식 | 15.1 |
| 국경지대 주둔·시설 | 8.4 |
| 피복·장비 | 5.2 |
| 유류·수송 | 3.3 |
| 국경 예비비 | 2.2 |
| 계 | 34.2 |
둘째 줄은 두 해 전 예산서에 없던 항목이다.
없던 항목 하나가 총 세출의 팔 점 사를 가져갔다. 삼분의 일을 넘긴 것은 그 항목 때문이다.
첫 장의 마지막 줄과 이 장의 둘째 줄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문교가 육 점 팔이고 국경지대 주둔·시설이 팔 점 사다.

이듬해 편성 지침에는 한 줄이 인쇄되어 있다.
「국방 관계 세출은 총 세출의 삼분의 일을 기준으로 한다.」
기준이라는 말에는 위아래가 없다.
한 해 만에 삼분의 일은 넘은 선이 아니라 맞추어야 할 선이 되었다.
두 장 어디에도 「이상」이라는 낱말은 없다. 그 낱말은 조문에만 있다.
예산서는 조문을 인용하지 않는다. 인용하지 않아도 지켜지기 때문이다.
제2대 국회 본회의 회의록
단기 4285년(1952) 3월 · 국경수호법안 제3독회
— 재석 147인.
— 가 139. 부 8. 기권 없음.
— 본안은 원안대로 가결되었다.
부대 결의 없음.
1952년 3월, 국회는 끝나는 날짜가 없는 법 하나를 통과시켰다.
하나 — 여덟
반대한 사람은 여덟이다.
여덟이 낸 수정안은 하나였고 세 항으로 되어 있었다.
| 항 | 수정안 내용 |
|---|---|
| 1 | 부칙에 「본법은 단기 4290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를 둔다 |
| 2 | 제7조의 재사정은 존속의 판정이 아니라 연장의 표결로 한다 |
| 3 | 연장이 부결되면 본법은 그날로 효력을 잃는다 |
수정안 표결은 가 11, 부 129, 기권 7이었다.
수정안에 찬성한 열하나 가운데 셋은 본안에도 찬성했다. 기한을 넣고 싶었으나 법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 사람들이다.
수정안에 찬성한 사람이 본안에 반대한 사람보다 셋 많다. 기한과 법 자체가 갈린 자리가 그 셋이다.
세 항 가운데 오래 남는 것은 둘째 항이다.
판정과 표결은 다르다. 판정은 이미 정해진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고 표결은 다시 정하는 일이다.
판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간다. 표결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끝난다.
제7조는 판정으로 적혔다. 수정안은 표결로 바꾸자고 했고 부결되었다.
본회의 반대 토론, 1952년 3월
— 나는 이 법에 반대하지 아니하오. 이 법의 부칙에 반대하오.
— 부칙에는 아무것도 없소.
— 그것이 내가 반대하는 것이오.
— 부칙이 없는 법이 한둘이 아니오.
— 전시의 법에 부칙이 없으면 전시가 끝나는 날을 아무도 적지 아니한 것이 되오.
— 전시가 언제 끝나는지 이 자리에서 정할 수 있소.
— 없소. 그래서 적어 두자는 것이오. 정하지 못하는 것일수록 날짜를 적어 두어야 하오.
제3독회는 사십 분이 걸렸다. 축조 심의에 든 아홉 시간 이십 분에 비하면 짧다.
독회에서는 조문을 고치지 않는다. 고치려면 수정동의를 내야 하고, 그날 수정동의는 하나뿐이었다.
일곱 조는 심의된 그대로 표결에 부쳐졌다. 두 글자가 붙은 제4조도 그대로다.
둘 — 답변대
서정협이 정부위원으로 답변대에 섰다. 그가 국회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제2대 국회 본회의 회의록, 1952년 3월
— 정부위원에게 묻겠소. 이 법은 언제 끝나오.
— 끝나는 날짜는 넣지 아니하였소.
— 그러면 영구법이오.
— 영구법이오.
— 전시의 법을 영구법으로 만드는 것이 옳소.
— 옳지 아니하오. 다만 전시의 법을 임시법으로 적으면 더 오래 남소.
— 근거가 있소.
— 있소. 작년 오월에 조사하였소. 임시라고 적힌 법령 마흔한 건의 평균 존속이 열한 해였소.
— 그러면 이 법은 몇 해요.
— 모르오.
— 모르는 법을 통과시키라는 말이오.
— 끝나는 날짜 대신 다시 묻는 날짜를 넣었소. 오 년마다 국회가 묻게 되어 있소.
— 묻고 나서 그대로 두면 어찌 되오.
— 그대로 둔 것이 되오. 다만 그대로 두었다는 기록이 남소.
마지막 답이 이 법의 설계다.
그는 이 법이 끝난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법이 계속될 때마다 계속하기로 한 기록이 남는다고 말했다.
기록이 남으면 책임이 남는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책임이 남는 것과 그만두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는 앞의 것을 설계했고 뒤의 것은 설계하지 않았다.
그는 기록이 남는 쪽을 설계했다. 그만두는 쪽은 설계하지 않았다. 표결이 끝난 국회, 등사되지 않은 세 줄짜리 의견서 한 장이 남아 있다.
남은 45화 · 약 159,415자 · 약 3시간 48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