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6부 역전(逆轉)
25화제42장 신의주(新義州)
셋 — 정치를 하지 않은 사람
부지배인은 현지에서 뽑는다. 지배인은 본사에서 보낸다. 그것이 그해의 인사 원칙이다.

현지에서 뽑되 조건이 붙는다. 1945년부터 1950년까지 다섯 해에 이름이 어느 명부에도 없어야 한다.
그 다섯 해에 이북에서 무슨 조직에든 이름을 올린 사람은 수십만이다. 열넉 해 전 첫 총선에서 백여덟 명이 그 이력으로 국회에 갔고, 그 뒤로 그 다섯 해는 자격이 되기도 하고 흠이 되기도 했다.
공장은 흠이 되지 않는 쪽을 골랐다.
한경모, 『흥남에서 흥남까지』, 1997, 제9장
— 나는 그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 원하지 않았다고 적으면 거절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 부른 사람이 내게 물은 것은 하나였다. 이 공장을 돌릴 수 있느냐.
— 나는 돌릴 수 있다고 답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 그 뒤 스물아홉 해 동안 나는 그 답이 왜 답이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 그들이 물은 것은 능력이었고 내가 답한 것도 능력이었다.
— 물음과 답이 맞았으므로 나는 갔다.
여러 해 뒤에 그를 고른 사람이 그에게 한 말이 같은 장에 옮겨져 있다.
— 자네 이름이 어느 명부에도 없더군.
— 그것이 이유요.
— 우리는 공장을 맡길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오. 공장을 맡겨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을 사람을 찾은 것이오.
한경모는 이 말을 듣고 반박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반박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이다.
정치를 하지 않은 사람이 그 자리에 필요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두 사실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하지 않은 것이 자격이 되면, 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넷 — 강
단지에서 강까지는 걸어서 이십 분이다.
부임한 해 여름에 그는 몇 번 그 길을 걸었다고 적었다. 강은 넓고 이쪽에서 저쪽이 보인다.
저쪽에 밤마다 등이 몇 켜진다. 그 등이 무엇인지는 열여덟 해 동안 이 나라의 어느 문서도 확정하지 않았다.
확정하지 않은 채로 이쪽에는 굴뚝이 섰다. 굴뚝은 등보다 훨씬 밝다.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초소까지는 사 킬로다.
굴뚝과 초소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이 도시의 모양이다. 굴뚝이 거기 선 것은 초소가 거기 있기 때문이고, 초소가 거기 있는 것은 강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순서를 뒤집으면 이렇게도 된다. 강이 있어서 초소가 서고 초소가 있어서 조문이 쓰였고 조문이 있어서 굴뚝이 섰다.
이 도시의 무엇도 이 도시가 고른 것이 아니다.
단지의 첫 공정은 이듬해 봄에 돌기 시작한다. 그해에 신의주로 배치된 노동자는 창구를 거쳐 들어온다.
들어온 사람의 수는 그해 도별 정원에 적혀 있고, 들어오지 못한 사람의 수는 기각 건수에 적혀 있고, 들어온 사람이 두고 온 집의 수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세 번째 것을 세는 명부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때로부터 쉰아홉 해 뒤다.
한경모는 신의주에서 여섯 해를 보내고 흥남으로 돌아간다.
『흥남에서 흥남까지』 제9장은 마흔한 쪽이다. 그 가운데 공정과 설비를 적은 것이 서른네 쪽이고 사람을 적은 것이 일곱 쪽이다.
일곱 쪽에는 이름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직급과 인원과 근속 연수만 있다.
상황보고 제682호
국경수비사령부 작전참모부, 1968년 11월 · 전 4쪽
— 제1항 일시. 1968년 11월 9일 03시 40분부터 04시 12분까지.
— 제2항 장소. 압록강 중류 제7수비구역 제3초소 일대.
— 제3항 상황. 강 건너에서 사격이 있었고 아군이 응사하였다.
— 제7항 인명. 열아홉. 내역은 별지 제1호에 있다.
— 제11항 원인. 확인되지 아니한다.
— 제12항 상대. 확인되지 아니한다.
본 보고의 서식은 1951년 제1호와 같다. 열여덟 해 동안 서식이 바뀐 일이 없다.
이 보고서는 서식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다. 어기지 않은 것이 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하나 — 육백여든두 번째
상황보고는 1951년 1월에 제1호가 나갔다. 1968년 11월의 이 보고가 제682호다.
그 사이가 이백열넉 달이다. 육백여든둘을 이백열넷으로 나누면 세 점 일구다.
한 달에 세 번이고 열흘에 한 번꼴이다.
| 유형 | 1951~1968 건수 |
|---|---|
| 도강 시도 발견 | 271 |
| 사격, 인명 피해 없음 | 224 |
| 사격, 인명 피해 있음 | 46 |
| 표지·부표 이동 | 83 |
| 그 밖 | 58 |
| 계 | 682 |
셋째 줄이 마흔여섯이다. 열여덟 해에 마흔여섯이면 한 해에 두 번 반이다.
마흔여섯 가운데 사람이 열을 넘어 죽은 것은 세 번이다. 이번이 그 세 번 가운데 가장 크다.

서식은 열여섯 항이다. 제682호에서 채워진 항과 비워진 항을 갈라 세면 이렇다.
| 항 | 무엇을 적는가 | 제682호 |
|---|---|---|
| 1~6 | 일시·장소·부대·기상·병력·장비 | 전부 기재 |
| 7~10 | 인명·물자·시설·탄약 | 전부 기재 |
| 11 | 원인 | 확인되지 아니함 |
| 12 | 상대 | 확인되지 아니함 |
| 13~16 | 조치·건의·첨부·결재 | 전부 기재 |
열여섯 항 가운데 열넷이 채워졌다. 채워지지 않은 둘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하는 둘이다.
셀 수 있는 것은 전부 세어져 있다. 세어지지 않은 것은 세는 항목이 아니었다.
이 나라는 이런 일을 사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상황이라고 부른다.
사건은 시작과 끝이 있고 조사가 붙는다. 상황은 계속되는 것이고 보고가 붙는다.
낱말은 처음부터 그랬다. 1951년의 제1호도 상황보고였다.
열여덟 해 동안 육백여든두 번 보고가 올라갔고 그 가운데 조사가 열린 것은 없다.
둘 — 열아홉
별지 제1호는 열아홉 줄이다.
| 구분 | 명 |
|---|---|
| 국경수비대 | 14 |
| 국경지대 주민 | 5 |
| 계 | 19 |
윗줄 열넷은 계급과 군번이 있다. 아랫줄 다섯은 없다. 다섯 줄에 적힌 것은 나이와 마을 이름이다.
열넷은 그달 안에 전사자 명부에 올라간다. 명부는 1950년 11월부터 있다.
다섯이 올라갈 명부는 이때까지 없다. 국경에서 죽은 민간인을 따로 세는 문서를 이 나라는 아직 만들지 않았다.
한쪽은 군번이 있어서 세어지고 한쪽은 군번이 없어서 세어지지 않는다.
다섯이 왜 거기 있었는가는 제2항에 반쯤 적혀 있다.
제3초소 일대에는 마을이 있다. 강에서 삼백 미터다.
1963년에 국경지대가 백 킬로로 늘었을 때 그 마을은 이미 안쪽이었다. 안쪽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면 제5조의 허가를 받는다.
그해 그 마을에서 나간 허가는 여섯 건이다. 마을의 가구는 서른한 채다.
서른한 채 가운데 열아홉 채가 1952년 뒤에 그 자리로 들어온 집이다. 국경지대에 사람을 두어야 했으므로 그때는 이주를 권했다.
들어올 때는 권유였고 나갈 때는 허가다. 같은 조문 아래에서 두 방향이 열여섯 해를 사이에 두고 만난다.
허가 제도는 사람을 지키려고 만들어졌다. 지키려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그 자리에 있으라는 것과 그 자리를 떠나지 말라는 것은 같은 문장으로 쓰인다.
셋 — 이름이 없는 것
제11항과 제12항은 같은 여덟 자다. 확인되지 아니한다.
강 건너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 나라는 열여덟 해 동안 한 번도 문서로 확정하지 않았다.
확정하지 않은 것이 게을러서는 아니다. 확정하면 상대가 생긴다. 상대가 생기면 통로가 생기고 통로가 생기면 교섭이 생기고 교섭이 생기면 국경이 의제가 된다.
1950년 10월에 강 건너에서 오기로 되어 있던 부대는 오지 않았다. 하루 뒤에 명령이 뒤집혔으나 그 하루가 이 국경을 만들었다.
오지 않은 것에는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붙이지 않은 채로 열여덟 해가 지났다.
이 선 안쪽에 무엇이 서 있는지는 그해의 다른 표가 보여 준다. 전국 공업 생산의 오십팔이다.
삼십이 분 동안 강 건너에서 사격이 있었다. 그 삼십이 분에 걸린 것은 초소 하나가 아니다.
그것을 계산한 문서는 이해에 없다. 사령부는 병력을 세고 통계국은 생산을 센다. 두 표를 한 장에 얹는 자리가 이 나라에는 아직 없다.
국경수비사령부 작전참모부 회의 요록, 1968년 11월
— 제11항을 비워 두면 다음 물음이 오오.
— 비워 두는 것이 아니오. 확인되지 아니한다고 적는 것이오.
— 열여덟 해 동안 같은 것을 적었소.
— 열여덟 해 동안 확인되지 아니하였소.
— 확인하려고 한 적은 있소.
— 확인은 우리 임무가 아니오. 우리 임무는 선을 지키는 것이오.
— 그러면 누가 확인하오.
— (기재 없음)
확인하지 않는 것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확인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다.
보고는 그달에 국방부로 올라가고 국방부에서 멈춘다. 국무회의에 보고된 기록은 없다.
같은 달 신문 넷이 이 일을 실었다. 넷 다 세 줄이고 넷 다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당국은 경위를 조사 중이다.
조사 중이라는 문장은 그 뒤 이어지지 않는다. 이어질 문서가 없기 때문이다.
별지 제1호 열아홉 줄은 지금 자료집 제4권에 영인되어 있다. 아랫줄 다섯 줄의 이름 칸은 인쇄되어 있고 비어 있다.
국경수비사령부 전사자 명부 제1권 말미
인사참모부 편철, 1950년 11월~1968년 11월 · 전 23쪽
— 이 쪽은 제1권의 마지막 쪽이다.
— 왼쪽 칸은 해, 가운데 칸은 그해의 수, 오른쪽 칸은 그때까지의 수다.
— 제1권이 여기서 끊기는 것은 열여덟 해가 찼기 때문이 아니라 쪽이 찼기 때문이다.
이 쪽 아래 세 줄은 괘선만 있고 비어 있다.
명부는 세는 문서가 아니라 적는 문서다.
제1권 마지막 쪽, 아래 세 줄은 괘선만 있고 비어 있다. 명부는 세는 문서가 아니라 적는 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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