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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제96장 유고(遺稿)

· 57화 중 54화 · 3,449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하나 — 원장(原張)

옮겨 적을 수 있는 것은 낱말이다. 옮겨 적을 수 없는 것은 두 낱말 사이의 스물한 해다.

국경 54화 제96장 유고(遺稿) — 헤더컷

둘 — 남용(濫用)

먹지 석 줄은 이렇다.

임시법은 반드시 남용된다. 끝나는 날짜가 적혀 있으면 사람은 그날까지 무엇이든 한다.

그러므로 이 법은 끝나는 날짜를 적지 않는다. 대신 오 년마다 다시 묻게 한다.

다시 묻는 법은 남용되지 않는다.

옆 여백 여섯 줄은 이 셋째 줄을 세 번 고쳐 읽은 기록이다. 맞다고 읽었고, 틀렸다고 읽었고, 다시 맞다고 읽었다.

그 여섯 줄은 자료집 제3권에 활자로 한 번 더 실린다. 두 번 실리는 문장은 자료집 다섯 권에서 그것뿐이다.


앞의 두 줄은 관찰과 처방이다. 셋째 줄은 예언이다.

예언은 검증할 수 있다. 검증하려면 남용이 무엇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법령에서 남용은 권한을 그 목적 밖에 쓰는 것이다. 쓰지 않는 것은 남용이 아니고, 서투르게 쓰는 것도 남용이 아니다.


제7조의 권한은 존속 필요성을 판정하는 것이다. 목적 밖에 쓴 일이 있는가를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

남용의 형태제7조에서 확인되는가
정해진 때에 하지 아니한 것없다. 열네 번 다 그해 3월이다
정해지지 아니한 자가 한 것없다. 열네 번 다 본회의다
정해진 것 말고 다른 것을 판정한 것판정의 대상이 조문에 적혀 있지 아니하다

앞의 두 줄은 판정이 끝났다. 셋째 줄은 판정할 수 없다.

판정의 대상이 무엇인지가 조문에 없다는 것은 제12차 재사정 때 확인되었다. 조문에 없는 것을 목적 밖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제1권 편찬 검토 각서, 2026년 10월

— 문. 셋째 줄이 맞았다고 적을 수 있소.

— 답. 적을 수 있소. 남용의 뜻을 앞에 적어 두면 되오.

— 문. 그러면 그 뜻은 누가 정하오.

— 답. 정해져 있소. 법령의 남용은 목적 밖 행사요.

— 문. 이 조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어디에 적혀 있소.

— 답. 적혀 있지 아니하오.


서정협은 옳았다. 이 조문은 일흔넉 해 동안 한 번도 남용되지 않았다.


남용되지 않은 조문이 무엇을 했는가는 다른 물음이다.

이 조문은 오 년마다 이 법을 다시 정당하게 만들었다. 그 일을 절차대로 했고, 절차를 어긴 적이 없다.

어기지 않았다는 것이 이 조문이 한 일의 전부라면 셋째 줄은 맞는 문장이다.

셋째 줄은 맞았다. 맞은 방식이 그가 적을 때 생각한 방식이 아니었을 뿐이다.

셋 — 연필

연필 두 줄은 아래 여백에 있다. 가로줄 밑이다.


『서정협 유고』 제1문서 원장 아래 여백, 1973년 12월 28일

— 나는 이것이 답인지 습관인지 모르겠다.

— 답이면 물어서 나온 것이고 습관이면 물어도 나온 것이다.


둘째 줄이 첫 줄보다 흐리다.

흐린 까닭은 심이 닳아서일 수도 있고 손에 힘이 덜 들어가서일 수도 있다. 그것을 적은 문서는 없고, 종이로는 어느 쪽인지 가려지지 않는다.

연필은 지워진다. 지워지는 것으로 적었다는 것은 지울 수 있게 두었다는 뜻이다.

그는 지우지 않았다. 그 종이는 스물두 해 동안 쓰던 서랍에서 나왔다.


1973년 12월 28일은 그가 법제조사국을 나온 날이다.

그날 그가 적은 것은 이 두 줄만이 아니다. 유고 제3부의 마지막 장에 다섯 번 물었다는 문장이 있고, 날짜가 같다.

그쪽은 원고지에 적혔고 이쪽은 스물한 해 된 먹지 사본에 적혔다. 같은 날 같은 손이 종이 두 가지를 썼다.

그날 그는 1952년 2월의 종이를 꺼냈다. 꺼내서 아래 여백에 연필을 댔다.

꺼냈다는 것이 이 쪽에서 확인되는 전부다. 왜 꺼냈는지는 이 종이에 없다.

넷 — 한 쪽

세 가지를 어떻게 실을 것인가를 두고 편찬 회의가 세 안을 놓았다.

어떻게 싣는가그렇게 하면
의견서만 제1문서로 싣고 연필과 잉크는 제3권 유고 편으로 보낸다세 글씨가 두 권만큼 떨어진다
셋을 다 싣되 활자로 옮겨 나란히 짠다세 글씨가 같은 크기가 된다
종이 한 장을 그대로 사진 제판한다옮기지 않는다

병으로 정해졌다. 정한 사람은 서희원이다.

그가 적은 이유는 한 줄이다. 옮기면 고른 것이 된다.

유족이 낸 조건은 병과 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조건과 결정이 같아서 회의는 짧았다.


국경 54화 제96장 유고(遺稿) — 전환컷

조건이 온 것은 결정보다 뒤다. 자료 제공 승낙서에 손으로 덧붙인 한 줄이었고, 덧붙인 사람은 유고를 1991년에 사가본으로 묶은 유족이다.

그 사가본은 인쇄된 것을 넣지 않았다. 손으로 쓴 것만 넣는다는 기준으로 골랐고, 이 종이는 반은 먹지고 반은 손이어서 그때 빠졌다.

서른다섯 해 만에 같은 종이가 갈리지 말라는 조건과 함께 왔다.


그가 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이 쪽에 주를 달지 않았다. 자료집 다섯 권에서 주가 없는 쪽은 이 쪽뿐이다.

주를 달면 먹지 셋째 줄과 연필 첫째 줄 가운데 어느 쪽이 뒤에 오는 문장인지를 편찬자가 정하는 일이 된다. 종이 위에서는 연필이 뒤다. 자료집 안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시험쇄는 두 번 걸렸다.

첫 시험쇄에서 연필 두 줄이 사라졌다. 망점이 그 농도를 잡지 못했다.

두 번째 시험쇄는 연필 쪽에 맞추어 걸었다. 연필이 나오자 먹지가 물러났다.

인쇄된 쪽에서 먹지 석 줄은 원장보다 흐리고 연필 두 줄은 원장보다 진하다.

제1권 첫 쪽에서 더 잘 보이는 것은 나중에 적힌 쪽이다. 그렇게 만든 사람은 인쇄공이다.


국경수호법 재사정 표결 기록 — 제1차부터 제14차까지

국회 사무처 의사국 회신 자료, 2027년 1월 · 회신 12건 · 별지 14매

— 본 자료는 하나의 문서가 아니다. 열두 번에 걸쳐 회신된 별지를 회차순으로 묶은 것이다.

— 회신마다 서식이 다르다. 찬반의 수를 적은 것이 아홉, 반대와 기권만 적은 것이 다섯이다.

— 요구서에 적은 물음은 한 줄이었다. 열네 번의 표결이 각각 어떻게 끝났는가.

회신 열두 건에 붙은 사유는 다 같다. 「보유 자료 범위 내에서 회신함.」

표결은 열네 번 다 같은 쪽으로 끝났다. 표를 그리고 나서 남은 것은 결과가 아니다.

하나 — 열네 줄

일흔 해 넘게 흩어져 있던 것을 한 장에 놓는 데 걸린 것은 계산이 아니라 회신이다.

첫 요구서는 2026년 8월에 나갔고 마지막 회신은 2027년 1월에 왔다. 그 사이에 요구서를 네 번 고쳐 썼다.

고친 까닭은 매번 같다. 물음이 서식에 맞지 않으면 회신이 오지 않는다.


회차무엇을 표결하였는가존속 쪽폐지 쪽기권재석
제1차1957존속00
제2차1962존속30
제3차1967존속00
제4차1972존속00
제5차1977존속62
제6차1982폐지안20962271
제7차1987폐지안20481285
제8차1992존속1571430300
제9차1997폐지안19168259
제10차2002존속20117218
제11차2007존속249335287
제12차2012존속244294277
제13차2017존속251267284
제14차2022폐지안23144275

폐지안을 표결한 줄에서는 좌우가 뒤집힌다. 폐지안에 찬성한 수가 폐지 쪽이고 반대한 수가 존속 쪽이다.

두 가지를 한 칸에 담기로 한 것은 서희원이다. 나누어 담으면 열네 줄이 두 표가 되고, 두 표는 나란히 읽히지 않는다.


위의 다섯 줄에서 존속 쪽 칸이 비어 있다.

비어 있는 것이 없어진 자리는 아니다. 1957년 서식에 찬성을 적는 칸이 없었다.

그때 서식은 반대와 기권만 적었다. 가결을 전제로 짠 서식이고, 전제가 맞았으므로 일흔 해 동안 고칠 사유가 생기지 않았다.

찬성란은 1980년 서식 개정에서 생겼다. 생긴 까닭은 국경수호법과 관계가 없다. 그해에 기명 표결의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다섯 줄에서 재석 칸도 비어 있다.

재석을 적는 칸은 찬성란과 함께 생겼다. 그 앞의 다섯 번은 몇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가 남아 있지 않다.

국회 정수는 그 사이에 여러 번 바뀌었고 1988년 뒤로 삼백이다. 앞의 다섯 줄은 재석이 없으니 비율로 옮겨 놓을 수도 없다.

세 개 없는 것과 하나 없는 것을 같은 표에 놓으면, 없는 쪽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


빈 칸 다섯은 자료가 없어진 자리가 아니다. 처음부터 적지 아니한 자리다.


국회 사무처 의사국 회신 협의, 2027년 1월

— 문. 제1차부터 제5차까지 찬성의 수를 찾을 수 있소.

— 답. 회의록에도 표결 기록에도 없소.

— 문. 어디에 있겠소.

— 답. 그때 서식에 그 칸이 없었소.

— 문. 칸이 없으면 세지 않은 것이오.

— 답. 세었을 것이오. 적지 않았을 뿐이오.

— 문. 세고 적지 않은 것을 무어라고 적어야 하오.

— 답. 그것을 정한 서식이 없소.

둘 — 여섯과 넷

폐지 법률안이 재사정에 붙은 것은 여섯 번이다.

그 여섯 가운데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것은 넷이다.

넷 가운데 가결된 것은 없다.

여섯 번 가운데 표결에 부쳐진 것은 넷. 넷 가운데 가결된 것은 없다 — 부쳐지지 못한 둘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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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 57화

제1부 부재(不在)

1서장2제2장 별장(別莊)3제4장 중지(中止)4제6장 오지 않았다

제2부 도하(渡河)

5제8장 수풍(水豐)6제9장 이천구백만7제10장 천사백(千四百)8제12장 저편

제3부 초안(草案)

9제14장 조사국(調査局)10제16장 제이조(第二條)11제17장 삼분의 일12제19장 배치(配置)13제21장 통과(通過)

제4부 표(票)

14제23장 명부(名簿)15제25장 백사십칠 석16제26장 개표(開票)17제27장 해석(解釋)18제29장 회의록(會議錄)

제5부 배치(配置)

19제31장 원조(援助)20제33장 육조(六條)21제35장 남(南)22제37장 항구(港口)

제6부 역전(逆轉)

23제39장 격차(隔差)24제40장 이주(移住)25제42장 신의주(新義州)26제44장 명부(名簿) 둘27제46장 서울28제48장 특수(特需)29제50장 역전(逆轉)

제7부 상비(常備)

30제51장 세는 사람31제53장 판결문(判決文)32제56장 훈련(訓鍊)33제58장 감축안(減縮案)34제60장 허가증(許可證)

제8부 문(門)

35제62장 문(門)36제64장 남은 것37제66장 팔차(八次)38제68장 닫혔다

제9부 재사정(再査定)

39제70장 구차(九次)40제72장 십차(十次)41제74장 아무도 세지 않았다

제10부 세대(世代)

42제76장 열여덟43제77장 북(北)44제79장 이름45제81장 흥남의 손자46제83장 열두 번째47제84장 지도(地圖)

제11부 격리(隔離)

48제86장 격리(隔離)49제88장 범위(範圍)

제12부 계산(計算)

50제90장 육조의 값51제92장 한 번도52제94장 스물여섯 달53제95장 세다

제13부 국경(國境)

54제96장 유고(遺稿)55제97장 열다섯 번56제98장 이름이 없는 사람57제99장 저편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