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제5부 배치(配置)
22화제37장 항구(港口)
하나 — 무게
빠진 화물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기 쉬웠다.

비료 원료는 흥남으로 갔다. 코크스탄과 철재는 청진으로 갔다. 배가 부산에 들르지 않고 동해를 따라 올라간다.
들르지 않는 까닭은 설비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 부려 철도로 천 킬로미터를 올리는 것보다 배로 그냥 올라가는 것이 싸다.
아무도 부산을 뺀 것이 아니다. 부산을 지날 까닭이 없어진 것이다.
부산은 그해에도 이 나라에서 가장 큰 항구다. 청진과 흥남을 합쳐도 부산 하나에 못 미친다.
줄어든 것은 순위가 아니라 방향이다. 방향이 바뀐 해를 그때 아무도 따로 표시해 두지 않았다.
둘 — 봉투
조합은 그해 칠월에 진정서를 냈다.
낸 곳은 상공부다. 내용은 세 가지다. 원자재 양륙항을 나누어 달라는 것, 나눌 수 없으면 부두 노동자 전직을 알선해 달라는 것, 둘 다 안 되면 까닭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상공부는 접수하고 이송했다. 진정의 내용이 제6조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송에는 잘못이 없다. 소관대로 보낸 것이다.
양륙항 지정이 시행령에 들어간 것은 1957년이다. 들어갈 때 다툼이 없었다.
상식에 붙은 조문에는 반대가 붙지 않는다. 1952년 1월의 십일 분이 그랬고 1957년의 시행령도 그랬다.
국방부 회신, 1963년 9월 · 부산 하역업 조합 앞
— 귀 조합의 진정을 접수하였다.
— 원자재 양륙항의 지정은 국경수호법 제6조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다.
— 본건은 방위 산업 배치에 관한 사항으로 경제 부처의 소관이 아니다.
— 진정의 취지는 이해하나 이를 조정할 근거 규정이 없다.
— 이상.
세 가지 가운데 답이 온 것은 셋째뿐이다.
까닭을 알려 달라고 했고 까닭이 왔다. 조합이 원한 답은 아니었으나 요구한 것 가운데 하나이기는 했다.
부두가 줄어든 것은 경제의 일이 아니라 방위의 일이었다. 진정할 상대를 고르는 데서 조합은 처음부터 틀렸다.
부산 하역업 조합 이사장 구술, 1988년 7월
— 그때 우리는 상공부에 냈소.
— 답이 국방부에서 왔소.
— 나는 그 봉투를 한참 들여다보았소.
— 부두 일에 국방부가 왜 나오는지 그때는 몰랐소.
— 지금은 아오. 안다고 달라진 것은 없소.
조합은 그 뒤 두 번 더 진정서를 냈다. 1965년과 1969년이다.
두 번 다 국방부로 이송되었고 두 번 다 같은 문안의 회신이 왔다. 셋째 회신에는 앞의 두 회신의 문서 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다.
채록은 1988년 여름 조합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채록자가 마지막에 더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물었다. 구술자는 없다고 답했다.
녹음기를 끈 뒤에 한마디를 더 했다고 채록자가 각주에 적어 두었다. 각주에 그 한마디는 옮겨져 있지 않다.
국경수호법 시행령 중 개정령안 및 개정 이유서
국방부 제출 · 법제처 심사 제413호 · 1963년 10월
— 시행령 제2조 중 「법 제2조 본문에 따른다」를 「국경선 이남 백 킬로미터로 한다」로 한다.
— 이유. 국경 북안에 배치 가능한 화포의 최대 사거리가 제정 당시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에 국경지대의 폭도 두 배 이상을 요한다.
— 별지로 화포 제원표 한 장을 첨부한다.
제원표를 붙이라는 것은 법제처 심사 의견이었다. 원안에는 없었다.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제4권 편찬자 주.
이 개정에는 국회 표결이 없었다.
하나 — 단서
법률 제2조에는 사십 킬로미터가 적혀 있다. 시행령이 법률의 수치를 고칠 수는 없다.
고칠 수 있게 된 것은 1957년 시월이다. 그달의 법률 정비 개정에서 제2조에 단서 한 줄이 붙었다.
다만 국방상 필요한 경우 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
이 단서는 열아홉 건을 한 묶음으로 처리한 정비 법안 안에 있었다. 법안의 심의 시간은 이십이 분이다.
정비 법안은 자구와 인용 조문을 맞추는 법안이다. 그런 법안에는 반대가 붙지 않는다. 고치는 것이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아홉 건 가운데 열여덟 건이 자구였다. 나머지 하나가 이 단서다.
단서를 넣자고 한 것은 국방부다. 붙인 사유서는 반 쪽이고 사유는 한 줄이다. 화기는 자란다.
이 사유는 참이다. 참인 사유에는 반대가 붙기 어렵다.
법률에는 그해에도 사십이 적혀 있었다. 사십을 정하는 자리는 그날 법률 밖으로 나갔다.
둘 — 예순

1963년 시월의 개정안은 그 단서를 근거로 한다.
이유서에 붙은 제원표는 이렇다.
| 화포 | 최대 사거리 | 비고 |
|---|---|---|
| 105밀리 곡사포 | 11km | 제정 당시 |
| 155밀리 곡사포 | 15km | 제정 당시 |
| 155밀리 장포신포 | 22km | 제정 당시 최장 |
| 130밀리 야포 | 27km | 1954년 이후 |
| 175밀리 자주포 | 33km | 1962년 이후 |
제정 당시 최장이 스물둘이고 지금 최장이 서른셋이다.
두 배는 아니다. 한 배 반이다. 이유서가 두 배라고 적은 것은 열한 킬로미터짜리 곡사포를 밑에 놓았을 때의 값이다.
이유서는 무엇과 무엇 사이의 두 배인지를 적지 않았다. 적지 않아도 제원표가 붙으면 읽는 쪽이 알아서 고른다.
1952년에 사십을 뽑은 방법은 남아 있다.
화력값에 반나절 행군을 더하고, 그 합을 오만분의 일 도엽 단위로 올렸다. 스물둘에 열여섯을 더하면 서른여덟이고 도엽 두 장이면 사십이다.
같은 방법을 1963년 제원에 그대로 대면 이렇게 된다.
| 항 | 1952 | 1963 |
|---|---|---|
| 화력값 | 22km | 33km |
| 반나절 행군 | 16km | 16km |
| 합 | 38km | 49km |
| 도엽 단위 올림 | 두 장 · 40km | 세 장 · 60km |
다리는 열한 해 동안 늘지 않았다. 늘어난 것은 포신뿐이다.
같은 방법으로 다시 계산하면 예순이 나온다. 이유서에 적힌 것은 백이다.
예순과 백 사이는 마흔이다.
마흔은 1952년에 정한 국경지대의 폭 전체와 같다. 이 개정의 여백 안에 제정 당시의 조문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다.
그 마흔에 붙은 근거는 낱말 두 자다. 「이상」이다.
두 배 이상을 요한다고 적으면 두 배부터 위로는 전부 이유서 안에 있다. 여든도 백도 백스물도 이 문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상」이 이 법에서 일한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제4조였다. 세출의 삼분의 일에 붙어 상한을 하한으로 바꾸었다.
두 번째가 여기다. 계산값을 바닥으로 바꾸었다.
같은 두 자가 열한 해 사이에 두 번 일했다. 두 번 다 아무도 그 두 자를 심의하지 않았다.
셋 — 첨부
서정협은 그해 법제처 차장이다. 쉰둘이다.
심사 제413호의 결재란은 넷이고 셋째가 그의 칸이다.
그는 두 계산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1952년의 산출 근거를 조사국 서고에서 꺼내 본 기록이 심사철에 남아 있다.
그가 붙인 의견은 한 줄이다.
화포 제원표를 이유서에 첨부할 것.
『서정협 유고』 제5장
— 나는 백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 알 수 없는 숫자를 그대로 두면 뒤에 아무도 다투지 못한다.
— 그러므로 나는 근거를 붙이라고 하였다. 근거가 붙으면 다툴 자리가 생긴다.
— 이것이 내가 열한 해 전에 사십에 대하여 생각한 것과 같은 생각이다.
— 나는 같은 생각을 두 번 하였고, 두 번째에는 그것이 무엇을 하는지 보았어야 했다.
제원표는 첨부되었다.
첨부된 뒤로 이 개정안에 이의를 낸 부처는 없다. 표가 붙은 문서에는 이의를 내기 어렵다. 표를 반박하려면 표를 만들어야 하고, 화포 제원표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이 나라에 국방부뿐이다.
그가 요구한 것은 근거였다. 근거가 붙은 뒤로 이 숫자는 다툴 수 없는 숫자가 되었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에 보고된다. 보고는 심의가 아니다.
그해 십일월 국방위원회 회의록에 이 개정이 한 줄로 나온다. 보고 사항 제3항이다. 질의는 없었다.
시행령은 그해 십일월에 공포되었다.
국경선 천삼백삼십삼에 백을 곱하면 십삼만이 넘는다. 굽이에서 겹친 것과 바다로 나간 것을 덜면 구만 안팎이다.
한반도의 넓이는 이십이만 제곱킬로미터 안팎이다. 구만은 그 십분의 사 남짓이다.
1952년에 이 값은 오분의 일이었다. 열한 해 만에 두 배가 되었다.
공포된 날 국경지대 안으로 새로 들어온 군(郡)은 스물아홉이다.
그 스물아홉 개 군에 사는 사람은 그날부터 거주와 이전에 허가를 받는다. 제5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허가 사무를 맡을 인원은 시행령에 없다. 인원은 이듬해 예산에 붙는다.
그래서 공포된 날 스물아홉 개 군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은 이듬해 봄부터 일어났다.
지역별 공업 생산 지수
경제기획원 통계국 『산업통계연보』 제9집 제3표 · 1965년 12월
— 1957년을 100으로 한다.
— 지역은 이북 여섯 개 도와 이남 아홉 개 도로 나눈다. 공장 소재지를 따라 묶은 것이며 행정 구역과 일치하지 아니한다.
— 이북 여섯 개 도는 아홉 개 도를 여섯으로 합친 것이다. 합친 것은 칸이고 땅은 그대로다.
— 이 표에는 남과 북이라는 낱말이 없다. 있는 것은 지역과 지수와 구성비다.
제3표에는 각주가 둘 붙어 있다. 둘 다 이 표를 다른 표와 견주지 말라는 것이다. 『국경수호법 제정사 자료집』 제4권 편찬자 주.
격차는 두 숫자 사이의 거리에 붙이는 이름이다.
스물아홉 개 군이 하루아침에 국경지대가 되었다. 다음에 오는 것은 격차, 두 숫자 사이의 거리에 붙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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