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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제9장 구덩이

· 44화 중 7화 · 3,433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노백은 앵커 볼트에 그리스를 먹이고 있었다. 스물여섯이고 펜실베이니아 탄광촌 출신이었으며, 아버지와 삼촌 둘이 같은 갱에서 일했고, 그래서 구덩이라는 것에 대해 자기가 안다고 믿는 편이었다.

"상사님." 그가 걸레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 "이거 뭘 넣는 겁니까?"

열두 개의 태양 7화 제9장 구덩이 — 헤더컷

"무거운 거."

"그건 저도 알겠는데요."

"그럼 됐네."

노백은 웃었다. 웃고 나서 볼트를 조였다. 그러다 손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

"우리 중대가 왜 공병 일을 합니까. 우리는 무기중대인데."

"우리 물건이 들어갈 자리니까 우리가 파는 거지."

"우리 물건이 뭔데요."

"노백."

"예."

"열두 시 반이다. 밥 먹어라."

노백은 렌치를 놓고 갔다. 데커는 그가 사라진 쪽을 보지 않고, 조여놓은 볼트를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다. 두 개가 덜 조여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조였다.

삼월 삼십일일 오전에 전대 본부에서 소령이 하나 나왔다. 그는 구덩이를 한 바퀴 돌고, 승강대를 한 번 올렸다 내리게 하고, 서류에 서명했다. 인수 사유란에는 "공사 완료"라고만 적혔다.

"쓸 일이 있겠습니까." 공병 소위가 물었다.

"판 김에 파둔 거지." 소령이 말했다. "판 김에 파둔 게 없으면 나중에 급해지니까."

지프가 떠나고 나서 노백이 데커 옆에 와 섰다. 흰 가루가 앉은 구덩이는 아래로 갈수록 그늘이 짙었다.

"저는 갱 속에서 자랐습니다." 노백이 말했다. "구덩이는 뭘 꺼내려고 파는 거지, 뭘 넣으려고 파는 게 아닌데요."

"넣으려고 파는 것도 있다."

"뭐가 있습니까."

"탄약고."

"탄약고는 이렇게 안 팝니다. 탄약고는 넓게 파고 얕게 팝니다. 이건 좁게 파고 깊게 팠는데요."

"그럼 네가 다 알겠네."

데커는 도면을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고 천막 쪽으로 걸어갔다. 노백은 구덩이 가장자리에 조금 더 서 있다가 따라왔다.


천막의 등불은 밤 열 시에 꺼야 했지만 무기중대 천막은 예외였다. 발전기 소리가 멀리서 규칙적으로 뛰었고, 습기 때문에 종이가 눅눅했다.

매뉴얼은 붉은 표지에 검은 띠가 둘린 것이었다. 데커는 그것을 첫 장부터 읽지 않았다. 그가 펼치는 곳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

버드케이지에서 캡슐을 꺼내는 절차. 진공 공구의 손잡이를 미는 각도. 삽입 통로의 나사산이 스물여덟 번 돌아간다는 것. 마지막 세 바퀴는 힘을 빼고 돌린다는 것 — 이건 매뉴얼에 없고, 앨버커키에서 그를 가르친 준위가 손으로 알려준 것이었다. 그 준위는 지금 네바다에 있었다.

그는 페이지를 넘기다가 멈췄다.

읽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열한 번 했다. 열한 번 다 훈련이었고, 열한 번 다 끝나면 캡슐을 도로 케이지에 넣고 서명하고 잤다.

등불 아래에서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엄지와 검지가 있지도 않은 손잡이를 쥐었다. 손목이 사분의 일 바퀴 돌았다가 멈췄다. 왼손이 올라와 허공의 무엇을 받쳤다. 오른손이 다시 돌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팔꿈치가 몸통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좁은 데서 하는 동작이었다.

스물다섯 바퀴째에서 손에 힘이 빠졌다. 마지막 세 바퀴였다.


1951년 4월 5일 · 워싱턴 D.C., 국방부 합참 회의실 / 국회의사당 하원 원내총무실

"'대규모'가 몇 명입니까."

육군참모총장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탁자 위에는 타자로 친 종이 한 장이 열두 부 놓여 있었고, 문장은 두 개뿐이었다.

오마 브래들리는 자기 앞의 종이를 손끝으로 돌려 똑바로 놓았다. 창문은 열리지 않게 만들어져 있었고, 사월인데도 방 안은 난방이 도는 것처럼 더웠다.

"적어 넣자는 말씀입니까." 그가 물었다.

"적어 넣지 않으면 저 문장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단 셋이 들어와도 대규모고, 군 셋이 들어와도 대규모입니다."

"신규 편성 삼 개 군, 이렇게 적으면 어떻습니까." 공군참모총장 반덴버그가 말했다. 그는 종이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대개 종이를 보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삼 개 군이라고 적으면," 브래들리가 말했다. "이 개 군 반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문서상 약속한 것이 됩니다."

"그럼 이 개 군으로 적읍시다."

"그러면 이 개 군에서 방아쇠가 당겨집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숫자가 당깁니다."

열두 개의 태양 7화 제9장 구덩이 — 전환컷

해군참모총장이 담배를 껐다. 벽시계의 분침이 한 칸 움직였다. 그것이 회의가 시작된 지 스물여덟 분째였다.

"뒤 문장은 문제가 없습니까." 브래들리가 물었다.

소련 폭격기 항목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쪽은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소련 폭격기가 오면 그것은 소련 폭격기가 온 것이고, 세어야 할 것이 없었다. 숫자가 필요한 쪽은 언제나 앞 문장이었다.

"판정은 누가 합니까." 육군참모총장이 다시 물었다. "'대규모'라고만 적어놓으면, 대규모인지 아닌지는 누가 정합니까."

"전구가 보고하고, 여기서 판정하고, 대통령이 승인합니다."

"그러면 '즉각적'이라는 말은 왜 넣습니까. 보고하고 판정하고 승인하면 즉각이 아닙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브래들리는 그 조용함을 육 초쯤 그대로 두었다.

"그 말은 우리가 넣은 게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저 말을 받은 겁니다."


논쟁은 마흔 분을 채웠다.

브래들리는 그동안 세 번 발언했고 그중 두 번은 질문이었다. 그가 아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 자기 의견을 말하는 대신 남의 의견이 스스로 무너질 때까지 묻는 것. 미주리에서 자란 아이가 배운 것 중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이었다.

숫자를 적으면 문서가 판단하고, 숫자를 적지 않으면 사람이 판단한다. 그는 그렇게 정리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잠깐 생각했다.

워싱턴에 앉아 있는 사람은 숫자를 세지 않는다. 숫자는 언제나 전구에서 올라온다. 도쿄가 세고, 그전에 대구가 세고, 그전에 어느 소령이 심문 조서와 항공 사진과 노획 문서를 앞에 놓고 연필로 센다. 그 연필이 삼 개 군이라고 적으면 삼 개 군이 되는 것이다.

브래들리는 그것을 알면서 숫자를 적지 않는 쪽을 골랐다.

그가 자기에게 댄 이유는 이랬다. 숫자를 적어두면 그 숫자에 닿는 날 아무도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문서가 이미 생각해두었기 때문이다. 숫자를 비워두면 적어도 누군가는 그날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 누군가가 어디 앉아 있는 사람인지는 이유에 넣지 않았다.

"'major'로 갑니다." 그가 말했다. "숫자는 넣지 않습니다."

반대는 나오지 않았다. 참모총장 하나가 회의록 서기 쪽을 보고 "이의 없음으로"라고 말했고, 서기는 그렇게 적었다. 회의는 그것으로 끝났다. 브래들리는 자기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으면서, 방금 마흔 분을 쓴 낱말이 알파벳 다섯 자짜리라는 것을 생각했다.

문장은 이렇게 남았다. 중공군의 대규모 추가 유입이 있거나 소련 폭격기의 공격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원자 보복을 실시한다.


조지 마셜은 서명하기 전에 문장을 소리 내지 않고 두 번 읽었다.

일흔 살이었고, 국방장관 자리에 앉기 위해 의회가 법을 하나 고쳐야 했던 사람이었고, 지난 사십 년 동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훈련을 해온 사람이었다. 그가 하지 않은 말이 지금 두 개 있었다.

첫째, 이 문서는 명령이 아니라 조건이다. 조건은 스스로 발동한다.

둘째, 작년 십일월 삼십일에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야전 지휘관 이야기를 한 뒤로, 이런 종류의 문서는 도쿄에서 늘 한 번 더 읽힌다.

그는 만년필 뚜껑을 열고 서명했다. 배포 목록은 여섯 줄이었다. 세 번째 줄이 극동군총사령부였다.

"배포는 언제 나갑니까." 그가 물었다.

"오늘 밤 전문으로 나갑니다, 장관님. 늦어도 도쿄 시간으로 내일 아침이면 책상에 올라갑니다."

"전문으로." 마셜은 그 말을 되풀이하고 서류를 밀어놓았다. 그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에 다른 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강 건너 의사당 하원 원내총무실에서 보좌관이 서류함 두 개를 확인하고 있었다.

왼쪽 것은 그날 아침에 들어온 우편이었다. 지역구 진정서, 재향군인회 결의문, 상공회의소 초청장.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였다.

오른쪽 것은 비어 있었다.

"아직 안 왔습니다."

조지프 마틴은 창가에 서 있었다. 예순여섯이고, 매사추세츠에서 신문을 찍다가 정치로 온 사람이었고, 스물여섯 해째 하원에 있었다.

"우편실에 물어봤나."

"세 번 했습니다. 오늘 도쿄에서 온 관용 우편 자체가 없답니다. 어제도 없었고요."

"삼월 팔일에 부쳤어."

"예. 답장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답장은 왔을 거야." 마틴은 창밖을 봤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그 양반은 답장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 양반은 답장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지."

보좌관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우편실 직원은 아까와 같은 말을 했다. 하와이에서 한 번,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번 갈아싣는데 그중 어디에서 밀렸는지는 여기서 알 수 없다고. 급하면 전보를 치라고.

"전보를 칠 수는 없지." 마틴이 말했다. "전보로 받으면 그건 내 편지가 아니라 통신문이 되니까."

보좌관은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편지는 읽는 것이고 통신문은 인용하는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종이를 들고 읽으려면 그 종이가 자기 앞으로 온 사신이어야 했다.

"오늘 아니면 안 됩니까."

"오늘이면 좋았지." 마틴은 서류함 오른쪽을 손등으로 한 번 두드렸다. 빈 함은 나무 소리가 났다. "다음 주도 있고 그다음 주도 있어. 편지가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니까."

그는 외투를 걸치고 본회의장으로 내려갔다.

그는 외투를 걸치고 본회의장으로 내려갔다.

남은 37화 · 약 132,785자 · 약 3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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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태양전 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