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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제26장 스물두 개의 이름

· 44화 중 19화 · 3,813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1951년 5월 23일 · 제8군사령부 회의실, 그리고 사령부 뒷마당

"앤텅."

열두 개의 태양 19화 제26장 스물두 개의 이름 — 헤더컷

극동공군에서 온 소령이 그렇게 발음했다. 나는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쥐었다.

"안둥입니다. 압록강 철교 도하점."

국군 작전참모 대령이 앞에 놓인 종이에 연필로 적었다. 안둥. 두 글자를 쓰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북위 사십 도 팔 분, 동경 백이십사 도 이십삼 분."

나는 좌표를 숫자 그대로 옮겼다. 좌표는 옮기기 쉽다. 숫자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다.

"신위주."

"신의주입니다. 철도 조차장."

"치안."

"지안. 만포진 건너편입니다. 도하점 두 번째."

대령의 연필이 멈췄다. "만포 건너편이면 우리 쪽에서 보이는 자립니까."

나는 그것을 영어로 옮겼다. 소령이 대답했다. 나는 다시 옮겼다.

"강폭 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격 거리가 나옵니다."

"콴티엔."

"콴뎬. 병참 집적소입니다. 지하."

김진하 대위가 내 왼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좌표를 받아 적으면서 자기 종이의 여백에 작은 표를 그리고 있었다. 세로줄 두 개. 왼쪽 칸에는 지명, 오른쪽 칸은 비워두었다. 오른쪽 칸에 무엇을 적을지는 그도 몰랐을 것이다.

콜린스 소령이 탁자 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앞의 종이만 보고 있었는데, 그 종이는 백지였다. 회의가 시작될 때 그가 나를 한 번 봤고, 그 뒤로는 보지 않았다.

"펑청. 통화. 펜시. 안샨."

"펑청, 통화, 번시, 안산입니다." 나는 한 번에 넷을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번시는 제철소, 안산은 강철 공장입니다."

"묵덴."

"선양입니다." 나는 말했다. "우리 신문이 봉천이라고 쓰던 곳입니다."

대령이 고개를 들었다. 봉천이라는 말에는 반응이 왔다. 그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마 나보다 오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랴오양. 다쿠샨. 랑터우."

"랴오양 항공정비창, 다구산 비행장, 랑터우 비행장. 랑터우는 안둥 남쪽입니다."

열둘이었다. 나는 세지 않으려고 했는데 세어졌다.

소령은 지명을 읽을 때마다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가 읽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번호와 좌표였고, 이름은 번호 옆에 붙은 참고 사항이었다. 참고 사항을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사람이 나였다.

이 열두 곳 중에 내가 발을 디뎌본 데는 신의주 한 군데다. 마흔다섯 해 팔월에 나는 그 도시에서 해방을 맞았고, 그해 십일월에 그 도시에서 걸어나왔다. 나머지 열하나는 지도에서만 봤고, 지도에서는 어디나 똑같이 작다.


"신의주"를 말할 때 나는 일 초쯤 늦었다.

그 하나만 옮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열하나는 미국 사람의 입에서 나온 소리를 한국 사람이 아는 소리로 바꾸는 일이었다. 안둥은 안둥이라고 해줘야 알아듣고, 묵덴은 선양이라고, 봉천이라고 해줘야 알아듣는다. 그런데 신의주는 소령의 입에서 이미 신의주로 나왔다. 발음이 조금 어긋났을 뿐 그것은 내 말이었다.

일 초 동안 나는 그 이름을 옮길 것인지 그냥 둘 것인지 몰랐다.

그러고 나서 "신의주입니다"라고 말했다. 통역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신의주에서 남동쪽으로 구십 킬로미터쯤에 정주가 있다. 목록에 정주는 없었다.

회의는 사십 분 만에 끝났다. 국군 작전참모가 마지막에 물었다.

"이 지점들이 왜 우리 부대 이동과 관계가 있는지 여쭤봐 주시오."

나는 옮겼다. 소령이 대답했다.

"작전 보안상 그 부분은 이 회의의 범위 밖이라고 합니다."

대령은 잠깐 나를 봤다. 그가 나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 있는 쪽을 본 것이다.

"알았다고 하시오."


뒷마당에는 드럼통을 잘라 만든 재떨이가 있고, 그 옆에 부서진 나무 의자가 두 개 있었다. 나는 앉지 않고 서서 커피를 마셨다. 사령부 커피는 설탕을 타지 않으면 탄 맛이 났다.

그때 알았다.

회의실에서 나올 때 어깨에서 무언가가 내려앉았는데, 나는 그것이 회의가 끝나서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정주가 없어서였다.

나는 열두 개의 이름을 옮기는 사십 분 동안 각각의 이름 안에 사람이 몇이나 사는지를 생각했다. 안둥에 몇, 신의주에 몇. 셀 수 없어서 세다 말았다. 그리고 목록이 끝났을 때, 내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는 곳의 이름이 거기 없다는 이유로 몸이 편해졌다.

편해졌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고향이 대신 거기 있었다는 뜻이다.

안둥에도 나루터에서 짐을 지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신의주 조차장에도 화물표를 세는 사람이 있고, 안산 공장에도 야간조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도 모른다. 모르는 채로 그들이 목록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나는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드럼통에 부었다.

가슴 주머니에 수첩이 두 권 있다. 하나는 회의에 들고 들어가는 것이고, 하나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것을 꺼내 열두 개의 이름을 적었다. 순서대로. 좌표는 적지 않았다. 좌표는 이미 저쪽 종이에 있으니까.

적어놓고 보니 이름들이 짧았다. 두 글자 아니면 세 글자.


윤성갑 준위가 언제 왔는지 모르겠다. 그는 담뱃갑을 흔들어 한 개비를 내밀었다.

"안 피웁니다."

"그럼 들고만 계시라요." 그는 기어이 손에 쥐여주고 자기 것에 불을 붙였다. "한 중위, 얼굴이 종이짝이오."

"오래 서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십 분 서 있고 종이짝 되는 사람은 없수다."

그는 담배 연기를 마당 쪽으로 뱉었다. 오월 말인데 바람이 없었다. 연기가 그 자리에 한참 있었다.

"내레 옌지서 클 적에 중국 선생한테 옛말 하나 들은 게 있는데." 그가 말했다. "옛날 옛적에 하늘에 해가 열 개 떴답네다. 원래 하나씩 돌아가며 뜨는 건데 열 개가 한꺼번에 떠서, 곡식이 타 죽고 강이 마르고 쇠가 녹았다지요."

열두 개의 태양 19화 제26장 스물두 개의 이름 — 전환컷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그때 활 잘 쏘는 자가 하나 있었디요. 예라고. 그자가 활을 들고 나가서 아홉을 쏘아 떨궜습네다. 하나는 남겨뒀지요. 다 떨구면 세상이 어두워지니까니."

"그래서 살았습니까."

"살았디요. 곡식도 다시 나고." 윤성갑이 담배를 손가락으로 굴렸다. "그 뒤 얘기도 있는데, 오늘은 안 하겠수다."

"왜 하나는 남겼답니까."

"거 참, 한 중위는 꼭 그런 걸 묻는구만." 그가 웃었다. 웃는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해가 하나도 없으면 얼어 죽으니까니. 열은 많고 영은 적고. 그러니 하나가 맞는 수라는 게디요. 옛말이 다 그렇습네다. 맞는 수를 정해놓고 시작해요."

"열둘은 맞는 수가 아니겠습니다."

"맞는 수를 누가 정하겠소. 정하는 자가 곧 쏘는 자디요."

나는 손에 든 담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종이가 눅눅했다.

"준위님."

"예."

"오늘 회의 들으셨습니까."

"내레 문밖에 있었디요. 문이 얇습네다."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끝까지 피우지 않고, 반쯤 남은 것을 눌러서 껐다.

"이번엔 열둘인데 활 쏘는 놈이 없습네다."


1951년 5월 23일 ~ 25일 · 워싱턴 D.C.,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실과 위원회실

전문은 한 장이었고 딘은 그것을 세 번 읽었다.

세 번째에 걸린 것은 숫자가 아니라 단어였다. 소요. 요청이 아니라 소요라고 적혀 있었다. 요청은 상대가 거절할 수 있는 것이고, 소요는 이미 계산이 끝난 것이다. 그는 이십 년 동안 남이 고른 단어로 밥을 먹었고, 그래서 그 차이가 눈에 걸렸다.

숫자는 셋이었다. 표적 열둘. 태평양 보유 아홉. 추가 코어 셋.

"몸체는 어떻게 됩니까." 그가 물었다.

군 연락장교가 서류철을 폈다. "괌에 있습니다. 작년 팔월에 보낸 것들입니다."

"몇 발분이오."

"아홉 발분입니다. 비핵부만."

"그게 아직 거기 있다고?"

"작년 구월에 기체만 돌아왔습니다. 조립체는 두고 왔습니다. 창고 목록에 그대로 있습니다."

딘은 의자에 등을 붙였다. 창밖으로 오월 나무가 보였다.

몸체가 아홉. 코어가 아홉. 그런데 코어 아홉은 이미 사월에 군에 넘겼고 그것들은 지금 오키나와에 있다. 괌의 아홉 몸체는 심장이 없는 채로 열 달을 창고에 누워 있었다.

"그러니까," 그가 말했다. "부족한 건 몸이 아니라 심장이군요."

연락장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딘은 사십육 세였고 법률가였다. 위원장 자리에 앉은 지 열 달이 되어가는 동안 그가 배운 것 중 가장 쓸모 있는 것은, 법이 무엇을 금지하는가보다 법이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가 늘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사십육년 법은 원자무기를 민간 위원회의 관리 아래 둔다고 적었다. 군에 넘길 수 없다고는 적지 않았다. 넘긴 뒤에 어떻게 되는지도 적지 않았다. 사월 육일에 그는 그 빈칸 위에 이름을 썼다.

이번은 두 번째다. 두 번째부터는 빈칸이 아니다. 선례라고 부른다.


이튿날 위원회실에서 앨버커키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되는 데 십일 분이 걸렸고, 그쪽은 아직 아침이었다.

"저장고 관리관입니다."

수화기가 탁자 가운데 놓였고 위원 넷과 딘이 그 주위에 앉았다. 목소리는 멀고 조금 울렸다.

"현재 위원회 관리 아래 있는 캡슐 수를 말해주시오."

관리관이 숫자를 말했다. 그것은 회의록에 적히지 않았다. 딘이 손을 저었고 서기가 연필을 내렸다.

"그중 태평양 전구로 즉시 이송 가능한 것은."

"운반 캡슐 준비 상태로는 여섯입니다. 그 이상은 사흘이 필요합니다."

"셋이면 되오."

"셋이면 오늘 오후에 서류를 뗄 수 있습니다."

맨 끝 자리의 위원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관리관, 그것들은 지금 어떻게 보관돼 있소."

"버드케이지에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캡슐마다 번호가 붙어 있고 이중 잠금입니다."

"열쇠는 누가 갖고 있소."

"위원회 쪽 하나, 저희 쪽 하나입니다."

"이송하면."

수화기 저쪽이 잠깐 조용했다.

"이송하면 두 개 다 그쪽으로 갑니다."

안경다리를 닦던 위원이 손을 멈췄다. 그는 안경을 다시 쓰지 않고 탁자에 내려놓았다.

"관리관." 딘이 말했다. "그 방은 지금 어떻소."

"예?"

"저장고 말이오. 나는 거길 한 번도 못 가봤소."

수화기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관리관은 질문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대답했다.

"콘크리트 방입니다. 온도를 맞춰야 해서 늘 서늘하고, 조명이 노랗습니다. 케이지는 선반이 아니라 바닥에 세워둡니다. 무거워서 굴려서 옮깁니다."

"굴려서."

"바퀴 달린 받침이 있습니다.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딘은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게 했다. 위원 넷 중 누구도 그가 왜 그것을 물었는지 묻지 않았다.

딘은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게 했다. 위원 넷 중 누구도 그가 왜 그것을 물었는지 묻지 않았다.

남은 25화 · 약 90,968자 · 약 2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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