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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제24장 내 목소리로

· 44화 중 18화 · 3,17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회견이 끝나고 부관이 대통령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자네, 어디 사람인가."

열두 개의 태양 18화 제24장 내 목소리로 — 헤더컷

"평안북도 정줍니다, 각하."

그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정주."

그것뿐이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고 문이 닫혔다. 나는 그가 왜 그 이름을 두 번 발음했는지 알지 못했다.


밖은 열한 시가 다 되어 있었다.

부산은 산비탈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판잣집 사이사이에 등잔불이 박혀 있고, 그것들이 위로 올라갈수록 성글어졌다가 능선쯤에서 끊겼다. 항구 쪽에서 배 고동이 한 번 울렸다.

김 대위가 지프에 기대 담배를 물고 있었다.

"수고했다."

"예."

"십이 초더라. 한 문장에."

"…예."

그는 담배를 던지고 밟았다. "가자. 내일 아침에 대구로 올라가야 돼."

나는 지프에 오르기 전에 잠깐 서 있었다. 목 안쪽이 뻐근했다. 산에서 사흘 동안 물만 먹고 걸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도 없는 쪽을 보고 낮게 그 말을 한 번 더 해봤다.

"특수 무기."

내 목소리였다. 그것이 내 목소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고, 동시에 그것이 내 것이라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1951년 5월 22일 ~ 23일 · 네브래스카 오펏 기지, 전략공군사령부 지하 작전실

시가는 세 시간째 같은 것이었고 벌써 두 번 꺼졌다.

르메이는 그것을 다시 붙이지 않았다. 왼손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로 오른손으로 종이를 넘겼다. 여덟 장이었고, 지도가 아니었다. 지도는 뒤쪽 벽에 걸려 있었다. 도쿄에서 보내온 좌표마다 압정을 꽂아둔 것인데, 회의가 시작되고 두 시간 십오 분 동안 그는 한 번도 그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가 보는 것은 효과 추산표였다. 왼쪽 열에 표적, 가운데 열에 위력과 폭발 방식, 오른쪽 열에 숫자.

"태천." 작전참모가 읽었다. "사십 킬로톤 공중폭발 한 발. 격멸 추산 만오천에서 이만."

"다음."

"평양·철원·금화 삼각지대. 사십 킬로톤 여섯 발. 약 십만."

르메이는 연필 끝으로 그 줄을 두 번 두드렸다. 자국이 남았다.

"이거 누가 만들었나."

"작년 겨울 육군 추산입니다, 장군님."

"그때 우린 지고 있었지." 그는 종이를 넘겼다. "이 표는 사람을 세고 있어. 우리가 셀 건 사람이 아니야."

작전참모가 다음 장을 폈다.

"도쿄 목록은 서른네 개입니다. 작년 십이월 이십사일 제출분 그대로입니다. 지연 표적 스물여섯, 침공 부대 넷, 적 항공력 넷."

"우리한테 있는 건."

"태평양에 아홉입니다. 완성 캡슐 아홉."

"그럼 스물다섯을 지워야겠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환기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 작전실은 오월에도 서늘했고, 벽 아래쪽에 물자국이 있었다. 탁자에 앉은 사람은 여섯이었다. 서기 하나가 구석에서 속기를 하고 있었는데, 회의록에 무엇을 적고 무엇을 적지 말아야 하는지 아직 지시를 못 받은 얼굴이었다.

르메이는 마흔다섯이었다. 그가 이 방에서 하는 일은 삼 년째 같았다. 종이 위에서 뺄셈을 하는 것. 사람들은 그가 폭격을 지휘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실제로 하루의 대부분을 쓰는 일은 목록을 줄이는 것이었다. 기체가 모자라고, 승무원이 모자라고, 연료가 모자라고, 이번에는 다른 게 모자란다.


"침공 부대 넷부터 지워."

작전참모가 펜을 들었다.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적어. 표적이 서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만 적습니까."

"그놈들은 낮에 흩어지고 밤에 걷는다. 작년 십일월부터 우리가 몇 번을 찾았지."

"…찾은 적 없습니다."

"그럼 됐어. 넷 지워."

펜이 네 줄을 지났다. 종이가 긁히는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지연 표적 스물여섯은." 작전참모가 물었다.

르메이는 시가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몸을 돌려 벽의 지도를 봤다. 십 초쯤이었다.

"두 가지만 봐. 안 움직이는가. 다시 짓는 데 오래 걸리는가. 둘 다 아니면 지워."

표적정보과 소령이 목록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번호와 좌표와 성격을 한 줄씩. 창고. 지워졌다. 병영 두 곳. 지워졌다. 도로 교차점 셋. 소령이 셋을 한꺼번에 읽었고 펜이 한 번에 지나갔다. 소규모 하치장 넷. 정비 대대 주둔지. 지워졌다.

읽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지우는 쪽이 남기는 쪽보다 손이 덜 갔기 때문이다.

발전 시설 하나에서 르메이가 손을 들었다.

"그건 뭐지."

열두 개의 태양 18화 제24장 내 목소리로 — 전환컷

"수풍 계통 변전소입니다."

"그거 부수면 만주에도 불이 나가나."

"조선 쪽에도 나갑니다. 같은 선입니다."

"두면 우리가 나중에 쓸 수도 있겠군." 그는 잠깐 있다가 말했다. "지워."

남은 것이 여덟이 되었을 때 소령이 읽기를 멈췄다.

"도하점 셋. 안둥 철교, 지안에서 만포로 넘어오는 도하점, 콴뎬 병참 집적소. 철도 결절 셋. 신의주 조차장, 펑청, 통화. 중공업 둘. 번시 제철, 안산 강철."

"적 항공력 넷은."

"랑터우, 다구산, 묵덴 북릉, 랴오양 정비창입니다."

"손대지 마."

여덟에 넷. 작전참모가 숫자를 소리 내어 말했다. "열둘입니다, 장군님. 아홉이 아니라."


극동공군 연락장교가 그때 손을 들었다. 대령이었고, 도쿄에서 사흘 전에 날아온 사람이었다.

"장군님. 여덟 개 표적은 전부 지표폭발을 요구합니다."

"알고 있어."

"확인하겠습니다. 공중폭발로는—"

"공중폭발은 활주로도 못 부순다." 르메이가 말을 잘랐다. "화구가 땅에 안 닿으면 다리 상판이 휘었다가 도로 펴져. 안산 압연공장 지붕은 날아가고 기계는 남지. 그건 우리가 한 달 뒤에 또 와야 한다는 뜻이야. 다리를 끊으려면 흙을 파야 해. 딴 방법은 없어."

"그러면 부록 C의 넷째 항을 읽어야 합니다."

"읽어."

표적정보과 소령이 다른 종이철을 열었다. 그는 젊었고 목소리가 낮았다.

"지표폭발 시 화구가 지표를 파고들어 다량의 토사가 방사화됩니다. 그 입자가 무거워서 상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며칠 안에 떨어집니다. 이것이 국지 낙진의 대부분입니다. 공중폭발은 이 항목이 사실상 없습니다."

"어디로 떨어지나."

"오월은 겨울 흐름이 물러난 뒤라 바람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원 하나로 그릴 수가 없고, 반점처럼 흩어집니다. 다만 하층 흐름이 잡히는 날이면 방향은 남동입니다."

"남동에 뭐가 있지."

"신의주, 정주, 안주, 평양 축입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씻겨 내려서 좁은 데 몰립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르메이는 그 종이를 받아 자기 앞에 놓고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환기구가 돌았다. 벽시계의 초침이 한 바퀴를 돌았고, 두 바퀴째를 돌았고, 세 바퀴째의 중간까지 갔다.

그가 읽는 동안 소령은 서 있었다. 앉으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극동공군 대령은 자기 앞의 물컵을 보고 있었고, 서기의 연필은 멈춰 있었다.

작전참모가 헛기침을 했다.

"장군님, 그 항은 첨부에서 빼도—"

"빼지 마."

르메이는 종이를 소령에게 돌려주었다.

"그대로 둬. 문장 하나 고치지 말고. 그리고 지표폭발 여덟 발 승인한다고 적어. 같은 장에."

"같은 장에 말입니까."

"같은 장에. 앞뒤로 붙여놔."

그는 재떨이에서 시가를 집었다. 여전히 붙이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겨울부터 저쪽 읍을 하나씩 태웠어. 이건 다른 종류가 아니야. 크기가 다를 뿐이지. 다만 이번엔 종이에 남는다."


전문은 이튿날 새벽 네 시 사십 분에 나갔다.

세 문장이었다. 첫 문장은 표적이 열두 개로 확정되었다는 것. 둘째 문장은 여덟 발이 지표, 넷이 공중이라는 것. 셋째 문장이 실제 용건이었다.

코어 세 발 소요. 몸체는 괌에 있음.

작전참모가 초안을 들고 왔을 때 르메이는 이미 군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초안에는 '요청'이라고 적었습니다."

"고쳐. '소요'라고 해."

"위원회가 표결을 해야 합니다."

"하겠지."

"거부하면요."

"그러면 아홉으로 하고, 넷 중에 셋을 다시 지운다." 르메이는 상의 단추를 채웠다. "그런데 안 거부해. 지난번에 한 시간 걸렸다며."

"한 시간 조금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첫 번째였으니까."

작전참모가 전문을 들고 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르메이가 불렀다.

"투하 순서는 서쪽부터. 도하점 먼저, 비행장 나중, 안쪽 공장이 마지막. 간격은 삼 분."

"이유를 적습니까."

"안 적어도 돼. 그건 그냥 순서야."

부관이 회의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워진 것들만 따로 모은 철이 한 권 나왔다. 스물두 장이 아니라 여섯 장이었는데, 한 장에 여러 개씩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창고, 병영, 도로 교차점, 변전소, 하치장, 정비 대대 주둔지. 이름이 스물두 개.

부관은 그것을 접어 폴더에 끼우고 서류함 두 번째 칸에 밀어 넣었다.

걸쇠가 물리는 소리가 났다.

걸쇠가 물리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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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태양전 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