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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제30장 손에서 손으로

· 44화 중 22화 · 3,621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케이지는 통로 안쪽 받침에 묶여 있었다.

강철 격자로 짜인 통이고 안에 원통이 들어 있다. 데커는 고정 밴드 둘을 풀고 위 덮개를 열었다.

열두 개의 태양 22화 제30장 손에서 손으로 — 헤더컷

공구는 걸이에 걸려 있었다. 손잡이가 길고 끝에 흡착부가 달렸다. 그는 흡착부를 원통 위쪽에 대고 손잡이 쪽 레버를 당겼다.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짧게 났다.

무게가 공구를 통해 팔로 넘어왔다. 그는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들어올렸다. 몸통을 돌리지 않고 발을 옮겨서 방향을 바꾼다. 그렇게 배웠다.

물건의 앞쪽 덮개는 이미 열려 있었다. 조립할 때 열어두고 봉인만 해둔 것을 그가 아까 뜯었다. 구멍은 생각보다 작다. 처음 훈련받는 사람들은 다 그 소리를 한다.

들어가는 데는 힘이 필요 없다. 각도가 필요하다. 각도가 어긋나면 걸리고, 걸리면 힘을 주고 싶어지고, 힘을 주면 안 된다.

그는 두 번 어긋났다. 두 번 다 빼서 다시 넣었다.

세 번째에 들어갔다. 끝까지 들어간 다음 손잡이를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돌아가는 동안 소리가 없다가 마지막에 짧게 걸렸다.

확인 하나.

레버를 반대로 밀어 흡착을 풀고 공구를 뺐다. 공구가 빠지면서 안쪽 금속이 한 번 울렸다.

잠금 손잡이를 내렸다.

확인 둘.

플러그를 순서대로 꽂았다. 여섯 개다. 꽂을 때마다 소켓 안에서 딸깍 소리가 나야 하는데, 네 번째가 소리가 작았다. 그는 뽑아서 다시 꽂았다. 두 번째는 제대로 났다.

덮개를 닫고 걸쇠를 넘겼다.

십일 분이었다.

그 십일 분 동안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각도와 걸림과 소리만 있었다. 그것이 그가 이 일을 십 년 가까이 할 수 있었던 방식이다. 손에 일을 주면 머리는 조용해진다.


두 번째 확인자는 폭격수였다.

그는 통로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데커가 물러서자 옆으로 들어왔다. 등을 들고 걸쇠와 덮개와 플러그 여섯 개를 차례로 봤다. 보는 데 이 분쯤 걸렸다.

"확인."

"서명하십시오."

폭격수가 판을 받아 이니셜을 적었다. 데커도 자기 것을 적었다. 판에는 네 칸이 있었는데 두 칸만 쓰였다. 나머지 두 칸은 착륙 후 지상에서 쓰는 칸이다.

"상사, 손 괜찮소?"

"예."

"빨갛길래."

폭격수가 먼저 나갔다. 데커는 안전줄을 풀고, 통로 손잡이를 잡고, 폭탄창 문을 넘어 앞쪽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고 소리가 반으로 줄었다.

그는 통로 옆 접이식 자리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냈다. 오른손부터 끼는데 손가락 두 개가 같은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는 장갑을 벗어서 무릎에 놓고, 손을 한 번 폈다 오므렸다.

두 번째에 제대로 들어갔다.

왼손은 한 번에 됐다.

폭탄창 안은 영하가 아니었다. 십일 분 있었다고 손이 이렇게 될 온도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다른 이유를 찾지 않았다. 그날 아침 폭탄창이 추웠다는 것으로 하기로 했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다음은 세 시간이었다.

날이 밝았다. 왼쪽 창으로 바다가 보이는데 구름이 층으로 깔려서 물이 보이는 데는 얼마 안 됐다. 무전은 침묵이었다. 항법사가 삼십 분마다 위치를 부르고 기장이 짧게 받았다.

무전사가 커피통을 돌렸다. 컵이 모자라서 두 사람이 하나로 나눠 마셨다. 샌드위치는 햄이었고 빵이 눅눅했다. 데커는 반만 먹고 나머지를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기관총 사수 하나가 뒤쪽에서 왔다가 데커 옆에 앉았다. 스물 두엇쯤 되어 보였다.

"상사님, 아까 그거 오래 걸립니까."

"십일 분."

"매번 그렇습니까."

"연습 때는 구 분에도 했어."

"오늘은 왜 십일 분입니까."

데커는 그를 봤다. 사수는 정말 궁금해서 묻는 얼굴이었다.

"두 번 어긋났으니까."

"어긋나면 어떻게 됩니까."

"다시 넣지."

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 앉아 있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레이디 대위가 인터폰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부기장이 웃었다. 데커는 그 농담을 못 들었다.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여덟 시가 넘어가면서 아래 구름이 걷혔다. 물빛이 회색에서 초록으로 바뀌더니 곧 육지가 왔다. 밭이 보이고 길이 보이고 강줄기가 보였다. 강은 가늘고 여러 갈래였다.

항법사가 시각을 불렀다.

08시 40분에 기장이 상승을 알렸다. 폭격 고도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서 거꾸로 세면 지금이 그때다.

기수가 들렸다. 엔진 소리의 높이가 바뀌고, 몸이 등받이 쪽으로 조금 눌렸다. 통로에 놓여 있던 빈 컵이 굴러 뒤로 갔다.

데커는 장갑 낀 두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1951년 5월 29일 09시 04분 ~ 09시 51분 · 안둥, 신의주, 랑터우, 안산, 그리고 정주

저우샤오빙은 열다섯이었고 신발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있기는 있었다. 형이 신던 것인데 밑창이 앞쪽에서 갈라져서 젖은 판자를 밟으면 물이 들어왔다. 그래서 나루에서는 벗어놓고 맨발로 일했다. 발바닥이 굳어서 판자 못대가리를 밟아도 별로 아프지 않다.

열두 개의 태양 22화 제30장 손에서 손으로 — 전환컷

짐은 한 번에 하나씩 진다. 어깨에 대는 헝겊 뭉치는 어머니가 꿰매준 것이고 벌써 두 번 기웠다.

강은 아침에 냄새가 난다. 물 냄새하고 기름 냄새하고, 위쪽 창고에서 나는 콩깻묵 냄새가 섞인다.

왕씨는 판자 위에 서서 분필로 널빤지에 금을 그었다. 한 짐에 한 금이다. 저우샤오빙은 어제 마흔한 금이었고 오늘은 아침에 벌써 열둘을 그었다.

금 백 개면 신발을 살 수 있다. 새것 말고 시장 뒤쪽에서 파는 것으로. 그는 그것을 이미 봐뒀고 크기도 재봤다. 조금 크지만 헝겊을 넣으면 된다.

오늘 아침 짐은 자루였다.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짐꾼들이 묻지 않는다. 무게로 안다. 쌀은 이렇게 안 무겁고 이건 쌀이 아니다.

"조심해, 미끄럽다."

"압니다."

"안다고 하는 놈들이 꼭 빠져."

건너편은 안 보였다. 아침 안개가 낮게 깔려서 강 가운데까지만 보였다. 다리는 왼쪽에 있는데 가운데가 끊겨서 요새는 배로 건넌다. 다리 위로는 사람이 안 다닌다.

그는 짐을 어깨에 올리고 판자 위로 올라섰다. 판자가 조금 휘었다.

발을 바꿔 디뎠다.

구시 사분이었다.


신의주 조차장 화물계 사무실은 창고 옆에 붙은 나무 건물이다. 리씨는 그 안에서 화물표를 세고 있었다.

작년 십일월에 시가지가 거의 타버린 뒤로 조차장에는 지붕이 온전한 건물이 몇 개 없다. 화물계 건물은 남았다. 그래서 사람이 더 몰린다.

표는 한 뭉치가 오십 장이고 그는 뭉치를 세 개 받았다. 번호를 부르고, 목록에서 찾고, 연필로 줄을 긋는다. 아침에 하면 눈이 덜 아프다.

문은 열어두었다. 오월 말이라 안이 덥고, 열어두면 강바람이 들어온다.

빛이 뒤에서 왔다.

그의 앞 벽에 문틀 모양이 그려졌다. 문설주 두 개와 위쪽 가로대가 벽에 선명하게 찍혔고, 그 안쪽이 하얬다. 손에 든 종이가 하얘서 글씨가 안 보였다.

그다음에 소리가 왔다. 소리보다 먼저 창유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유리는 그의 왼쪽으로 떨어졌다.

리씨는 밖으로 나갔다.

서북쪽에 기둥 같은 것이 서 있었다. 아래가 굵고 위로 갈수록 흐렸다. 그쪽은 강 건너다.

조차장 마당에 사람들이 나와서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다가, 기관차 화부 하나가 말했다.

"비행기 소리 안 났는데."

옆에 선 사람이 하늘을 훑었다. 구름이 얇게 깔려 있었고 그 위는 안 보였다.

"경보도 안 울렸소."

누가 방공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두엇이 따라 뛰었다.

리씨는 사무실 안으로 도로 들어갔다. 표 뭉치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 그것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번호 순서가 흐트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세야 하기 때문이다.

무릎이 유리 조각을 밟았다. 그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어 조각을 옆으로 밀고 계속 주웠다.

구시 육분이었다.


니콜라이 자하로프 대위는 활주로 끝에서 시동 점검을 하고 있었다.

계기는 네 개를 본다. 회전수, 배기온도, 유압, 연료압.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보고,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본다. 두 번 보는 것은 규정이 아니라 그의 버릇이다.

그는 중국 군복을 입고 있었다. 소매가 조금 짧다. 왼쪽 가슴 주머니에 중국 신분증이 들어 있고 거기 적힌 이름은 그의 이름이 아니다. 그 세 글자를 그는 읽을 줄 안다. 쓸 줄은 모른다.

무전으로 관제가 말했다. 중국어였다. 그는 외운 문장으로 답했다. 발음이 어떤지는 자기도 알고 관제도 안다.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랴잔에 있는 어머니는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편지에는 부대 번호만 쓰고 지명을 쓰지 않는다. 지난달 편지에 어머니는 감자 얘기를 썼다. 올해는 밭이 좋다고.

규칙이 몇 가지 있다. 임무 중에 러시아어를 쓰지 않는다. 바다 위로 나가지 않는다. 전선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규칙은 전부 같은 것을 위해서 있다 — 떨어지더라도 여기 있었다는 것이 남지 않게.

옆 유개호에서 시동 거는 소리가 났다. 파블로프의 기체다. 그는 파블로프를 그 이름으로 부를 수 없고, 무전에서는 번호로 부른다.

캐노피는 닫혀 있었고 유리에 아침 볕이 비스듬히 들었다.

그는 왼손으로 스로틀을 조금 밀었다. 회전수가 올라갔다.

구시 이십일분이었다.


안산에서는 야간조가 교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압연 이공장 문간에 여섯이 앉아 있었다. 안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밖에 나와 앉는 것이 습관이 됐다. 시멘트 바닥이 아직 밤 기운을 갖고 있어서 앉으면 시원하다.

작업복은 앞섶이 다 검다. 손을 씻어도 손톱 밑은 안 씻긴다. 그건 물로 되는 게 아니고 시간이 지나야 빠진다.

늙은 쪽이 젊은 쪽에게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삼십오 원이면 싼 거야."

"체인이 헐거웠습니다."

"헐거우면 조이면 되지."

"조이면 또 늘어납니다."

"이 사람아, 늘어나는 건 다 그래."

교대까지 구 분 남았다. 그 아홉 분이 하루 중에 제일 길다는 것을 여섯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시계를 안 본다. 보면 더 길어지니까.

젊은 쪽이 물통을 기울여 마시고 늙은 쪽에게 넘겼다. 물이 미지근했다.

담 너머로 화차 연결하는 소리가 났다. 쇠가 쇠에 부딪히는 소리는 하루 종일 나는 소리라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늙은 쪽이 물통을 받아 들었다.

구시 오십일분이었다.

늙은 쪽이 물통을 받아 들었다.

남은 22화 · 약 80,094자 · 약 1시간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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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태양전 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