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태양 제3부 춘계(春季)
13화제18장 숫자를 올리는 일
책상 위에 네 갈래가 놓여 있었다.
첫째, 사진. 도로와 하상(河床)과 능선의 밟힌 자국. 둘째, 포로. 이십사일 새벽에 잡힌 셋 중 하나가 사십군이라고 말했고, 둘은 말하지 않았다. 셋째, 감청. 밤에 같은 호출부호가 세 개로 갈라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넷째, 노획 문서. 밥값 장부 한 권. 취사반이 며칠 치 쌀을 걸었는지가 적혀 있었다.

콜린스는 이 넷을 하나로 줄여야 했다. 하나로 줄인다는 것은 셋을 버린다는 뜻이다.
팔코너 대위가 들어와 문설주에 어깨를 붙였다. 몬태나 사람 특유의, 급할 것 없다는 자세.
"가평 쪽 두 대대가 아직 붙어 있답니다. 호주 놈들이 오사공, 캐나다 놈들이 육칠칠."
"둘 다 몇 명이지."
"각각 칠백 남짓입니다."
"그 앞에 몇이 있다고 쓸 거냐고 물으면 자네는 뭐라 하겠나."
팔코너가 어깨를 뗐다. "많다고 하죠."
"많다는 말은 판에 안 올라가." 콜린스는 장부를 뒤집었다. 쌀 걸린 날짜가 여드레였다. 여드레 치 쌀을 지고 온 부대는 여드레 안에 끝낼 작정으로 온 부대다. "쌀로 세는 게 제일 정직해. 사람은 숨어도 밥은 못 숨거든."
그는 계산을 시작했다. 하루 한 사람 몫, 취사반 하나가 감당하는 인원, 장부에 걸린 취사반의 수. 곱하고, 감청에서 갈라진 호출부호 셋을 곱의 옆에 세우고, 사진의 백이십과 백구십 사이를 그 위에 얹었다.
숫자가 나왔다. 그는 그 숫자를 두 번 다시 계산했다. 두 번 다 같은 자리에 섰다.
이만.
이십육일에 그는 지프를 얻어 타고 가평까지 올라갔다.
책상에서 나온 숫자는 발로 한 번 밟아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원칙이라기보다 버릇이었고, 버릇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육칠칠고지 남쪽 사면은 아직 타는 냄새가 났다. 캐나다 대대의 젊은 장교 하나가 담요를 나르다 말고 그를 안내했다. 그는 콜린스에게 능선을 손가락으로 훑어 보여주었다.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밤새 올라왔습니다."
"몇 번이나."
"세다 말았습니다." 장교는 자기 손을 봤다. 손톱 밑이 까맸다. "다섯 번까지는 셌어요."
콜린스는 사면을 걸어 내려가면서 셌다. 흙에 반쯤 덮인 것, 담요를 씌워놓은 것,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는 백구 개까지 세고 멈췄다. 멈춘 이유는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백구라는 숫자가 그의 책상 위 이만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죽은 자를 세면 산 자를 알 수 있다는 공식은 없다. 그는 사흘 전 판독대에서 백이십과 백구십 사이를 봤고, 지금 발밑에 백구가 있다. 두 숫자가 서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를 오래 붙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수첩에 백구라고 적고, 그 옆에 물음표를 붙였다가 지웠다.
낮게 쓰는 방법은 늘 있다. 사진의 백이십을 쓰고, 포로 하나의 진술을 나머지 둘의 침묵으로 나누고, 쌀 장부를 노획 시점의 재고로 보면 숫자는 반이 된다. 콜린스는 그 계산도 해봤다. 그렇게 쓰면 저 두 대대는 증원을 못 받는다. 칠백 명씩 천사백 명이 이만 앞에서 자기들이 몇을 상대하는지 모른 채로 밤을 맞는다.
높게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다른 것이 움직인다.
그는 그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삼월까지의 자기 보고서와 사월의 보고서를 나란히 놓으면 맨 뒷장이 다르다는 것은 알았다. 배포 목록이다. 예전엔 열 줄이었다. 지금은 열한 줄이다.
열한 번째 줄에는 부대 이름이 없었다.
SPECIAL DISTRIBUTION — WHEN APPLICABLE: ESTIMATES BEARING ON A MAJOR BUILDUP OF CHINESE COMMUNIST FORCES — 2 CYS.
콜린스는 그 줄을 손톱으로 훑었다. 해당 시.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누가 정하나. 대규모라고 썼는데 대규모가 몇인지는 안 썼다. 정보 문서에서 수식어에 숫자가 붙지 않은 것을 그는 학부 시절부터 싫어했다. 사료를 읽을 때도 그랬다. '많은 군대가 강을 건넜다'고 쓴 사람은 그 많음을 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수식어는 비어 있는 상자다. 나중에 누군가 채운다.
그는 행정 하사를 불렀다.
"이거 사본 두 부는 어디로 나가나."
하사가 목록을 들여다보고 눈을 두 번 깜박였다. "여기 적힌 대로 나갑니다."
"어디로 나가느냐고 물었네."
"저는 봉투에 넣어서 통신실에 줍니다, 소령님. 봉투에 뭐라고 쓰라는 건 매일 아침에 내려옵니다."
콜린스는 고맙다고 했다. 하사가 나갔다. 창밖에서 트럭이 후진하며 삑삑거렸다.

사월 삼십일. 서울 북방에서 적이 멈췄다는 보고가 새벽에 들어왔다.
콜린스는 초안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가평 정면 투입 병력, 추정 이만. 그 밑에 근거 넷을 각각 한 줄로 적고, 각 줄 끝에 신뢰도를 A부터 F까지로 붙였다. 쌀 장부에는 B를 주었다. 포로 하나에는 D를 주었다. 그는 D를 지우고 C를 썼다가 다시 D로 돌렸다.
낮게 쓸 이유도 높게 쓸 이유도 오늘은 없었다. 오늘 그가 아는 것은 이만이었다.
그는 만년필 뚜껑을 열고 서명란에 이름을 넣었다. Edward T. Collins, Maj., AUS. T는 시어도어인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팔코너가 서류를 받아 봉투 여섯 개에 나눠 넣기 시작했다. 다섯 개까지는 이름이 찍힌 봉투였다. 여섯 번째 봉투에는 이름 대신 여섯 자리 숫자만 있었다.
"이건 뭡니까."
"모르네."
팔코너는 그 봉투를 다른 것들 위에 얹었다. 봉투 다발이 문 밖으로 나가고, 복도에서 통신실 쪽으로 발소리가 멀어졌다. 콜린스는 만년필 뚜껑을 닫았다. 닫히면서 딸깍하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방 안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1951년 4월 26일 ~ 30일 · 도쿄, 다이이치생명빌딩 6층과 미국대사관 앞
도쿄역 앞에서 여자 하나가 나를 붙들고 길을 물었다.
"すみません、有楽町はどちらでしょうか."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その角を右です."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갔다. 그러고 나서 내 입이 이상해졌다. 여섯 해 만이었는데 조사 하나 틀리지 않았다. 국민학교에서 맞아가며 넣은 것은 오래간다. 나는 오른손 손목을 왼손으로 쥐었다. 통역할 때 나오는 버릇인데 그때는 통역 중이 아니었다.
거리는 깨끗했다. 전차가 다녔고 상점 유리가 멀쩡했고 아이들이 책보를 메고 걸어다녔다. 지난겨울 서울에서는 유리가 남은 건물이 몇 채 없었다. 나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동안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정일권 소장이 차창을 내리고 밖을 봤다. 그는 만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고 일본 육사를 나왔다. 나보다 여덟 살 위인데 이미 소장이고 총장이다.
"한 중위, 여기 처음인가."
"예, 각하."
"나는 세 번째야." 그는 창을 도로 올렸다. "올 때마다 조용해."
이십칠일 저녁에 나는 혼자 걸어서 대사관 관저 앞까지 가봤다. 회견은 다음 날이었고 할 일이 없었다.
철문 앞 인도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스무 명쯤. 노인도 있고 아이를 업은 여자도 있었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고 줄을 선 것도 아니었다. 그냥 서서 문을 보고 있었다.
옆에 선 늙은이한테 물었다. "何を待っているんですか."
"あの方が出てこられるのを."
"매일 오십니까."
"매일은 아니고." 그는 손을 저었다. 손등에 검버섯이 있었다. "손자가 보고 싶다고 해서."
차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조금 앞으로 나섰다. 뒷좌석 창은 어두웠고 안은 보이지 않았다. 차가 지나가고 나서도 사람들은 한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여섯 해 전에 이 도시를 태운 쪽의 사람이다. 그 문 앞에 아이를 업고 나와 서서 기다린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몰랐고, 정리하지 못한 채로 숙소까지 걸어서 돌아갔다.
여섯 층까지 승강기가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파이프 담배 냄새가 복도 전체에 깔려 있었다. 달고 눅눅한 냄새였다. 대기실 의자는 가죽이었고 앉으면 소리가 났다.
부관 하나가 우리를 앉히고 나갔다. 대표단은 넷이었다. 정 소장, 대령 둘, 그리고 나. 나는 벽 쪽 끝에 앉았다.
대령 하나가 서류가방을 무릎에 놓고 자물쇠를 두 번 확인했다. 안에는 대통령 친서가 들어 있었다. 나는 어제 그것을 두 번 읽었다. 국군 사단을 열 개 더 만들게 해달라, 장비를 달라, 그리고 이번에는 삼팔선에서 멈추지 말아달라. 세 가지였다. 영문본은 대사관에서 만든 것이었고 한문투가 그대로 살아 있어서 문장이 길었다.
"한 중위." 정 소장이 낮게 말했다. "각하 문장은 자네가 다시 만들지 마라. 그대로 읽어."
"예."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그는 잠깐 멈췄다. "짧게 옮겨."
부관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그는 잠깐 멈췄다. '짧게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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