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태양 제7부 점령(占領)
40화제56장 늙은 군인의 방
1955년 가을 ·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 타워 37층 자택
37층에서는 소리가 늦게 올라온다.

파크 애비뉴의 경적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얇아져서, 창을 닫으면 사람이 내는 소리인지 바람 소리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맥아더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도쿄의 집무실은 6층이었고 6층에서는 아직 사람 소리가 들렸다.
거실 벽에는 사진이 넷 걸려 있다. 웨스트포인트, 코레히도르, 미주리 함상, 그리고 인천의 상륙정. 훈장은 걸려 있지 않다. 훈장은 침실 쪽 서랍장 두 번째 칸에 상자째 들어 있고, 부인이 일 년에 두어 번 꺼내 닦는다.
탁자 위에 옥수숫대 파이프가 놓여 있었다. 그는 요즘 불을 붙이지 않는다. 물부리를 물고 있는 시간이 태우는 시간보다 길다.
부관이 편지를 분류하고 있었다. 오전에 회사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은 뒤가 그 시간이다.
"오늘 백열두 통입니다, 원수님."
"종류는."
"청년 단체 강연 요청이 열넷, 학교가 아홉, 나머지는…"
"나머지는 같은 것이겠지."
"예."
같은 것이란 두 종류다. 감사하다는 것과,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후자는 봉투 뒷면의 글씨만 봐도 안다. 그는 그 편지들에 전부 답장하도록 지시해두었고, 삼 년째 지켜지고 있다.
부인이 문간에서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세 시에 손님 오세요."
방문객은 전기를 쓰겠다는 사람이었다. 마흔쯤 됐고, 서류 가방에서 공책과 연필 두 자루를 꺼내 탁자에 나란히 놓았다.
한 시간쯤은 필리핀 이야기였다. 그다음에 인천 이야기가 이십 분. 그러고 나서 그가 공책을 한 장 넘겼다.
"1951년 5월에 관해서 여쭙겠습니다."
맥아더가 일어섰다. 그는 앉아서 오래 이야기하지 못한다. 창가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묻게."
"열두 발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졌습니까."
"결정이라는 말을 자네가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네만, 순서대로 말하지."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4월 5일에 합동참모본부가 조건부 명령을 냈네. 조건은 중공군의 대규모 추가 유입이었고, 그 조건은 5월에 문서로 충족되었지. 5월 19일에 극동군사령부가 발동을 요청했고, 그 요청서에 서명한 사람이 나요. 5월 21일에 대통령이 승인했고, 집행 권한은 전략공군사령부에 있었네. 표적을 서른넷에서 열둘로 줄인 것은 오마하의 르메이 장군이고, 폭탄을 실은 것은 오키나와의 부사관들이야."
"그러면 원수님께서 하신 일은."
"요청서에 서명한 것."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이오. 나머지는 맥아더의 손이 닿는 곳에 있지 않았네."
방문객이 연필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세상은 그것을 원수님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알고 있네."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맥아더는 다시 창가로 걸어갔다. 유리에 자기 얼굴이 흐리게 비쳤다.
"자네, 인천을 누가 했다고 쓰나."
"…원수님이라고 쓰겠습니다."
"상륙정을 몰고 갯벌에 올라간 것은 내가 아니야. 그런데 자네는 내 이름을 쓰지. 그러면 그 반대편도 같은 규칙으로 가는 것이오. 나는 사십 년 동안 그 규칙으로 살았네. 이제 와서 규칙을 바꿔달라고 하는 것은 사내가 할 짓이 아니지."
방문객이 그것을 받아 적었다. 다 적고 나서 다음 질문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7월에 해임되신 사유는."
"내가 스물두 발을 더 요청했고, 압록강 북안에 방사성 코발트로 띠를 두르자고 건의했기 때문이오."
"지금도 그 건의가 옳았다고 보십니까."
"그 띠가 있었으면 그 국경은 육십 년 동안 아무도 못 건넜을 것이오. 육십 년이면 한 세대 반이지. 그동안 한국은 나라를 세울 수 있었을 것이고."
그는 그것을 확신하는 사람의 어조로 말했다.
방문객이 공책을 한 장 더 넘겼다.
"작년에 상원에 제출된 측정 자료를 보셨습니까. 청천강 이북에 관한 것입니다."
"봤네."
"그 숫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인이 표적을 고를 때 보는 것은 그 표적이 무엇을 나르고 있는가요. 압록강의 다리는 하루에 사단 하나를 날랐네. 그것을 끊는 방법은 그 방법뿐이었어."
"바람이 남동으로 분다는 것은 알고 계셨습니까."
맥아더는 대답하기 전에 파이프를 들었다가 도로 놓았다.
"기상 보고는 매일 올라왔네."

"그러면—"
"자네가 묻고 싶은 것은 알고 있네. 자네는 내가 그것을 알았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요청했느냐고 묻는 것이지."
"예."
"알고 요청했네."
방문객은 그 문장을 적었다. 연필 끝이 종이 위에서 한 번 멈췄다가 갔다.
방문객이 돌아간 뒤 그는 혼자 앉아 있었다.
부인이 등을 켜고 나갔고, 방 안이 조용해졌다. 물부리에서 오래된 담뱃진 냄새가 났다.
1951년 7월의 그날, 그는 워싱턴의 의사당에서 연설을 했다. 상하원 합동회의였고, 통일된 나라의 이름이 스물몇 번 나왔고, 마지막에 노병에 관한 옛 노래를 인용했다. 사라진다고, 다만 사라진다고.
그 자리에는 라디오가 없었다. 라디오는 도쿄에 있었다.
4월의 어느 밤에 그는 집무실 라디오를 켜놓고 새벽까지 앉아 있었다. 하원에서 무언가 낭독될 것을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가 3월에 부친 편지가 두 주 늦게 도착했고, 받은 사람이 그것을 읽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그 두 주 동안 그는 도쿄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5월 19일의 요청서에 그의 이름이 들어갔다.
만약 그 편지가 제날짜에 갔더라면 4월에 그는 이 방으로 왔을 것이다. 요청서에는 다른 이름이 들어갔을 것이고, 열두 발은 그대로 떨어졌을 것이다. 명령서는 이미 있었고 탄두는 이미 태평양에 있었으니까.
그러면 그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는 그 계산을 여러 번 해봤고, 매번 답이 두 개 나왔다.
밤 열 시가 넘어 그는 창가에 섰다.
1951년 8월에 이 도시가 그에게 종이 조각을 뿌렸다. 차가 지나가는 길 위로 종이가 눈처럼 내려왔고, 사람들이 통일을 이룬 장군의 이름을 불렀다. 이듬해 여름 시카고에서 그는 기조연설을 했고, 며칠 뒤에 다른 사람이 지명을 받았다.
아래를 보면 파크 애비뉴가 두 줄의 빛으로 남쪽까지 이어진다. 이 시간에도 차가 끊이지 않는다. 저 아래 사람들 중에 오늘 그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입에 올린 사람이 몇이나 될지, 그는 세어본 적이 없다.
그는 이겼는가.
압록강까지 갔고, 나라 하나가 하나가 되었고, 그 자리에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것은 이긴 것이다.
그는 졌는가.
7월에 그는 잘렸고, 다음 해에 지명을 받지 못했고, 그가 옳다고 믿는 스물두 발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고, 청천강 북쪽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것은 진 것이다.
일흔다섯 해 동안 그는 한 번도 이 질문 앞에서 멈춘 적이 없었다. 답이 언제나 먼저 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지 않았다.
그는 유리에 이마를 대지는 않았다. 다만 손등을 창틀에 올려놓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얇은 소리를 들으면서, 두 줄의 빛이 남쪽으로 이어져 어디에서 끝나는지를 오래 내려다봤다.
1956년 3월 · 서울, 육군본부와 종로의 번역 사무실
방에 들어가면서 벽시계를 봤다. 아홉 시 십사 분.
인사감실 소령이 서류철을 펴고 내 이름과 군번을 읽었다. 육군 대위 한재우, 예비역 편입. 그는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 얼굴을 확인해야 할 이유가 절차 어디에도 없었다.
"수고했소."
"감사합니다."
도장이 두 번 찍혔다. 한 번은 붉고 한 번은 검었다. 소령이 전역증을 반으로 접어 봉투에 넣고 봉투를 밀어놓았다.
"수령했으면 서명."
서명했다. 신분증과 출입증을 창구에 올려놓았다. 창구 뒤의 군속이 그것을 종이 상자에 넣었는데, 상자 안에 같은 것이 스무 장쯤 이미 들어 있었다.
복도로 나와 다시 시계를 봤다. 아홉 시 이십이 분.
팔 분이었다. 임관은 1950년 여름 대구에서 했다. 오 년 팔 개월.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정문 쪽에서 신병들이 구보하는 소리가 났다. 구령이 담에 한 번 부딪히고 돌아왔다. 봉투는 얇았다. 안에 든 것이 한 장뿐이어서 걸음마다 안에서 조금씩 미끄러지는 것이 손에 느껴졌다.
종로 이가의 이층집이었다. 아래는 도장 파는 가게고 위가 사무실이다. 계단이 좁아서 어깨를 반쯤 틀고 올라가야 했다.
방 하나에 책상 넷, 영문 타자기 두 대, 등사기 한 대. 등사 잉크 냄새가 창을 열어놔도 빠지지 않았다.
사장은 쉰쯤 된 사람이었고 셈이 빨랐다.
"한 장에 얼마로 칩니다. 원고지 말고, 원문 한 장. 표하고 숫자는 반값이오. 군에서 오셨으면 군 문서가 편하시겠구먼."
"편합니다."
"편한 게 제일이지."
첫날 받은 것은 두 뭉치였다. 하나는 미군 공병단 하도급 계약서였다. 하자 담보 조항이 길었다. 다른 하나는 원조로 들어온 육십 사이클 삼상 발전기 취급 설명서였다. 기동 전 점검, 윤활유 규격, 접지.
계약서 열한째 줄에 'reasonable'이 있었다. 상당한. 적절한. 합당한. 나는 그 앞에서 삼 초를 썼다. 그리고 '상당한'을 골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옆자리 사람은 타자를 쳤고 사장은 전화를 받았고 아래층에서는 도장을 팠다. 내가 삼 초를 쓴 것을 아무도 몰랐고, 그 세 개 중 무엇을 골라도 오늘 저녁까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옆자리는 나보다 열 살은 위인 사람이었는데, 일제 때 만주에서 상사 서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영어를 일본어로 한 번 옮긴 다음 한국어로 옮기는 습관이 있었고, 그래서 문장이 길어졌다. 사장은 그것을 나무라지 않았다. 장수로 셈하니까 길수록 나쁠 것이 없었다.
발전기 설명서에는 접지선을 반드시 습한 땅에 묻으라고 되어 있었다. 이 나라 흙은 겨울에 습한 데가 드물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옮겼다. 여기서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옳다.
여섯 시에 사장이 주판을 놓고 첫날 몫을 세어 봉투에 넣어주었다.
"내일은 아홉 시."
"예."
여섯 시에 사장이 주판을 놓고 첫날 몫을 세어 봉투에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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