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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제40장 어머니의 손

· 44화 중 29화 · 3,969자 · 약 6분 · 무료

글자3 / 5

칠월 하순의 순서는 이랬다.

먼저 입안이 헐었다. 오마니가 미음도 뜨거우면 못 먹겠다고 해서 식혀서 드렸다. 혀 밑과 볼 안쪽에 흰 것이 앉았고 그 자리에서 피가 났다. 이를 닦으면 물이 붉었다. 나중에는 닦지 않았다.

열두 개의 태양 29화 제40장 어머니의 손 — 헤더컷

그다음에 열이 하루에 두 번 왔다. 저녁에 오르고 새벽에 내렸다. 내리고 나면 요가 다 젖었다. 재옥은 요를 하루에 두 번 갈았다. 빨 것이 밀려서 마당 빨랫줄이 늘 차 있었다.

그다음에 설사가 왔다. 그것이 제일 힘들었다. 오마니는 뒷간까지 가지 못했고, 못 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재옥이 요강을 들고 나갈 때마다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머리는 유월부터 빠지고 있었는데 칠월 말에는 베개에 그대로 남았다. 재옥이 아침마다 베개를 털었다. 털면서 세지 않았다. 세지 않으려고 일부러 다른 생각을 했다. 다른 생각은 잘 되지 않았다.

살은 자꾸 빠졌다. 팔을 들어 옮길 때 무게가 매일 달랐다. 어느 날부터는 두 팔로 안지 않고 한 팔로 안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재옥은 그것을 알아채고 나서 한동안 부엌에 서 있었다.

약은 없었다. 진료소에서 아스피린 여섯 알을 얻어 왔고 그것을 나흘에 나눠 먹였다. 순회 의사는 칠월에 두 번 왔다가 팔월에는 오지 않았다. 진료소가 문을 닫았다는 말이 있었고 의사가 앓아누웠다는 말도 있었다.


팔월 초하루부터 오마니는 손을 자꾸 들어 보았다.

"재옥아."

"예."

"이거이 내 손 같지가 않다."

재옥이 그 손을 들여다보았다. 손등에 검붉은 점이 몇 개 앉아 있었고 손톱 밑이 자줏빛이었다. 살이 빠져서 마디가 굵어 보였다. 그래도 그것은 오마니 손이었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안으로 조금 굽은 것도 그대로였다. 열아홉 해 동안 본 손이었다.

"오마니 손이오."

"기래?"

"기래요."

이튿날 새벽에 열이 내리고 나서 오마니가 또 그 말을 했다.

"누구 손이가, 이거."

"오마니 손이라니까요."

"아니야. 내 손은 이거보다 무거웠어."

재옥은 그 말에 대답을 못 했다. 오마니는 한참 있다가 손을 내려놓고 잤다.

사흘째 되던 날 저녁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뜨고 손을 들어 한참 보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재옥이 그 손을 잡았다. 잡으니 차가웠다. 손바닥만 뜨거웠다.

밤에 오마니가 눈을 뜨고 말했다.

"누가 잡고 있네."

"저요."

"기래. 잡고 있으라."


팔월 삼일 새벽에 갔다.

닭이 울기 전이었다. 재옥은 그때 깨어 있었다. 물수건을 갈려고 대야를 들고 부엌에 다녀왔고, 돌아와 앉아서 숨소리를 들었다. 숨과 숨 사이가 길어졌다. 길어지다가 한 번 더 있었고, 그다음에는 없었다.

재옥은 손을 놓지 않고 한참 앉아 있었다. 창이 희어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 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 강복순네 쪽으로 걸어갔다.

염은 강복순과 아랫말 아즈마이 하나가 했다. 옷은 오마니가 시집올 때 해 온 것으로 입혔다. 그것 말고 성한 것이 없었다.

낮에 묻으면 안 된다고 해서 저녁에 올라갔다. 상여는 없었다. 문짝을 떼어 얹고 넷이 들었다. 뒷산 자락 이만술 무덤에서 여남은 걸음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파다 보니 두 자쯤에서 돌이 나왔다. 옆으로 옮겨 다시 팠는데 거기서도 나왔다. 결국 얕게 묻고 위에 돌을 쌓았다. 재옥이 쌓았다. 아래쪽에 넓은 것을 놓고 위로 갈수록 작은 것을 놓았다. 무릎 높이까지 쌓고 나서 한 바퀴 돌면서 헐거운 것을 눌러 박았다.

내려올 때 강복순이 말했다.

"울어도 된다."

재옥은 삽을 고쳐 들었다. 산길이 어두워서 발밑을 봐야 했다.


팔월 하순 어느 밤에 리정순이 왔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마당에 서서 재옥아, 하고 한 번 불렀다. 재옥이 나가 보니 정순이는 마루에 올라오지 않고 댓돌 앞에 서 있었다. 머릿수건을 쓰고 있었는데 여름밤에 그러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정순이가 종이를 내밀었다. 도장이 둘 찍혀 있었다.

"신막까지 쓸 수 있다. 그 아래는 알아서 하라."

재옥은 종이를 받지 않고 정순이를 보았다.

"이거 어디서 났네."

"내가 뗐다."

"왜 주네."

정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조금 더 내밀었다. 재옥이 그제야 받았다. 받으면서 정순이 손끝이 닿았는데 뜨거웠다.

"정순아, 너—"

"강복순 아즈마이하고 같이 가라. 혼자 가면 잡힌다." 정순이가 머릿수건을 고쳐 썼다. "밤에만 걷고, 큰길로는 가지 말고, 다리는 건너지 말고 여울로 건너라."

"너는 어카고."

"난 여기 장부가 있어야디."

정순이는 그러고 돌아섰다. 마당을 나가서 고갯길 쪽으로 걸어가는데 걸음이 느렸다. 재옥은 그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서 있었다.


떠나기 전날 저녁에 재옥은 뒷산에 올라갔다.

돌무더기 한쪽이 벌써 흘러내려 있었다. 팔월 비에 흙이 씻긴 자리였다. 재옥은 아래쪽에서 돌을 주워 올려 다시 쌓았다. 넓은 것을 밑에, 작은 것을 위에. 한 바퀴 돌면서 눌러 박고, 손에 묻은 흙을 치마에 닦았다.

이만술의 무덤에도 풀이 났고, 유월에 쓴 셋에는 벌써 풀이 덮였다. 여섯 개가 한 자락에 있었다. 재옥은 그것들을 한 번 세고 내려왔다.


떠나는 날 챙긴 것은 많지 않았다.

좁쌀 두 되, 소금 한 줌, 삶은 감자 여섯 알, 갈아 신을 짚신 한 켤레, 홑이불 한 장. 아바지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그것은 다락에 그대로 두었다. 사진이 나오면 성분을 묻는다고 했다.

열두 개의 태양 29화 제40장 어머니의 손 — 전환컷

해가 지고 한참 있다가 강복순이 사립 밖에 와서 기다렸다. 둘은 마을을 아래로 두고 논둑을 따라 나갔다. 개울을 하나 건너고 고갯길로 붙었다. 마을 쪽에서 개가 두 번 짖다 말았다. 등화관제 때문에 불빛은 어디에도 없었고, 길은 흰 흙이라 달빛에 보였다.

남쪽으로 난 길이었다. 그 길로 곧장 가면 신막이고 신막 아래는 재옥이 모르는 데였다.

고개 초입에서 재옥이 멈춰 섰다.

"아즈마이, 잠깐만요."

"뭐이가."

"두고 온 게 있어요."

강복순은 묻지 않았다. 재옥은 보퉁이를 길가에 놓고 왔던 길을 되짚어 뛰었다. 사립을 밀고 마당을 가로질러 방문을 열었다. 어두워서 손으로 더듬었다. 문갑 위에 그것이 있었다.

참빗이었다. 살 사이가 깨끗했다. 칠월 중순부터는 쓸 일이 없었다.

재옥은 그것을 저고리 품에 넣고 방문을 닫고 나왔다. 마당에서 한 번 뒤를 보았다. 문은 닫혀 있었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았다.

고개 초입으로 돌아오니 강복순이 보퉁이 옆에 앉아 있었다. 재옥은 앉아서 매듭을 풀었다. 홑이불을 펴고, 품에서 꺼낸 참빗을 그 사이에 넣고, 홑이불을 접어 보퉁이 한가운데에 놓고, 네 귀를 모아 다시 매듭을 지었다.


1951년 6월 ~ 8월 · 중국인민지원군 사령부와 압록강 남안

병참부장이 계산표를 들고 들어왔을 때 펑더화이는 발싸개를 풀고 있었다. 사흘 만이었다. 천이 살에 붙어 한 번에 떨어지지 않아서 그는 억지로 떼지 않고 물수건을 얹은 채 기다렸다.

"읽게."

"하루 소요량은 천이백 톤입니다. 식량, 탄약, 사료, 의약품을 합쳐서."

"도착량."

"어제 이백칠 톤. 그저께 백구십 톤. 그 전날은 삼백 톤을 실었는데 강을 건너는 동안 백사십 톤이 없어졌습니다."

"없어졌다는 게 무슨 말인가."

"물에 들어갔습니다."

펑더화이는 젖은 천 밑에서 발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계산표의 표지에 누군가 붓으로 제목을 달아 놓았다. 후방의 젖줄. 그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젖줄이라. 강이 사람한테 젖을 물린 적이 있나."

참모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 곳을 다시 말해 보게."

"안둥은 다리가 없습니다. 나루도 없습니다. 강가에 있던 목재와 부선(艀船)이 전부 탔습니다. 지안 쪽은 부교 기재를 강 상류 이십 리에서 짜서 내려보내야 하는데 짜는 자리가 매일 폭격을 받습니다. 콴뎬 창고는 지형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도를 고쳐 그려야 한다고 공병이 보고했습니다."

"철도는."

"펑청, 통화, 두 군데가 끊겼습니다. 노반은 사흘이면 고칩니다. 레일이 없습니다."

"레일은 안산에서 오지 않나."

"안산이 없습니다. 번시도 없습니다."

펑더화이는 발싸개를 마저 벗었다. 발바닥이 허옇게 불어 있었다.

"소련에서 가져오게."

"요청은 올렸습니다. 시베리아를 타고 오는 데 석 달입니다. 그리고 값을 매깁니다."

"값을."

"차관입니다. 무상은 없습니다."


유월 하순의 압록강은 살이 올라 있었다. 장마가 이르게 들어 물이 탁하고 빨랐다. 펑더화이는 밤 열한 시에 남안의 갈대밭에 서서 공병 대대가 부교를 놓는 것을 보았다.

부주(浮舟)를 여덟 개 이어 붙이면 한 마디가 되고, 한 마디를 강 가운데로 밀어내는 데 스물다섯 명이 붙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허리를 새끼줄로 묶었다. 물살에 발이 뜨면 옆 사람이 끌어 올렸다. 끌어 올리지 못하면 새끼줄을 끊었다. 끊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은 공병이라고 대대장이 말했다.

"겨울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대장은 스물아홉이었고 후베이 말씨를 썼다.

"겨울에는 강이 얼어서,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걸어 들어갔습니다. 트럭도 올렸습니다. 다리를 끊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미국 놈들이 그걸 알고는 십이월에 폭격을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지금은 유월입니다, 사령원 동지."

새벽 네 시에 부교가 완성되었다. 여섯 시부터 차량이 건너기 시작해서 아홉 시까지 예순두 대가 남안에 닿았다. 열한 시 사십분에 비행기가 왔다. 정오에는 부주 여덟 개가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고 그 사이에 사람이 섞여 있었다. 아래쪽 십 리 지점에서 강물이 굽는 자리에 그것들이 모여 걸렸다.

펑더화이는 그 자리까지 걸어 내려갔다. 갈대가 사람 키만큼 자라 있어서 물가에 닿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병 한 소대가 갈고리 달린 장대로 부주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부주는 쓸 수 있으면 쓴다. 널판은 못을 뽑아 다시 쓴다. 사람은 강가에 올려서 줄을 세운다. 줄이 열둘이었다.

"기록했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넷입니다."

"나머지는."

"소속이 다릅니다. 저희 대대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열두 명 옆에 서서 한참을 있었다. 사흘 전에도 이 자리에 왔었고 그때는 아홉이었다.

조선인민군 연락장교가 저녁에 보고하러 왔다. 삼십 대 중반의 사내로, 중국말을 알아듣기는 하는데 대답은 조선말로 하고 통역이 받았다.

"나룻배 사공들을 다시 모으라고 하셨는데, 못 모읍니다."

"몇 명이나 남았나."

"열아홉이 있었습니다. 둘이 죽었고, 아홉이 앓습니다. 나머지는 도망갔습네다."

"무슨 병인가."

통역이 잠깐 멈췄다가 옮겼다.

"여름 배탈이라고 합니다. 토하고, 설사하고, 며칠 좀 나아졌다가 다시 눕는답니다."

"물을 끓여 먹이게."

"예."

"강물을 그냥 마시니까 그런 거야. 끓이면 낫는다고 전하게."

연락장교가 나간 뒤에도 펑더화이는 잠시 서 있었다. 그가 스무 살에 후난에서 배운 것 중에 아직 쓸모 있는 것은 그 정도였다. 물은 끓여 먹인다. 발은 사흘에 한 번 씻긴다. 신발이 없으면 진군 속도를 절반으로 잡는다.

연락장교가 나간 뒤에도 펑더화이는 잠시 서 있었다. 그가 스무 살에 후난에서 배운 것 중에 아직 쓸모 있는 것은 그 정도였다. 물은 끓여 먹인다. 발은 사흘에…

남은 15화 · 약 55,514자 · 약 7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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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태양전 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