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태양 제2부 아홉 개의 캡슐
11화제15장 옮기지 않은 말
옮길 사람이 없었다.
대령은 나가고 없었고, 그 방에서 그 문장을 한국어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통역이지 청취자가 아니다. 통역은 말이 건너갈 자리가 있을 때만 통역이다.

그래서 나는 옮기지 않았다.
그런데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 그 순간에 무슨 뜻인지, 나는 삼 초 동안 알지 못했다. 옮기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가 있다. 옮길 데가 없어서 옮기지 않는 것과, 옮길 데가 있는데 옮기지 않는 것. 첫째는 통역의 상태이고 둘째는 통역의 행위다.
나는 그때까지 둘째를 해본 적이 없었다.
오후에 통역록을 정서했다.
연필로 적은 것을 잉크로 옮겨 쓰는 일이다. 시각, 발언자, 요지. 한 줄에 한 발언. 국군 인원이 자리에 없는 동안의 발언은 '참고'로 표시하고 요지만 적는다.
열한 시 이십육분 공군 연락장교 발언 — 표적 세 곳은 재래식 폭격으로 복구를 저지하지 못함. 대체 수단은 별도 문서에 규정.
나는 거기까지 쓰고 펜을 멈췄다.
'별도 문서'라고 쓸 수도 있고 '별책 부록'이라고 쓸 수도 있었다. 그가 실제로 말한 것은 둘 다였고, 그 사이에 한 낱말이 더 있었다.
그 낱말을 적으면 통역록에 남는다. 통역록은 육군본부로 사본이 간다.
나는 그 자리를 비워두었다. 잉크로 쓴 줄 끝에 손톱만 한 빈칸이 생겼고, 정서한 종이는 스물두 줄이었고, 빈칸은 하나였다.
저녁 여섯 시쯤 콜린스 소령이 나를 뒷마당으로 데려갔다.
사령부는 국민학교 건물이었고 뒷마당에는 수돗가와 철봉과 드럼통 소각로가 있었다. 소각로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미군 사병 하나가 종이 뭉치를 던져 넣고 막대기로 뒤집었다.
"한 중위." 콜린스가 담배를 붙였다. "오늘 회의록 정서했습니까."
"했습니다."
"열한 시 이십육분 발언 있죠."
"있습니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옆으로 뱉었다.
"거기 그 단어는 안 적는 게 좋겠습니다."
수돗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잠근 수도꼭지였다.
"적지 않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소령님." 나는 잠깐 말을 골랐다. 영어로 말할 때 나는 늘 한 번 고른다. "적지 않는 것과 옮기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콜린스가 나를 봤다.
"오늘은 옮길 사람이 없어서 안 옮겼습니다.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데 다음에 옮길 사람이 있으면 저는 옮겨야 합니다. 그때 소령님이 오늘처럼 말씀하시면, 그건 적지 말라는 게 아니라 옮기지 말라는 말이 됩니다."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단어입니다."
콜린스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담배를 두 모금 더 빨았고, 재를 털었고, 소각로 쪽을 봤다. 사병이 종이를 또 한 뭉치 던져 넣었다. 불이 잠깐 밝아졌다가 잦아들었다.
"저녁 드셨습니까." 그가 물었다.
"아직입니다."
"갑시다."
그날 그는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나도 꺼내지 않았다. 저녁 식탁에서 그는 프린스턴의 봄에 대해 이야기했고, 사월이면 캠퍼스에 무슨 나무가 핀다고 했는데 나는 그 나무 이름을 몰랐다. 물어보지 않았다.
십팔일과 십구일과 이십일에도 회의가 있었다.
사흘 다 국군 연락단 대령이 자리에 있었고, 사흘 다 나는 옮겼다. 보충병, 탄약 불출량, 도로 보수, 피난민 통제선. 옮기는 동안 나는 그 단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이상했다. 통역은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는 직업이 아니다. 나온 말을 받는 직업이다.
그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십구일 오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리지웨이 장군이 복도를 지나갔다. 참모 둘이 따라붙어 걸으면서 뭐라고 보고하고 있었고, 장군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가슴의 것들이 걸음에 맞춰 흔들렸다.
우리 쪽 대령이 벽에 붙어 서서 경례를 했다. 장군은 답례를 하고 지나갔다. 그는 우리를 보지 않았다. 못 본 것이 아니라, 복도에 서 있는 사람은 보고할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눈이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 대령이 말했다.
"저 양반은 여기 오래 있겠구먼."
"그렇습니까."
"바뀔 사람은 걸음이 저렇지 않아."
나는 그 말을 아무에게도 옮기지 않았다. 옮겨달라는 사람이 없었다.
이십일 밤에 나는 수첩 두 권을 꺼냈다.
한 권은 공용이다. 용어와 부대 번호와 계급 대조표가 적혀 있고, 누가 봐도 되고, 실제로 여러 사람이 봤다.
다른 한 권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산 것인데 표지가 두껍고 종이가 누렇다. 삼 년 가까이 갖고 다녔는데, 적힌 것은 표지 안쪽의 주소와 맨 뒷장의 세 줄뿐이었다.
무엇을 쓸지 정하지 못해서였다. 옮기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문장이라는 것이 잘 생기지 않는다. 머릿속에 있는 문장은 전부 누군가가 먼저 말한 것이고, 나는 그것을 옮겨놓은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첫 장을 폈다.
날짜를 썼다. 그날의 날짜가 아니라 그 단어가 나온 날의 날짜를 썼다. 1951년 4월 17일.
그 아래에 무엇을 쓸지 다시 한참 생각했다. 한국어로 옮기면 '원자'가 되고 '원자탄'이 되고 '특수 무기'가 될 것이었다. 어느 것도 그가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것은 그 소리였고, 그 소리는 아직 우리말이 아니었다.
나는 알파벳 여섯 자를 그대로 적었다.
a t o m i c
그리고 그 뒤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 뜻도 적지 않았고, 누가 말했는지도 적지 않았다. 종이 위에 여섯 자가 놓여 있었고, 그 옆의 넓은 자리는 비어 있었다.

1951년 4월 20일 ~ 22일 · 중국인민지원군 사령부, 한반도 북부 갱도 지휘소
등불이 흔들리면 지도 위의 강이 움직였다.
갱도 안은 늘 축축했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자리가 셋 있었다. 그 셋 위에는 빈 탄약 상자를 엎어놓았다. 상자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셋 다 달랐다.
펑더화이는 지도의 위쪽을 보고 있었다. 전선이 아니라 강이었다.
안둥과 신의주 사이에 다리가 둘. 지안과 만포진 사이에 하나. 창바이와 혜산진 사이에 하나. 그 위로 만주의 철도가 부챗살처럼 펴져서 선양으로, 번시로, 안산으로, 통화로 갔다.
"이게 심장이오." 그가 지시봉으로 강줄기를 짚었다. "우리 심장은 여기 있고, 몸뚱이는 저 아래 있소. 심장에서 손끝까지 천 리요."
작전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갱도 안의 누구도 그 말을 처음 듣는 것이 아니었다.
펑더화이는 쉰둘이었고, 후난 사람이었고, 열 몇 살에 광산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갱도 안이 어떤 곳인지 몸으로 알았다. 갱도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은 곳이다. 그는 지휘소를 옮길 때마다 천장을 먼저 봤다.
작년 시월에 그는 이 강을 건너왔다. 그때는 다리 위로 건넜고, 그다음 달에는 얼음 위로 건넜고, 지금은 강이 다시 풀려 있었다. 유월이 되면 다시 배와 부교였다.
"부교 자재는 얼마나 있소." 그가 물었다.
"강마다 두 벌씩입니다."
"두 벌." 그는 그 말을 되뇌었다. "한 벌 끊기면 한 벌 남는다는 얘기군."
후근부장이 숫자를 읽었다.
"주공 정면에 나가는 것이 이십칠만입니다. 전략예비가 이십일만 사천. 여기에 포병이 붙습니다. 야포 네 개 사단, 장거리포 두 개 사단, 대공 네 개 사단, 로켓포 한 개 사단, 전차 네 개 여단."
"먹는 것부터 말하시오."
"사람 하나가 하루에 곡식 한 근 반입니다. 그것도 죽으로 먹을 때 이야기고, 실제로는 볶은 가루로 지고 다닙니다. 지고 갈 수 있는 것이 닷새치입니다."
"닷새."
"닷새 지나면 뒤에서 와야 하는데, 뒤에서 오는 것이 낮에는 못 옵니다. 밤에만 오고, 밤에도 열에 두셋은 길에서 없어집니다."
"탄약은."
"공세 하루에 소총탄과 박격포탄 합쳐서 이백오십 톤에서 삼백 톤 봅니다. 그걸 강에서 전선까지 나르는 데 차량으로 나흘, 사람으로 여드레입니다."
펑더화이는 손가락을 폈다가 접었다.
이레였다. 여섯 달 동안 네 번의 공세가 전부 이레에서 멈췄다. 병사들이 못 싸워서가 아니라 등에 진 것이 이레치이기 때문이었다. 미국 놈들도 그것을 안다. 놈들은 이레를 세고 있다가 여드레째에 밀고 올라온다.
"이번에는 몇 이레요."
"두 이레는 잡아야 합니다, 사령원 동지."
"두 이레를 잡으려면 뭐가 있어야 하오."
"다리가 성해야 합니다."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셋 다 들렸다.
이십일일 낮에 병단 지휘관들이 유선으로 차례로 연결되었다.
제십구병단의 양더즈가 먼저였다. 그의 정면은 임진강이었고, 그는 도하점 열두 마일을 다 쓰겠다고 했다.
"물이 아직 찹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그가 말했다. "다만 깊지는 않습니다. 여울을 여섯 군데 봐뒀습니다."
"영국 놈들이 그 앞에 있소."
"압니다. 여단 하납니다."
"여단 하나가 사흘을 버티면 사흘이 없어지오." 펑더화이가 말했다. "사흘은 우리한테 이레의 절반에 가깝소."
제구병단 쪽은 포병 진지 이동이 하루 늦어졌다고 보고했다. 제삼병단 쪽은 예정대로라고 했다.
펑더화이는 세 통의 보고를 듣는 동안 지도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그는 원래 부하가 말할 때 손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 듣고 나서 한 번에 그렸다.
작전 회의가 끝날 무렵 참모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젊은 축이었고, 사령부에 온 지 두 달이 되지 않았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적 후방 정보인데, 오키나와에 큰 폭격기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을 골랐다.
"원자탄을 옮겼다는 이야기가 돕니다."
펑더화이는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 전쟁이 열 달째요." 그가 말했다. "열 달 동안 저 말이 몇 번 돌았는지 세어보시오. 작년 십일월에도 돌았소."
"예."
"십이월에도 돌았고 정월에도 돌았소. 그때마다 우리는 부대를 흩었지. 흩으면 늦고, 늦으면 사람이 더 죽소. 나는 그 셈을 세 번 해봤고 세 번 다 틀렸소."
"이번에는—"
"이번에도 같소." 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원자탄은 도시에 쓰는 물건이오. 히로시마가 도시였고 나가사키가 도시였소. 우리 병사들은 도시에 없소. 밤에 걷고 낮에 산에 엎드려 있는 사람을 무슨 수로 원자탄으로 잡소. 잡으려면 먼저 찾아야 하는데, 놈들은 우리를 못 찾아서 넉 달째 헛폭격을 하고 있소."
젊은 참모가 다시 물었다.
"다리에 쓰면 어떻게 됩니까."
"다리는 보통 폭탄으로도 끊기오. 놈들이 벌써 열 번 끊었고 우리가 열 번 놓았소." 펑더화이가 지시봉을 내려놓았다. "다리 하나 끊자고 원자탄을 쓰는 나라는 없소. 그건 돈 쓰는 방법을 모르는 부자나 하는 짓이오."
이 분이었다. 그 뒤로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 분이었다. 그 뒤로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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