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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제53장 정비공

· 44화 중 38화 · 3,49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8월의 정기 검진은 열두 명이 한 줄로 섰다.

군의관은 젊었다. 1951년에 이 부대에 없었던 얼굴이다. 그는 청진기를 대고, 눈꺼풀을 뒤집어 보고, 혈액 검사지를 훑었다. 그러고 나서 옆에 놓인 대장을 폈다. 필름 배지 판독 기록이었다. 이름별로 월별 수치가 세로로 내려간다.

열두 개의 태양 38화 제53장 정비공 — 헤더컷

"1951년 5월…"

군의관이 손가락을 짚어 내려갔다.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게 얼마입니까."

"기준치 아래입니다. 상사님 것은 그해 전부 합쳐도 여유가 많습니다."

데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의 그 줄이 무엇을 재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배지는 작업복 왼쪽 가슴 주머니 위에 달린다. 5월 29일 아침에도 거기 달려 있었다.

그날 그의 가슴은 폭탄창 통로 안에 있었고, 그의 손은 폭탄창 안쪽, 무기의 앞쪽 격실에 있었다. 장갑을 벗고 코어를 넣고 공구를 빼고 다시 잠그는 데 십일 분이 걸렸다. 십일 분 동안 배지가 잰 것은 그의 가슴이 있던 자리다.

그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군의관이 대장에 무언가를 적을 것이고, 적은 것은 어딘가로 올라갈 것이고, 올라간 것은 다시 내려올 것이다. 그리고 내려온다고 해서 십일 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다음."

그는 셔츠 단추를 채우면서 나왔다. 뒤에서 다음 사람이 들어가고, 그다음 사람이 문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줄 뒤쪽에서 누가 잇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를 닦으면 피가 난다고, 여기 물이 나빠서 그렇다고 누가 대답했다. 다른 누가 오키나와 물은 원래 그렇다고 했다. 열두 명 중에 1951년 5월에 이 부대에 있었던 사람은 그를 포함해 넷이었다.

그는 그 계산을 하다가 그만뒀다. 그런 계산은 손이 하는 일이 아니다.

그해 가을 신문에 만주 낙진 측정 자료의 일부가 실렸다. 상원 청문회에 제출된 것이라고 했다. 지도 위에 등고선 같은 것이 그려져 있고 숫자가 붙어 있었다. 데커는 그 기사를 끝까지 읽고, 접어서, 침대 밑 상자에 넣지 않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1957년 3월, 제대 절차는 반납으로 이루어진다.

작업복 두 벌. 방한복. 반합. 철모. 개인 화기. 신분증. 병기 취급 자격증. 창고 열쇠 두 개. 그는 목록의 순서대로 내놓았고 담당 하사가 하나씩 확인 표시를 했다.

"공구는 개인 것도 있는데요."

"개인 것은 가져가십시오."

그는 공구함을 가져갔다. 그 안에 든 것 중에 하나는 목록에 없는 것이었다. 표지가 딱딱한 작은 수첩이다. 첫 장에 사무적인 글씨로 열두 줄이 적혀 있다. 일련번호 열두 개. 그때 왜 적었는지 그는 아직도 설명하지 못한다. 조립대 위에서 번호를 부르는 소리를 듣다가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그것을 왜 반납하지 않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백이 위병소까지 따라 나왔다. 그는 한 번 더 연장했다. 셰넌도어로 돌아가봐야 할 게 없다고 했다.

"상사님, 나중에 누가 물으면요."

"누가 뭘 물어."

"우리가 뭘 했냐고요. 기자든 누구든."

데커는 따블백을 어깨에 고쳐 멨다.

"여섯 글자 말해주면 돼."

"그게 답이 됩니까."

"기록에 있는 건 그것뿐이야."

노백이 웃으면서 경례를 했다. 손을 내릴 때 두 사람 다 상대의 얼굴을 오래 보지 않았다.

아내가 항구로 나왔다. 결혼한 지 사 년째인데 함께 산 시간을 합치면 열넉 달이다. 차 안에서 그녀가 물었다.

"거기서 뭐 했는지 이제 말해줄 거야?"

"폭탄 달았지."

"그건 알아."

"그게 다야."

그녀는 앞을 보고 운전했다. 아이오와의 3월은 들판이 갈색이고 하늘이 낮다.


시더래피즈의 정비소는 주인이 혼자 하던 곳이었다.

주인은 예순 넘은 사람으로, 손이 굽어서 육각 렌치를 오래 잡지 못했다. 데커를 쓰기로 한 이유는 그가 이력서에 정비 경력을 쓰지 않고 대신 '토크 값은 표를 봅니다'라고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대서 뭐 만졌나."

"폭탄이요."

"그럼 트럭은 쉽겠구먼."

"다릅니다. 트럭은 시동이 걸려야 하니까요."

주인은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했다. 데커는 그 뒤로 십 년 넘게 그 말을 여러 사람에게 다시 했다.

열두 개의 태양 38화 제53장 정비공 — 전환컷

일은 손에 맞았다. 그는 볼트를 조일 때 순서를 지키고, 순서를 지키기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다 하고 나면 종이를 접어 버린다. 사람들이 그를 꼼꼼하다고 했다.

12월에 눈이 왔다.

정비소는 문이 커서 차를 넣고 뺄 때마다 안이 밖과 같아진다. 그날 아침에 그는 엔진 아래에 누워 오일 팬 볼트를 풀고 있었다. 열두 개 중 여덟 개를 풀었을 때 손가락 끝이 감각을 잃기 시작했다. 렌치를 놓치지는 않았다. 다만 볼트가 손끝에 닿는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몇 번째를 풀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장갑을 벗었다. 오른손 손가락 세 개가 끝에서부터 하얬다.

서른여섯이면 이런 것이 오나. 아버지도 겨울에 손이 시리다고 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고 자기는 기계를 만지니 다를 것도 없다.

지난주에 아내가 안감을 덧댄 작업 장갑을 사 왔다. 손끝이 두꺼워서 볼트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고맙다고 하고 서랍에 넣었다. 그녀는 그가 그것을 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도 그녀가 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둘 다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입에 대고 숨을 불어넣었다. 숨이 손바닥 안에서 돌다가 손등으로 새어 나갔다. 한 번 더 불었다. 세 번째에는 손을 문질렀고, 문지르면서 눈 내리는 마당을 봤다.


1954년 9월 ~ 10월 · 평안북도 정주·박천, 이주 집결지

명령서는 영문 두 장이었다.

MOVEMENT ORDER NO. 7. 표제 아래 조항이 아홉이었다. 대상 구역, 집결 장소, 집결 시각, 휴대품, 가축, 인솔, 수송, 도착지 등록, 위반 시 처리.

나는 그것을 국한문 혼용 세로쓰기로 옮겼다. 移住命令 第七號. 제1조부터 제9조까지 옮기는 데 두 시간이 걸렸고, 그중 한 시간 반은 제4조와 제5조에 들었다.

제4조. Personal baggage: one bundle per person. 携帶品은 一人當 한 짐으로 한다.

제5조. Livestock will not be moved. 家畜은 移動하지 못한다.

'한 짐'은 무게가 아니라 부피다. 원문에도 무게가 없었다. 무게를 적으면 저울이 필요하고 저울이 없으니까 적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면서 '한 짐'이라고 적었다.

제9조는 위반 시의 처리였다. Non-compliance will be handled by escort. 나는 '護送'이라고 적었다. 다른 말이 있었는지 한참 생각했는데 없었다.

요즘 내 하루는 이렇게 간다. 아침에 영문 서식이 오고, 나는 그것을 한국어로 만들고, 낮에 그것이 벽에 붙거나 확성기에서 나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서 말을 옮기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이 안 된다. 잉크가 손가락 안쪽에 물든 것은 작년부터다.

마지막에 확성기용 문안이 따로 붙었다. 세 줄이다.

Residents will proceed south to the assembly area at the hour designated. One bundle per person. Livestock will not be moved.

첫 줄에서 손이 멈췄다.

proceed south. 남으로 가라는 말이다. 나는 사 년 전 겨울에 한강 부교 위에서 비슷한 문장을 옮긴 적이 있고, 그때 나는 '내려가시오'를 골랐다. 그 단어는 정확했다. 정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갔다.

나는 셋을 셌다. 하나, 둘, 셋. 그러고 나서 적었다.

住民은 指定 時刻에 集結地로 가시오.

최정근이 그날 저녁 초안을 검토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4월에 이쪽으로 왔고, 이제 내 옆방을 쓴다.

"선배님, 여기 '남으로'가 빠졌습니다."

"집결지가 적혀 있네."

"…예. 그렇습니다."

그는 붉은 연필을 들었다가 놓았다.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집결지는 국민학교 운동장이었다.

10월 4일 새벽부터 사람이 들어왔다. 명령서에 적힌 구역 안에 내 집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서류에 표시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한 짐이라는 것은 이렇게 생겼다. 이불 한 채를 펴서 그 위에 옷과 그릇과 곡식 자루를 올리고 네 귀를 묶는다. 그러면 어른 하나가 질 수 있는 것이 된다. 노인은 그보다 작게 싼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두고 가는 것들이 쌓였다. 절구, 맷돌, 항아리, 문짝, 지게, 쟁기. 항아리는 깨서 두고 가는 집이 있고 그대로 두고 가는 집이 있다. 깨는 이유를 한 노파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뒤에 누가 와서 쓰면 서운합네다."

그 옆집 노인은 항아리를 닦아서 뚜껑을 덮어놓고 있었다.

"뒤에 누가 와서 쓰면 좋디요."

두 집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삼십 년을 살았다.

등록대는 운동장 한복판에 책상 넷으로 차렸다. 세대주가 이름을 대면 명부에서 찾고, 찾으면 나무 번호패를 준다. 번호패는 짐에 매단다. 사람에게 달지 않는다는 것은 미군 민사장교가 두 번 강조한 사항이었고, 나는 그것을 두 번 다 옮겼다.

명부에 없는 사람은 옆줄로 보냈다. 옆줄은 세 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두 시에 그 줄이 스물여섯 명이었다.

배동헌이 명부를 들고 다니며 도착지를 물었다. 사회부는 이 사람들을 안주 아래 수용소 네 곳에 나눈다. 그는 하루 종일 미군 민사장교와 붙어 있었다.

"한 번에 이만이 내려가는데 받을 데가 없심더. 천막이 모자랍니더."

"천막은 뒤에 갑니다."

"천막이 뒤에 가면 사람이 어데서 잡니까."

"그럼 언제 옮길까요. 겨울에 옮길까요."

배동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두 문장을 다 옮겼고, 두 문장 다 옳았다.

배동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두 문장을 다 옮겼고, 두 문장 다 옳았다.

남은 6화 · 약 23,486자 · 약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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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태양전 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