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1부 정지(停止)
6화제8장 호외가 오는 시각
호외는 세 시 사십 분쯤 종로에 돌았다.
형석은 화신 앞 정류장에서 그것을 받았다. 신문사 배달원이 자전거를 세우지도 않고 뿌리고 갔으므로 종이 몇 장이 전차 선로 위에 떨어졌다.

한 장짜리였다. 일본어였다. 영독이(英獨伊) 강화 성립, 이라는 활자가 위쪽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아래에 베네치아라는 지명과 조인 날짜가 있었다. 사진은 없었다.
이윤재가 뒤따라 나와 형석의 어깨 너머로 보았다.
"끝났구먼." 그가 말했다. "유럽 전쟁이 끝났어."
"끝난 게 아닙니다." 정인승이 말했다. 그는 호외를 받아 들고 아래쪽 작은 활자를 읽고 있었다. "여기 보십시오. 영국은 대륙에 다시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영국이 손을 뗐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끝난 거지."
"저쪽이 이겼는데 어떻게 끝납니까." 정인승이 호외를 접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긴 쪽이 다음에 무얼 할지를 우리가 뭘로 압니까."
이극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외를 한 번 보고 편찬실 쪽으로 돌아섰다. 계단을 오르면서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우리 신문이 이번 달에 없어지네."
정류장에 사람이 늘었다. 학생 둘이 호외를 들고 소리 내어 읽었다. 일본어였으므로 막히지 않고 읽었다.
형석은 전차를 한 대 보내고 걸어서 갔다.
종로 오정목 정회 사무소 앞에 게시판이 있었다. 창씨 신고 기한이 팔월 십 일이라고 붉은 종이에 적혀 있었고, 그 옆에 사무원 하나가 나와 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십 일 남았습니다. 스무 날."
"우리 반은 다 했소." 지나가던 노인이 말했다.
"다 한 반이 어디 있습니까." 사무원이 말했다. "위에서 팔 할을 채우라고 내려왔습니다. 조선 호수가 사백만이 넘습니다. 팔 할이면 삼백이십만 호 아닙니까. 아직 멀었습니다."
형석은 그 앞을 지나갔다. 그의 집은 이월에 신고했다. 아버지가 죽고 호주가 그로 바뀐 뒤에 한 일이었고, 종이는 한 장이었으며, 도장은 한 번 찍었다.
그는 편찬실에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교정지는 책상 서랍에 있었다. 늘 저녁에 한 벌을 싸서 들고 나오던 것을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사거리를 건너면서 그는 자기 손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종로 육정목 집에 닿았을 때 해가 아직 남아 있었다.
마루에 등을 놓기 전이었다. 어머니 안순임이 마루 끝에 앉아 부채를 부치고 있었고, 아내 정옥분은 부엌에서 나오다가 그를 보고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큰아이 재영은 마당에서 사금파리를 줄 세우고 있었다.
작은아이는 마루 위에 있었다. 두 살 세 달이었다. 앉아 있다가 손을 짚고 일어서서 두 걸음 가고 주저앉는 것을 하루 종일 되풀이하는 시기였다.
형석은 호외를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이거 뭐예요."
"영국하고 독일이 화친했다는군."
옥분이 호외를 받아 들고 위쪽 큰 활자를 읽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어서, 부엌 아궁이 옆 살강 위에 올려놓았다. 불쏘시개로 쓰기 좋은 크기였다. 그녀는 그것을 아궁이에 넣지 않았다.
"당신 아버님 제사가 다음 달인데요."
"알고 있소."
저녁상이 나왔다. 보리가 반이 넘는 밥에 열무김치와 된장국이었다. 재영은 밥그릇을 들고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렸다. 일본어였다. 순임은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학교에서 뭘 했니." 형석이 물었다.
"조회하고, 궁성 요배하고, 산수했습니다."
"산수는 뭘 했니."
"열두 개에서 다섯 개 빼는 거요."
상을 물린 뒤에 형석이 마루에 올라가 앉았다. 작은아이가 그쪽으로 손을 짚고 왔다. 두 걸음, 그리고 주저앉음.
아이가 소리를 냈다.
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울음도 아니었고 늘 내던 소리와도 달랐다. 두 음절쯤 되는 것이 입술 안에서 나왔다가 끝이 흐려졌다. 아이는 그것을 내면서 마당 쪽을 보고 있었고, 손을 조금 들었다.
옥분이 부엌문에서 멈췄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몰라." 형석이 말했다.
재영이 마당에서 고개를 들었다. "얘 지금 형아 불렀는데."
"네가 어떻게 아니."
"내 이름 아니었어."
순임이 부채를 놓았다. 그녀는 이 집에서 아이에게 조선말로만 말하는 사람이었다. 며느리에게도 조선말을 썼고 아들에게도 그랬으며, 관공서에 갈 일이 있으면 아들을 앞세웠다.
아이가 다시 소리를 냈다. 아까와 같은 소리였다.
할머니가 아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있다."

1941년 7월 7일 ~ 8월 9일 · 도쿄 참모본부, 수상관저
다나카 신이치의 지시봉 끝이 지도 위 우수리강을 두 번 두드렸다. 마른 종이를 치는 소리가 났다.
"제1기, 만주 동부 정면. 제3군과 제5군을 축으로 합니다. 제2기가 연해주 남부, 제3기가 하바롭스크입니다."
"사단 수." 도조 히데키가 말했다.
"스물넷입니다. 보조 부대를 넣어 약 백이십만. 선박 팔십만 톤을 씁니다."
도조는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닦았다. 작전부 사람들은 그 동작을 화가 난 신호로 읽곤 했지만 틀린 독법이었다. 그는 숫자를 외울 때 안경을 벗었다. 스물넷. 백이십만. 팔십만 톤.
"동복은."
"구월 말까지 조달을 끝냅니다."
"작년 겨울 북만에서 동상 환자가 몇이었나."
다나카가 서류철을 넘겼다. 도조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백열두 명일세. 자네 부에서 올라온 보고서야. 넉 장짜리였고 마지막 장에 사진이 붙어 있었지." 안경을 다시 썼다. "발가락 사진 말이야."
방 안이 조용해졌다. 창밖에서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말은 몇 두인가."
"현지 징발을 넣어 십이만 두 예정입니다."
"말먹이는 사람 밥보다 무겁네. 화물차 대수부터 다시 계산해서 올리게." 도조는 손끝으로 지도의 국경선을 따라갔다. 손톱이 짧게 깎여 있었다. "짐을 나를 사람은."
"부대 편제 밖으로 군속을 씁니다. 만주에서 조달하고 모자라는 분은 반도에서 뽑습니다."
"반도에서 얼마나."
"수를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원병령이 있습니다만 그건 병사 쪽이고, 군속은 절차가 가볍습니다. 모집이면 됩니다."
도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차가 가볍다는 말은 서류가 적다는 뜻이고, 서류가 적다는 것은 그의 결재란을 지나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는 그 항목에 관해 더 묻지 않았다.
"이름은." 스기야마 하지메가 물었다.
"관동군특종연습입니다."
"연습이라는 말이 서류에 남아야 하네. 동원령이라고 쓰면 모스크바가 우리보다 먼저 읽어." 스기야마는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 오후에 상주하겠네. 다만 재가는 증강까지일세. 그 앞은 아직 아니야."
"그 앞은 조건입니다." 다나카가 말했다. "극동군이 반으로 줄었을 때. 감이 익어 떨어질 때 줍는다는 것이 참모본부의 입장입니다."
도조는 지도를 한참 보았다. 우수리강 동쪽에 붉은 화살표가 세 개 그려져 있었고, 그중 둘은 아직 실선이 아니었다.
"증강은 찬성이오." 그가 말했다. "개전은 별개의 결재란이오."
수상관저의 미닫이가 열려 있었다. 마당의 이끼가 낮의 열을 아직 뱉어내는 중이었고 모기향이 툇마루 끝에서 타고 있었다.
"조약은 목적이 아니오. 조약은 시간이오." 마쓰오카 요스케는 앉은 자리에서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넥타이 매듭이 이미 헐거워져 있었다. "내가 넉 달 전에 산 것은 우호가 아니라 시간이었소. 시간이란 것은 사면 쓰는 거요. 쟁여 두는 게 아니라."
고노에 후미마로는 부채를 무릎 위에 놓고 있었다. 부치지 않았다.
"외무대신이 서명한 조약이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거요. 남이 말하면 배신이지만 내가 말하면 판단이오." 마쓰오카는 웃었고, 웃음이 기침으로 이어졌다. 그는 손수건으로 입을 눌렀다가 뗐다. "그날 야로슬라블역에 스탈린이 나왔소. 그자가 직접 나온 일은 없었다고 다들 그럽디다. 내 어깨를 이렇게 잡고, 우리는 같은 아시아 사람이라고 했소."
"기억하고 있소."
"나는 그때 알았소. 저 사람도 시간을 사러 나왔구나. 값을 치른 쪽은 나였고." 마쓰오카는 손수건을 접었다. "이제 값이 다 됐소. 독일이 스몰렌스크에서 삼십만을 걷어 갔소. 우리가 지금 안 가면, 총리, 저 땅은 나눌 사람이 하나뿐인 땅이 되오."
고노에는 마당을 보았다. 담장 위로 옆집 지붕이 보이고 그 위로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람은 늘 이렇게 말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마흔 해 전 오리건에서 접시를 닦으며 배운 말투가 아직 남아 있어서, 결론을 먼저 던져 놓고 그 뒤를 자기 말로 채운다. 회의를 시키면 두 시간이 지나가고 두 시간 뒤에는 모두가 지쳐서 그의 결론에 동의한다. 그것을 웅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워싱턴은."
"노무라가 열심이오만 상대가 듣지를 않소. 태프트라는 사람은 서반구 밖을 아예 지도에서 오려 냈소." 마쓰오카는 목소리를 낮췄다. 낮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잘 들렸다. "석유는 란인에서 옵니다. 헤이그가 베를린 말을 듣고, 베를린이 우리 편이오. 남쪽은 이미 우리 손 안에서 굴러왔소. 총리, 남쪽에 볼일이 없어졌으면 북쪽밖에 남지 않는 거요."
고노에는 그제야 부채를 폈다. 두 번 부치고 접었다.
"각의에 올릴 문안을 만들어 두시오."
그것이 승낙인지 미룸인지 마쓰오카는 묻지 않았다. 그는 이 사람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승낙인지 미룸인지 마쓰오카는 묻지 않았다. 그는 이 사람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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