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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제57장 봉축(奉祝)

· 44화 중 41화 · 3,609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확성기가 두 번 크게 울린 뒤 소리가 안정됐다.

총독의 목소리는 종이에서 곧장 나왔다. 문장이 다 같은 길이였고, 문장과 문장 사이가 다 같은 간격이었다. 조선신궁의 겨울 공기 속에서 그 목소리는 산 아래로 퍼졌다가 반박자 늦게 되돌아왔고, 그래서 뒤쪽 사람들은 같은 구절을 두 번씩 들었다. 어(御) 즉위 사십 년, 국민총력의 이십오 년, 반도 이천오백만. 마지막 숫자는 스무 해도 더 낡은 것이었으나 아무도 고치지 않았다. 다케우치 요시오는 조선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통역도 없었다. 필요가 없었다.

쇼와 사십년 41화 제57장 봉축(奉祝) — 헤더컷

다음이 답사였다.

김성일 육군 중장이 단 위로 올라갈 때 조명이 그를 따라갔다. 예순일곱이라고 들었다. 어깨의 별 세 개가 조명 아래에서 젖은 것처럼 빛났다. 조선인이 오른 가장 높은 자리, 라고 신문은 해마다 썼다.

"본관은 메이지 삼십일년에 의주에서 났습니다."

앞줄에서 박수가 났다. 조명 밖에서는 나지 않았다.

그의 일본어는 정확했다. 다만 문장의 끝이 조금 무거웠다. 조사에 힘이 실렸고, 서술어에 닿기 전에 한 번씩 숨이 걸렸다. 육십 년을 써도 남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스물세 명이 앉아 있던 방에서, 요정 이층에서, 도쿄에서 온 서류에서, 나는 이 문장들을 다 읽었다.

길은 열려 있습니다. 제국은 공평합니다. 반도의 청년에게 문은 닫혀 있지 않습니다. 본관이 그 증거입니다.

그가 그렇게 말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정말로 그 증거였다. 증거가 하나뿐이라는 것이 이 문장의 유일한 문제였는데, 그 말은 답사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연해주 국경의 겨울 이야기를 했다. 영하 삼십 도에서 초소를 지키는 반도 출신 병사들, 그들의 인내, 그들의 충성. 나는 계단 난간을 잡았다. 재영이 죽은 초소가 이만이었다. 열한 해 전 삼월이었고 그때도 답사는 있었을 것이고 문장도 같았을 것이다.

"어머니."

어머니는 산 아래를 보고 있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듣지 않고 있었다.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었고, 등불은 재숙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덴노 헤이카—"

앞에서 누가 선창했고, 산이 받았다.

만세.

두 번째가 왔을 때 내 팔이 올라갔다. 올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올라가 있었다. 손에는 등 자루가 쥐여 있어서 팔을 드니 종이등이 머리 위에서 흔들렸고, 촛불이 등 안쪽 종이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입이 벌어지고 소리가 나갔다. 스물일곱 해 동안 이 소리를 몇 번 냈는지 세어 본 적이 없다.

앞줄에서 조명이 한 번 흔들렸다. 검은 통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 계단 위에서도 보였다. 사람들의 팔이 그 속도에 맞춰 파도처럼 올라갔다 내려왔다. 조명 밖에서도 팔은 올라갔다. 찍히지 않는 쪽이 더 컸다.

세 번째에 나는 옆을 보았다.

재숙이 양손에 등을 하나씩 든 채로 팔꿈치까지만 팔을 올리고 있었다. 턱이 들려 있고 입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목소리가 높고 곧았다. 망설임이 없었다. 저 아이는 저것을 배운 적이 없다. 배운 적 없이 정확했다.

만세 소리가 산 위에서 한 번 더 되돌아왔다가 얇아졌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걷혔을 때, 소리가 하나 남았다. 십만 개의 종이 안에서 심지가 밀랍을 빨아올리는 소리, 종이가 열에 마르면서 아주 조금씩 오그라드는 소리. 사람 소리가 없으면 그것은 꽤 컸다. 계단 위아래로 그 소리가 가득했고, 우리는 그것을 들으며 내려갈 차례를 기다렸다.


1965년 12월 3일 · 조선총독부 청사 뒤뜰 소각장

전날 밤에 온 진눈깨비가 청사 그늘에만 남아 있었다. 뒤뜰은 앞쪽과 달리 아무것도 심지 않은 흙바닥이고, 벽을 따라 석탄재가 무릎 높이로 쌓여 있고, 그 끝에 벽돌로 쌓은 사각 소각로가 있다. 굴뚝은 낮았다. 청사 정면에서는 이 굴뚝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열 시에 오라는 말만 들었다. 이유는 듣지 못했다.

가와카미 경부보는 벽돌 턱에 걸터앉아 서류를 무릎에 놓고 있었다. 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았고, 인사도 하지 않았고,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한 번 쳤다. 앉으라는 뜻이었으므로 나는 서 있었다.

"야스모토 군은 이제 총독부 직원이 아니지."

"예."

"그러니 입회인은 아니야. 오늘 자네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가 서류를 넘겼다. "그래서 부른 거고."

나는 왜 왔느냐고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어제 저녁 반장이 골목에서 쪽지를 건네주었고 거기에 날짜와 시각과 뒤뜰이라는 두 글자가 있었다. 엿새 전에 나온 사람은 부르면 온다. 그것은 결심이 아니라 몸의 일이다.

굴뚝에서 아직 연기가 나지 않았다. 소각로 아궁이 앞에 마른 솔가지와 신문지가 쌓여 있었다. 신문은 어제 것이었다. 첫 장에 남산 사진이 실려 있고 그 위에 등불이 별처럼 찍혀 있었다.


목록은 두 장이었다. 첫 장 위쪽에 압수품 폐기 집행 조서, 사건 번호, 처분 근거 조문. 아래쪽에 표가 있고 칸이 셋이었다. 압수 번호, 품명, 수량.

품명란에는 원고지류 및 필사 서철(書綴)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것을 적은 사람은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적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수량란의 글자를 나는 두 번 읽었다.

십구(十九).

칠월 스무아흐레 밤에 나는 그 상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통로 양쪽으로 두 줄이었고, 나는 그것을 셌다. 나오기 전에 한 번 더 셌다. 스물이었다.

쇼와 사십년 41화 제57장 봉축(奉祝) — 전환컷

숫자를 잘못 볼 수는 있다. 서고는 어두웠고 등이 하나뿐이었고 나는 앉아 있었다. 그러나 두 번 셌다. 두 번 다 스물이었다.

나는 목록을 가와카미에게 돌려주었다.

"틀린 데 있나." 그가 물었다.

"아니요."

"보안과 조서는 내가 다 읽어. 남의 손으로 쓴 것도 내가 읽어야 결재가 나." 그가 서류를 반으로 접었다. "물건은 오늘 없어지고 조서는 남아. 십 년 뒤에 누가 이 사건을 찾으면 이 종이 두 장을 볼 거야. 열아홉 상자를 태웠다고 적혀 있겠지."

"예."

"그게 이 일의 전부야, 야스모토 군. 서류가 사실이 돼."

그가 접은 자리를 손바닥으로 한 번 눌러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문이 열리고 고원 둘이 손수레를 밀고 나왔다. 그 뒤에서 가와바타가 상자를 안고 걸어 나왔다.

솜을 넣은 작업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목장갑이 손목까지 젖어 있었다. 상자는 그의 가슴께까지 왔다. 상자 옆면에는 먹으로 찍은 여섯 자리 숫자가 있었다. 스물세 해 전 화동정에서 찍힌 번호다. 사월에 나는 그 숫자를 편수과 서고에서 보았고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가와바타는 소각로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돌아섰다. 나를 지나쳐 갈 때 그의 어깨가 내 팔에 스쳤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두 번째 상자를 들고 나올 때도, 세 번째에도, 아홉 번째에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가 나를 보지 않기 위해 목을 얼마나 굳게 쓰고 있는지가 걸음마다 보였다. 사월에 편수과에서 그는 나에게 차를 내왔다. 잔을 놓을 때 받침이 조금 기울자 손끝으로 바로잡았고, 물러날 때 허리를 접듯이 인사했고, 문간에서 한 번 더 인사했다. 필요 이상으로 공손한 사람이었다.

열두 번째 상자를 내려놓고 그가 잠깐 섰다. 숨이 찼고, 목장갑을 벗어 손바닥을 옷에 문질렀다. 입이 반쯤 열렸다.

"가와바타 군." 가와카미가 이름을 불렀다. "일곱 개 남았지."

"예."

그는 다시 들어갔다.

고원 하나가 쇠지레로 뚜껑을 뜯어냈다. 못이 빠지는 소리가 뒤뜰 벽에 부딪혀 두 번 났다.


원고 뭉치는 잘 타지 않았다.

한 장씩이면 순식간일 것을, 끈으로 묶인 채로 들어가니 겉장만 오그라들고 안쪽은 그대로였다. 뭉치 전체가 가장자리부터 검어지면서 부풀어 올랐다가 그 모양 그대로 굳었다. 검은 벽돌 같은 것이 소각로 안에 자꾸 쌓였다.

고원이 쇠꼬챙이로 그것을 헤집었다. 뭉치가 갈라지면서 안쪽 종이가 드러났고, 붉은 줄이 그어진 원고지가 잠깐 하얗게 보였다가 곧 오그라들었다. 먹으로 쓴 획은 종이보다 늦게 탔다. 종이가 재가 된 뒤에도 획의 자리가 잿빛 위에 조금 더 검게 남아 있다가 바람에 흩어졌다.

상자 옆면의 여섯 자리도 그렇게 사라졌다. 숫자가 먼저 부풀고, 부푼 채로 조금 밝아지고, 그다음에 없어졌다.

연기는 굴뚝으로 잘 빠지지 않고 뒤뜰에 낮게 깔렸다. 나는 그것을 들이마셨다. 냄새는 종이 냄새가 아니라 아교 냄새에 가까웠다. 묶은 끈이 탈 때만 잠깐 다른 냄새가 났다.

고원 둘은 이 일에 익숙했다. 하나가 헤집고 하나가 밀어 넣고, 아궁이 앞의 재를 삽으로 옆으로 걷어 냈다. 걷어 낸 재 무더기가 벽 쪽으로 자꾸 커졌다. 그중에 아직 검은 벽돌 모양으로 남은 것이 서너 개 있었는데, 고원이 그것을 발로 밟아 부수었다. 부서지면서 속에서 흰 것이 조금 나왔다.

"덜 탄 건 두 번 넣습니다." 고원이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했다. "규정입니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고원들이 손수레를 밀고 들어가면서 가와카미에게 인사했다.

"경부보님, 새해에는 호칭 바뀌신다고 들었습니다."

"들은 데가 어디야."

"그런 건 다 압니다."

가와카미가 웃었다. 그리고 소각로 쪽으로 두 걸음 와서 내 옆에 섰다. 우리는 나란히 재를 보았다. 그는 키가 나보다 반 뼘 작았다.

그가 말했다. 조선말이었다.

"이런 건 다시 안 나옵니다."

억양이 반듯했다. 어미를 흐리지 않았고, 존대를 정확히 붙였다. 그가 스물 몇 해 이 말로 사람을 앉혀 놓고 물어 온 사람이라는 것이 그 한 문장에 다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아깝다는 말인지, 끝났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조선말은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는 말이었고, 그는 그 말을 나보다 잘 썼다. 그의 얼굴을 보았으나 얼굴에도 그것이 없었다. 광대뼈가 얼어서 붉었고 눈은 재를 향해 있었다.

그가 담배를 물고 성냥을 그었다. 불을 붙이고 나서, 다 타지 않은 성냥개비를 손끝으로 튕겨 소각로 앞 잿더미 위에 떨어뜨렸다. 그것은 잿빛 속에서 잠깐 서 있었다. 끝이 붉었고, 그 붉은 데가 조금씩 앞으로 기어갔다. 잿더미 밑에 아직 마르지 않은 것이 있었는지 실낱 같은 연기가 한 번 올라왔다.

그리고 꺼졌다.

그가 담배를 물고 성냥을 그었다. 불을 붙이고 나서, 다 타지 않은 성냥개비를 손끝으로 튕겨 소각로 앞 잿더미 위에 떨어뜨렸다. 그것은 잿빛 속에서 잠깐 서 …

남은 3화 · 약 12,845자 · 약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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