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4부 의사당(議事堂)
23화제31장 훙커우에서 온 사람
지정구역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통행증이 있어야 나갈 수 있고, 발급하는 창구가 정해져 있고, 창구 담당자의 그날 기분에 따라 반나절이 갔다고 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웃으면서 했다. 요즘은 많이 느슨해졌다고.

"조선 사람도 상하이에 있었습니다. 몇 안 됐지만."
"예."
"내가 아는 노인이 하나 있었어요. 영어를 아주 잘했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한테 영어를 가르쳤어요. 값을 안 받았습니다."
"성함이……"
"쿄식 킴이라고 했습니다. 킴은 성이지요? 조선은 성이 앞이니까."
김. 흔한 성이다. 나는 그 이름을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모르는 분입니다."
"그렇겠지요. 벌써 십 년 됐습니다." 그가 술을 조금 따랐다. "그 양반이 나한테 조선 사람들이 왜 상하이에 있는지 설명한 적이 있는데, 나는 반쯤밖에 못 알아들었습니다. 영어는 그쪽이 나보다 나았거든요."
아이 이야기는 내가 물어서 나온 것이 아니다.
"아들이 열아홉입니다. 딸이 열여섯이고. 둘 다 훙커우에서 났습니다."
"학교는……"
"영어 학교에 보냈습니다. 지금은 일본어도 합니다. 밖에 나가면 상하이 말을 쓰고요. 셋 다 나보다 잘합니다."
그가 젓가락을 놓았다.
"독일어는 못 합니다."
나는 그를 봤다.
"한마디도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열 단어쯤 압니다. 빵, 물, 그런 거. 문장은 안 됩니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내하고 나는 집에서 독일어를 씁니다. 아이들은 옆에서 듣습니다. 듣고 대답은 영어로 합니다."
"…… 가르치지 않으셨습니까."
"가르쳤지요. 이 년쯤. 그러다 그만뒀습니다."
"왜요."
"소용이 없어서요." 그는 아주 담담했다. "그 애들이 그 말을 어디서 씁니까. 빈에 갈 것도 아니고, 훙커우에 그 말 쓰는 사람은 다 늙었고. 그리고 그 말은 저쪽 말입니다. 저쪽이 우리를 어떻게 했는지 아이들도 압니다. 아이한테 그 말을 억지로 시키는 게 무슨 뜻이 됩니까."
나는 우리 집 저녁상을 생각했다. 할머니가 묻고, 재숙이가 웃고, 아무도 통역을 하지 않는 그 자리.
"대가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그렇게 물었다. 물어 놓고 나서 이 말이 일본어로 무례한 어감인가 아닌가를 따졌는데 이미 늦었다.
프리트만 씨는 화를 내지 않았다.
"대가라는 건 뭘 주고 뭘 받았을 때 쓰는 말이지요. 나는 준 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나한테 요구하지 않았어요. 독일어를 쓰지 말라고 한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가 어깨를 조금 올렸다. "그냥 이렇게 됐습니다."
주인이 카운터를 닦았다. 옆자리 손님이 나가고 골목에서 자전거 벨이 울렸다.
"아들 이름은 우리 아버지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그가 잔을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천천히, 두 번 발음했다.
"다비트."
한 박자 쉬었다.
"데이비."
"…… 아이는 어느 쪽으로 대답합니까."
"뒤엣것으로요." 그가 손가락으로 카운터를 한 번 두드렸다. "앞엣것으로 부르면 웃습니다. 나쁜 뜻으로 웃는 게 아닙니다. 아버지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고 웃는 겁니다."
1965년 6월 11일 · 도쿄, 제국의회 중의원 본회의장
방청권은 의원 한 사람당 두 장이다.
윤 의원 몫 두 장 중 한 장이 내 것이었고, 다른 한 장은 나주에서 올라온 정미 조합 사람이 가져갔다. 그 사람은 아침부터 와서 대리석 계단에서 사진을 찍었다.
방청석은 이층이고, 왼쪽 뒤 구역에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앉는다. 그렇게 하라는 규정은 없다. 안내인이 표를 보고 그쪽으로 손을 내밀고, 열 번쯤 그러면 그것이 자리가 된다.
무릎 위에 서류철을 올려놓았다. 회색 표지에 「중의원의원선거법 중 개정 법률안 관계」라고 내 글씨로 적혀 있고, 안에 조문 정서본과 대조표와 세무감독국 통계표가 들어 있다. 두께는 삼 센티쯤 된다.
의석표도 넣어 왔다. 넣어 왔지만 꺼내지 않았다. 열세 개 선거구 스물세 개 자리는 이미 외우고 있다.
옆에 앉은 정미 조합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천장이 저렇게 높은데 목소리가 들리느냐고, 마이크가 어디 달렸느냐고, 저 붉은 융단은 갈아 본 적이 있겠느냐고. 나는 세 번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월인데 방청석은 더웠다. 천장 환기구에서 바람이 오는데 이층까지는 오지 않는다.
위원장 보고가 십일 분이었다.
그다음이 정부위원 발언이었다.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일어섰다. 예순 몇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고, 원고를 손에 들었지만 거의 보지 않았다.

"본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첫 문장.
"다만 조선의 재정 실태, 특히 지세 부과의 기초가 되는 지가 조사가 상당 기간 갱신되지 아니한 사정을 고려할 때, 요건의 인하는 명부 작성의 정확성에 곤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 문장.
"따라서 정부로서는 본건에 관하여 신중을 기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사료합니다."
셋째 문장.
정무총감이 앉았다. 나는 무릎 위 서류철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눌렀다. 지가 조사가 갱신되지 않았다는 것 — 그것은 우리가 만든 근거였다. 십오 엔이 스무 해 동안 그대로인 이유가 지가 조사에 있다는 것을 나는 대장성 사람한테서 듣고 대조표에 적어 넣었고, 그 대조표는 정조회를 통해 각 성으로 돌았다.
같은 사실이 저쪽 문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순서만 바뀌어서.
우리 문장에서 그것은 요건을 낮춰야 할 이유였다. 저쪽 문장에서 그것은 낮출 수 없는 이유였다. 어느 쪽도 사실을 틀리게 쓰지 않았다.
토론은 세 사람이 했다.
박용구 의원의 것이 십사 분으로 가장 길었다.
그는 원고를 안 보고 했다. 조선의 직접국세 납부자 구간을 다섯 칸으로 나누어 하나씩 짚었고, 셋째 칸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설명했다. 논이 여남은 마지기인 사람, 면소재지에서 포목을 파는 사람, 국민학교 훈도. 그는 이름을 대지 않고 직업만 댔다. 이름을 대면 의사록에 남고, 의사록에 남으면 그 사람들이 곤란해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이 사람들이 국민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의원은 이 자리에 안 계실 것입니다. 이들의 아들이 지금 연해주 국경에 있습니다."
그 대목에서 아래층이 잠깐 술렁였다. 술렁임이 어느 쪽 술렁임인지는 위에서 구별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는 조문을 통째로 읽었다. 제3조. 내가 새벽 세 시에 두 번 고쳐 쓴 그 문장을 그가 읽는 것을 나는 위에서 들었다. 그의 목소리로 들으니 조사 하나가 어디 붙어 있는지가 더 잘 보였다.
기명투표 요구가 나왔다. 삼십 명 이상이 손을 들었다.
목패를 들고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사백 몇십 명이 통로를 따라 줄을 서고, 연단 앞 함에 목패를 넣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청색은 찬성, 백색은 반대다. 내려오지 않는 사람은 기권이다.
나는 스물세 개 자리를 봤다.
전남 제2구 자리에서 윤 의원이 일어섰다. 청색.
대구 자리에서 박 의원이 일어섰다. 청색.
평남 제1구, 마흔셋 먹은 초선 의원. 청색.
세었다. 아홉이 내려갔다.
함남 제1구 자리에서 한종석 의원이 일어섰다. 그는 천천히 걸었다. 함에 넣을 때 손을 오래 두지 않았다. 백색이었다. 백색이 여섯이었다.
다섯은 앉아 있었다. 황해 제2구 자리도 그중 하나였다. 그 사람은 팔짱을 끼고 정면을 보고 있었고, 표결이 끝날 때까지 자세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빈 자리가 셋이었다.
한 의원이 자리로 돌아가면서 한 번 위를 봤다. 방청석 쪽이었는데 어디를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곧 다시 앞을 봤다.
의장이 결과를 읽었다. 부결이었다.
전체 숫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아직 스물세 개를 세고 있었다.
찬성 아홉. 반대 여섯. 기권 다섯. 결석 셋.
수첩을 꺼내 그 넉 줄을 적었다. 손이 떨리지는 않았다. 적어 놓고 보니 넉 줄이 아니라 한 줄로도 적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넉 줄로 적어 두면 나중에 어느 줄이 늘고 어느 줄이 줄었는지를 볼 수 있다.
기명투표는 관보에 이름이 실린다. 다음 주 관보에는 조선 열세 개 선거구에서 온 의원 중 여섯 사람이 백색 목패를 넣었다는 것이 활자로 남는다. 그 활자는 없어지지 않는다. 오 년 뒤에도 십 년 뒤에도 누군가가 그것을 꺼내 읽을 수 있다.
복도로 나오니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익찬정치회 총무 하나가 창가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이걸로 당분간 조용하겠군."
"그렇지요."
"저쪽에서도 여섯이 반대했으니까. 다음에 또 들고 오면, 자기들끼리 먼저 정리하고 오라고 하면 돼."
박용구 의원은 복도 끝 기둥 옆에 서 있었다.
젊은 직원 하나가 그에게 종이를 건네고 갔다. 나는 세 걸음쯤 떨어져서 그가 그것을 읽는 것을 봤다. 한 장이었고, 그는 두 번 읽었다.
"당기위원회 회부라는군."
"…… 예."
"오늘 토론 때문은 아닐 거야. 그건 승인받고 한 거니까." 그가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석 달쯤 전부터 정리하고 있었을 걸세. 오늘은 날짜만 맞춘 거지."
그가 안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한 개비를 물고 주머니를 뒤졌다.
"자네 성냥 있나."
"저는 안 피웁니다. 가져오겠습니다."
수위실이 계단 아래에 있었다. 성냥을 얻어서 올라오는 데 이 분쯤 걸렸다.
돌아와 보니 그는 그대로 서 있었다. 담배는 입에 없었다. 담뱃갑을 열고 그 안에 도로 넣는 참이었고, 갑을 닫고 안주머니에 넣었다.
"됐네."
"의원님."
"관보 나오면 보내 주게. 여섯 사람 이름을." 그가 기둥에서 등을 뗐다. "읽어 두려고."
'관보 나오면 보내 주게. 여섯 사람 이름을.' 그가 기둥에서 등을 뗐다. '읽어 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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