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1부 정지(停止)
2화제2장 재가할 것이 없다
전화는 열 시 이십 분에 왔다.
당직 소령이 받아서 수화기를 두 손으로 들고 왔다. 야전 전화선의 상태가 나빠 목소리가 방 전체로 새어 나왔다. 괴링은 원래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고 전화에서는 더 컸다.

"—포켓 안의 잔존 병력 섬멸은 루프트바페에 맡겨 주십시오. 육군은 이미 충분히 가졌습니다. 이것은 국가사회주의 공군이 단독으로 해낼 수 있는—"
요들이 창 쪽을 보았다. 카이텔은 자기 장갑을 보았다.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았다.
수화기에서는 계속 소리가 났다. 총통께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했고, 다음에는 육군 참모부가 공을 나눌 생각이 없다고 했고, 그다음에는 스투카 대수를 불렀다. 당직 소령은 수화기를 든 자세로 서 있었다. 팔이 아플 만한 시간이었다.
책상 위에는 새벽에 들어온 전문 한 장이 이미 펴져 있었다. 제19군단. 제1기갑사단이 그라블린 남쪽에서 아 운하에 부교 두 개를 놓았고, 선견대가 건너편 제방에 자리를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구데리안은 정지 명령에 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런 명령이 있느냐고도 묻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교를 놓고 그것을 보고했다.
히틀러가 수화기를 받았다.
"헤르만, 전차가 벌써 건넜소."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그렇다면 상공 엄호를 맡겠습니다. 제2·제8 항공군단을 됭케르크 상공에 붙이겠습니다. 다만 아군 기갑부대가 항구 쪽으로 너무 붙으면 우리가 폭탄을 놓을 자리가—"
"자리는 만들어 주겠소."
히틀러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도로 돌아가서, 됭케르크 둘레를 손가락으로 한 번 크게 돌렸다.
"항구 외곽 오 킬로미터. 여기까지는 기갑을 넣지 마시오. 공군이 작전할 공간이 있어야 하오."
"그러면 항구가 남습니다." 룬트슈테트가 말했다. "항구가 남으면 배가 옵니다."
히틀러는 십오 분 동안 지도 앞에 서 있었다.
그동안 요들이 남측면 상황을 읽었고 카이텔이 두 번 고개를 끄덕였으며 당직 소령이 커피를 날라 왔다. 커피는 아침에 새로 끓인 것이었다. 히틀러는 손대지 않았다.
"오 킬로미터는 취소하겠소." 그가 말했다. "공군은 상공에서 하시오. 땅은 육군이 하시오."
그는 그 말을 명령이라고 하지 않았고 정정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남쪽의 프랑스군 재편성 징후, 적색 작전의 개시 시점, 파리.
"파리는 언제 들어갑니까." 카이텔이 물었다.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오." 히틀러가 말했다. "들어간 다음이 문제요."
그는 방을 나가면서 벽지를 한 번 보았다. 여름 과일이 줄지어 찍혀 있고 배마다 한가운데에 못 자국이 있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한 시가 조금 지나 차가 떠났다. 자갈이 튀는 소리가 나고, 흰 먼지가 다시 계단 아래까지 올라왔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위병이 총을 내렸다.
조덴슈테른이 식당으로 돌아와 창을 닫았다.
"정오 보고에 어제 것을 어떻게 적을까요."
룬트슈테트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재떨이에는 어젯밤 것이 그대로 있었고, 그 옆에 넉 장으로 접힌 종이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손바닥 위에 얹어 보았다. 종이는 가벼웠다.
그는 그것을 재떨이에 넣지 않았다. 서랍을 열고, 통신 일지와 지도 삭제 표지 사이에 밀어 넣고, 서랍을 닫았다.
"어제 것은 없소."
1940년 5월 25~30일 · 아 운하, 됭케르크, 라파넬 해안
5월 25일 아침, 구데리안은 와트텐 북쪽의 낮은 언덕에 올라가 있었다.
이십 킬로미터쯤 앞에 됭케르크가 있었다. 쌍안경 없이도 급수탑과 성당 종탑이 보였고, 그 왼쪽으로 유류 저장고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 기둥이 하늘 절반을 흐려 놓고 있었다. 바람이 서쪽이어서 연기는 육지 쪽으로 누웠다.
부관이 사면을 뛰어 올라왔다.
"군단 사령부에 확인했습니다. 집단군에서 온 것 없습니다."
"어제도 없었고."
"어제도 없었습니다."
구데리안은 쌍안경을 내리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사흘 전부터 정지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는 그것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고, 오면 무슨 말로 반대할지를 밤에 두 번 정리해 두었으며, 그 문장들이 지금 쓸 데가 없어졌다.
오지 않은 명령은 반박할 수가 없다. 그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래쪽 운하 제방에서 공병들이 부교를 넓히고 있었다. 판재를 나르는 소리, 물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어제 저녁에 건너간 중대의 전차 궤도 자국이 제방 흙에 두 줄로 남아 있었고 그 위로 새 자국이 겹쳐 찍혔다.
"제1기갑사단에 전하시오. 다리 건너 교두보를 오늘 중으로 삼 킬로미터까지 밀어라."
"기록은 어떻게 남길까요."
"군단장 재량." 구데리안이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묻는 사람이 없으면 대답할 것도 없소."

5월 27일 저녁, 됭케르크 동쪽 방파제.
방파제는 폭이 이 미터가 안 되는 목조 통로였고 원래 사람이 걸어다니라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줄은 그 위에 두 시간째 서 있었다. 취사병, 창고계, 야전병원에서 실려 온 부상자, 그리고 소속 부대가 이미 없어진 사람들.
해군 소령 하나가 통로 끝에 서서 배에 오르는 인원을 셌다. 그는 손에 든 수첩에 다섯 명마다 작대기를 그었다. 사흘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숫자는 누계로 이어져 있었다.
배는 한 척이었다. 도버에서 온 무장 여객선이었고 선장은 배를 방파제에 오래 붙여 두지 않겠다고 했다.
줄 중간쯤에서 누가 소령에게 물었다. 앞으로 몇 대나 더 오느냐고. 소령은 모른다고 대답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사흘 동안 도버와 통화하지 못했다. 배가 오면 세었고 오지 않으면 서 있었다.
릴 쪽에서 프랑스 제1군에서 떨어져 나온 부대가 걸어 들어왔다. 백 명쯤이었고 소총을 가진 사람이 스무 명이 안 됐다. 그중 대위 하나가 방파제 입구까지 와서 자기 부하들도 태워 달라고 했다. 소령은 인원 명부를 요구했다. 대위에게는 명부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잘 몰랐으므로 그 대화는 길지 않았다.
일곱 시 사십 분, 남쪽에서 포성이 났다. 그전까지 들리던 것과 결이 달랐다. 멀리서 오는 소리가 아니라 가까운 데서 터지는 소리였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의 간격이 짧았다.
선장이 뱃전에서 소리쳤다. 줄이 흔들렸다. 소령은 계속 셌다.
계선줄이 풀리고 배가 방파제에서 떨어졌을 때, 줄에는 아직 사람이 남아 있었다. 소령은 수첩을 보았다. 그는 마지막 자리에 숫자를 적었다. 칠천육백육십구.
그날 밤 방파제에는 배가 더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소령의 수첩은 그 숫자에서 더 늘지 않았다.
5월 29일, 라파넬과 브레뒨 사이의 모래언덕.
썰물이었다. 물이 빠진 자리에 차량들이 앞머리를 바다 쪽으로 두고 늘어서 있었다. 삼톤 트럭, 구급차, 참모용 승용차, 그리고 오토바이. 오토바이가 가장 많았다. 사람이 두 팔로 들어 옮길 수 있는 물건이어서, 병사들은 그것을 밀고 와서 모래에 앞바퀴부터 처박아 세웠다.
한 이등병이 총검으로 연료통을 뚫고 있었다. 그는 뚫고, 흔들고, 다음 것으로 갔다. 열 대쯤 하고 나서 손을 멈추고 자기가 뚫은 것들을 돌아보았다. 모래가 젖은 자리가 없었다.
옆에서 하사가 성냥을 그었다. 불이 붙었고, 그 불을 연료통 구멍에 가져다 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성냥이 손가락 가까이 타 내려와서 하사는 그것을 놓았다. 성냥은 모래에 닿아 꺼졌다.
모래언덕 뒤쪽에서는 다른 소리가 났다. 포병들이 야포 포신 안에 폭약을 넣고 폐쇄기를 부수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오전 내내 났고 오후에 뜸해졌다. 폭약이 떨어져서였다.
"기름이 없습니다." 이등병이 말했다.
"알아."
"그럼 왜 뚫으라고 했습니까."
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성냥을 긋지 않았다. 서쪽에서 항공기 소리가 오고 있었고, 두 사람은 모래언덕 사면 아래로 몸을 낮췄다.
5월 30일 아침 여섯 시, 라파넬의 별장.
전날 밤 벨기에군 전선이 무너지고 레오폴 국왕이 무기를 놓은 뒤로 동쪽에서 밀려 들어온 것들이 별장 앞 도로를 채우고 있었다. 전화선은 두 개가 남아 있었고 그중 하나는 잡음뿐이었다.
고트는 오십삼 세였다. 그는 지난 이십사 년 동안 두 번의 전쟁에서 문서에 서명해 왔고, 서명이라는 것을 무겁게 여기지 않도록 훈련받은 사람이었다.
브루크가 방으로 들어왔다. 제2군단은 전날 저녁에 전투 정지를 보고해 온 상태였다.
"조건은 읽으셨습니까."
"읽었소."
"장교의 검(劍)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그건 상관없소." 고트가 말했다. "부상자 수송에 관한 조항이 몇 조요."
"제7조입니다."
"그것만 다시 읽어 주시오."
브루크가 읽었다. 고트는 창을 보면서 들었다. 다 듣고 나서 그는 만년필 뚜껑을 열고 종이 위에 손을 얹었다.
첫 획에서 펜촉이 미끄러졌다. 종이가 눅눅했다. 그는 종이를 손바닥으로 눌러 폈다. 두 번째로 미끄러졌을 때 브루크가 압지를 집어 밑에 깔아 주었다.
세 번째에 이름이 적혔다.
문서는 두 벌이었다. 한 벌은 독일군 연락장교가 가져가고 한 벌은 별장에 남았다. 릴 방면에 갇힌 프랑스 제1군 잔여 부대에 관한 조항은 따로 한 장이었는데, 그 종이에 고트는 서명할 자격이 없었다. 프랑스 측 서명란은 아침 내내 비어 있었다.
여덟 시에 무기 인도가 시작됐다. 소총은 개머리판을 위로 세워 쌓으라고 했고 병사들은 그렇게 했다. 쌓다 보니 사람 키보다 높아져 한 번 무너졌다. 다시 쌓았다.
여덟 시에 무기 인도가 시작됐다. 소총은 개머리판을 위로 세워 쌓으라고 했고 병사들은 그렇게 했다. 쌓다 보니 사람 키보다 높아져 한 번 무너졌다. 다시 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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