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6부 밀고(密告)
35화제48장 새벽 네 시
강 부장이 나를 봤다.
"야스모토 다케오 씨."

"…예."
"같이 가시겠습니다."
그때 건넌방에서 재숙이가 나왔다.
그 애는 마당의 남자들을 보고, 아버지가 양복을 입고 보퉁이를 든 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짧고 높은 소리였다. 손으로 입을 막지도 않았다.
문지방 옆에 서 있던 젊은 형사가 그 애 쪽으로 반 걸음 다가와서 말했다.
"조용히 하라."
조선말이었다.
재숙이는 소리를 멈췄다. 무서워서 멈춘 것이다. 그 애는 그 형사를 보다가 나를 봤다. 눈이 크게 떠져 있었다. 그 애는 방금 자기한테 무슨 말이 왔는지 모른다. 모른다는 것을 나는 그 애 얼굴에서 봤다.
형사도 그것을 알았다.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말했다.
"조용히 해."
이번에는 국어였다. 재숙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당에 있던 아홉 사람 중에서 그 말을 못 알아들은 사람은 하나였다.
그 형사는 스물다섯쯤 되어 보였다. 조선 사람이다. 그가 왜 첫마디를 조선말로 했는지 나는 안다. 밤중에 놀란 사람에게는 그 말이 먼저 나온다. 그 사람 집에서도 그 말이 먼저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 집에서 그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나왔다. 그가 멈칫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틀린 사람처럼 잠깐 서 있었다.
나도 옷을 갈아입었다.
아버지가 넥타이를 매는 것을 보고 나서 나도 넥타이를 맸다. 그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맸다. 매듭이 한 번에 되지 않아 풀고 다시 맸다.
신을 신는데 뒤에서 두 사람이 낮게 주고받았다.
"서고는 여섯 시에."
"제삼열입니다. 스무 갭니다."
나는 허리를 굽힌 자세 그대로 있었다. 구두끈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두 번 놓치고 세 번째에 잡았다.
칠월에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은 아버지 말고 나 하나다. 두 시간 있다가 나왔다. 그날 서고 문을 잠근 것도 아버지였다.
나는 끈을 묶고 일어섰다.
우리는 앞뒤로 서서 대문을 나갔다. 아버지가 앞이었다.
골목에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 시월 초하루의 새벽은 생각보다 추웠다. 골목 끝 전봇대 밑에 차가 한 대 서 있었고 시동이 걸려 있었다.
대문이 닫혔다. 그다음에 빗장 지르는 소리가 났다. 나무가 나무에 들어가는 소리다. 한 번에 들어가지 않고 두 번 만에 들어갔다.
그 소리를 어머니가 냈다. 어머니는 우리가 골목을 나가는 동안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리를 낸 것은 그 빗장 하나였다.
빗장이 두 번 만에 들어가는 그 짧은 사이에, 내 눈에는 방금 본 마당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문을 나서기 직전에 나는 한 번 뒤를 돌아봤었다. 마루 앞 댓돌이 비어 있었다. 남자들이 신을 신은 채로 마루에 올라갔기 때문에, 댓돌에 있던 우리 집 신이 전부 마당 흙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어머니 고무신, 재숙이 구두, 내 운동화, 아버지 여벌 구두, 그리고 아직 치우지 않은 할머니의 흰 고무신.
짝이 맞지 않게 흩어져 있었다.
여덟 켤레였다. 나는 그것을 세었다.
1965년 10월 1~3일 · 경기도경찰부 유치장 → 서대문형무소 제3사
유치장 마루는 널이 여섯 장이고, 넷째 장이 삐걱거린다.
첫날 오전에 그것을 알았다. 벽 쪽에서 문 쪽으로 여덟 걸음, 문 쪽에서 벽 쪽으로 여덟 걸음. 넷째 널을 밟을 때마다 나무가 짧게 운다. 정오쯤에 나는 걷기를 그만두고 앉았다. 걷는 것이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다.
새벽에 들어올 때 소지품을 적었다. 혁대 하나, 넥타이 하나, 구두끈 두 짝, 손목시계 하나, 만년필 하나, 지갑 하나. 순사가 부르는 대로 다른 순사가 받아 적고, 나에게 목록 아래에 이름을 쓰게 했다. 야스모토 다케오. 종이는 얇았고 밑에 먹지가 대어져 있었다. 두 장이 되는 종이였다.
그 뒤로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첫날 나는 대답을 준비했다. 무엇을 물어도 사실만 말하기로 했다. 사실만 말하면 사실의 크기대로 끝난다고 믿었다. 부청 열람계에서 반려당하는 서류를 네 해 동안 보아 온 사람의 믿음이다. 순서가 맞으면 넘어가고 순서가 틀리면 되돌아온다.
둘째 날 오전에 나는 준비한 대답을 속으로 다시 세워 보았다. 오후에 한 번 더 세워 보았다. 저녁에는 그 대답들이 처음 세웠을 때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어디가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셋째 날에는 세우지 않았다.

아침에 보리가 섞인 밥과 된장국이 들어오고, 낮에 한 번 소독약 냄새가 지나가고, 저녁에 다시 밥이 들어온다. 순사부장 강만수가 하루에 두 번 복도를 지나간다. 조선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일본어로 말한다.
"안 앉고 뭐 합니까."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
"그런 건 묻는 게 아닙니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 그의 일본어에는 아무 억양도 없었다. 나는 다시 묻지 않았다.
벽에는 자국이 있다.
높이가 대개 앉은키만 한 자리, 회칠이 얇게 벗겨진 데를 골라서 누군가 손톱이나 못이나 단추 모서리로 파 놓은 것들이다. 처음에는 날짜인 줄 알았다. 갇힌 사람이 날을 세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다.
날짜가 아니었다.
이름이다. 대부분 한자 두 자나 세 자다. 창씨명이다. 가나로 새긴 것도 둘 있다. 어떤 것은 위에 다른 것이 겹쳐 새겨져서, 나중 사람이 앞사람의 획을 자기 획으로 썼다. 아래쪽 구석에, 벽과 마루가 만나는 자리에 한자도 가나도 아닌 것이 하나 있다. 획이 여섯인지 일곱인지 모르겠다. 동그라미가 하나 들어 있고 옆으로 그은 선이 둘이다.
나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다.
사흘째 아침에 호송차를 탔다. 앞뒤로 순사가 앉고 창에는 나무 덧문이 대어져 있어서, 밖은 틈으로만 지나갔다. 전차 궤도 소리가 두 번 났다. 독립문 앞을 도는 것을 소리로 알았다.
계호과 사무실에서 앞과 옆으로 사진을 찍고 열 손가락을 눌렀다. 인주가 미지근했다. 미결수 번호가 적힌 나무패를 받아 가슴 앞에 들고 한 장을 더 찍었다. 번호는 네 자리였고, 그것을 외우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외웠다.
제3사 잡거방. 다다미가 아니라 마루다. 나까지 여섯 명이었다.
늙은 쪽에서부터 배급 부정, 도항 위반, 징용 기피, 절도,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배급 부정은 쌀 서 말이었다. 반장 통장에 인원을 둘 더 적었다고 했다. "죽은 애를 못 지웠지." 도항 위반은 시모노세키까지 갔다가 부두에서 잡혔다. 징용 기피는 스물한 살로, 근로봉공 소집에 나가지 않고 가평 쪽 산에 넉 달 있었다. 절도는 자전거였다. 자전거 이야기를 세 번 했다.
마지막 한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절도가 대신 말해 주었다.
"저 양반은 이유가 없어. 여덟 달째야. 아무도 안 부르니까 이유를 알 수가 있나."
여덟 달 동안 취조가 없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 말을 두 번 들었는데 두 번 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 사람은 아침마다 이불을 갠다. 세 번 접고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눌러 각을 세운다. 밤에 펼 것을 아침에 각을 세워 개는 일에 그는 매일 같은 시간을 쓴다. 아무도 검사하러 오지 않는다.
그날 저녁에 종이가 두 장 들어왔다.
한 장은 어머니의 차입 목록이다. 솜바지 한 벌, 버선 두 켤레, 수건. 물품란 옆에 접수 도장이 찍혀 있고 아래에 어머니 이름이 있다. 야스모토 다마코. 어머니는 글씨를 천천히 쓴다. 다마(玉) 자의 점이 늘 아래로 처진다.
다른 한 장은 도쿄에서 왔다.
중의원 의원 윤태섭 사무소. 비서관 촉탁 해촉의 건. 사유란에 여섯 자, 본인의 원(願)에 의함. 도장이 둘이다. 하나는 의원 인장이고 하나는 사무장 인장이다. 소인은 10월 2일자다.
나는 10월 1일 새벽 네 시에 집에서 나왔다.
의원은 나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어깨에 손을 얹는 버릇이 있었다. 경성 사무소에서 도쿄로 전보를 치고, 도쿄에서 사무장이 서식을 꺼내고, 사유란을 채우고, 도장 두 개를 찍고, 그것을 다시 조선으로 부치는 데 하루가 걸렸다. 나는 그 하루의 내부를 정확히 그릴 수 있다. 네 해 동안 내가 그 서식을 만지는 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잃은 것은 셀 수 있다. 봉급 백사십 엔. 부청과 총독부 각 국의 자료 열람 자격. 내지 왕래에 붙던 신분 증명. 익찬정치회 정조회 회람.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부르던 방식. 윤 의원 밑에 있는 젊은 사람, 이라고 불리면 문이 열렸다. 그 호칭이 이 종이 한 장으로 없어졌다. 서식에는 내가 그것을 원했다고 적혀 있다.
절도가 넘겨다보았다.
"뭐로 들어왔소?"
"사전입니다."
"사전?"
"조선말 사전."
방이 조용해졌다가 웃었다. 도항 위반이 제일 크게 웃었다. 징용 기피는 웃다가 나를 한 번 보고 그만두었다.
"별걸 다 하네." 배급 부정이 말했다. "여기 십 년을 들락거려도 사전으로 들어온 사람은 처음 봐."
밤에 등이 하나만 남는다. 복도 쪽 창살 위에 달린 것이라 방 안은 창살 그림자로 줄이 진다. 도항 위반이 코를 곤다. 세 번 짧게 끊기고 한 번 길다. 그 사이에 절도가 잠꼬대로 무슨 값을 말한다.
천장에는 물 자국이 있다. 오른쪽 위에서 가운데로 번져 내려온 자리가 사람 옆얼굴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 나는 그것이 사람 옆얼굴로만 보여서 다른 것으로 보려고 애썼다.
아버지도 어딘가 이런 천장 아래에 누워 있을 것이다. 그는 이 방들을 안다. 스물세 해 전에 함흥에서 겨울을 났다. 나는 그때 다섯 살이었고 그해 겨울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가 돌아온 뒤 우리 집 저녁상이 조용해졌다는 것뿐이다.
돌아누웠다. 벽이 얼굴 앞에 있었다.
아래쪽 구석, 마루와 만나는 자리의 그것. 동그라미 하나와 옆으로 그은 선 둘. 나는 손끝을 대고 파인 자리를 따라갔다.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손끝이 홈을 벗어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따라갔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남은 9화 · 약 34,509자 · 약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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