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1부 정지(停止)
3화제3장 모래 위의 사흘
해안선을 따라 남은 것은 다음과 같았다. 야포 이천사백칠십이 문. 전차 사백사십오 대. 오토바이 이만 대. 그 밖의 차량 육만 오천 대. 보급품 사십일만 육천 톤. 탄약 칠만 오천 톤. 연료 십육만 이천 톤 — 서류상으로는 그러했고, 실제로 그 연료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바퀴가 모래에 박힌 오토바이들의 뒷바퀴가 하나씩 떠올랐다가, 줄에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다시 내려앉았다.

1940년 5월 27일 오후 · 런던, 해군본부 회의실
체임벌린은 자기 자리에 앉기 전에 언제나 의자를 오 센티미터쯤 뒤로 뺐다. 탁자 밑에 다리를 편하게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양쪽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왼쪽은 처칠, 오른쪽은 핼리팩스. 그 자리는 누가 정해 준 것이 아니었고, 5월 10일 이후 열린 회의에서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애틀리와 그린우드는 탁자 건너편에 나란히 앉았다. 캐도건은 벽 쪽 작은 책상에서 기록을 했다. 이즈메이는 문 옆에 서 있었다. 앉으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도 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창은 닫혀 있었다. 5월 하순인데도 방이 눅눅했다. 체임벌린은 아침부터 명치 아래가 무지근했고, 그것을 소화 불량이라고 정리해 두었다. 정리해 두면 대개 그날 하루는 견딜 만했다.
"프랑스 총리가 어제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핼리팩스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문장이 길었다. "레노 씨는 우리가 프랑스와 함께 로마에 접근하기를 바랍니다. 무솔리니를 중재자로 세워 히틀러가 무엇을 요구할 생각인지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알아보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릅니다."
"묻는 순간 값이 매겨지오." 처칠이 말했다.
"값은 이미 매겨져 있습니다."
"매겨진 값을 우리가 인정하는 순간, 그 값이 우리 값이 되오."
체임벌린은 손을 탁자 위에 겹쳐 얹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의 말을 다 들었다. 지난 이 년 동안 그는 자기가 이런 자리에서 하던 말을 이제 핼리팩스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이 그를 핼리팩스 편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유럽이 독일의 지배 아래 놓이더라도 평화와 안전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오." 처칠이 말했다. 그는 탁자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소."
"각하." 체임벌린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릅니다."
"같은 말이오. 오늘은."
"오늘은 그렇겠지요."
핼리팩스가 말을 이었다. "총리께서는 우리가 조건을 물으면 그것이 곧 굴복으로 보인다고 하십니다. 저는 반대로 봅니다. 지금 묻지 않으면 두 달 뒤에 묻게 됩니다. 두 달 뒤의 조건은 오늘 조건보다 나쁠 것입니다."
"두 달 뒤에도 우리는 묻지 않소."
"무엇을 근거로 그리 말씀하십니까."
"근거는 없소." 처칠이 말했다. "그러니까 말하는 것이오."
체임벌린은 그 대답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적을 수 있는 종류의 문장이 아니었다. 그는 사십 년 동안 근거 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해 왔고, 그중 몇은 옳았으며 대부분은 옳지 않았다. 재작년 가을 공항에서 흔들어 보였던 종이를 그는 아직 서랍에 두고 있었다. 그 종이에 적힌 문장은 하나하나가 다 옳았고, 하나하나가 다 소용이 없었다.
세 시 오십 분에 이즈메이가 문을 나갔다가 곧 들어왔다. 그는 종이를 처칠에게 주지 않고 탁자 가운데에 놓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방의 규칙이었다.
두 장이었다. 한 장은 해군본부 작전실에서 올라온 것이고 한 장은 고트의 것이었다.
캐도건이 읽었다.
"오늘 정오 기준, 됭케르크에서 선박으로 철수한 인원 누계 칠천육백육십구 명. 어제 저녁 이후 증가분 없음. 동쪽 방파제 접안 불가. 사유는 포화. 고트 자작 보고 — 포위망이 서남쪽에서 축소 중이며, 아 운하 방면에서 넘어온 기갑 부대가 벨기에 국경 도로를 차단했음. 벨기에군 좌익 붕괴."
읽는 소리가 끝난 뒤에도 캐도건은 종이를 든 자세로 있었다.
방의 소리가 달라졌다. 소리가 커진 것이 아니라 사라졌다. 그때까지 회의실에는 여러 종류의 잔소리가 있었다 — 만년필, 서류철, 누군가 숨을 고르는 소리, 이즈메이의 구두. 그것들이 한꺼번에 없어졌다.
처칠이 손을 들어 시가를 입에서 뗐다. 그는 그저께 이 탁자에서 잘하면 삼만 명은 건질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아무도 그 말을 지금 꺼내지 않았다.
그린우드가 먼저 말했다. "교섭은 재앙입니다. 지금이라도 그렇습니다."
애틀리가 말했다. "정부가 흔들리는 것을 공장에서 알면 생산이 멈춥니다."
처칠이 이즈메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트에게 아직 명령을 보낼 수 있소?"
"통신은 살아 있습니다." 이즈메이가 말했다. "무엇을 명령하시느냐에 달렸습니다."
"항구를 지키라고."
"항구는 이미 적 포 사거리 안에 있습니다."

체임벌린은 핼리팩스를 보았다.
핼리팩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의자에 깊이 앉아 있었고 왼팔은 탁자 아래에 두고 있었다. 표정에 아무것도 얹지 않았다. 그가 이 방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 그것이었다. 자기 차례에 말하지 않는 것. 말하지 않으면 상대의 말이 방 안에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칠천육백육십구.
체임벌린은 그 숫자를 자기 수첩에 옮겨 적었다. 회의는 그 뒤로 사십 분 더 계속됐고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여섯 시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흩어졌다.
그는 방에 남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 그는 수첩을 펴고 만년필 뚜껑을 열었다. 종이 위쪽에 아까 옮겨 적은 숫자가 있었다. 그 밑에 그는 다른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프랑스에 있던 사단, 열.
그 사단들에서 훈련된 하사관과 부사관을 뽑아 본토의 신편 부대에 골격으로 넣는 계획이 있었다. 육군성이 삼월에 올린 문서였고 그는 그것을 읽었다. 그 계획에 적힌 숫자를 그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으므로 적지 않았다. 정확하지 않은 것을 적는 습관이 그에게는 없었다.
대신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남는 것 — 없음.
버밍엄에서 그는 회사 장부를 보던 사람이었다. 장부에서 배운 것 하나는, 위쪽 숫자가 아무리 커도 맨 아래에 적히는 숫자가 다르면 회사는 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다음 줄에 그는 표결을 적었다. 처칠, 애틀리, 그린우드. 셋. 핼리팩스. 하나. 자기 이름 옆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만년필을 놓았다.
표결은 산술이 아니었다. 이 방에서 손을 세는 것은 산술이 아니다. 하원에 보수당 의원이 삼백팔십 명 가까이 있고 그중 오월 십 일 이전에 처칠의 이름을 지지한 사람은 스무 명이 되지 않았다. 그 삼백팔십 명이 지금 누구를 당수로 두고 있는지, 그는 자기 자신에게 물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수첩의 다음 줄에 숫자 하나를 적었다.
일.
그것을 잠깐 보다가, 지우개로 지웠다. 종이에 흐릿한 자국이 남았다. 그는 같은 자리에 다시 썼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진하게 눌러 썼다.
1940년 5월 28일 오후 ·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정원
정원 잔디는 오 주째 깎이지 않았다. 정원사가 삼월에 소집되어 갔고 그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잔디밭 가장자리에서 민들레가 씨를 날리고 있었다.
핼리팩스가 먼저 내각실 문을 나섰다. 그는 문틀 아래에서 늘 하던 대로 목을 조금 숙였다. 백구십육 센티미터인 사람이 육십 년 가까이 몸에 붙여 온 동작이었다.
"바람 좀 쐬시겠습니까, 총리."
처칠은 서류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잠깐 그 제안의 모양을 살폈다. 어제 오후에는 순서가 반대였다.
두 사람이 잔디밭으로 내려섰다. 걸음이 맞지 않았다. 핼리팩스의 한 걸음이 처칠의 한 걸음 반이어서, 핼리팩스는 세 걸음마다 한 번씩 속도를 늦춰야 했다. 그는 그것을 오래전부터 해 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했다.
지팡이는 오른손에 있었다. 왼손은 장갑을 끼고 있었고 그 안에 든 것은 손이 아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이 없었다. 스프링 엄지가 달린 의수로 그는 말을 탔고 총을 쐈고 사냥개를 부렸다. 지팡이를 고쳐 쥘 때 그는 왼손을 지팡이 머리에 잠깐 얹었다가 뗐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는 작고 마른 소리가 났다.
"브뤼셀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처칠이 말했다.
"오늘 새벽에 들었습니다."
"레오폴은 자기 군대와 함께 남는다고 했소. 왕이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일을 골랐다고 볼 수도 있고, 가장 쉬운 일을 골랐다고 볼 수도 있소."
"둘 다일 겁니다."
핼리팩스는 그날 아침 여섯 시 반에 성당에 다녀왔다. 이십 년 동안 그 시간에 그 일을 했고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바꾸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그가 생각한 것은 브뤼셀이 아니라 산술이었다. 어제 오후 탁자에서 자기 왼쪽에 앉아 있던 늙은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이 수첩에 숫자를 옮겨 적던 손목의 각도.
"각하는 내가 겁이 많다고 보시오?" 처칠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라고 보시오."
"총리께서는 진다는 가정을 문장으로 만들지 못하십니다." 핼리팩스가 말했다. "그것은 용기와 다른 것입니다. 저는 그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내각에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 문장은 만드는 순간 참이 되오."
"그것은 총리께서 문장을 다루시는 방식입니다. 저는 문장을 그렇게 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총리께서 문장을 다루시는 방식입니다. 저는 문장을 그렇게 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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