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7부 남은 자들
38화제53장 조서(調書)
1965년 10월 28일 · 경기도경찰부 취조실
서기 순사가 조서를 낭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이십 분이었다.

스물여덟 날 동안 여섯 번 불려 와서 같은 것을 대답한 결과가 이 열두 장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치안유지법 사건에서 공판까지 가는 것은 열에 하나쯤이고, 공판에 가더라도 판사가 보는 것은 이 종이다. 사상 사건은 항소심이 없어진 지 스물네 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 방에서 낭독되고 있는 것이 재판이다. 법정은 나중에 형식으로 한 번 열린다.
열두 장이다. 그는 읽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한자를 만나면 잠깐 멈추고, 자기가 쓴 글자인데도 한 번 더 보고 읽는다. 목소리에 억양이 없어서 문장의 끝을 놓치기 쉬웠다. 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무릎 위에서 손가락으로 문장 수를 세었다.
세 군데에서 손을 들었다.
"세 번째 장 여섯째 줄입니다. 제가 부친에게 물어서 알아낸 것이 아닙니다. 부친이 먼저 말씀하셨고 저는 들었습니다."
서기가 종이를 넘겨 그 줄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곱 번째 장 둘째 줄입니다. 조직적으로 확대할 목적으로, 라고 되어 있는데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도왔다고 했습니다."
"뜻은 같은데요."
"같지 않습니다."
내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뒤에 방이 조용해졌다.
"아홉 번째 장 넷째 줄입니다. 계승하겠다고 말하였다, 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서기가 펜을 놓았다.
"같은 말 아닙니까."
익찬정치회 정조회에서 개정안 초안을 만질 때, 나는 조사 하나로 조문이 뒤집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을 하나가 에로 바뀌면 의무가 권한이 된다. 하여야 한다가 할 수 있다가 되면 법이 사라진다. 그런 것을 잡아내는 것이 내 일이었고, 나는 그 일을 잘했다.
여기서는 뜻이 바뀐 것이 아니다. 낱말은 대개 그대로다. 순서가 바뀌었고, 순서가 바뀌자 목적이 생겼다.
알고 도왔다, 에는 사람이 하나 있다. 확대할 목적으로 도왔다, 에는 사람이 여럿 있다. 여럿이 있으면 결사다. 결사가 되면 법조문이 달라진다. 그 두 문장 사이에 놓인 것이 국체 변혁이라는 다섯 글자이고, 그 다섯 글자에는 최고형이 붙어 있다.
"고쳐 주십시오." 내가 말했다.
"안 됩니다."
"틀린 것을 고치는 겁니다."
"제가 지어낸 게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조서에는 조서 말투가 있습니다.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 문장이 안 돼요. 저는 배운 대로 씁니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를 가르친 사람도 배운 대로 가르쳤을 것이고, 이 말투를 처음 만든 사람은 오래전에 죽었을 것이다. 그 사람도 그때 자기가 문장을 다듬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사 하나를 옮기면서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서기가 열두 장을 손끝으로 톡톡 쳐서 모서리를 맞추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조서 옆면을 보여 주었다. 장마다 사이에 도장이 반씩 걸쳐 찍혀 있다. 간인이다.
"한 장만 갈면 간인이 안 맞습니다. 한 장을 갈려면 열두 장을 다 다시 씁니다."
"다시 써 주십시오."
"이 용지는 과에 월 배정이 있습니다." 그는 성난 기색 없이 말했다. 성난 기색이 없는 것이 더 나빴다. "이달 배정이 스물두 장 남았고, 이달이 사흘 남았습니다."
가와카미 경부보가 들어온 것은 그때다.
문을 열고 두 걸음 들어와서, 서서 잠깐 듣더니 모자를 벗었다.
"뭔가."
"본인이 세 군데를 다투고 있습니다."
"다투는 게 아니라 고쳐 달라는 거겠지."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고쳐 주게."
"용지가."
"내 앞으로 달아 놓으면 돼."
그는 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나는 사양했다. 그가 성냥을 그으면서 말했다.
"부친은 별관에 계시네. 건강은 괜찮아. 어제 차입도 받으셨고."
묻지 않은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다섯 번 물었고 다섯 번 다 그런 건 묻는 게 아니라는 대답을 들은 것이었다. 그것이 담뱃불을 붙이는 사이에 그냥 나왔다.
목 안쪽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나는 그것을 삼켰다. 그가 자기 것에 불을 붙이고, 창 밑에 서서 하늘을 보다가, 이십 분쯤 있다가 나갔다. 나가면서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친절했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고, 그 방식이 통한다는 것을 나는 그날 알았다. 나는 그가 나가고 나서 내가 안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를 여기 가둔 사람에게 안도한 것이다.

서기가 새 조서를 쓰는 데 한 시간 사십 분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앉아 있었다.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났고, 그가 한 줄을 끝낼 때마다 압지를 눌렀다. 압지를 누르는 소리는 종이가 종이를 만나는 소리다. 그 소리를 백 번쯤 들었다.
서기는 스물서넛으로 보인다. 손등이 텄고, 쓰다가 한 번 코를 훌쩍였다. 다섯 장째에서 그가 무언가를 잘못 썼다. 펜을 멈추고, 종이를 들어 빛에 비춰 보고, 그러고는 반으로 찢어 휴지통에 넣었다. 그가 그 장을 처음부터 다시 썼다. 이달 배정이 한 장 줄었다.
나는 그 종이를 눈으로 따라갔다. 저 안에는 내가 하지 않은 말이 한 줄 들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이제 아무도 모른다.
시계가 없어서 시간은 벽에 드는 볕으로만 알았다. 볕이 창턱에서 내려와 벽 중간까지 왔다. 아버지도 이 별관 어디에 있을 것이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몇 발짝인지 나는 모른다. 스물여덟 날 동안 그의 소식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두 시 반에 그가 다시 낭독을 시작했다.
세 군데는 고쳐져 있었다. 부친이 먼저 말하였다, 로 되어 있었고, 알고 도왔다, 로 되어 있었고, 본인이 하겠다고 말하였다, 로 되어 있었다.
네 번째 장 셋째 줄에 이런 것이 있었다.
부친이 먼저 말하였고 본인은 이를 승낙하였다.
승낙이라는 말은 내가 하지 않았고 아까 조서에도 없었다. 승낙에는 사람이 둘 있다. 둘이 합의하면 그것은 모의다.
여섯 번째 장 아홉째 줄에는 시각이 있었다. 밤 열 시. 나는 열한 시에 청사에 들어갔다. 수위실 출입부에 그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한 시간이 틀렸고, 그 한 시간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다. 아무도 그것으로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 그냥 틀린 것이다.
낭독이 끝났다.
"이의 있습니까."
두 손이 무릎 위에 있었다. 나는 그 손을 보았다.
"없습니다."
서기가 마지막 장을 돌려 주었다. 나는 이름을 쓰고, 인주에 엄지를 눌렀다. 그가 열두 장 사이에 간인을 찍었다. 열한 번 소리가 났다.
인주 갑의 뚜껑이 잘 닫히지 않아서, 그는 두 번 눌러 닫았다.
1965년 11월 4일 · 경성부 학무과, 앵정국민학교 교무실, 최정규의 집
경성부 학무과의 창구는 나무 칸막이 위에 유리를 얹은 것이고, 유리 아래에 손을 넣는 홈이 파여 있다.
아홉 시에 오라는 통지를 받고 갔는데 이름이 불린 것은 아홉 시 오십 분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앞에 온 사람이 셋 있었고 그중 둘은 학교 급식용 된장 배정 건이었다. 벽에 붙은 표어 종이가 압정 한쪽이 빠져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사무관이 그 홈으로 종이 한 장을 밀어 주었다. 다카야마 리쓰코는 두 손으로 받았다. 받고 나서, 두 손으로 받은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받은 뒤였다.
훈도 파면 통지. 발령일 쇼와 사십년 십일월 사일.
사유란에는 여섯 글자가 있었다.
품위 유지 위반.
조선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교본이라는 말도, 편수과라는 말도, 신청서라는 말도 없었다. 그녀가 지난 넉 달 동안 한 일 가운데 이 종이에 적힌 것은 하나도 없다.
사무관이 옆의 서가에서 두꺼운 장부를 꺼냈다. 경성부 교원 명부다. 학교별로 나뉘어 있고 학교마다 이름이 부임 순으로 적혀 있다. 그가 앵정 항을 펴고, 자를 대고, 붉은 펜으로 그녀의 이름 위에 줄을 그었다. 줄은 자에 붙어 반듯했다. 그 옆 여백에 날짜를 적었다.
그녀는 그 줄이 무엇인지 안다. 훈도는 관공리다. 관공리 이력에 처분이 붙으면 신원조회 서류에 한 줄이 생기고, 그 줄은 삼 년마다 그대로 옮겨 적힌다. 정식 교원 자리는 이제 없다. 남는 것은 대용교원이고, 대용교원 자리는 도(道) 학무과가 벽지에 배정한다. 봉급이 절반이고 임기가 일 년이다.
스물다섯 살이다. 사범학교를 나와 훈도가 된 것이 스물둘이었다.
"학무국으로 올라갑니다." 그가 말했다. 친절한 목소리였다. "이 정도로 끝난 건 다행입니다. 보통 이런 건은 사유란이 다르게 나갑니다. 부친께서 미리 상의해 주신 덕이 큽니다."
"아버지가요."
"예.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교무실에서 짐을 싸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상 서랍에 있던 것은 붉은 연필 세 자루, 도장, 도시락 보자기, 반 아이들의 신체검사표 사본, 그리고 아이들이 접어 준 종이학이 여덟 개였다. 종이학은 지난봄 그녀가 감기로 사흘 쉬었을 때 아이들이 만든 것이다. 출석부와 학적부는 두고 가야 한다. 그것은 학교 물건이다.
다른 훈도들은 각자 자기 책상을 보고 있었다. 나이 든 조선인 훈도 하나가 지나가면서 그녀의 어깨 뒤로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손이 어깨에 닿지는 않았다.
다나베 교장이 나왔다.
"다카야마 선생."
"예."
"삼 년 반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 학교 성적은 다카야마 선생 반이 제일 좋았어요."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짐을 왼쪽으로 옮기고 오른손을 들었을 때, 그가 자기 손을 거두어 국민복 옆선에 붙였다.
"몸조심하십시오." 그가 말했다.
'몸조심하십시오.' 그가 말했다.
남은 6화 · 약 23,892자 · 약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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