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4부 의사당(議事堂)
22화제30장 같은 서식
야스모토는 열 시 반에 왔다.
국민복에 서류 가방. 인사를 하고 앉아서 바로 노트를 펼치는 것이 누마타는 마음에 든다. 이 사람은 남의 시간을 쓸 때 미안해할 줄 아는데, 그 미안함이 일을 늦추지는 않는다.

"동화 정책의 행정 처리 실례를 보고 싶다고 하셨지요."
"예. 요건을 낮추는 쪽 논거를 만들려면, 저쪽 통치가 지금 어디까지 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쪽이 어디쯤인지도요."
"저쪽이라면."
"동방 쪽입니다. 독일 판무관부요. 스무 해 넘게 통치하고 있으니 참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선례가 있을 것 같아서."
누마타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그 웃음이 어떤 종류의 웃음인지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삼켰다.
"참정 관계 자료는 없습니다."
"한 건도 없습니까."
"거긴 그런 항목이 없어요." 그는 상자 뚜껑을 열었다. "인구 항목은 아주 자세합니다."
야스모토가 노트에 뭔가 적었다. 무엇을 적었는지 누마타는 보지 않았다.
누마타는 상자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견본이라고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동방판무관부 민족 재배치 진척 통계」. 오스트란트 판무관부 서식 제4호. 독일어 원지에 일역 대조표가 뒤에 붙어 있다.
건네면서 누마타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독일 대사관에서 문화참사관 보좌관이 열한 시에 왔다. 서른 안팎의 젊은 남자였고 일본어가 아주 좋았다. 반환할 자료 목록을 확인하러 온 것이다.
"올해 것도 곧 보내 드립니다. 우크라이나 판무관부 쪽이 서식을 개정했어요. 칸이 둘 늘었습니다."
"늘리는 건 언제나 쉽지요." 척무성 사무관이 말했다.
"늘리면 처리가 느려지니까 저희도 좋아하진 않습니다." 보좌관이 웃었다. "그래서 천공카드를 씁니다. 칸이 늘어도 기계는 불평을 안 하니까요."
"조선 쪽도 천공카드로 바꿨다고 들었습니다만." 사무관이 말했다.
"예, 그건 저희 쪽 방식을 참조하신 걸로 압니다. 사 년쯤 됐지요." 보좌관은 목록에 도장을 찍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저희도 배웠습니다. 귀국의 애국반 편성 말입니다. 열 세대를 한 단위로 묶는 방식. 그건 저희 쪽에 없던 겁니다."
"그거야 뭐, 조선총독부 것이지 우리 쪽은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배운 건 배운 거지요."
누마타는 차를 권했고 보좌관은 다음 일정이 있다며 갔다. 갈 때 문을 아주 조용히 닫았다.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야스모토는 그동안 서식을 펴 놓고 있었다.
누마타가 돌아보니 그는 두 장을 나란히 놓고 있었다. 왼쪽이 독일 것이고 오른쪽은 자기 가방에서 꺼낸 것이었다. 조선총독부 「국어상용 가정 조사표」. 등사본이 아니라 인쇄본이고,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두 장은 크기가 달랐다. 독일 것이 조금 세로로 길다.
칸은 열두 개였다. 양쪽 다.
야스모토의 손이 왼쪽 서식 위를 짚으면서 내려갔다. 그 손이 여섯 번째 칸에서 멈췄다. 그다음에 오른쪽 서식의 여섯 번째 칸으로 옮겨 갔다.
독일 서식 제6란, 일역 대조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정 내 사용 언어.
조선총독부 조사표 제6란. 가정 내 사용 언어.
같은 여섯 글자다. 번역한 사람이 그 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이미 그 말이 있어서 그 말을 쓴 것이다.
야스모토의 손이 다시 내려갔다.
독일 서식 제8란. 재배치 진척률. 조선총독부 조사표 제8란. 국어 상용 정도.
독일 서식 제10란. 동화 정도 갑·을·병. 조선총독부 조사표 제10란. 인정 등급 갑·을·병.
갑, 을, 병. 세 등급이다. 양쪽 다 세 등급이다.
야스모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장을 조금 더 가까이 붙였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누마타는 자기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야스모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캐비닛 쪽으로 돌아섰다. 삼 년 전에 이 방에서 그가 한 일이 바로 저것이었다. 그때 그는 마흔일곱이었고, 두 장을 나란히 놓았고, 오 분쯤 그러고 있다가 봉투에 도로 넣었다. 그리고 목록에 반환 확인 도장을 찍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 뒤로 그는 조선 관계 자료를 읽을 때마다 여섯째 칸을 먼저 본다. 그것은 습관이 되었고, 습관이 된 뒤로는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차를 좀 가져오겠습니다."
야스모토가 고개를 들었다.
"괜찮습니다."
"아니, 내가 마시고 싶어서요."
복도에 나와서 누마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탕비실은 반대쪽 끝이다. 그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창가에 섰다. 가스미가세키의 오월은 은행나무 잎이 아직 연하다.

왜 줬는가.
야스모토가 참고 자료를 요청했고, 관리국 소관 자료 중에 해당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것이 사실이다. 다른 사실도 있다. 그는 상자 넷 중에서 오스트란트 것을 골랐고, 그 안에서 제4호 서식을 골랐고, 그것은 그가 삼 년 전에 봤던 바로 그 장이다. 그 장에 표시를 해 둔 적은 없다. 그런데 손이 바로 갔다.
담뱃재가 길어져서 창틀에 떨어졌다.
아래층 현관으로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왔다. 점심 시간이 가까웠다. 누마타는 저 안에서 자기 이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했고, 그 생각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말해 줄 수도 있었다. 여섯째 칸을 보라고. 그러면 그것은 그가 한 말이 되고, 말이 되면 어딘가에 남을 수 있다. 자료를 건네는 것은 자료를 건넨 것이다. 그 차이가 그를 십오 년 동안 살려 놓았고, 그는 그 차이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오늘도 부끄럽지 않았다. 다만 담배가 평소보다 빨리 탔다.
그는 담배를 창틀에 비벼 끄고 탕비실로 갔다. 차를 두 잔 받아서 돌아오는 데 사 분쯤 걸렸다.
문을 열었을 때 야스모토는 서 있었다.
독일 서식은 봉투에 들어가 있었고, 그는 봉투 입구를 두 번 접고 있었다. 접고 나서 상자 안 원래 자리에 넣었다. 넣을 때 옆에 있던 서류 사이가 벌어져서, 그것을 손가락으로 밀어 맞췄다. 자기 것은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는 뚜껑을 덮고 상자를 캐비닛 위 칸으로 올렸다.
"차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야스모토가 잔을 받았다. 잔을 받는 손이 아까와 다른 데는 없었다.
1965년 5월 28일 · 도쿄 히비야, 무역상 사무실과 뒷골목 식당
여권은 표지가 짙은 회색이고 국명이 없었다.
가운데에 국화 문장 대신 아무 무늬도 없고, 그 아래에 무국적(無國籍)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은행 담당자가 그것을 받아서 사증란을 넘겼다. 도장이 스무 개쯤 찍혀 있었다. 상하이 출항, 나가사키 입항, 상하이 재입역. 같은 항구가 몇 번씩 반복됐다.
"이건 여권이 아니라 통행 증명입니다만." 담당자가 말했다. "서식상 여권란에 적어야 해서요."
"저는 늘 그 칸에 적힙니다." 프리트만 씨가 말했다.
일본어였다. 억양이 눌려 있고 어미가 조금 짧았지만 통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래도 계약 문안을 읽을 때는 통역이 붙었다. 통역은 영어로 옮겼다.
신용장 신청서 국적란이 문제였다. 그 칸은 비워 둘 수가 없게 되어 있고, 무국적이라고 적으면 은행 내규상 보증인이 하나 더 붙는다.
"상하이 지점에서는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상하이에서는 거주지를 적습니다. 국적란에 거주지를요."
"그러면 여기도 그렇게 적으시지요. 그 서식은 나가사키 지점에서 쓰던 걸 그대로 쓰고 있는 겁니다. 근거 규정이 없습니다."
담당자가 나를 봤다. 나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말을 한 번 더 했다. 그는 잠깐 나갔다 오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프리트만 씨가 나를 봤다. 표정을 읽지는 못했다.
거래 자체는 간단했다. 전남 나주 일대의 정미 조합이 상하이 쪽에 미곡을 내보내는 건으로, 물량은 정해져 있고 값도 대개 정해져 있다. 실제로 정해지지 않은 것은 선복(船腹)과 인가 순서다. 윤 의원이 그 인가 순서를 위해 여기 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 회기에 조문을 쓰고 있다. 조문을 쓰는 손과 신용장 서식을 따지는 손이 같은 손이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주 정미 조합에는 우리 선거구 유권자가 백여 명 있다.
윤 의원은 삼십 분쯤 있다가 일어섰다.
"자세한 건 내 비서관하고 하시지요. 이 사람이 나보다 서류를 잘 봅니다."
프리트만 씨가 일어나서 악수했다. 손이 크고 마디가 굵었다.
여섯 시에 사무실이 닫혔다. 그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통역은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갔다.
히비야 뒤쪽 골목에 카운터 아홉 자리짜리 집이 있었다. 우리는 안쪽 둘에 앉았다.
"조선 쌀은 상하이에서 비쌉니다." 그가 말했다. "훙커우에서는 안 먹어요. 비싸서."
"훙커우에 사십니까."
"이십칠 년째."
그는 잔을 들고 나에게 살짝 기울여 보였다. 마시는 방식이 조심스러웠다.
"쇼와 십삼년에 빈에서 왔습니다. 삼월에 그 일이 있고, 여름에 아내하고 배를 탔습니다. 상하이는 사증이 필요 없는 항구였어요. 세상에 그런 항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나."
"…….."
"배를 탄 사람은 살았습니다. 못 탄 사람은."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접시를 놓고 갔다. 그가 젓가락을 능숙하게 썼다.
"야스모토 씨, 나는 일본 제국이 나를 살렸다고 말합니다. 이건 인사치레가 아닙니다. 쇼와 십칠년 여름에 훙커우에 소문이 돌았어요. 무슨 계획이 있다고. 도쿄에서 온다고. 그해 가을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습니다."
"…… 왜 안 일어났습니까."
"모릅니다." 그가 나를 봤다. "이십삼 년 동안 모릅니다. 어떤 방에서 누가 뭐라고 했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 방에 있던 사람들도 아마 나를 몰랐을 겁니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있었고, 들고만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감사합니다. 진짜로 감사합니다. 이걸 이상하게 듣는 사람이 많은데, 이상하지 않습니다. 살려 준 쪽에 감사하지 않으면 어디에 감사합니까."
'그래서 나는 감사합니다. 진짜로 감사합니다. 이걸 이상하게 듣는 사람이 많은데, 이상하지 않습니다. 살려 준 쪽에 감사하지 않으면 어디에 감사합니까.'
남은 22화 · 약 80,982자 · 약 1시간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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