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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제47장 천공카드

· 44화 중 34화 · 3,49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조건을 셋 주시겠습니까."

"먼저, 보안과 관리분 요시찰 카드만 걸어 주십시오. 그중에서 치안유지법 전력자, 그중에서도 쇼와 십칠년 시월 사건 관계 부호가 찍힌 것."

쇼와 사십년 34화 제47장 천공카드 — 헤더컷

기술관이 분류기 조작판에 손을 올렸다. 카드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리가 났다. 카드가 낱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는 마른 소리고, 포켓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그보다 둔한 소리다. 두 소리가 겹쳐서 계속 났다. 가와카미는 그 소리를 좋아했다. 사람 목소리가 섞이지 않은 소리라서 그렇다.

첫 번째가 끝났다. 삼백 몇 장이었다.

"다음."

"그중에서 관공서 근무 이력 란에 학무국 편수 관계 부호가 있는 것."

분류기가 다시 돌았다. 이번에는 금방 끝났다.

스물두 장이었다.

"마지막입니다. 최근 삼 년 안에 편수과나 도서과에 자료 열람을 신청한 이력이 있는 것. 그건 별도 묶음으로 뚫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노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부터 넣었습니다. 대조기로 맞추면 됩니다."

기술관이 두 묶음을 걸었다. 기계가 두 줄을 나란히 먹으면서 맞지 않는 것을 옆으로 뱉었다.

가와카미는 손을 뒤로 하고 서서 기다렸다. 뱉어지는 카드가 하나씩 줄었다. 소리가 뜸해졌다. 그러다가 소리가 멎었다.

포켓 하나에 카드가 있었다.

한 장이었다.

기술관이 그것을 집어서 두 손으로 내밀었다. 가와카미는 받아서 불빛에 비춰 보았다. 구멍이 뚫린 자리로 빛이 지나갔다. 그는 카드를 읽을 줄 안다. 익힌 지 삼 년 됐다.

야스모토 게이샤쿠. 1908년 1월 19일생. 학무국 편수과 편수관.

"경부보님, 맞습니까."

"맞습니다."

오노가 안경을 다시 닦았다.

"기계가 참 무섭지요."

"무섭지 않습니다. 사람이 뚫은 대로 나오는 겁니다."


보안과 그의 책상 위에는 그날 오후 종이가 넉 장 나란히 놓였다.

왼쪽부터, 팔월 십일 자 상담 기록. 경성부회 의원 다카야마 마사노리. 자필 서명은 아래쪽에만 있다.

그다음, 팔월 초 순사부장 강만수가 받아 온 진술 요지. 편수과 촉탁 가와바타 노보루. 문답 형식이 아니라 줄글로 정리되어 있고, 마지막 줄에 아들의 방문 사실이 적혀 있다. 강만수는 그 줄 옆에 별표를 쳐 두었다.

세 번째가 엽서다.

사월 초에 온 것이다. 소인은 경성 중앙국이고, 보낸 사람 난은 비어 있고, 주소도 없다. 그날 아침 보류함에 들어갔다가 그날 오후에 조사함으로 옮겨졌다. 그러고 다섯 달 반을 그 함에서 기다렸다.

글씨는 자를 대고 쓴 것처럼 반듯하다. 획의 시작과 끝이 다 같은 각도로 들어가고 나온다. 습자를 오래 배운 손이고, 획을 흘리지 않는 손이다. 그는 이 글씨가 여자 글씨라고 본다. 그렇게 보는 근거를 조서에 쓸 수는 없다.

문장은 넉 줄이었다.

관청 사람이 밤에 관청에 남습니다. 관청 물건으로 관청 일이 아닌 것을 합니다. 학무국 편수과입니다. 이것은 원한이 아닙니다.

넉 줄 어디에도 이름이 없어서 다섯 달 반을 기다렸다.

가와카미는 그 엽서를 여러 번 들여다봤다. 여자다. 그 방에 여자 직원은 없다. 직원의 아내인가. 아니면 이웃인가. 그는 몇 가지를 떠올려 보다가 그만두었다. 밀고자의 이름을 아는 것은 그의 일이 아니다. 그의 일은 밀고가 가리키는 쪽을 보는 것이다.

넷째가 카드다.

넉 장이 같은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닐 네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로.

문이 열리고 강만수가 들어왔다. 모자를 벗어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부장, 자네가 받아 온 거 잘 정리됐네."

가와카미는 조선말로 말했다. 부하들에게 그는 자주 그렇게 한다. 편하라고 그러는 것이다.

"예, 뭐 별거 있습니까. …그자가 묻지도 않은 걸 하나 더 붙였습니다. 어지간히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강만수는 첫 마디만 조선말이었고 그다음부터는 국어였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늘 그런 식으로 말한다.

"겁이 난 게 아니야. 그 사람은 어머니가 아프네."

"…예."

"약 순위표 한 번 알아봐 주게. 될 만하면 되게 해 주고."

강만수가 뭐라고 대답을 하려다가 그만두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창을 등지고 앉아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그의 승진이다. 그는 그것을 안다. 사월에 과장이 지나가는 말로 내년 초 인사 이야기를 했고, 그때 그의 이름과 함께 나온 말이 실적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한다. 인정하는 것과 다음에 오는 생각은 그의 안에서 부딪치지 않는다.

야스모토 게이샤쿠는 스물세 해 전에 한 번 잡혀갔다가 살아 나온 사람이다. 함흥에서 죽은 사람이 둘 있었고 그는 죽지 않았다.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살려 보내려면 지금 데려와야 한다. 사건이 커지기 전에, 다른 부서 손에 넘어가기 전에, 조선말을 아는 사람이 조사를 해야 한다. 조선말을 모르는 자가 조사를 하면 사람이 상한다. 그는 상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그는 조선을 사랑한다. 그는 여기서 났고, 조선말은 배운 것이 아니라 자란 것이다. 조선 사람이 제국 안에서 제자리를 얻는 일에 그는 반대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조바심 내는 자들이 일을 그르친다. 그런 자를 먼저 걷어 내는 것이 조선을 위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가 그의 안에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그는 검거 계획서 용지를 꺼내 붓을 들었다.

대상, 주소, 동거 가족, 압수 예정 물건, 서고 제삼열. 동원 인원 넷과 순사부장 하나.

일시 난에서 그는 벽의 달력을 봤다.

쇼와 사십년 34화 제47장 천공카드 — 전환컷

시월 초하루.

그 날짜가 무슨 날짜인지 그는 안다. 계획서에는 날짜를 고른 이유를 적는 난이 없다. 그는 손끝을 그 칸에 잠깐 얹었다가 떼고, 시월 일일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결재란에 인주를 묻힌 도장을 세워 눌렀다.

소리가 한 번 났다.


1965년 10월 1일 새벽 4시 · 종로 6정목 자택

세 번 두드리고, 쉬고, 두 번 두드렸다.

나는 그 소리를 꿈속에서 먼저 들었다. 꿈에서는 누가 활자를 뽑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때 소리는 이미 끝나 있었고, 방 안이 아직 캄캄했다.

문을 열고 마루로 나갔다.

어머니가 마루 끝에 서 있었다. 이미 옷을 입고 있었다. 치마 말기를 여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며진 상태였다. 등을 켜지도 않았다.

두 번째로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전에 일어난 사람의 자세였다.

"어머니."

"응."

"누구예요."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누구냐고 대문 밖으로 묻지도 않았다. 새벽 네 시에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것은, 묻지 않아도 되는 사람만 묻는 질문이다.

어머니는 스물세 해 전에 한 번 이걸 겪었다. 그때 나는 네 살이었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데도 나는 그 이야기를 평생 알고 있었다. 이 집에서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아버지도 이미 일어나 있었다.


대문을 연 것은 어머니였다.

남자가 다섯 들어왔다. 다 사복이었다. 그런데 사복인데도 걸음이 다 같았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순사부장이라고 자기를 밝혔다. 성이 강이라고 했다.

"학무국 편수과 야스모토 게이샤쿠 씨."

"예."

"동행하시겠습니다."

"영장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강 부장이 종이를 폈다. 아버지는 그것을 받아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마당에 선 사람들이 전부 서서, 한 사람이 종이 읽는 것을 기다렸다. 그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압수 목록은 그 자리에서 적습니까."

"…예?"

"물건을 가져가시면 목록을 작성하시겠지요. 그것을 현장에서 작성하는지, 청사에 가서 작성하는지 묻는 겁니다."

강 부장이 잠깐 대답을 못 했다.

"규정대로 합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아버지는 종이를 접어서 돌려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옷을 갈아입었다.

잠옷을 벗고, 내복을 벗고, 새 내복을 꺼내 입었다. 그다음에 와이셔츠를 입고, 양복바지를 입고, 허리띠를 채웠다. 문을 열어 놓은 채였고 형사 하나가 문지방 옆에 서서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사람 쪽으로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넥타이를 맸다.

거울을 보지 않고 맸다. 손이 목 앞에서 두 번 돌고 한 번 통과했다. 매듭을 밀어 올릴 때 턱을 조금 들었다.

나는 아버지가 넥타이 매는 것을 오십 번쯤 봤을 것이다. 언제나 이 속도였다.

어머니가 보퉁이를 하나 들고 서 있었다. 광목으로 싼 것이었고 매듭이 두 겹이었다. 광목은 새것이 아니었다. 접힌 자리에 오래된 금이 가 있었다. 그것이 언제부터 저기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것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그것을 받았다.

"재숙이 오늘 아침 근무다."

"안다."

"보내라."

"보낸다."

두 사람이 한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아버지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머지 셋이 집을 봤다.

뒤진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그들은 뒤엎지 않았다. 서랍을 열고 안을 보고 닫았고, 책상 위의 것을 한 장씩 들춰 보고 도로 놓았다. 소리를 별로 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이 일을 여러 번 해 봤다.

한 사람이 안방에 들어가 반닫이 뚜껑을 열었다. 어머니가 그 옆에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한 번 넣었다가 빼고 뚜껑을 닫았다.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방에서는 두 가지를 가져갔다.

작년 여름에 도쿄에서 산 만년필 상자와, 양복 안주머니에 있던 수첩이다.

"이건 사무소 물건입니다. 의원 일정이 들어 있습니다."

"목록에 적겠습니다."

그는 수첩을 펴서 몇 장 넘겼다. 앞쪽에는 날짜와 전화번호가 있다. 그가 뒤로 넘어갔다. 뒤에서 세 번째 장에서 손이 멈췄다.

거기에는 가나로 적은 소리가 하나 있다.

그는 그것을 잠깐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첩을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

그는 그것을 잠깐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첩을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

남은 10화 · 약 38,005자 · 약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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