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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제22장 십오 엔

· 44화 중 16화 · 3,41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1965년 4월 3일 · 경성부청 선거 담당계, 황금정 4정목 인쇄소 골목

경성부청 삼층 복도 끝에 열람실이 있고, 그 방에는 창이 하나뿐이다. 직원이 명부철 세 권을 안고 들어와 책상에 놓았다. 표지에 노끈이 감겨 있었다.

쇼와 사십년 16화 제22장 십오 엔 — 헤더컷

"열람 시간은 네 시까지고요, 필사는 됩니다. 사진은 안 됩니다."

그는 열람 신청서를 다시 훑어보더니 생년월일 칸에 손가락을 짚었다.

"쇼와 십삼년 사월 이일. 어제가 생신이셨네."

"그렇습니다."

"스물일곱이면 좋을 때지요."

노끈을 풀었다. 첫 권이 선거구별 집계였다. 조선 전체가 열세 개 선거구이고 의석은 스물세 개다. 표는 세로로 열세 줄이고 가로로 여섯 칸이다. 인구, 남자 인구, 이십오 세 이상 남자, 직접국세 십오 엔 이상 납부자, 등록 유권자, 의석수.

넷째 칸과 다섯째 칸을 눈으로 훑어 내려가면서 나는 합계 줄을 먼저 봤다.

86,400.

밑에 연필로 누가 흐리게 적어 놓은 것이 있었다. 0.27. 그 옆에 퍼센트 기호. 지운 자국이 있는 것을 보면 한 번 고쳐 쓴 모양이었다.

인구 칸의 합계는 삼천백팔십만이었다. 나는 그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계산을 해 봤다. 연필이 없어서 여백에 손톱으로 눌러 가며 했다. 세 번 했다. 세 번 다 같은 답이 나왔다.

선거구 하나에 평균 육천 몇백 명이다. 그 육천 몇백 명이 의원 하나에서 둘을 뽑는다. 내지에서는 직접국세 오 엔이면 되는 것을 여기서는 십오 엔으로 한다. 스무 해 전에 그렇게 정해졌고 그 뒤로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둘째 권을 폈다. 경기도 선거구 등록 명부였다. 이름, 주소, 납세액, 직업. 직업 칸을 세로로 훑어 내려가면 같은 글자가 계속 나온다. 지주. 미곡상. 정미업. 지주. 회사 취체역. 지주. 병원. 지주. 양조. 지주.

납세액 칸에서 십오 엔 언저리에 걸친 사람은 드물었다. 대개 백 엔 단위였고 천 엔이 넘는 줄도 있었다. 십오 엔은 문턱이지 기준이 아니다. 문턱을 조금 낮춘다고 해서 문 안쪽 사람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명부철의 종이 귀퉁이는 깨끗했다. 손때가 묻은 데가 없었다. 스무 해 동안 이 방에 들어와 이 책을 편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열람 대장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나는 대장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셋째 권은 선거구 획정 관계 서류였다. 열세 개 구의 경계와 그 경계가 정해진 근거. 근거 항목이 넷 있었는데 인구는 그중 두 번째였다.

세 시 반에 직원이 들어와 물었다.

"작년 것도 내드릴까요."

"됐습니다. 숫자는 같을 테니까요."

"거의 같습니다. 매년 몇백 명씩 늘어요."


부청을 나와 황금정 쪽으로 걸었다. 세 시 반이 넘으면 이 길에는 자전거보다 손수레가 많다.

4정목 골목 안쪽에서 활판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인쇄소가 서너 집 붙어 있는 골목이다.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니 케이스 앞에 사람이 셋 서 있었고, 그중 하나가 나를 먼저 봤다.

"야스모토 아니냐."

박두환이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스테키를 왼손에 들고 있었다. 손톱 밑이 전부 검었다.

"여기서 일하나."

"삼 년 됐다. 들어와, 밟히지 말고."

인쇄소 안은 활자 냄새와 기름 냄새가 반반이었다. 케이스가 벽 한 면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나무 칸이 수백 개고 칸마다 활자가 세로로 꽂혀 있다. 두환은 나에게 말을 하면서 손을 멈추지 않았다. 눈이 원고를 보고 손이 케이스로 갔다. 왼쪽 위에서 하나, 가운데에서 둘, 아래에서 하나. 자리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알고 가는 손이었다.

"이건 뭘 찍는 거냐."

"내달 학교 배당 인쇄물. 그 앞에 있는 건 상공회의소 회보고. 그 옆은 부에서 온 표어 전단."

"하루에 몇 자나 뽑나."

"이만 자쯤. 잘 되는 날은 더."

안쪽에서 늙은 직공이 판을 묶으면서 두환을 불렀다.

"아라이, 이거 여덟 호로 갈 거냐 아홉 호로 갈 거냐."

"아홉 호요. 학교 거는 다 아홉 호로 갑니다."

"아홉 호 상자가 비었어."

"주조소에 어제 넣었습니다. 모레 온답니다."

두환이 나에게 턱으로 케이스 쪽을 가리켰다.

"봐라. 이게 하나에 이천 칸이다. 이런 게 여기만 넷이고 저 안쪽 방에 셋 더 있다."

케이스를 한 번 죽 훑어봤다. 가나가 있고, 한자가 획수 순서로 있고, 구두점과 괘선과 약물이 있었다. 상용하지 않는 벽자를 모아 놓은 칸도 따로 있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선 글자 활자는 어디서 뽑나."

"어디서도 안 뽑아. 없어."

그는 그것을 날씨 이야기하듯 말하고 다음 줄로 손을 옮겼다.


쇼와 사십년 16화 제22장 십오 엔 — 전환컷

다방은 골목을 나와 길 건너에 있었다. 문을 열면 축음기 소리가 먼저 나온다. 유행가가 한 곡 끝나고 다음 곡이 걸리는 동안 마담이 카운터에서 장부에 뭘 적고 있었다. 벽에 텔레비전 수상기가 놓여 있었는데 켜져 있지 않았다. 저녁 여섯 시부터 튼다고 종이가 붙어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자 두환이 앞치마를 벗어 무릎에 놓았다. 손을 씻고 왔는데도 손금 사이에 검은 것이 남아 있었다.

"의원 나리 밑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시나."

"선거권 요건 개정안 준비다."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거."

"내리는 거다. 십오 엔을 오 엔으로."

두환이 컵을 들다가 놓고 웃었다. 소리를 내서 웃었다.

"그래서 오늘 명부를 세고 왔구나. 몇이더냐."

"팔만 육천 사백."

"삼천백팔십만 중에?"

"그렇다."

"오 엔으로 내리면?"

"삼십만 안팎으로 본다."

"삼십만." 그는 그 숫자를 한 번 더 말했다. "그리고 그 삼십만도 다 남자겠지. 스물다섯 넘은."

"그렇다."

"누가 반대하는지는 아냐."

"익찬정치회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내가 맞혀 볼까. 조선인 의원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환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 사람들 표가 어디서 나오는데. 그 팔만 육천에서 나오지. 삼십만이 되면 그 팔만 육천의 표가 사분의 일로 줄어. 제일 먼저 떨어질 사람들이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스물세 명이야. 그러니까 너는 네 상관을 자르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하는 거다."

"그래서 못 하는 거지."

축음기에서 곡이 바뀌었다. 두환은 컵 바닥에 남은 것을 흔들어 마셨다.

"너 졸업할 때 성적이 나보다 위였냐 아래였냐."

"아래였다."

"그런데 너는 도쿄에 있고 나는 케이스 앞에 있네."

그는 그 말도 웃으면서 했다. 나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그가 대답할 말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그 말을 하게 만들면 다음에는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계산서가 나왔다. 두환이 그것을 집어 내 앞으로 밀었다.

"네가 내라. 나는 세금 내는 쪽이 아니라서."

그는 앞치마를 접어 겨드랑이에 끼우고 일어섰다. 문까지 가서 손잡이를 잡았다가, 잡은 채로 돌아섰다. 웃고 있었다. 두환은 잔인한 말을 할 때 늘 웃는다. 대학 때부터 그랬다.

"야스모토. 내가 하루에 뽑는 활자가 이만 자다. 그중에 조선 글자는 한 자도 없어. 한 자도. 네가 오 엔짜리를 삼십만 명 만들어 오면, 그 삼십만이 내가 뽑은 활자로 찍은 걸 읽겠지."


1965년 4월 5일 · 경성, 조선총독부 경무국 보안과

엽서는 월요일이 제일 많다. 사람들이 주말에 이웃과 다투고 일요일에 쓰기 때문이라고 가와카미 소이치는 생각한다.

그는 여덟 시 십 분에 책상에 앉았다. 소사가 밤새 도착한 것을 광주리째 갖다 놓고 갔다. 오늘 것은 백사십 통쯤 되어 보였다. 엽서가 대부분이고 봉함이 스물 몇 통, 그리고 아무 데도 안 붙인 종이를 접어서 넣은 것이 몇 장 섞여 있다.

책상 왼쪽에 나무함이 셋 놓여 있다. 폐기, 보류, 조사. 함은 그가 부임하던 해에 목공소에서 짜 온 것인데 폐기함만 모서리가 닳았다.

첫 장. 종로 5정목 아무개가 배급 쌀을 시장에 내다 판다. 뒷면에 저울 그림까지 그려 놓았다. 이런 것은 보안과 일이 아니다. 폐기.

둘째 장. 신당정 아무개 집에서 밤마다 사람이 여럿 드나든다. 폐기하기 전에 그는 그 주소를 한 번 더 봤다. 판자촌이다. 판자촌에서는 한 방에 열 사람이 산다. 폐기.

셋째 장.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만 조선말을 쓴다는 투서였다. 글씨가 곱고 문장이 반듯했다. 시아버지가 썼거나 시누이가 썼을 것이다. 이런 것은 한 달에 스무 통쯤 온다. 폐기.

넷째 장. 어느 상점 주인이 손님한테 시국이 어떻고 하는 말을 했다는데, 그 어떻고에 해당하는 부분이 적혀 있지 않았다. 밀고를 하려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적어야 하는데 대개 그것을 안 적는다. 보류.

다섯째 장. 옆방 하숙생이 새벽에 라디오를 돌린다. 밤 두 시에 벽 너머로 사람 목소리가 나는데 국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와카미는 이 장을 조금 오래 봤다. 요즘 이런 것이 늘었다. 손바닥만 한 수신기를 삼사천 엔이면 사고, 그중에 단파가 잡히는 물건이 섞여 있다. 잡히는 것은 대개 상하이나 마닐라의 음악 방송이고 조선 사람이 알아들을 말이 나오는 채널은 사실상 없다. 그래도 규정은 규정이다. 보류.

여섯째 장. 어느 집 아이가 학교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는 적혀 있지 않았다. 폐기.

일곱째 장. 시아버지 앞으로 온 편지를 며느리가 뜯어 봤다. 그런 것은 경찰이 아니라 집안 어른이 할 일이다. 폐기.

십오 년이 됐다. 십오 년 동안 그가 다룬 사건 가운데 보안과가 먼저 냄새를 맡은 것은 손으로 꼽는다. 나머지는 전부 누가 와서 말해 주었거나 이렇게 종이로 왔다. 조선 인구가 삼천만이 넘고 경무국 보안과 인원은 이 층 전부를 합해 백 명이 안 된다. 백 명으로 삼천만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데 굴러간다. 굴러가는 이유가 이 광주리 안에 있다.

십오 년이 됐다. 십오 년 동안 그가 다룬 사건 가운데 보안과가 먼저 냄새를 맡은 것은 손으로 꼽는다. 나머지는 전부 누가 와서 말해 주었거나 이렇게 종이로 …

남은 28화 · 약 101,751자 · 약 2시간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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