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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제5장 정원에서

· 44화 중 4화 · 3,76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담장 아래에서 두 사람이 돌아섰다. 정원은 좁아서 왕복하는 데 백 걸음이 안 됐다.

"인도에 있을 때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핼리팩스가 말했다.

쇼와 사십년 4화 제5장 정원에서 — 헤더컷

처칠의 걸음이 아주 잠깐 어긋났다.

"삼십일 년 이월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총독 관저 계단을 걸어 올라왔습니다. 신발을 신지 않았고 무명 한 장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덟 번 마주 앉았습니다. 그 사람은 끓인 물에 레몬을 짜서 마셨고 나는 차를 마셨습니다."

"그 계단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소." 처칠이 말했다.

"압니다." 핼리팩스가 말했다. "각하께서 하원에서 하신 말씀도 읽었습니다. 반라의 탁발승이 총독 관저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와 국왕 폐하의 대리인과 대등하게 담판을 한다는 것이 구역질 나는 광경이라고 하셨지요."

처칠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가에 불이 꺼져 있었는데 다시 붙이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받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 불복종의 중지. 그것 하나입니다. 내가 준 것은 정치범 석방, 원탁회의 참석, 그리고 해안에서 자기 집에서 쓸 소금을 만들 권리입니다. 소금 조항은 조약문 한 줄이었고 인도 전체에서 그 줄을 놓고 웃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총독이 소금 만들 권리를 하사했다고요."

"그런데도 하셨소."

"그때 나는 그 사람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핼리팩스는 민들레 씨가 지나가는 것을 눈으로 좇았다. "이길 수 없을 때 무엇을 받아 낼 수 있는가. 그것이 그해 봄에 내가 배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승리라고 부른 사람은 델리에도 런던에도 없었습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담장 아래에 닿았다.

"각하께서 하실 말씀이 그것이오?"

"아닙니다." 핼리팩스가 지팡이를 왼손에 잠깐 얹었다. 마른 소리가 다시 났다. "말씀드릴 것은 하나입니다. 나는 사임하지 않겠습니다, 총리."

처칠이 걸음을 멈췄다.

어제 이 잔디밭에서 처칠은 이 사람을 붙잡느라 삼십 분을 썼다. 그때 그가 두려워한 것은 외무장관이 나가는 것이었다.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고, 그 문장에는 그가 대꾸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시오." 그가 말했다.

"저녁 여섯 시에 뵙겠습니다."

핼리팩스가 먼저 내각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같은 시각, 추밀원 의장실.

캐도건이 서류철을 들고 서 있었다. 안에는 소집 통지서 스물다섯 장이 들어 있었다. 전시내각 밖의 각료들을 하원 청사 상임위원회실로 부르는 문서였다. 총리가 오전에 서명했다.

"의장님 부서(副署)가 필요합니다."

"어느 조항으로."

"내각 사무처 편람에 있습니다. 각의 밖 회의의 소집은 추밀원 의장의 부서를 받는다고. 지난 이십 년 동안 이 조항 때문에 늦어진 회의는 없었습니다."

체임벌린은 서류철을 받아 첫 장을 읽었다. 소집 목적란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현 정세에 관한 총리의 설명.

그는 만년필을 들지 않았다.

"설명할 것이 정해지면 부르는 것이 순서요."

"총리께서는 오늘 저녁을 원하십니다."

"오늘 저녁에는 됭케르크에서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오." 체임벌린이 서류철을 닫아 캐도건 쪽으로 밀었다. "스물다섯 사람을 한 방에 모아 놓고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소. 그런 자리에서 한 번 말한 것은 다음 날 스물다섯 곳에서 다르게 옮겨지오."

"언제로 미룰까요."

"미루는 것이 아니오. 아직 부르지 않는 것이오."

캐도건은 잠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이 년 동안 이 사람의 결재를 받아 왔고, 이 사람이 서류를 밀어낼 때 종이가 책상 위에서 내는 소리를 알고 있었다. 오늘 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서류철을 들고 나갔다.

여섯 시가 되었을 때 하원 청사 상임위원회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의자가 스물다섯 개 놓여 있었다. 사무관 하나가 여덟 시까지 기다렸다가 불을 껐다.

통지서는 봉투에 담긴 채로 사무처 책상 위에 그대로 있었다. 스물다섯 장이었다. 봉투 입구에 풀은 발라지지 않았다.


1940년 6월 2~3일 · 런던, 버킹엄궁

왕은 알현 전에 늘 낱말을 골라 두었다. 어려운 자음으로 시작하는 말을 미리 다른 말로 바꿔 적어 두는 것인데, 그 목록은 십 년째 같은 수첩에 있었다. 그날 오후 그는 목록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쓸 문장은 짧고, 짧은 문장은 대개 목록에 이미 들어 있었다.

궁의 창유리에는 종이 띠가 십자로 붙어 있었다. 시종 절반이 소집되어 나갔고 남은 사람들이 두 몫씩 하고 있었다. 알현실 카펫은 사월에 걷어 창고에 넣었으므로 구두 소리가 방에서 크게 울렸다.

여섯 시에 처칠이 들어왔다.

그는 서류를 왼손에 들고 있었고, 방 가운데까지 걸어와서 그것을 두 손으로 옮겨 쥔 다음 내밀었다. 봉투가 아니라 접은 종이 한 장이었다.

왕은 그것을 곧바로 받지 않았다.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팔을 뻗으면 되는 거리였다. 그런데 손이 늦었다. 그 몇 초 동안 처칠의 팔이 그대로 뻗어 있었다. 손가락이 두꺼웠고 종이 끝이 조금 떨렸다. 예순다섯 살 사람의 팔로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왕이 종이를 받았다.

손이 늦은 까닭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종이를 받는 순간 다음 사람을 부를 수 있게 되고, 그 사람의 이름은 오월에 그가 이미 한 번 불렀던 이름이었다. 기다렸다고 하면 사실이 아니었다. 기다리지 않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오늘로……" 그는 거기서 멈췄다. 목이 아니라 입술 안쪽 어딘가에서 걸렸다. 이십사 일이라고 말할 참이었다.

처칠이 기다렸다.

"오늘로 이십사 일째입니다, 폐하." 처칠이 말했다. "제가 세었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맙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침묵을 자기가 채워 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고, 대개 좋은 뜻으로 그렇게 했다.

쇼와 사십년 4화 제5장 정원에서 — 전환컷

"이유를."

"당(黨)입니다, 폐하." 처칠이 말했다. "하원에서 저를 세워 준 것은 제 당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이 어제 손을 내렸습니다. 그것뿐입니다."

"됭케르크는……"

"됭케르크는 끝났습니다. 사흘 전에."

왕이 종이를 펴서 읽었다. 세 문장이었다. 사임을 청하는 문장, 후임을 폐하의 재량에 맡긴다는 문장, 그리고 폐하의 안녕을 비는 문장.

"경(卿)은 앞으로."

"에핑에 지역구가 있습니다." 처칠이 말했다. "하원 뒷자리에 앉겠습니다. 자리는 넓습니다."

왕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관례가 있었다. 노고를 치하하고, 국가의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조언을 구하겠다고 하는 것. 그 문장들은 수첩 목록에 다 들어 있었고 자음도 쉬웠다.

그는 그 대신 물었다. "경은 됭케르크가 끝났다는 것을 언제 아셨소."

"삼십 일 정오에 알았습니다."

"짐은 그날 저녁에 알았소."

"그것이 순서입니다, 폐하."

처칠이 물러갔다. 문이 닫힌 뒤 왕은 접힌 종이를 책상 위에 놓았다. 유월의 늦은 햇빛이 창으로 들어와 책상 절반에 걸쳐 있었다. 종이는 그 밖에 있었고 그는 그것을 햇빛 쪽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날 밤 왕은 서재에서 수첩을 폈다.

오월 십 일 자 면이 남아 있었다. 그날 그가 적은 것은 세 줄이었다. 체임벌린 씨가 사임했다. 나는 핼리팩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에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그 아래 오늘 자 면을 펴고 만년필을 들었다. 잉크를 찍기 전에 잠깐 오월 십 일 면을 다시 보았다. 스물세 날 사이에 달라진 것은 많았고, 그가 적으려는 이름은 같았다.

핼리팩스에게는 이 궁 정원의 열쇠가 있었다. 외무성으로 갈 때 그는 정원을 가로질러 다녔고, 그러다 왕과 마주치면 두 사람이 함께 걸었다. 그 산책이 몇 해째인지 왕은 세어 본 적이 없었다. 그 사람 옆에서는 낱말을 미리 고르지 않아도 됐다.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이유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딩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내일 열한 시로 정했습니다, 폐하."

"상원 문제는."

"내각 사무처가 방법을 올렸습니다. 추밀원 의장께서 하원 지도자를 겸하시고 정부를 대변하시는 형식입니다. 전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체임벌린 씨가."

"예."

왕은 만년필 뚜껑을 닫았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이튿날 열한 시. 핼리팩스가 들어왔다.

문틀에서 목을 숙였고, 방 가운데까지 와서 지팡이를 왼손에 옮겨 잠깐 얹었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가져갔다. 왼손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왕이 말을 시작했다. "짐은 경에게……"

거기서 걸렸다.

핼리팩스는 기다렸다.

그는 시선을 왕의 얼굴에서 떼지 않았고, 딴 데를 보지도 않았으며, 입을 열지도 않았다. 벽시계 소리가 여섯 번쯤 지나갔다. 왕은 그 침묵이 자기를 향해 열려 있는 것을 느꼈다. 그 안에서 그는 걸린 자리를 지나갔다.

"……경에게 정부를 맡기고자 하오."

"받겠습니다, 폐하."

"상원 문제는 들었소."

"체임벌린 씨가 하원에서 정부를 대변합니다. 오늘 아침에 승낙을 받았습니다." 핼리팩스가 잠깐 멈췄다. "그분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폐하. 미리 아뢰어 둡니다."

"의사가 뭐라 하오."

"의사를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문서는 책상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핼리팩스가 책상 앞으로 갔다. 그는 앉지 않고 선 채로, 지팡이를 책상 모서리에 기대 놓고, 오른손으로 펜을 들었다. 왼손은 책상 아래에 두었다.

종이를 누르는 것은 보통 왼손이 하는 일이다. 그는 그 대신 종이 위쪽 모서리를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눌러 고정하고 서명했다. 획이 흔들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 온 사람의 방식이었다.

"경은 오늘 무엇을 먼저 하겠소."

"로마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왕은 그 문장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딩이 문서를 받아 가면서 낮게 물었다. "폐하, 오후에 발표문을 내야 합니다. 표현을 어떻게 할까요."

"짧게 하시오."

"국왕께서 신임 총리를 임명하셨다, 정도로."

"그렇게 하시오."

핼리팩스가 나가고 하딩도 나갔다. 왕은 창가로 갔다.

유월 삼 일 오전이었다. 하늘은 옅게 흐렸고 서쪽으로 갈수록 밝았다. 첼시 방면 지붕들 위로 방공 기구 두 개가 떠 있어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정비 때문에 내렸을 것이다. 아니면 그제 바람에 줄이 끊겼는지도 몰랐다. 봄에 그런 일이 두 번 있었다.

그 밖에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거기 서서 그것을 보았다.

그 밖에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거기 서서 그것을 보았다.

남은 40화 · 약 142,427자 · 약 3시간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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