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1부 정지(停止)
1화제1장 아 운하의 밤
1940년 5월 23일 밤 · 프랑스 샤를빌, A집단군 사령부
지도 압정 하나가 빠져 있었다. 노르 강 하구 쪽 종이가 자꾸 말려 올라와서, 조덴슈테른이 재떨이를 끌어다 그 끝을 눌렀다. 재가 조금 흘러 그라블린 위에 앉았다.

"그대로 두시오." 룬트슈테트가 말했다. "거기 무엇이 있는지는 나도 아오."
사령부는 프랑스 도지사 관사의 식당에 들어 있었다. 샹들리에를 떼어낸 자리에서 전선이 늘어져 알전구 두 개가 매달렸고, 벽지에는 여름 과일 무늬가 찍혀 있었다. 지도판을 세우느라 못을 박은 자리마다 배의 한가운데가 뚫렸다. 창은 열어 두었다. 뫼즈 강에서 올라오는 물 냄새보다 말 냄새가 강했다.
룬트슈테트는 예순네 살이었고 열한 시가 넘으면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는 연필을 들어 지도 위에 선을 그었다. 랑스에서 베튄으로, 베튄에서 에르로, 에르에서 생토메르를 지나 그라블린까지. 운하를 따라가는 선이었으므로 자를 댈 필요가 없었다. 사람이 이미 파 놓은 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받아 적으시오."
조덴슈테른이 만년필 뚜껑을 열었다.
"A집단군 예하 기갑 부대는……" 룬트슈테트가 멈추고 연필 끝으로 아라스를 두 번 두드렸다. 그저께였다. 영국군 전차 일흔네 대. 그중 마틸다라는 물건은 삼십칠 밀리를 정면으로 맞고도 계속 왔다고 했다. 롬멜이 팔십팔 밀리 고사포를 수평으로 눕혀서야 겨우 세웠다. 스물네 시간 만에 정리됐고 전선은 그대로였지만, 그날 이후 총사령부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랑스, 베튄, 에르, 생토메르, 그라블린을 잇는 운하선에 도달한 뒤 이 선을 넘지 않는다. 정찰은 허용한다. 포켓의 압축은 보병 군단이 맡는다."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방에서 가장 큰 소리였다.
"이유를 붙일까요."
"셋 붙이시오. 첫째, 기갑 전력의 보존. 아직 파리가 남아 있소. 둘째, 남측면 취약. 셋째, 지형. 플랑드르 저지대는 운하와 습지요. 전차를 몰고 들어갈 땅이 아니오."
"셋째는 제19군단에서 이의가 올라올 겁니다."
"구데리안은 아침마다 이의가 있소." 룬트슈테트가 안경을 벗어 소맷부리로 닦았다. "베를린으로는 보내지 마시오. 이건 집단군 명령이오. 내일 총통이 온다니 오면 보여 드리면 되오. 저 사람들은 명령서를 좋아하오.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조덴슈테른이 대답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 방에서 통용되는 동의의 방식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당직 소령이 받아 잠깐 듣더니 수화기를 가슴에 대고 말했다.
"제4군입니다. 남측면 항공 정찰을 내일 아침으로 미루겠답니다. 구름이 낮아서."
"미루라고 하시오."
당직이 나가자 룬트슈테트는 식탁 끝의 접시를 끌어당겼다. 저녁에 나온 빵과 삶은 달걀이 그대로 있었다. 껍데기를 까면서 그는 지도를 보았다. 됭케르크는 지도 위에서 손톱만 했다. 그 둘레를 따라 파란 연필로 그어 놓은 포위선이 어제보다 좁아져 있었고, 안쪽에는 영국군 부대 기호가 겹쳐 찍혀 무엇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사단이 아홉인지 열인지를 두고 정보참모가 사흘째 고쳐 쓰는 중이었다.
"조덴슈테른."
"예."
"저 안에 몇이나 있겠소."
"삼십만은 될 겁니다. 프랑스 제1군까지 치면 더 됩니다."
"삼십만." 그는 껍데기를 접시 가장자리에 모았다. "그만한 것을 한자리에서 받아 본 장군이 유럽에 없소. 나폴레옹도 못 해 봤소."
같은 시각, 북서쪽으로 백오십 킬로미터 떨어진 캉브레 부근의 사탕무 창고에서, 제1기갑사단 정비중대 상사 하나가 집계표를 옮겨 적고 있었다.
그는 사흘 동안 자지 못했다. 그에게 일어난 일은 그것뿐이었다. 손등에 기름이 말라붙어 갈라져 있었고 등불은 사탕무 저울 위에 놓여 있었으며, 심지를 두 번 올렸는데도 종이는 계속 누랬다.
집계표는 세로 다섯 칸이었다. 가동, 경정비, 중정비, 후송, 상실. 정비반에서 올라온 쪽지가 스물세 장이었다.
쪽지의 칸 차례와 집계표의 칸 차례가 달랐다. 쪽지는 가동, 중정비, 경정비 순이었고 집계표는 가동, 경정비, 중정비 순이었다. 여섯 장까지는 그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일곱 장째부터는 손이 먼저 갔다.
경정비란에 적혀 오던 것들은 궤도 연결핀, 냉각수 호스, 조종수 좌석 용접 같은 것이었다. 아침이면 굴러갈 물건들이었다. 그것들이 가동란에 얹혔다.
다 옮기고 나서 그는 세로로 더했다. 백일흔여덟 대 가운데 백스물한 대. 연필 끝에 침을 묻혀 나눗셈을 했다. 예순여덟. 소수점 아래는 버렸다. 총합 대수가 맞았으므로 그는 검산을 하지 않았다.
밖에서 누가 그를 불렀다. 그는 표를 접지 않고 그대로 전령에게 넘겼다.
연락장교가 샤를빌에 닿은 것은 자정을 넘겨서였다. 젊은 대위였고 장화에 흰 흙이 말라 있었다.
"클라이스트 기갑집단 야간 보고입니다. 집단 평균은 아직 집계 중입니다. 선두 사단 수치만 먼저 올렸습니다."
룬트슈테트가 종이를 받았다. 그는 그것을 한 번 읽고, 등을 돌려 알전구 아래로 가서 한 번 더 읽었다.
"제1기갑사단이 육십팔."
"예."
"이 주 동안 삼백 킬로미터를 왔소. 선두가 육십팔이면 뒤가 그보다 나쁠 수는 없지." 그는 종이를 책상에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한 번 폈다. 숫자 옆에 정비중대 관인이 비뚤게 찍혀 있었고 잉크가 번져 있었다. "전차 수리반 장비는 따라붙었소?"

"이동식 공작차가 사흘째 아미앵에 있습니다. 다리 때문에."
"그런데 육십팔이라."
"예."
"커피가 남았소?"
"없습니다. 취사반이 열두 시에 껐습니다."
창밖에서 쇠와 나무가 부딪는 소리가 났다. 룬트슈테트는 창으로 갔다. 포병 견인마가 지나가고 있었다. 앞에 넷, 뒤에 넷. 마부는 걷고 있었고 말들은 고개를 낮게 두고 걸었다. 뒤로 같은 것이 계속 왔다. 세는 것을 그만두었을 때 스물두 열이었다. 저 말들이 프랑스로 끌고 들어온 포가 몇 문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전차는 신문에 실리고 말은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창밖에서 나는 저 소리가 그가 삼십 년 동안 들어온 소리였다.
"각하."
조덴슈테른이 구술받은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타자로 칠까요."
룬트슈테트는 창가에서 돌아서지 않은 채 손을 뒤로 내밀었다. 조덴슈테른이 그 손에 종이를 놓았다.
그는 그것을 눈앞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세로로 한 번 접고, 다시 가로로 한 번 접었다. 접힌 자리에서 연필로 그은 운하선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다시 봅시다."
"예."
"기갑 부대에는 아무것도 내려보내지 마시오. 오늘 밤 사이에."
"명령이 없다는 것을 알릴까요."
"알릴 것이 없으면 알리지 않는 것이오."
조덴슈테른이 나갔다. 대위도 따라 나갔다. 룬트슈테트는 알전구 두 개 중 하나를 껐다. 벽지의 배들이 반쯤 어두워졌다.
책상 위에는 두 장이 있었다. 넉 장으로 접힌 것 하나, 그리고 펴진 채로 놓인 야간 보고 하나. 그는 나가면서 문간의 스위치를 마저 눌렀다.
1940년 5월 24일 오전 · 샤를빌, A집단군 사령부
관사 앞 자갈밭에 차가 넉 대 섰고, 그중 세 대에서만 사람이 내렸다. 마지막 차는 문을 열지 않은 채 엔진을 켜 두고 있었다. 자갈 위로 흰 먼지가 낮게 떠서 계단 아래까지 왔다.
식당 문은 밤새 열어 두었으므로 방 안에 아직 말 냄새가 남아 있었다. 조덴슈테른이 지도판을 다시 걸고 압정을 새로 박아 두었다. 벽지의 배 무늬에 구멍이 하나 더 늘었다.
히틀러는 모자를 벗어 카이텔에게 주고 곧장 지도로 갔다. 그는 인사를 길게 하지 않는 편이었다. 지도 앞에서 그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방에 있던 사람들은 그 침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열나흘." 그가 말했다. "열나흘 만에 여기까지 왔소."
"열나흘째 아침입니다." 룬트슈테트가 말했다.
"몰트케도 이런 것은 못 봤소." 히틀러가 손가락을 들어 지도에 댔다. 아브빌에서 해협까지, 다시 북동쪽으로 꺾어 됭케르크까지. 손톱이 짧고 깨끗했다. "여기 이 일대가 저지대라고 들었소. 운하와 습지."
"플랑드르입니다."
"전차를 몰고 들어갈 땅이 아니오." 히틀러가 룬트슈테트를 보았다. "정지선은 어디로 잡으셨소."
룬트슈테트는 그 손가락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은 그라블린 근처에 그대로 얹혀 있었고, 그 아래 어딘가에 어젯밤의 파란 연필선이 깔려 있었다.
"잡지 않았습니다."
방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 요들이 서류철을 든 자세 그대로 있었다.
"제1기갑사단 야간 가동률이 육십팔입니다." 룬트슈테트가 이어서 말했다. "선두가 그러면 뒤는 그보다 낫습니다. 아끼려고 세우면 이틀을 잃습니다. 저 안에 삼십만이 있습니다, 총통 각하. 지금은 그것을 다 잡을 수 있는 이틀입니다."
히틀러가 손가락을 지도에서 떼었다. 그는 이런 순간을 좋아했다. 자기가 물으려던 것을 상대가 먼저 대답해 버렸을 때, 그것을 자기가 시킨 것으로 만드는 일에 그는 능했고, 그렇게 만들고 나면 정말로 자기가 시킨 것처럼 기억되었다.
"내가 어제 그렇게 말했소." 그가 카이텔 쪽을 보며 말했다. "안 그렇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카이텔이 말했다.
히틀러는 다시 지도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됭케르크가 아니라 남쪽이었다. 솜 강, 엔 강. 그는 그 두 줄을 손등으로 쓸었다.
"프랑스군이 여기서 올라올 거요. 나는 그게 걱정이오. 아라스에서 그자들이 무엇을 했는지 보시오."
"아라스는 영국군이었습니다."
"더 나쁘지." 히틀러가 말했다. "영국군이 그만큼 한다면 프랑스군은 두 배를 할 수 있소. 각하가 신중하신 것을 나는 늘 옳게 보았소. 오 년 전부터 그랬소."
룬트슈테트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자기의 신중함을 칭찬할 때마다, 그것이 칭찬이 아니라 목줄의 길이를 재어 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옆방에서 타자기 소리가 났다. 사무병이 어제 저녁 보급 상황표를 치는 중이었고, 자모 하나가 걸려 같은 소리를 세 번 냈다.
룬트슈테트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자기의 신중함을 칭찬할 때마다, 그것이 칭찬이 아니라 목줄의 길이를 재어 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남은 43화 · 약 152,988자 · 약 3시간 39분
좋아요와 책갈피는 이 기기에 저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