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사십년 제6부 밀고(密告)
31화제43장 조용해진 사람들
1965년 8월 20~26일 · 경성부청, 윤태섭 경성사무소, 종로 다방
"정리 중입니다."

부청 삼층 열람계의 창구는 가슴 높이에 있어서 서류를 밀어 넣으려면 팔꿈치를 조금 들어야 한다. 나는 신청서를 밀어 넣었고 그것은 절반쯤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언제쯤 끝납니까."
"그건 저희가 알 수 없습니다."
접수증은 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열두 번쯤 이 창구를 썼고 열두 번 다 접수증을 받았다. 접수증에는 날짜 도장이 찍히고 그것이 있어야 나중에 독촉을 할 수 있다.
8월 23일에 다시 갔다.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정리 중입니다."
8월 25일에는 아침 아홉 시에 갔다. 창구가 열리기 전이었고 나는 복도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기다렸다. 아홉 시 이 분에 문이 열렸다. 처음에 봤던 사람이었다.
"정리 중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문장을 쓰는 것은 그 문장이 편하기 때문이다. 나도 사무소에서 그 문장을 쓴다. 민원인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것보다 아직 안 끝났다고 말하는 편이 서로 낫다.
내가 신청한 것은 부내 국어상용 가정 인정 심사의 반려 사례철이었다. 인정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집이 왜 떨어졌는지, 사유가 몇 가지로 나뉘는지를 보려 했다. 육월에 부결된 안을 다시 올리려면 그것이 필요했다. 개정에 찬성한 의원들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것이었다. 조선인의 국세 부담이 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답은 소득이 아니라 등급에 있고 등급은 저 서류철 안에 있다.
이런 사례철은 통계가 아니라 개별 서류 묶음이고, 정리에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정리했다.
삼층 복도에는 창이 크고 창틀에 비둘기 똥이 말라붙어 있었다. 내려오면서 나는 계단 참에서 한 번 멈춰 섰다. 무엇을 잊었는지 생각하려고 멈춰 선 것인데, 잊은 것은 없었다.
윤 의원 경성사무소는 광화문통 뒤편 이층에 있다. 아래층이 인쇄소라 여름에는 잉크 냄새가 계단으로 올라온다.
서기는 나보다 열 살쯤 위인데 이름을 부르지 않고 늘 비서관님이라고 한다.
"도쿄에서 회람 온 거 있습니까."
"이번 주는 없습니다."
"지난주에도 없었는데요."
"예. 없었습니다."
그는 서랍을 닫았다. 닫는 속도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그것뿐이었다. 서랍은 원래 닫는 물건이고 속도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익찬정치회 정조회에서 오는 조사 회람은 화요일에 온다. 도쿄에서 부치면 사흘이 걸린다. 두 주 동안 오지 않았다. 나는 누마타 조사역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나에게 늘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미안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회람이 끊긴 것이 그의 결정일 리는 없다.
그러면 누구의 결정인가.
나는 이 물음을 접었다. 사무소에는 접어야 할 물음이 하루에 서너 개씩 생긴다.
윤 의원은 팔월 내내 나주에 있다. 회기가 없을 때 그는 지역구에 있고, 지역구에 있을 때는 사무소로 전화를 하지 않는다. 사무소에는 나와 서기 둘뿐이고, 우리는 하루에 열 마디쯤 한다.
"비서관님."
"예."
"저, 다음 달에 제가 며칠 좀…"
"쓰십시오."
"아직 말씀 안 드렸는데요."
"쓰시라고요."
그는 웃었다. 웃고 나서 서랍을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25일 밤에 집 앞에서 반장을 봤다.
신정효 반장은 우리 집 대문에서 두 걸음 떨어진 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가방도 서류판도 없었다. 그는 대문을 보고 있었는데 보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그쪽으로 얼굴이 향해 있었다.
"반장님."
그가 돌아봤다. 놀라지 않았다.
"아, 야스모토 씨. 늦었네."
"들어오시지요."
"아니, 아니. 지나가는 길이라."
우리 집은 골목 끝에서 두 번째다. 지나가는 길이 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나는 그 계산을 했고, 하자마자 지워 버렸다. 골목 끝 집에 볼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반장은 아홉 집을 다 다니는 사람이다.
그는 걸어갔다. 나는 대문에 손을 얹고 그의 등을 보았다. 그가 골목 끝 집 앞을 그냥 지나가는 것도 보았다.
마당에 들어서니 안방 불이 꺼져 있고 건넌방에 불이 있었다. 할머니가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요즘 할머니는 밤에 자주 말을 한다.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아버지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칠월에 나는 편수과 서고에 들어갔었다. 그 방과 그 안의 것들에 대해서 나는 지금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정한 방침이고, 방침은 정해 두면 편하다.
나는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갔다.

26일 오후 네 시, 종로 다방.
김두석과는 이 다방에서 세 번 만났다. 그는 다른 의원 사무소의 비서인데 나보다 네 살 위고 말이 빠르고 잘 웃는다. 이번 약속은 그가 두 번 미뤘다. 처음에는 지방 출장, 두 번째는 부친 병환.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 마담에게 말했다.
"일행이 옵니다. 두 잔 주십시오."
커피가 두 잔 나왔다. 하나는 내 앞에, 하나는 맞은편에.
네 시 이십 분에 나는 맞은편 잔을 조금 앞으로 밀어 놓았다. 김이 아직 났다. 네 시 사십 분에는 김이 나지 않았다. 다섯 시에 표면에 얇은 막이 생겼다.
레코드가 두 번 바뀌었다. 두 번째는 여자 가수의 노래였고 후렴이 길었다.
네 시 오십 분에 나는 계산대의 전화를 빌렸다. 김두석의 사무소 번호는 외우고 있다.
"이토 의원 사무소의 야스모토입니다. 김두석 씨 계십니까."
"나가셨습니다."
"몇 시쯤 들어오십니까."
"…오늘은 안 들어오실 것 같습니다."
받은 사람은 내가 아는 목소리였다. 작년 가을 도쿄에서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고, 그때는 내 잔이 비면 먼저 채워 주던 사람이다. 오늘은 내 이름을 되묻지도 않았다.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 끊었다.
다섯 시 십오 분에 나는 맞은편 잔을 끌어다가 한 모금 마셨다. 차고 썼다. 나는 그것을 반쯤 마시고 남겼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국민복 차림의 남자가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고, 여학생 셋이 팔짱을 끼고 지나가고, 노인 하나가 지게를 지고 천천히 지나갔다. 아무도 이쪽을 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려고 창밖을 본 것이 아니라 그냥 창밖을 봤다.
우연이 넷이면 우연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말은 사무소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무소에서 필요한 것은 다음 주에 무엇을 하느냐이고, 나는 다음 주에 열람 신청을 다시 넣을 것이고, 회람은 우편 사정일 것이고, 반장은 지나가는 길이었을 것이고, 김두석의 아버지는 실제로 편찮을 것이다.
계산서에는 커피 두 잔이 적혀 있었다.
나는 두 잔 값을 치렀다.
1965년 8월 28일 저녁 · 종로 6정목 애국반 제17반 상회(반장 집 마당)
멍석이 다섯 장 깔려 있었고 그중 두 장은 가장자리가 풀려 있었다.
어머니가 아침에 손목을 삐어서 내가 대신 나갔다. 상회에 나가 본 것이 몇 해 만인지 세어 보다가 그만두었다. 도쿄에 있는 동안은 나갈 일이 없었고, 돌아온 뒤로는 늘 어머니가 갔다.
반장 집 마당은 우리 집보다 넓다. 모기향이 세 군데서 타고 있었고 그 냄새가 마당에 낮게 깔렸다. 아홉 집이 다 나왔다. 원래 열 집이 한 반인데 우리 반은 아홉이다. 재작년에 한 집이 영등포 쪽으로 갔고 그 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신정효 반장이 마루 끝에 서서 손을 들었다. 쉰넷이고, 양주 사람이고, 국어를 할 때 어미가 짧다.
우리는 일어나서 동쪽을 향해 몸을 굽혔다. 담장 너머로 전선이 지나가고 그 위에 참새가 앉아 있었다. 다음은 서사였다.
우리는 황국신민이다. 충성으로써 군국에 보답하자.
아홉 집의 어른들이 한 목소리로 외웠다. 뒤쪽에서 반 박자 늦는 소리가 하나 있었는데 히라야마 씨 댁 노파였다. 그 노인은 입술이 먼저 움직이고 소리가 나중에 나온다. 스무 해 넘게 그러고 있다고 어머니가 언젠가 말했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지적할 일이 아니다. 그 노인도 외우기는 외운다.
마당 구석에서 아이들 넷이 자기들끼리 놀았다. 무슨 놀이인지는 모르겠는데 규칙을 정하느라 계속 다투었다. 다투는 말은 전부 국어였다.
"구월분 배급 공지 먼저 하겠습니다."
반장이 등사한 종이를 폈다.
"쌀은 지난달과 같습니다. 성냥은 세대당 두 갑, 고무신은 신청분만. 설탕은 이번 달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
"우리 반에서 두 집이 국어상용 가정으로 인정받으셨습니다. 가네야마 씨 댁하고 도쿠야마 씨 댁."
마당에서 박수가 났다. 크지 않았지만 아무도 빼지 않았다. 나도 쳤다. 인정을 받으면 배급 등급이 한 급 올라간다. 한 급이면 쌀이 두 홉쯤 차이가 나고, 한 달이면 되로 세어야 하는 양이 된다.
가네야마 씨 댁 안주인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붉었다. 나는 그 사람이 작년 봄에 우리 어머니한테 김장 배추를 나눠 준 것을 기억한다. 그때 그 사람은 우리 할머니한테 조선말을 했다. 배추가 실하다는 뜻의 말이었다.
"댁들도 신청하십시오. 서류는 제가 봐 드립니다."
반장이 말했다. 나쁜 뜻이 아니었다. 서류를 봐 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멍석 뒤쪽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야스모토 씨. 그, 유월에 의회에서 세금 요건 고친다던 거요. 그거 어떻게 됐습니까."
"부결됐습니다."
"부결이라면."
"안 됐다는 뜻입니다."
"그럼 다시 하는 겁니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옥수수를 마저 먹었다. 더 묻지 않았다. 나는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려고 오늘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 떠올렸고, 떠올릴 것이 없었다. 열람 신청은 세 번 반려됐다.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옥수수를 마저 먹었다. 더 묻지 않았다. 나는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려고 오늘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 떠올렸…
남은 13화 · 약 48,466자 · 약 6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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